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를 받은 이서가 이상언과 함께 비행기에 오르기로 결심했다.“하나야, 정말 나랑 같이 안 가는 거야?” 이서가 임하나의 손을 잡고 아쉬워했다. 하나가 상언을 한 번 바라보았지만, 고개를 돌린 상언은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서야, 기회가 있으면 널 보러 갈게. 외국에서 잘 치료하고 있어야 해, 알았지?” 하나의 말을 들은 이서는 그녀가 자신과 함께 외국에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서는 크나큰 실의에 빠진 듯했다.“응, 잘 치료할게. 너도 잘 지내야 해.” “응, 꼭 그럴게.”하나의 아련한 시선이 상언에게 향했다. 잠시 후, 그녀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 선생님, 저랑 따로 이야기 좀 하시죠.” 다른 방법이 없었던 상언은 고개를 돌려 하나를 마주해야 했다.눈빛의 모든 정서를 거둔 그가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요.”몸을 일으킨 두 사람이 복도를 따라 다른 방으로 향했다. 문이 닫히는 순간, 하나가 상언을 껴안았다. 상언은 정신이 멍해졌으나, 공허했던 심장은 서서히 채워지는 듯했다.“이 선생님.”“네.”“선생님도 꼭 잘 지내셔야 해요.”이는 수많은 감정을 대변하는 한마디였다. 상언의 떨리는 손이 하나의 부드러운 머릿결로 향했다. “그래요. 하나 씨, 내가 없어도 잘 지내세요. 그리고...” 상언이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하나를 바라보았다.“가끔은 날 생각해 줘요.”하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네, 그럴게요.” 하나의 대답을 들은 상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약속한 거예요.”“네.”하나가 상언의 손을 잡았고, 상언의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었다. 같은 시각, 비행기 옆.스웨터 한 벌을 품에 안은 심소희가 숨을 헐떡이며 온몸이 피투성이인 임현태의 앞에 서 있었다.그녀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많이 다친 거예요?소희가 다정하게 물었다. “아니야, 괜찮아.”현태의 시선이 소희의 품에 안긴 스웨터로 향했다.그가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물었다.“나한테 주
박예솔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 여자, 지금 어디 있어요?] “비행기 안에 있을 겁니다.”하은철이 냉소를 지으며 소파에 대자로 널브러졌다. 그의 심장부는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으며, 가볍게 숨을 내쉬는 것조차 통증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틀림없이 외국으로 갔을 거예요.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하은철 씨와 한배를 탄 이상, 난 반드시 약속을 지킬 테니까요.] [잊지 마세요, 내가 하지환 씨와의 결혼을 꿈꾸는 사람이라는 걸요.] 하지만 은철은 그녀의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되찾을 수 없는 듯했다.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겁니까?” [살아있는 한 기회는 있어요. 설마 이렇게 빨리 포기하려는 거예요?] 은철은 서서히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래요, 죽지만 않는다면 기회는 있겠죠.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아무것도 하실 필요 없어요. 윤이서 씨가 외국으로 간 이상, 제가 책임질 테니까요. 하은철 씨의 도움이 필요할 때 다시 연락드리죠.]“네.”짧게 대답한 하은철이 또 갑자기 물었다.“우리도 이제 아는 사이인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당신의 정체를 밝힐 때도 되지 않았나요?” 수화기 너머의 여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은철이 말을 이어 나갔다.“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을 믿습니까?” [박예솔이에요.]예솔이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을 들은 은철은 즉시 멍해졌다. “작은 아빠를 쫓아다닌다는 그 여자라는 겁니까?” 은철은 예솔의 존재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터였다. 지환의 동네에서 예솔은 너무도 유명했다. 심지어 거의 모든 이가 그녀가 지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지환과 몇 번의 만남을 가졌던 은철 역시 예솔의 존재를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이서와 마찬가지로 결과를 따지지 않는 직진형이었기 때문에, 은철은 그녀에 대한 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여자가 작은 아빠를 쫓고 있을 때, 이서가 날 버리고 떠나버리
