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여기서 이 노인네를 겁줄 필요까지는 없어요.”전무쌍은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다시 이청월에게 말했다.“저 사람이 만약 싸움 고수였다면 그때 진씨 가문의 별장에서 저는 진작에 죽었을 겁니다.”그가 보기에는 이청월이 지금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날 죽이지 않고 살려뒀더니 그런 착각을 들게 했나 보네?”“진작에 알았으면 그냥 죽여버렸어야 했는데.”임지환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날 죽인다고? 내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여기에 가만히 서 있어도 너는 내 머리카락 한 올도 다치게 하지 못할 거야!”전무쌍은 코웃음을 쳤는데 임지환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임지환, 그냥 지금 당장 죽여버려!”“이 늙은 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네.”이청월은 거들먹거리는 전무쌍의 모습을 더는 보기 싫어졌다.“감히!”전무쌍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지더니 앞으로 한 발짝 천천히 내디뎠다.“쾅!”순간 단단한 암석 바닥이 종이 조각처럼 갈라졌다.그러면서 균열이 생기더니 그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더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실력은 그저 그렇네.”“빨리 먼저 시작해봐... 내가 먼저 공격했다가 방어 할 기회조차 없어 보이니까!”임지환은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재촉했다.전무쌍은 그의 태도에 그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큰 소리로 외쳤다.“무식하기는, 죽기 전까지 입만 살았네. 내가 네 목을 조여도 여전히 이 태도이길 바랄게.”“나이를 거꾸로 먹었나? 왜 말귀를 못 알아듣지?”임지환은 실망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또 저었다.“흥! 나 전무쌍이 여태껏 살아오면서 당신처럼 미친 사람은 처음 봐.”“오늘 내가 아주 가루도 안 남도록 혼쭐을 내주겠어!”전무쌍은 두 발을 힘껏 뻗으며 마치 총알처럼 임지환을 향해 달려갔다.“임지환, 조심해!”이청월은 순간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임지환의 팔을 잡았다.방금 아주 당당하게 전무쌍에게 말했지만 막상 생사를 건 싸움이 시작되자 자기도 모르게 긴장되었다.“괜찮아.”임지환은 담담하게 웃으
전무쌍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임지환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지면서 그의 손은 허리춤 쪽으로 갔다.그리고 은침을 손에 쥔 순간 정신을 다시 가다듬었다.“슉...”빛보다 빠른 속도로 전무쌍을 향해 동시에 두개의 은침을 쏘았다.하지만 전무쌍은 실눈을 뜨더니 바람을 가르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은침을 손으로 덥석 잡았다.“푸슉!”원래는 쥐면 바로 부서져야 할 은침들이 마치 돌도 뚫을 기세로 전무쌍의 두 손을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그중 하나의 은침이 그의 오른쪽 눈을 찔렀다.“악!”침이 눈에 꽂힌 순간 피가 마구 솟구쳐 나왔다.“당신.... 정말로 무술 강자였군!”전무쌍은 피가 나는 쪽 눈을 가리고 다른 한쪽 눈을 겨우 뜨면서 그에게 말했다.“그럼 이제 무술 대가를 건드린 결말이 어떨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임지환이 차갑게 물었다.전무쌍은 순간 온몸이 오싹해지더니 곧바로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눈이 멀었나 봅니다. 사부님께서는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가서 당신 주인님께 뒤에서 잔꾀 좀 그만 부리라고 전해.”“다음에 또 이런 식이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꺼져!”임지환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안에 담긴 살기는 주변 공기마저 차갑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전무쌍은 겨우 눈을 감싸고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왔다.“임지환, 왜 바로 죽이지 않았어?”이청월은 전무쌍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에게 물었다.“때로는 살인이 결코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 있거든.”“알 수 없는 추측이야말로 두려움의 근원이야.”임지환이 웃으며 답했다.“나중에라도 복수하면 어떡해? 걱정도 안 돼?“이청월은 걱정스레 물었다.“이제 막 시작된 게임인데 아직 하이라이트까지 많이 남았어.”“그래서 나는 그 여자가 나한테 약간의 서프라이즈를 선사했으면 좋겠어.”말하면서 그는 먼 곳을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또한 나한테 어떤 패를 보여
