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이 자룡각을 나서자 입구에 있던 채영원이 꼿꼿이 서서 경례를 했다. 진루안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본 그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진루안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말없이 바로 자룡각을 떠났다.채영원의 표정은 약간 복잡했다. 그는 진루안과 조의가 자룡각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몰랐다. 진루안이 오늘 살벌하게 왔는데 떠날 때는 분명히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이는 조의가 타협하거나 양보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 또 아마도 진루안에게 설명해서 진루안의 마음속의 원망을 조금 덜어주었을 거야.’‘진루안은 쉽지 않았다. 궐주로서 국왕이 가져다준 압력에 저항해야 했고, 조정 상하의 그 대신들이 손잡고 가져다준 살기에 저항해야 했어. 더욱이 하층 민중들을 위해 하늘을 떠받쳐야 하니 어떻게 편안하게 살 수 있겠어?’‘국왕으로서 조의도 마찬가지로 편안하다고 말하기 어려워. 용국의 강약과 안위는 모두 조의 한 사람의 손에 달려 있어.’‘일단 큰 잘못이나 큰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큰 책임자는 바로 조의야. 설사 이런 잘못을 다른 사람이 가져다주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의 문제야.’‘왕관을 쓰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해. 그가 국왕이 되었으니 이런 여론의 압력을 받아야 해.’‘진루안이 여론의 압력으로 명성을 망쳤는데, 조의가 일단 이런 여론의 압력에 빠지면 이렇게 되지 않겠어?’‘이 세상에는 영원한 영웅도, 영원한 권위도 없어.’‘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고, 변화의 움직임이 크거나 작은 것에 지나지 않아.’“채영원, 들어와!”이때 조의가 약간 다급하게 고함을 지르자, 채영원은 급히 마음을 추스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소리를 따라 복싱실에 도착해서 들어간 채영원은, 얼굴에 부상과 선혈이 가득한 조의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벌컥 화를 내며 소리쳤다.“국왕 전하, 진루안이 감히 이렇게...”“쉿, 말하지 마!”채영원의 반응을 본 조의가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가득한 채 재빨리 말하지 말라고 손짓을 했다. 부하에게
조의의 생각을 들은 후, 채영원의 표정은 어쩔 수 없이 씁쓸했다. 이미 조의의 방법과 생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당신은 정말 놀 줄 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결국 진루안이 한바탕 때리는 걸 통해서 화를 풀기를 바라는 망상을 하는 거야? 손하림을 건드리지 않고 용국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조의의 생각은 아주 좋지만 진루안이 어떤 사람이야? 궐주잖아.’‘비록 명목상으로는 국왕의 신하로, 임페리얼도 국왕의 이름 아래에 귀속돼.’‘그러나 조정의 거물이라면 누구나 다 알다시피 임페리얼은 결국 궐주 한 사람에게만 속해.’‘궐주의 존재 의의는 국왕으로 하여금 궐주를 진정한 수하로 만들 수 없게 하는 운명이야.’‘그렇다면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조의가 감히 했다면 담이 크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진루안이 한 것도 좀 지나쳤습니다!”채영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말해도 조의는 국왕이야. 이런 상황에서 진루안은 뜻밖에도 조의와의 권투 시합을 전혀 거절하지 않았고, 기세를 몰아 조의를 한바탕 때렸어.’‘이렇게 진루안은 처신을 할 줄 몰라서, 오히려 조의의 마음속에 거리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이렇게 아름답지 않게 말이야.’조의는 채영원의 잔뜩 찌푸린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너와 진루안은 모두 젊은 세대인데 진루안은 너보다 한 단계 더 높아. 너는 왜 그런지 아니?”“그건... 국왕의 가르침을 바랍니다!” 채영원은 의아해했다. ‘설마 내가 방금 한 말에 무슨 잘못이 있는 건가? 진루안이 국왕을 때린 것이 설마 잘못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일인 거야?’그는 이해하지 못하고 생각도 통하지 않아서, 겸허하게 조의에게 가르침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좋은 학습 기회를 감히 놓칠 수 없었다.얼음주머니를 꺼내 얼굴을 바른 조의는 채영원에게 따라오라고 표시하고 복싱실 바깥으로 걸어갔다.채영원은 조의의 곁을 급히 따라갔고, 두 사람은 국왕의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로 돌아온 조의는 소파