이서를 환영하는 목소리와 함께 수많은 꽃잎이 흩날려 땅에 떨어졌다. 너무도 낭만적인 순간이었다. 꽃잎을 따라 거실로 들어간 이서는 커다란 케이크가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그 케이크에는 이서를 환영한다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이서 씨?” 매우 귀한 옷차림을 한 부인이 다가와 이서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상언을 여러 차례 입을 열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었다. “와, 정말 아름답네요. 역시 우리 아들의 안목은 훌륭하다니까요. 이서라고 불러도 되겠죠?” 이서는 그제야 눈앞의 부인이 상언의 어머니이고 또 오해한 것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기, 저는... 이 선생님의 여자 친구가 아니에요.” 이서의 말을 들은 배미희가 즉시 상언을 바라보았다. 상언은 어깨를 으쓱거렸다.“맞아요, 이서 씨는 제 여자 친구가 아니에요. 그저 여자인 친구를 데려오겠다고 했지, 여자 친구를 데려온다는 건 아니었는데... 오해하셨어요?” 배미희가 한심하다는 듯 상언을 바라보았다.“너, 나이가 곧 서른인데도 한 번도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온 적이 없잖니. 이런 상황에서 여자를 데려오겠다고 하면 충분히 오해할 만하지 않니?” 곧 배미희가 미소를 지은 채 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서 씨, 남자 친구는 있어요? 우리 상언이랑은 어떻게 만난 거예요? 이서 씨의 생각에 우리 상언이는...”그녀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상언에 의해 베란다로 끌려갔다. “엄마, 그만하세요. 제 여자 친구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에요.” “왜? 이 세상의 모든 남녀 관계는 친구로 시작하는 거 아니니?” “이서 씨는 지환이의 아내예요.” 놀란 배미희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의 침묵이 흘렀다. “말도 안 돼, 이서 씨가 정말 지환이의 아내라면, 지환이의 집에 있어야지, 너랑 우리 집에 있는 게 말이 되니? 네가 엄마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니고?” “엄마, 일이 좀 복잡하게 됐어요. 아무튼 이서 씨 앞에서 절대 지환이를 언급하면 안 돼요, 아시겠죠?”상언의 얼굴에
상언이 말을 덧붙였다.“그런데 그 사람이 저를 남자 친구로 인정하지는 않았어요.” “?”배미희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더는 묻지 마세요.”상언이 몸을 일으켰다.“복잡한 일이 좀 있었어요. 어찌 됐든 계속 노력해 보려고요.” “그 말은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겠구나.” 배미희가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았다.“그나저나 지환이랑 저 아가씨는 어떻게 된 거야? 지환이는 왜 저 아가씨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는 거야?” 가십거리를 즐기는 자기 어머니의 모습을 본 상언이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서 씨와 지환이의 일을 말하지 않는다면, 엄마가 호기심만으로 이상한 소동을 일으킬 수도 있겠어.’상언은 이서와 지환의 일을 간단히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을 들은 배미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이서 씨 앞에서는 지환이 이야기를 꺼내면 안 된다는 거니?” “네.”“어휴, 정말 안됐구나. 그나저나 어릴 때부터 일에만 집중하던 지환이가 사랑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될 줄이야.” 상언이 대답했다. “그러게요, 지호 형도 꺾지 못한 지환이를 한 여자가 쥐락펴락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배미희가 말했다.“이서 씨도 참 안쓰러워. 하씨 가문도 정말 이해가 되질 않는구나. 왜 굳이 이서 씨를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하는 건지…” 배미희는 같은 여자로서 더욱 큰 동정과 연민을 느끼는 듯했다. 그녀는 이서가 자신의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하기 위하여, 이튿날에 놀러 나가자고 제안했다. 상언은 아무런 반대의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누군가가 이서 씨와 함께 놀러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바다로 갈까요?”배미희가 물었다.“나도 바다는 오랜만이거든요.” “좋아요.”이서가 얌전히 대답했다.‘어쩜 저렇게 착할 수가!’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 배미희가 상언을 노려보았다. 상언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이서와 배미희는 차를 타고 해변으로