배씨 가문의 기둥인 그는 당연히 이씨 집안의 거액 투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배지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이번에 이씨 가문이 나섰던 건 모두 임지환 덕입니다.”“임지환? 너랑 이혼하지 않았어? 혹시 다시 만나게 된 거야?”배국권은 순간 어리둥절해서 물었다.그의 기억 속의 손녀사위는 별로 특출난 것도 없고 그저 비천하기 짝이 없었다.매년 가족 모임이 있어도 그는 투명 인간마냥 존재감이 없었다.심지어 두 사람이 이혼하기 전에 배국권은 배지수에게 다른 남편을 찾아보라고 했던 적도 있었다.“음...”배지수는 할아버지께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몰랐다.“아가야, 할아버지한테 못 한 말이라도 있어?”배국권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할아버지, 지수는 말하기 싫은 게 아니라 말할 면목이 없는 겁니다.”배영지가 갑자기 중간에 끼어들었다.“임지환이 지금 이씨 가문의 딸과 관계를 맺고 있거든요. 이번의 일도 그거랑 관계있어요.”말을 마친 뒤 배지수를 매섭게 노려보며 그녀를 도발했다.“그 아이한테 그런 매력이 있는 줄은 몰랐네.”배국권은 말하다가 실소를 터뜨렸다.“드디어 그가 우리 배씨 집안을 위해서 뭐라도 했네.”배국권이 말을 듣고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임지환을 칭찬하기 시작하자 배영지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할아버지, 절대 겉모습에 속으면 안 돼요.”“지금 경성그룹이 이씨 가문에 넘어가는 바람에 우리 배씨 가문이 설 자리가 없게 되었어요!”배영지는 일부러 일을 심각하게 얘기했다.“멍청하기는, 그 주식들은 너희들이 사리사욕 때문에 팔았던 거지 그 사람들은 한 번도 강요한 적이 없었어!”“게다가 지금 임지환 한 사람이 이씨 가문을 쥐락펴락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배국권은 담담한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의 뜻은...”배지수는 드디어 할아버지의 말뜻을 이해할 것 같았다.“바보야, 매사에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돼.”“임지환 이 아이가 비록 너를 좋은 뜻으로 돕는다고 해도 그
이튿날 아침.다급한 초인종 소리가 임지환의 수련을 멈추게 했다.문을 열어보니 이청월이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그의 방안으로 걸어들어왔다.오늘 이청월은 슬림한 실루엣의 정장 재킷에 깔끔한 셔츠를 매치해 각선미를 살려 직장인의 모습을 뽐냈다.“너를 위해 산 옷들인데 어울리는지 한번 입어봐.”이청월은 말을 마친 뒤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그에게 건넸다.임지환이 열어보니 안에는 태그를 뜯지도 않은 새 양복이 들어있었다.“지금 있는 옷들도 멀쩡한데 왜 갑자기 옷을 사줘?”임지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설마 어제 했던 약속을 잊은 거야?”이청월은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물론 기억하지만 이렇게까지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잖아?”임지환이 쓴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그는 양복보다 캐주얼한 옷을 입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싫으면 버리든지.”이청월은 신경질적으로 답했다.“아무리 돈이 많아도 버리는 건 낭비지.”임지환은 그녀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그리고 옷방으로 들어가 새 양복으로 갈아입은 뒤 다시 이청월의 눈앞에 나타나자 그녀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역시 사람은 옷이 날개라더니, 양복 입은 모습도 멋있네!”이청월은 임지환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외모가 너무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뚜렷한 이목구비와 꼿꼿한 몸매가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렸다.거기에 양복을 갖춰 입으니 온 몸에서 용맹한 기운이 마구 감돌았다.“충분히 감상한 것 같은데 더 있다가는 지각하겠어.”임지환이 가볍게 한마디 했다.“쳇, 보고 싶어서 본 게 아니라 그저 내 안목에 감탄하고 있었을 뿐이야.”이청월은 코웃음을 치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두 사람은 차를 몰고 경성그룹에 도착했다.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임지환은 회사의 경호원들이 전부 새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저마다 모두 체격이 건장하고 프로패셔널해보였다. “이 사람들은 모두 내가 YS 그룹에서 뽑아온 엘리트들이야. 모두 갓 제대한 군인들이고 예전에 그 못생기고 형편없는 실력을 갖췄던