“예, 국왕 전하!” 채영원은 감히 홀대하지 못하고 일어나 나갔다.조의는 채영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채영원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아주 높았다. 이 세상에 진루안이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 이미 불길한 징조였다.‘용국 전체에서 진루안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젊은이도 북정왕, 이광정뿐이야.’‘그러나 이광정도 진루안의 나이보다 무려 5살 정도나 많아서, 진루안이 가장 젊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다만 애석하게도 진루안은 가장 어려운 길을 택했기에, 모든 권세가들에게 미움을 사더라도 밑바닥에 비호우산을 만들어야 했어.’‘큰 뜻을 품었고 계략이 깊은 데다가 젊고 유망해. 실력이 뛰어난 스승도 있고 재력이 풍부한 사형도 있어. 또 임페리얼도 있어.’쉿!조의가 유쾌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이 생각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어느새 진루안이 이미 이 단계에 이른 건가?’아주 오랫동안 침묵했다.조의는 책상 위의 파란색 전화를 잡은 조의의 안색은 엄숙했다.“한성호, 출근해!”...진루안은 자신이 자룡각을 떠난 후의 일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자룡각 밖의 광장을 걷고 있었다. 맞은편의 빌딩에서는 여전히 한 예능 프로그램의 광고를 하고 있었다.그리고 광고 속의 주인공은 진루안은 두 번 만난 적이 있었다. 바로 M국에 거주하는 용국 교포 장천산 할아버지의 손녀인 용국의 여가수 장예란이다.시선이 점점 내려앉으면서, 진루안은 맞은편 건물 아래 그 흰 옷을 입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안색이 굳어졌다.공교롭게도 맞은편의 흰 옷을 입은 여자도 진루안을 보았다.두 눈이 마주치자 분위기가 약간 침울했다.그리고 흰 옷을 입은 여자가 바로 길을 건너서 진루안을 향해 걸어왔다.진루안은 한 걸음씩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여자를 복잡한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연인이 될 뻔했던 사이에서 지금은 생사를 건 원수가 되었어.’그 여자는 바로 차은서로 자신이 그
“왜, 이제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거야?” 미소를 짓는 차은서의 얼굴에 조롱하는 기색이 떠올랐다.차은서의 조롱을 듣고서야, 진루안은 한숨을 쉬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맞은편의 차은서를 바라보았다.차은서는 흰색 블라우스에 심플한 회색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예전의 긴 머리를 지금은 단발머리로 잘랐고, 예전과 다름없이 옅은 화장을 했다. 다만 약간 야위었다.진루안이 고개를 들자 차은서의 얼굴에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고, 진루안을 향해 말했다.“네가 경도에 있을 줄은 몰랐어. 손씨 집안 일 때문이야?”“어떻게 알았어?” 진루안은 얼굴에 약간 의아해했다. 차은서의 소식통에 놀랐다. 뜻밖에도 손씨 가문의 일을 알고 있었다.차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나는 시시각각 너를 주시하고 있어. 덩연히 손씨 가문과 손하림의 일에 대해 훤히 알고 있지. 네가 손하림을 놓아주었기에 오히려 나는 아주 의외였어. 그건 너의 성격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이렇게 말한 차은서의 얼굴에는 조롱하는 기색이 충분했다. 진루안을 향해 계속 냉소하며 말했다.“우리 아버지를 죽일 때는 단호했어. 우리 아버지의 지위가 손하림보다 못하기 때문에 감히 손하림을 쏴 죽이지 못한 거야?”“아무래도 결국 내가 너를 잘못 본 것 같네. 진루안, 너도 위선적인 거짓군자에 지나지 않았어. 단지 사람에 따라 알맞은 방법을 취하니 약자를 업신여기고 강자를 두려워하는 사람에 불과한 거야.”“내가 좋아하던 남자가 결국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어. 역시 실망스러웠어, 그래도 다행이야.” 차은서는 진루안의 표정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면서 계속 웃었다.“내가 너를 선택하지 않아서 다행이야.”“만약 네가 단지 이런 말을 하고 싶다면, 전혀 그럴 필요 없어.”진루안은 비할 데 없이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비록 차은서의 이 말들이 고의로 조롱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만약 외부인이 안의 상황을 잘 모른다면, 내가 확실히 약자를 업신여기고 강한 자를 두려워한다고
