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안다고 함부로 나서? 백 대표가 우리 돕는다고 한 일을! 이런 기회 다른 사람에게는 주어지지도 않아!”이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절대 밑지지 않을 장사인데 왜 하필 회사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한테 팔려고 하겠어요?”임찬혁이 반박했다.“백 대표가 우리를 진짜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증거지. 너 질투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야!”이향은 혐오스럽다는 듯이 임찬혁을 노려보았다.그녀는 백현호가 돈 벌 기회를 자신들에게 양보한 건 다 유효진을 좋아해서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일을 굳이 백현호 본인이 있는 앞에서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효진 씨, 그거 사지 마세요.”임찬혁도 더 이상 이향을 말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두 눈 뜨고 유효진이 사기를 당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걱정 말아요. 밑지는 장사는 아닐 거예요.”유효진은 잠깐 고민하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이안 광장 프로젝트는 백운그룹에서 메인으로 미는 개발 사업이었기에 망한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망하면 백운그룹마저 무너질 판이었다.4억은 그리 많은 돈도 아니었고 백현호가 유신 뷰티를 돕겠다고 확답까지 한 상황에서 그의 체면도 살려줘야 했다.물론 그녀는 백운그룹이 이미 파산의 위기에 처했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임찬혁은 이미 결정을 내린 그녀에게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어차피 그들에게는 그리 많은 돈도 아니었기에 이 일로 그녀와 더 언쟁을 벌일 필요도 없었다. 시간이 모든 것을 증명해 줄 것이다.“임찬혁 씨, 내가 가짜 팔찌 때문에 신뢰를 잃었기는 하지만 그건 실수였어요. 그거 하나로 나를 이렇게 모함하면 안 되죠!”아무도 임찬혁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백현호는 마치 승리자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여기 오기 전에 오늘 안으로 큰 계약을 물어오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되었나요?”백현호는 임찬혁이 절대 가치 있는 계약서를 가져오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기에 더 기
게다가 그녀의 입장에서는 불평등 계약이었다.계약서 내용이 너무 유신 뷰티에만 유리한 내용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회춘단의 가격마저 그녀에게 결정권을 넘기다니, 작정하고 유신 뷰티를 밀어주겠다는 의미였다.유효진은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대체 뭘 했기에 윤운철 회장이 이토록 편의를 봐주는 걸까?그녀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세상에나! 형부, 대체 어떻게 해낸 거예요?”옆에서 보고 있던 유설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임찬혁이 계약서 얘기를 꺼내자마자 그쪽에서 계약서를 들고 찾아온 상황이라니, 믿기지 않았다.“딱히 뭘 한 건 없어요. 다만 회춘단 샘플을 윤 회장께 보여드렸고 윤 회장님은 굉장히 흥미롭다면서 판매권을 사겠다고 했고요. 효진 씨, 어서 사인해요. 이것만 있으면 이제 송시후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요.”임찬혁은 담담한 얼굴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그럴 리 없어!”계약서를 확인한 이향이 비명을 질렀다.회춘단이 시간을 되돌리는 효능이 있다고 해도 임찬혁이 윤운철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 상황이었다.상계의 큰손이라고 불리는 윤운철 회장이 한 번만 만나도 당장 계약서를 써줄 리도 만무했다.유진안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에는 임찬혁이 무능한 인간이라고 무시했는데 사실이 눈앞에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임찬혁 씨, 남의 공로나 가로채는 거, 부끄럽지도 않나요?”이때, 백현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윤 회장님은 아버지와의 친분 때문에 효진 씨와 계약하기로 한 거예요. 그걸 임찬혁 씨가 따낸 계약이라고 하면 곤란하죠. 분명 들어오기 전에 우리가 나누는 얘기를 들었을 거야!”사실 백현호 본인도 반신반의했다. 그는 아버지와 윤 회장이 모르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 모든 게 유효진을 엮기 위한 연기임을 부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그래서 임찬혁이 계약을 따냈다고 했을 때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차라리 아버지가 어떻게 윤