그녀의 유혹에 임지환은 순간 열이 올라 더워지기 시작했다.“대표님, 주주들이 다 모여서 지금 바로 미팅 시작하면 되겠습니다.”이때 배지수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리고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순간 온몸이 굳어졌다.“제가 방해한 건 아니죠?”배지수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는데 두 사람이 사무실에서 이토록 야릇한 분위기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해야, 사실...”임지환은 다급히 이청월을 밀어내며 변명하려고 했다.“해명할 필요 없어. 어차피 우리는 더 이상 부부 사이가 아니잖아.”배지수는 차갑게 말했다.“배 팀장님, 깜빡하고 소개가 늦었네요. 임지환은 이제부터 제 밀착 경호원이자 개인 비서입니다.”“해서 앞으로 회사에 대한 모든 일은 모두 이 사람의 말에 따라야 합니다.”이청월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차근차근 설명했다.“혹시 그 모두에... 저도 포함인가요?”배지수가 낮은 목소리고 물었다.“당연하죠.”이청월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되물었다.“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엄밀히 말하면 저희 회사 사람도 아닌데 납득하기 어렵네요!”배지수는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날 임지환이 그녀의 머리 꼭대기에까지 기어올라 그의 말을 따라야 하는 신세까지 오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너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설마 제가 지수 씨께 허락까지 받아야 합니까?”“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이 회사는 이씨 가문의 것입니다.”“그리고 당신은... 제 부하직원으로서 제 명령에 따라야 하고요!”이청월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사라진 채 차가운 표정으로 배지수에게 말했다.이씨 가문의 곱게 자란 딸로서 기세가 등등한 모습은 여전했다.“알겠습니다.”배지수는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별일 없으면 먼저 나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왔다.“방금 일부러 그런 거지?”임지환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네가 아까 비밀로 하자며? 왜 이제 와서
이 청년을 본 순간 오만방자하던 배인국이 순간 말 잘 듣는 초등학생처럼 얌전해졌다.“저는 한재석이라고 하는데 이분이 혹시 임지환 씨인가요?”한재석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했다.“유미한테서 자주 당신 얘기를 들었는데 오늘 보니 역시 기품이 넘치네요.”“혹시 노유미 씨와는 무슨 사이인가요?”임지환이 물었다.“유미는 제 이복동생입니다.”“그런데 그것보다... 외부에서는 아마 제가 엔젤 투자그룹의 대표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겁니다.”한재석은 여유롭게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말했다.하지만 임지환은 그의 눈빛에서 무언의 살기를 느꼈다.“엔젤 투자그룹에서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네요.”임지환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왜요? 무서워요?”“눈치챘으면 당장 이씨 가문더러 물러나라고 해. 한 도련님이랑 싸웠다가는 나중에 뼈도 추스르기 힘들 테니까!”배인국은 한재석을 믿고 득의양양해서 말했다.“물러나지 않으면 어쩔 건데요?”이때 이청월이 천천히 다가왔는데 뒤에는 배지수와 경성그룹의 수많은 주주도 같이 있었다.“청월 씨,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비즈니스에서 서로 경쟁하는 건 대체적으로 정상입니다.”“이씨 가문이 만약 저희랑 경쟁할 만큼 뛰어난 실력이라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있습니다.”한재석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예의까지 차렸다.“그 점은 당신이 말할 필요 없이 이씨 가문에서 먼저 나설 겁니다.”이청월은 정색하며 눈앞의 남자에 대한 불쾌함을 대놓고 표현했다.“오늘 온 목적이 따로 있는데요. 바로 청월 씨를 저희 이브닝 파티에 직접 초대하려고 이렇게 왔습니다.”말을 마친 뒤 한재석은 손가락을 한번 튕겼다.그러자 옆에 있던 배인국이 눈치채고 두 장의 초대장을 이청월에게 건넸다.“이브닝 파티요?”이청월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이번 파티는 전체적으로 청월 씨와 같은 유명 인사들을 초대하기 위해 저희 엔젤 투자그룹에서 직접 개최했습니다.”배인국이 이청월에게 설명했다.이청월은 초대장을 받아들고 어리둥절해