그러나 하필 그런 건 진루안 그가 쉽사리 줄 수 없었고, 게다가 엄하게 단속해야 했다.‘그래서 두 사람은 낯선 사람이 될 운명이었어. 심지어 서로 날카롭게 대치하는 두 진영 안에 있게 되었지.’‘차은서는 줄곧 내게 복수할 기회를 찾았어.’ 진루안은 이 일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수하들도 여러차례 차씨 가문에서 파견한 스파이가 각지에서 자신의 신변을 에워싸고 있다고 보고했다.‘그러나 차은서는 현재 비교적 온당하게 행동하고 있어. 비록 내 정황을 염탐하긴 했지만 내 생활에는 어려움을 주지 않았어. 내 주변 사람들의 생활에도 어려움을 주지 않았지.’이렇게 차은서가 화풀이를 하는 셈 치고 진루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만약 언젠가 차은서가 너무 과하게 행동한다면, 진루안은 과거의 친분 때문에 손을 쓰는 걸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결국 원수라는 단어야말로 두 사람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그래, 말이 통하지 않는데 쓸데없이 말을 할 필요 없지. 임페리얼왕님, 잘 지내세요!”임페리얼왕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차은서의 눈에는 경멸하고 조롱하는 기색이 더욱 역력했다. 다른 사람의 시체를 밟고 위에 오른 걸 진루안에게 물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그러나 진루안의 성격은, 명확한 정의감을 가지고 있고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기에, 이 말도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또 차씨 가문의 몰락과 쇠퇴가 아버지 차홍양이 원인이라는 걸 어떻게 똑똑히 알지 못할까? 그러나 진루안이 폭로하지 않았다면, 차씨 가문은 여전히 굳건하게 우뚝 솟아 있을 것이다.‘그런데 왜 차씨 가문의 몰락을 진루안의 오지랖이 넓은 탓으로 돌리지 않는 거야?’‘바로 진루안이 쓸데없는 일에 참견했기에 지금처럼 차씨 가문의 몰락을 초래하게 된 거야.’그녀의 마음속에는 이에 대한 원한만 있고, 더 이상 공정하고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았다.원한이 이미 마음을 가린 것이다. 예전의 차은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시비를 가리지 못하는 차씨 가문의 여자만
진루안이 차에 올라 손씨 가문으로 곧장 달려갔을 때 이 백화점 거리의 어두운 곳에 있던 두 비밀초소에서 즉시 무선으로 보고했다.“팀장님, 진루안이 이미 고리백화점 거리를 떠났는데, 손씨 가문에 가려는 것 같습니다!”검은색 외투를 입은 한 남자가 옷깃을 세워 헤드셋과 무선통신설비를 가렸다.[세심하게 주시하고 진루안을 엄격히 방비하지만, 소문을 퍼뜨려서는 안 돼!]“예!” 남자는 얼른 대답한 후 통신을 끊었다. 그러나 그가 막 몸을 돌리려고 할 때, 아주 천박한 표정의 뚱뚱한 남자가 다가왔다. “형씨, 우리 얘기 좀 할까?”“누구세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어리둥절했지만, 이 우람한 뚱보가 심상치 않은 것을 깨달았다. 몸을 돌려 도망가려고 했지만, 뚱보는 병아리를 드는 것처럼 쉽게 잡았다.“우리랑 얘기 좀 하자니까, 형씨!” 검은 옷의 남자를 든 뚱뚱한 남자는 웃으면서 100미터 떨어진 길가에 정차한 승합차에 바로 올라갔다.남자를 승합차 안으로 밀어넣은 뚱보는 운전사에게 운전하라는 손짓을 했다.검은 외투의 남자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승합차 안의 다섯 사람을 바라보았다. 온몸의 기운도 심상치 않았고, 게다가 모두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는데, 웃는 표정이지만 전혀 호의적이지 않았다.“당신들에게 경고하겠어. 나는 용조의 사람이야!”검은 외투의 남자는 갑자기 압력이 늘어나자, 이 사람들이 좀 조심하기를 바라면서 하는 수 없이 신분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말을 하자, 승합차 안의 남자들은 모두 눈을 마주치고 농담하며 웃음을 터뜨렸다.자신을 잡아온 우람한 뚱보는 더욱 입을 크게 벌리고 천박하게 웃으며 말했다.“형씨, 어이구, 용조의 정보원이야? 실례했어. 하하, 우리는 정말 몰랐어. 하하하.”그 남자는 말을 하면서도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정말 그는 좀 참을 수 없었다.검은 외투의 남자 신분을 모르면서 어떻게 제멋대로 데려올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 남자가 스스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낸 것은 그들의 눈에는 총명하기는커녕 오