이서가 고개를 돌리자 곱고 긴 치마를 입은 한 여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그녀의 옷은 명품이라 할 수는 없었으나 맞춤형인 것은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토록 몸에 꼭 맞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서를 알아보았지만 이서는 그녀를 알아볼 수 없었다. ‘아까 사모님께서 여기에는 사모님의 옛 지인이 아주 많다고 하셨잖아. 이분도 사모님의 지인분이시지 않을까?’ 이서가 우호적인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심가은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듯 이서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하이먼 스웨이의 일로 이미 사이가 틀어진 상황이었을 뿐만 아니라, 가은은 지엽이 좋아하는 사람이 이서라는 사실도 마음에 걸리던 참이었다.그래서 이서가 여기에 있는 것을 본 가은은 매우 놀랐으며, 첫 반응으로 트집을 잡으려던 것이었다. ‘왜 나한테 밝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거지?’ ‘미쳐버린 걸까?’‘아니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야?’가은이 이서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여긴 웬일이야?” “배미희 사모님의 초대를 받았어요.”이서가 대답했다. “배미희 사모님?”가은은 이서가 말하는 배미희가 누구인지 몰랐기에,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그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그녀가 냉소를 지었다.“허, 우연의 일치라고? 우리 엄마의 심부름으로 온 건 아니고?” 이서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가은을 바라보았다. ‘나를 대하는 태도가 우호적이지 않아.’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무슨 말인지 몰라? 멍청한 척이라도 하는 거야?”심가은이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를 도와 나를 찾아서 그 덕을 보려는 거잖아.” “외국까지 쫓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뭐야.” 이서의 안색이 변했다.“저기요, 아가씨, 도통 무슨 말씀인지…” 가은이 하찮다는 듯 말했다.“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아가씨.”그때 한 직원이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 “유람선이 준비되었습니다. 지금 바로 바다로 나가실 수 있습니다.”
가은은 처음 그 유람선을 보자마자 바로 매료되었으나, 애석하게도 그 유람선에 올라 진면목을 볼 기회는 얻을 수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몇 번이고 하이먼 스웨이에게 애원했었다.하이먼 스웨이는 기회가 된다면 가은과 함께 그 유람선에 오르겠다고 약속했으나, 그녀의 애원을 잦아들게 할 수는 없었다. 결국, 가은의 억지에 화가 난 하이먼 스웨이는 그녀를 크게 꾸짖었었다. 물질적인 것은 중요치 않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하이먼 스웨이는 매우 완곡하게 말했으나, 가은은 바보가 아니었기에 허영을 꿈꾸지 말라는 하이먼 스웨이의 분명한 뜻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은은 하이먼 스웨이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으나, 자신의 모든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하이먼 스웨이를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왜 저는 올라가면 안 된다는 거죠?” 짜증이 난 이서가 눈살을 찌푸렸다.“정말 이상한 분이시네요. 비켜주시겠어요?” “허, 내 앞에서 허풍이라도 떨어보려는 거야? 거기 올라갔다가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는 전혀 두렵지 않은가 봐?” ‘이씨 가문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야.’ 이서가 가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무슨 말씀인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네요.”말을 마친 이서가 유람선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가은은 팔짱을 낀 채 이서가 당할 망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유람선의 직원들은 이서를 쫓아내기는커녕 예의 바르게 손을 내밀어 그녀가 유람선에 오르는 것을 도왔다.가은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가은은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 또한 빠르게 달려가 유람선에 오르려 했지만 직원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아가씨, 아가씨는 이 유람선에 오르실 수 없습니다.” 가은이 이서를 가리켰다. “그럼 저 여자는 왜 된다는 거예요?” “이서 아가씨는 저희 가문의 사모님의 지인이십니다.” “뭐, 뭐라고요?”가은이 웅얼거렸다. “이서 아가씨는 저희 가문의 사모님의 지인이십니다.”다시 한번 반복한 직원이 예의 바르게 말했
