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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잠기고 나지막한 목소리는 윤이서로 하여금 자신이 하지환을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녀는 갑자기 어찌할 바를 몰라 황급히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희고 작은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미안해요, 난…….”

하지환의 가슴이 순식간에 멎었다.

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얇은 입술을 가볍게 열었다.

“내가 빌려줄 수 있어요.”

윤이서는 몸이 굳어지더니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의심했다.

“뭐라고요?”

하지환은 그녀의 시선에 몸 둘 바를 몰랐다.

“100억.”

윤이서는 미간을 펴고 말했다.

“하지환 씨, 고마워요. 하지만, 이 일은 내가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 당신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난 정말 도와줄 수 있어요.”

하지환은 눈 한 번 깜박이지않고 윤이서를 바라보았다.

“사실 나는 하씨의…….”

“나는 당신이 하씨네 회사의 관리층이고 매년 연봉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100억은 그래도 큰 액수예요.”

윤이서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하씨네 집안 사람이라면 아마 그만큼의 돈이 있겠죠.

하지만 그러면 우리는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

“왜요?”

하지환의 눈동자는 먹통을 뒤집어 놓은 듯 새까맸다.

“예전의 나는 하은철에게 시집가기 위한 존재였어요. 그때 가족들은 나를 특별하게 대했고, 내가 무엇을 원하든 그들은 나를 만족시켰죠.

하늘의 달을 원하더라도.

하지만 내가 포기하자 모두가 변했어요.

전에 나는 탐욕이라는 두 글자가 사람을 이렇게 추악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지만, 지금은 믿게 되었고요.

그래서 나는 차라리 평범한 사람과 함께 있을지언정 그 어떤 가문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하지환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만약 내가 하씨네 사람이라면, 윤이서 씨는 나와 이혼할 건가요?”

윤이서는 고운 눈으로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하지환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

그러나 윤이서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당신……. 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밥은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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