“아버지, 정말 명예퇴직을 결정하셨습니까?”손씨 가문 저택, 손하림의 서재.손태경은 초조한 표정으로 손하림을 바라보았다. 당황하고 긴장한 눈빛이었다. 일단 손하림이 정말 명예퇴직을 결정한 것은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타격이었다.손씨 가문 전체가 심각한 충격을 받을 것이고, 그들 손씨 가문의 그 대신들은 계속 승진하기가 아주 어려워질 것이다. 비록 공평하고 공정하다고 말하지만, 결국 조정에서 일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손씨 가문 전체에 있어서 손하림이라는 이 큰 나무가 반쯤 쓰러졌다. 그럼 나머지는 또 누가 지탱할 수 있을까?그는 지금도 계속 일하러 가지 않고 있다. 용국 정사당의 홍보 책임자인 그는 진루안에게 폭행을 당한 뒤 집에서 나가지도 못했다. 집에서 나간 뒤에 다른 사람의 눈빛을 보면 이상하게 느껴졌다.손태경 그를 제외하면 상도 정사당의 3급대신인 동생 손한동만 남는다. 그러나 손한동은 용국 정사당에도 들어오지 못했다. 적어도 5년은 더 있어야 용국 정사당에 들어올 수 있다.이로 인해서 손씨 가문의 누구도 최상층의 대신이 되지 못할 것이다.그가 어떻게 긴장하지 않고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네 마음은 알겠지만, 나는 반드시 명예퇴직해야 해.”“작은 걸 희생하고 전체를 보전해야 해. 손씨 가문을 보전하기 위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해야 해.”손하림의 눈빛은 그윽하고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이 또 언제 명예퇴직을 생각했을까? 정사당의 재상 중 한 사람으로서 권력에 대한 열망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손하림은 정말 이렇게 암울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조의가 내 약점을 잡았고, 진루안 쪽에도 내 약점이 있었어. 내가 명예퇴직을 하지 않으면, 진루안이 위험을 무릅쓸까 봐 두려워. 그렇게 되면, 권력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생명도 잃을 수 있어.’“아버지, 심사숙고하세요. 일단 물러나시면 우리 손씨 가문은...”“입 닥쳐!” 손하림은 발끈 화를 내며 손태경을
‘그러나 조의는 자신의 증거와 죄증을 장악했어. 자신이 조금만 흔들리기만 해도 이 증거를 꺼내 자신을 위협할 거야.’“제가 조만간 죽이겠어요!”손태경은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부르짖었다. 목에서 짜내는 것처럼 목소리에서는 살기를 뿜어냈다.“앞으로 그럴 필요 없어, 그 실력이 있다면 지금 나를 죽여!”쾅!서재의 문이 누군가에 의해 강하게 열렸고, 한 사람이 밖에서 바로 걸어 들어왔다.갑작스러운 변고에 손하림과 손태경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들 부자 두 사람은 문밖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뜻밖에도 진루안인 것을 보자 눈의 차가운 기운은 자기도 모르게 더욱 커졌다.특히 손하림의 표정은 더욱 음울하기 짝이 없었다.“여기는 손씨 가문이고 더욱이 나 손하림의 서재야. 내가 설사 무대에서 내려온다 하더라도 용국의 원로야. 진루안 네가 감히 나를 이렇게 모욕해? 우리 손씨 가문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거야?”손하림은 분노하여 노발대발하며 진루안을 노려보았다.그러나 진루안은 이에 대해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도살용 칼을 왜 쓰겠어?’진루안은 손태경을 힐끗 보았다. 바로 이렇게 한눈에 손태경이 강한 적을 맞닥뜨린 것처럼 만들자, 온몸에 피가 굳어지면서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졌다.“그 실력이 없으면 큰소리치지 마. 병은 입으로 들어오고 화는 입으로 나오는 법이야. 말조심해야지. 당신이 이렇게 어른이면 이 도리를 알아야 해!”진루안은 경멸하고 냉소하며 손태경에게서 눈길을 거둔 뒤 계속 손하림을 바라보며 웃었다.“손 대신님, 가주를 바꿔야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 손씨 가문은...”손하림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이 그릇이 되지 못한 표면상의 큰아들 손태경이 뜻밖에도 놀라서 전혀 말도 하지 못하고, 똑바로 서지도 못한 채 비틀거리는 모습은 비할 데 없이 분개하게 만들었다. 마치 쥐가 고양이를 보고 놀라서 꼼짝 못하는 모습이었다.‘손씨 가문에 이런 가주가 있다면 앞으로 정말 지금의 제일 잘 나가는 운세를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