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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전북망이 모두가 난처해하는 것을 보고 예물 목록을 가져와 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이상하다는 듯 둘째 노부인에게 물었다.

“뭐가 문젭니까? 만 냥, 금 팔찌 두 쌍, 양지옥 팔지 두 쌍, 장신구 두 쌍, 비단 50필이 전부인데, 많은 편 아니잖습니까?”

“많지 않다고?”

둘째 노부인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 집엔 천냥도 없어.”

전북망이 놀라 물었다.

“말이 됩니까? 도대체 누가 장부 관리를 했습니까? 혹시 횡령이라도 한 거 아닙니까?”

“제가 했습니다.”

송석석이 담담히 말했다.

“당신이 관리했다고? 그럼 돈은 어디에 있소?”

전북망이 물었다.

“그러게 말이다. 어디에 있을까?”

둘째 노부인이 비웃듯 말꼬리를 올렸다.

“우리가 무슨 대단한 명문가라도 되는 줄 아니? 이 장군부는 너의 할아버지가 처음 장군으로 임명 받았을 때 받은 하사품이고, 너의 아버지와 내 남편이 받는 봉급과 쌀을 다 합쳐도 이천 냥을 넘지 못해. 너는 그 두 사람보다 더 적게 받는 사품 장군이고.”

“그래도 할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 좀 수익 봤을 텐데요?”

전북망이 말했다. 그러자 둘째 노부인이 반박하고 나섰다.

“겨우 그 정도로는 이 큰 집안을 먹여 사릴 수 있을 것 같아? 네 어미가 매일 드시는 약만 해도 삼 냥, 삼 일마다 복용하는 약환은 한 알에 오 냥. 너의 현처의 지참금이 없었다면 이 집은 진작에 망했어!”

전북망은 믿기지 않았다. 그는 둘째 노부인이 송석석과 작당해 자신을 골탕먹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실망한 얼굴로 예물 목록을 내려놓았다.

“솔직하게 말씀하십시오. 그냐 이 돈을 내놓고 싶지 않았다고. 예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전쟁의 공로가 있으니, 폐하께서 상금을 내려 주실 겁니다.”

둘째 노부인이 말했다.

“전쟁의 공로? 이미 이방과 혼인하기 위해 사용한 거 아니었어? 둘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예물정도야 좀 줄이면 되잖아. 둘이 다시 상의해 봐.”

이때, 노부인이 기침하며 말했다.

“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사인데, 준비해 줘야지. 이 돈을 아끼면 우리가 상대를 무시한다고 느끼지 않겠어?”

그리고는 송석석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석석아, 이 돈은 네가 먼저 내고 나중에 우리가 다시 여유가 생기면 갚아주는 건 어떠니?”

전소환이 비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가족끼리 빌리고 말고가 어디 있어요? 언니, 충분히 현명하고 너그러운 사람이니 만냥쯤은 아무렇지 않게 내줄 거예요. 안 그래요?”

“소환아, 너 석석이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이미 우리 집을 위해 많은 것을 해줬어. 그 선의를 당연하듯이 받아들이면 어떡하니.”

노부인이 전소환을 꾸짖으며 송석석을 바라봤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의 딸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건 그저 말뿐인 겉치레, 송석석의 죄책감을 부추겨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려는 술수에 불과했다.

노부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자구나. 석석아, 불편하겠지만, 이방이 들어오면 네가 다시 교육 좀 하거라. 북망의 정실 부인은 그래도 너이지 않느냐?”

모든 시선이 송석석에게로 향했다. 전북망도 마찬가지로 그녀를 바라봤다. 저번에 뺨을 맞은 뒤로, 사이가 더 어색해진 탓에 그는 쉽사리 송석석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송석석은 말없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때, 둘째 노부인이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설마 부족한 혼수 다 석석이게 맡기려고요?”

둘째 노부인이 송석석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송석석은 자신을 생각해주는 둘째 노부인의 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알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 말도 안 되는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

“그건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첩의 혼례식에 들어갈 혼수를 본처가 대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자 노부인이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석석아, 그게 무슨 철없는 소리니. 가족지리 네 거 내 거가 어디 있어? 그리고 그냥 달라는 것도 아니고 빌려달라는 건데, 그 정도도 못해주는거냐? 나중에 여유 생기면 다 갚을 거다.”

송석석이 전북망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군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체면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는 송석석에게 돈을 빌리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가 자존심이 강한 것을 알고 일부러 이 질문을 던졌다.

“석석아, 이런 건 네가 결정하면 되지 왜 북망에게 묻느냐? 부부는 원래 한 몸이라고, 지아비가 곤란한데 부인으로서 당연히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

송석석이 온화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일리가 있지만, 그래도 전 장군님의 대답을 들어야겠습니다. 정말 저에게 돈을 빌리실겁니까? 말만 하세요. 그럼 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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