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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소녀의 마음이, 그리고 유신우를 향한 나의 신앙과 미래를 향한 동경이 전부 거기에 적혀 있었다.

그 일기들은 내 청춘이었다.

피식 웃는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유신우는 방문에 기대어 장난스럽게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황급히 일기들을 서랍 안에 넣었고, 유신우는 날 향해 웃었다.

“왔어?”

“어, 잠꾸러기야. 이제 깨어났어?”

유신우는 다가와서 엉덩이를 들어 내 책상 위에 앉더니 큰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장난기가 느껴졌다.

나와 그의 사이가 멀어진 것은 꽤 오래된 일이었다.

유신우가 갑자기 다가오자 낯선 기분이 들었다. 나는 불편함에 못 이겨 옆으로 피했다.

“응.”

예전이었다면 유신우가 내게 다가왔을 때 설렜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그가 다가오면 피하고 싶었다.

“수진아, 시험 어떻게 봤어?”

유신우는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즐거움이 보였다.

“나 몇 번이나 왔었는데 그때마다 네가 자고 있었어. 너 정말 잘 잔다.”

“그래.”

난 고개를 숙이고 그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난 책상 위에 놓인 장식품을 만지작거리면서 그와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사실 난 시험을 꽤 잘 봤다. 하지만 나와 그 사이에는 이미 간극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더 이상 예전처럼 그와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없었고 그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두려웠다.

내 마음을 통제할 수 없을까 봐, 다시 그에게 빠져들게 될까 봐 무서웠다.

그리고 결국 내가 바쳤던 모든 것들이 우습게 될까 봐 무서웠다.

유신우를 마주하게 되면 난 항상 자신을 타일렀다. 유신우는 오빠고 난 동생일 뿐이라고,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수진아, 솔직히 얘기해 봐. 너 여전히 나한테 화 나 있지?”

나의 냉랭함을 눈치챈 건지 유신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날 한동안 쳐다보더니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다시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다. 그러나 난 그의 손을 피했다.

유신우의 손은 허공에 잠깐 멈춰 있다가 조용히 내려졌다.

“수진아, 우리 같은 대학교 가자. 앞으로도 계속 같이 등하교하자. 그러면 네가 괴롭힘당하지 않게 내가 널 지켜줄 수 있잖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난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어느 대학교로 갈지에 대한 화제는 그렇게 끝났다. 내 대답을 얻지 못한 유신우는 조금 아쉬운 표정으로 떠났다.

난 유신우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누군가 날 찾아와서 그와 같은 대학교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실을 말이다.

난 사실 고집이 센 편이라 남의 말에 잘 따르지 않는 편이었다. 그 사람의 말을 들을지 말지는 온전히 내게 달려 있다. 그리고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그 사람의 의견과는 전혀 무관했다.

나는 나다. 지금의 나는 나 자신과 엄마, 아빠를 위해 살고 있다.

저녁을 먹을 때 유신우가 찾아왔다. 그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 두 그릇을 들고 와서 말했다.

“아줌마, 금방 만든 떡국이라서 맛있을 거예요. 수진이가 떡국 좋아한다고 우리 엄마가 가져다주라고 했어요. 뜨거울 때 드세요.”

그때 나는 이미 밥 반 그릇을 비웠고 갈비도 두 개 정도 먹은 상태라 배가 불렀다. 유신우의 기대 어린 눈빛을 본 나는 한 번 맛을 본 뒤 수저를 내려놓았다.

유신우가 떠난 뒤 엄마는 대학교 지망에 관해 언급했다. 엄마는 나와 유신우가 같은 대학교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랐고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데다가 유신우는 남자니까 날 지켜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엄마는 유신우가 없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난 이미 일찌감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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