임찬혁이 당당하게 핸드폰을 꺼내자 모두가 긴장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백현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임찬혁이 허세를 부린다고 믿고 싶었지만 그의 반응이 너무 수상했다.설마 이 계약을 정말 임찬혁이 따낸 거라고?“지금 거신 전화는 전화기가 꺼져 있어….”신호음이 한참 울렸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아마 바쁘신가 보네요. 지금 장 시장님께 전화를 걸어볼게요.”임찬혁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장호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결과는 같았다.사실 윤운철과 장호문은 중요한 회의를 진행하느라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둔 상태였다.“하! 연기는 이제 그만하지 그래요?”백현호가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속여 넘긴다고 곧 기업 평가회가 열리면 드러날 진실인데 그렇게 살고 싶어요?”그는 임찬혁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멍청한 녀석!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깐 격이잖아? 저놈 오늘 안으로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네!’그는 벌써 유효진을 품에 안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그러니까!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전화한다며? 계속 해봐. 차라리 대통령 연락처도 가지고 있다고 하지 그래? 허세에 쩔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녀석 같으니라고!”이향은 냉소를 지으며 비난을 퍼부었다.그들의 비아냥에도 임찬혁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두분 다 바쁜가 보네요. 믿고 싶지 않으면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두 분 모시고 같이 식사나 해요.”임찬혁은 유효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만해요!”유효진은 실망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이 상황에도 그런 거짓말이 나와요? 내가 그렇게 만만해요?”그녀는 처음부터 임찬혁이 계약을 따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그런데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것을 보며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윤 회장을 소개한다는 황당한 얘기까지 나오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백 대표님, 도움 감사드릴게요. 덕분에 유신 뷰티가 살았어요.”“찬혁 씨, 거짓말을 할수록 찬혁 씨만
임찬혁이 뒤돌아선 순간, 유효진은 무언가가 가슴을 찌르는 것처럼 통증이 느껴지며 소중한 것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내가 혹시 너무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임찬혁이 허물이 많은 사람이지만 자신을 대할 때는 항상 진심으로 대해주던 사람이었다.그녀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남자는 많지만 대부분은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다. 유독 임찬혁만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봐 주었다.그녀는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쳇, 무능한 녀석!”임찬혁이 나가자마자 이향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딸, 이제 임찬혁이 어떤 인간인지 잘 봤지? 널 위하는 사람은 백 대표밖에 없어. 백 대표처럼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야 남은 인생이 행복한 거야. 당장 임찬혁이랑 이혼하고 백 대표랑 결혼준비 해!”백현호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효진 씨,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나이가 어려서 사람을 잘못 볼 수도 있죠. 걱정 마세요. 앞으로 내가 진심으로 아껴줄게요. 효진 씨가 아끼는 기업도 내가 뒤에서 팍팍 밀어줄 거예요.”“기업 평가회가 곧 시작인데 남는 입장권 구해다줄게요. 때가 되면 같이 참석해요. 송시후 쪽에는 내가 말을 잘 해놓을게요. 어쨌든 마찰을 피하는 게 좋으니까요.”백현호는 세치혀로 아주 멋진 그림을 그려냈다.그는 여자가 어떤 때 위로가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일반인이었다면 아마 그의 사탕발림 말에 벌써 넘어갔을 것이다.하지만 유효진은 짜증만 치밀었다.“말씀 감사해요, 백 대표님. 천천히 드시다 가세요. 저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만 돌아가볼게요.”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룸을 나왔다.계약서에 관한 일은 기업 평가회 때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호텔에서 나온 임찬혁은 윤운철의 전화를 받았다.“임 선생, 회의 중이라 전화를 못 받았네요. 정말 미안해요.”“괜찮습니다.”임찬혁은 상대를 원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와 유효진 사이에 신뢰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었다.잠시 후, 장호문에게서도 연락이 와서 미안하다고
