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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보주는 송석석이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그냥 바라볼 수만 없었다. 그동안은 모시는 주인의 품위를 지키느라 참아왔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가만이 있는 것이 더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비록 천한 몸종이기는 하나, 예의와 염치는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에서 큰 일을 하는 사람이 남의 남자와 염문을 일으키고, 군공을 빌미로 우리 아가씨를 괴롭히다니요….”

짝! 고개가 돌아가며, 보주는 날아가다시피 바닥에 엎어졌다. 하지만 전북망은 뺨을 내리친 거로는 성에 안 차는지, 씩씩거리며 송석석을 노려보았다.

“도대체 아랫사람 교육을 어떻게 한 것이오? 참으로 버릇도 예의도 없는 여종이구나.”

송석석은 재빨리 달려가 보주를 부축했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보주의 얼굴이 빨갛다 못해 부어오르고 있었다.

송석석은 참지 않고 고개를 돌려 똑같이 전북망의 뺨을 후려쳤다.

“제 사람입니다. 어디 감히 함부로 손을 올리십니까!”

전북망은 송석석이 겨우 하녀 때문에 자신의 뺨을 내리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옆엔 이방까지 있었다. 그의 체면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되갚아줄 수는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송석석을 쏘아보고는 이방을 데리고 방을 떠났다.

송석석이 보주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요.”

보주는 울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곧 장군부를 떠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래, 곧 폐하의 성지(聖旨: 황제의 명령)가 내려올 것이다. 며칠만 견디면 곧 여길 떠날 수 있을 거야.”

송석석은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첫날, 전북망이 군공을 인정받아 황제한테서 혼인 교지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녀는 당연히 이방도 이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만큼 이방은 태후한테서도 인정받은 여장군이고 모든 여자들의 존경 대상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만남 뒤로, 송석석은 이방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이방은 전혀 그녀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얼마 뒤, 두 사람의 혼례 날짜가 정해졌다. 10월이었다. 하지만 이미 8월인데,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집안에서 안 살림을 주관할 수 있는 사람은 송석석 아니면 작은 집의 둘째 노부인 밖에 없었다.

당연히 송석석은 손을 떼겠다고 공표했고, 혼례 준비는 모두 둘째 노부인의 몫이 되었다. 그런데 둘째 노부인 또한 전북망의 무정함과 의리를 지키지 않는 태도를 매우 실망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 집안의 큰 며느리가 몸이 아픈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석택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그렇게 다음날 밤, 둘째 노부인이 모든 가족을 한 자리에 호출했다. 송석석은 전혀 참석할 마음이 없었지만, 노부인의 간절한 요구와 호기심에 못 이겨 자리에 나오게 되었다. 그녀는 이 집안 사람들이 어디까지 뻔뻔해질 수 있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그렇게 전북망의 아버지 전기, 삼촌 전강, 그리고 전북망의 동생들까지 모두 참석하게 되었다.

둘째 노부인이 이방 쪽에서 제시한 빙금(聘金: 신랑측에서 신부측에 예물과 함께 주는 돈)과 예물 목록이 적힌 종이를 가지고 나왔다. 기본적인 건 모두 준비된 상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빙금이었다.

전기는 빙금과 예물 목록을 보며 눈썹을 찡그렸다. 결코 그들의 형편에 마련할 수 있는 품목들이 아니었다. 1년 전 송석석과 혼인을 올릴 때는 예물 준비가 어렵지 않았다. 전북후부에서 전노부인의 약값을 배려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500냥과 기본 장신구 몇 개, 이들이 준비한 전부였다.

반면, 송석석은 지참금으로 집과 농장, 상점, 10만냥까지, 많은 재산을 가지고 왔었다. 정말 그녀가 가지고 온 비단만으로도 작은 방 하나가 꽉 찰 정도였다.

송석석이 가지고 온 지참금 덕분에 노부인은 부족함이 없이 단신의의 진료까지 받을 수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노부인은 전북망이 출전하고 얼마되지 않아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오늘 노부인이 이 자리에 꼭 송석석이 참석하길 바랐던 이유가 있었다. 자신들이 충당을 못하겠으니, 송석석보고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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