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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이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실례지만, 안에 사람 있어요?”

이서가 발아래를 바라보자, 문 아래 빈 공간으로 한 사람의 다리가 보였다.

“있어요.”

“윤이서 씨 맞죠? 남자 친구가 들어온 지 오래됐다고 걱정하길래 내가 대신 들어와 봤어요.”

“윤이서 씨, 괜찮아요? 혹시 도움이 필요한 거예요?”

이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이야기를 듣던 하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만 돌아가 봐.]

“그래.”

[내가 한 말, 꼭 기억해야 해.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알았지?]

“그래, 알겠어.”

순순히 대답하고 전화를 끊은 이서가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인자한 노인이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이서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서 역시 예의상 노인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이 인사가 그녀의 걷잡을 수 없는 수다 본능을 불러일으킨 듯했다.

그녀는 이서를 잡고 은철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여자 친구한테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남자 친구는 난생처음 봐요. 아마 아가씨는 상상도 못 할 거예요. 남자 친구가 화장실 입구에 서서 오고 가도 못하고 있더군요.”

“아이고,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재미있네요.”

이서가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노인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남자 친구가 평소에는 표현을 잘 안 해주나 봐요?”

이서가 고개를 들어 눈앞에 서 있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에이, 그런 눈으로 쳐다볼 거 없어요. 여태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딱 보면 딱 알죠.”

“묵묵히 챙겨주고 생색내지 않는 사람인 것 같더군요. 저런 남자를 만난 건 복이에요, 복.”

“그런가요?”

이서는 고개를 숙인 채 노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은철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나한테 묵묵히 헌신해 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은철을 비꼬는 이 생각은 마음속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어떤 이의 희미한 실루엣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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