“만약 어르신께서 눈치채시면 우리가 모두 너랑 같이 벌을 받게 될 거야.”배지수는 냉큼 그의 앞에 다가가 임지환에게 경고했다.하지만 임지환은 그저 담담하게 웃을 뿐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이렇게 요청장까지 줬는데 내 체면을 봐서라도 나랑 같이 가자.”이청월은 임지환에게 같이 가자고 애원했다.“좋아. 가서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왜 대표님마저 맞장구를 쳐주세요?”배지수는 놀랐는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청월도 임지환이랑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똑같이 멍청해진 건가 싶었다.“왜 임지환이 그 임 사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이청월이 되물었다.“저 사람이라고요?”배지수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만약 임지환이 임 사부면 하늘 아래 임씨 성을 가진 사람이 다 임 사부일겁니다!”말투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그녀는 전혀 믿지 않았다.부부로 3년을 살았는데 그가 무술 대가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못 챌수 없다고 생각했다.“됐어요. 더 이상 설명하기도 귀찮네요.”“회사의 일은 지수 씨에게 맡길 테니 우리는 이만 갈게요.”이청월은 말을 마치고 임지환을 데리고 회사를 떠났다.“배 팀장님, 이대로 가다간 임 씨라는 저 사람이 조만간 크게 일을 칠 것 같은데요.”“그러게요... 이 대표님도 저 사람을 너무 믿는 것 같네요. 어떻게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둘 수 있죠?”주주들은 이청월이 임지환을 감싸도는 모습을 보고는 저마다 불만을 토로했다.“됐어요. 이제 그만 가서 일들 보세요.”“만약 진짜 도가 지나치면 저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배지수는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어쩐지 마음 한쪽이 시큰했다....오후 늦게 이청월은 차로 임지환을 데리고 힐튼호텔로 왔다.초대장을 보여준 뒤 두 사람은 곧바로 제일 위층인 연회장으로 향했다.비록 아직 오후지만 연회장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붐비었다.강한 시 각 계층의 유명 인사들이 한자리
“과찬입니다!”“임 사부님 앞에서는 감히 명함도 못 내밀죠.”오세훈은 손사래를 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아무리 소항 시의 최고 그룹인 장진 그룹에서도 임지환을 상빈으로 모시는데 오세훈이 아무리 오만하다고 해도 감히 면전에서 건방지게 행동할 수 없었다.몇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한재석은 오늘의 주최자이자 주인공으로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입장했다.“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파티가 시작되면 제가 다시 와서 술 한잔 올리겠습니다.”한재석의 등장에 오세훈은 냉큼 그를 맞이하러 떠났다.“임 사부님,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청월이랑 같이 친구들 좀 만나고 오겠습니다.”이성봉도 이청월을 데리고 인사하러 떠났다.그들이 모두 떠나가자 그제야 임지환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임지환에게는 이런 비즈니스 자리가 대가와 한바탕 결투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그는 테이블 쪽으로 걸어가 호텔에서 제공하는 뷔페 음식을 여유롭게 맛보기 시작했다.“임씨, 당신이 어떻게 이 자리에 있어?”이때, 뒤에서 누군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지환은 먹다가 고개를 돌렸다.마침!오세훈의 아들 오강도 이 자리에 있었다.“어머, 반갑네!”“근데 얼굴은 괜찮아?”임지환은 웃으면서 닭 다리 하나를 베어 물었다.“임씨, 오늘 장진 그룹의 사람들은 오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누가 당신을 구해줄지 두고 보겠어.”오강은 차가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보며 말했는데 술잔을 들고 있는 손에는 핏줄이 선명하게 튀어 올라와 있었다.그렇게 그리던 원수를 만나게 되니 눈까지 빨개졌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긴장해졌다.“왜? 날 때리려고?”임지환은 담담하게 물었다.“여기서 널 때려도 이제 도와줄 사람이 없어.”오강은 퉁명스럽게 답했다.“그래?”이때 임지환은 오강의 옷에 손을 닦으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너무 무서운데.”오강의 값비싼 양복에 기름때가 묻게 되었다.“빌어먹을!”오강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더니 그대로 손을 뻗어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