“사모님, 저는 단지 선의로 저 여자한테 속지 말라고 당부드렸을 뿐인데, 교양 없는 막돼먹은 사람이라니... 말씀이 정말 지나치시네요.” 심가은은 큰 상처를 받은 듯했다. 하지만 배미희에게 이런 수법은 통하지 않았다. “내 앞에서 불쌍한 척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감히 내가 특별히 초대한 이서 씨를 함부로 대하다니, 다시는 이 해역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만들어줄게요.”가은의 안색이 굳어져 갔다. “사모님, 안 돼요. 저희 엄마도 이곳의 지분을 가지고 계신다고요.” “허.”배미희가 말했다.“하이먼 스웨이 여사님이 가진 주식은 우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일 뿐이에요. 그리고, 그쪽이 한 일을 알게 된다면, 하이먼 스웨이 여사님은 내 조치에 백 번이고 찬성하실 분이시고요.” 배미희는 더 이상 가은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주변의 직원에게 말했다.“당장 여기서 내보내요. 더러운 물건은 보고 싶지 않네요.” “예.”직원은 즉시 동료를 불러 가은을 데리고 떠났다. 배미희는 가은이 떠난 것을 확인하고서야 유람선에 올랐다.이서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확인한 그녀가 얼른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내 지인의 딸이거든요.” “잃어버린 저 아이를 되찾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저 아이를 아주 보물처럼 여기고 특별히 총애한다더군요.” “그래서 저 아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고만장한 것 같아요.” “어머!”배미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서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놀란 배미희가 허둥지둥 이서를 붙잡았다. 큰 소리를 들은 유람선의 직원이 달려와 이서를 침대로 옮겼다. 다행히도 유람선에는 의사가 타고 있었다.하지만 그 의사는 간단한 검사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이서에게서 어떠한 이상도 찾아낼 수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던 배미희가 상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서가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은 상언이 긴장하며 물었다.[바다로 나간 거 아니었어요? 왜 갑자기 기절했
[이미 엉망진창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왜 손을 놓지 않느냐고요?] [왜 그런 것 같으세요?] 배미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설마, 이서 씨 때문에?” [맞아요, 이서 씨가 혼자 여기 있는데 어떻게 지환이가 안심할 수 있겠어요.] 배미희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지환이의 인생에 꽃이 피었구나.”“아들아, 언제쯤이면 엄마도 네 인생에 꽃이 피는 걸 볼 수 있겠니?” 결혼을 재촉하는 배미희의 말을 들은 상언은 대충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곧 다시 전화가 걸려 왔으나, 그 전화는 배미희가 아닌 지환에게서 걸려 온 것이었다. “너구나.”상언이 전화를 받았다.“이서 씨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전화한 거지? 이서 씨는 잘 지내. 오늘은 우리 엄마랑 바다도 갔어.” 지환이 대답했다.[고마워.]“고맙긴 뭘. 누군가가 그러더라? 우리가 형제 같다고.” 상언이 물었다.“정확히 언제 올 생각이야?”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좀 있어서 이틀 정도 늦어질 것 같아.]지환이 말했다. “아, 맞다. 너한테 알려준다는 걸 깜빡했는데, 지엽 도련님이 이서 씨가 외국에 가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너한테는 몸조심하는 게 좋을 거라고 전하라고 하셨어.” 지환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내일 바로 갈게.] “이틀 더 걸린다면서?”[중요한 일은 아니거든.]말을 마친 지환이 곧장 전화를 끊었다. 상언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지엽 도련님이 이서 씨를 빼앗아 갈까 봐 두려운 게 분명해.’ 같은 시각.해변에서 쫓겨난 가은은 겨우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윤이서라는 여자를 좀 알아봐 주세요.”가은이 수화기 너머의 사람에게 이서의 상세한 상황을 알렸다.“그 여자가 왜 갑자기 외국으로 나온 건지 알고 싶어요.” ‘분명 며칠 전에 하은철이랑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왜 갑자기 여기에 나타난 거지? 아무리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