며칠간의 수련을 거쳐 임찬혁은 내력이 충만하고 이미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했다. 이렇게 한번만 더 돌파하면 더 넓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매일 돌파구를 돌파하려 할 때마다 체내의 경맥이 거대한 손상을 일으키고 뼈를 깎는 고통이 이어지면서 실패했다.그는 경맥을 복구하는 약재를 구해야겠다고 다짐했다.임찬혁은 기업 평가회에 참석할 외출 준비를 마쳤다.유효진의 불신에 대해 조금 화가 났지만 그래도 연우의 엄마이자 5년 전 함께 온기를 나누었던 여자였기에 송시후가 유신 뷰티를 짓밟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이번 일을 해결하고도 유효진이 그를 거부한다면 미련 없이 떠날 것이다.그 시각 강주시는 이미 들끓고 있었다.기업 평가회는 강주의 거대 행사로서 미래의 경제발전에 밀접한 연관이 있었기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리하여 모두의 시선이 오늘의 평가회로 쏠렸다.하지만 진짜 기업 평가회에 참석하여 시장이나 윤운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은 극소수에 해당했다.참석한 인원이 너무 많으면 평가회가 언제 끝날지 알 수도 없고 현장도 아수라장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이번 기업 평가에게 참석할 수 있는 조건은 무조건 자산 가치가 2천억 이상이 되는 기업이나 개인이어야 참석이 가능했다.자산 가치가 요구 금액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초대장이 있거나 참가 자격이 있는 사람과 동참해야 했다.다만 아무리 자산 가치가 2천억을 초과한다고 해도 아무나 대동하고 들어갈 수는 없고 사전 조사와 심사를 통과해야 했다.다시 말해서 이번 평가회 참석 자격을 가지려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그리고 묘한 소문이 강주시에 돌기 시작했다.이번 기업 평가회에 윤운철 회장이 특별 게스트를 초대했다는 소문이었다.강주의 상류층 인사들은 대체 누가 그 행운아가 될지 의논이 분분했다.윤운철 회장이 직접 초대한 사람이라면 분명 귀족 출신이거나 아주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일 거라는 게 그들의 추측이었다.기업 평가회는 강주 시중심에 있
유씨 가문은 마침 총 자산이 2천억을 넘어서 겨우 입장 자격을 갖출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겨우 세 명만 참석할 수 있었다.유 회장은 참석 자격을 유진하 일가에게 넘겼다.이번에 유효진 일가가 여기 참석할 수 있었던 건 백현호 덕분이었다.“핸드폰이 꺼져 있었나 보네요.”어차피 핸드폰은 외부와 연락하는 도구에 불과하고 며칠간 수련에만 매진했기에 굳이 핸드폰을 체크할 이유가 없었다.“내 얼굴 보고 싶지 않다며 가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임찬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어딜 가든 찬혁 씨 자유죠. 연우가 아빠를 찾아서요.”유효진이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현대 사회를 살면서 핸드폰을 챙기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그녀는 임찬혁이 일부러 자신의 연락을 피했다고 생각했다.“오늘은 정말 중요한 자리니까 자중해 주세요.”그녀가 당부하듯 말했다.임찬혁은 원래 생각나는 대로 지르는 성격이라 여기서 또 적을 만들까 봐 그녀는 걱정이 앞섰다.기업 평가회 참석 자격을 갖춘 사람들은 모두 강주에서 한 세력하는 사람들일 테고 장 시장과 윤 회장이 주최하는 자리인 만큼, 어떤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효진 씨한테는 내가 항상 무례한 짓만 저지르는 사람으로 보이나 봐요?”임찬혁은 유효진의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백현호를 보자 기분이 언짢았다.“그냥 좋은 마음에 경고하는 거예요. 다른 일 없으면 이만 돌아가요. 어차피 여기 남아서 할 일도 없잖아요.”오늘은 경제발전에 대해 의논하려고 모인 자리이고 그녀는 임찬혁이 경영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생각했기에 여기 나타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송시후는 대놓고 유신 뷰티를 저격하겠다고 선포했는데 어떻게든 오늘 승부를 보고 싶었다.임찬혁 성격에 또 여기서 사고라도 치면 상황은 머리 아파질 것이다.“그러니까 효진 씨는 줄곧 나를 무능하면서 사고만 치는 불량배로 생각하고 있었군요. 오늘 나도 초대를 받고 참석했어요. 내가 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각자 갈 길을 가면 되
“효진아, 봤지? 임찬혁 저 자식은 미친놈이라니까!”이향은 당장이라도 화가 나서 기절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말했다.“오늘 돌아가면 당장 이혼서류에 도장 찍어! 백 대표 같이 진중하고 능력 있는 남자가 진국인 거야! 임찬혁 저 놈은 네 앞길에 걸림돌만 될 뿐이라고!”유진안도 혐오스럽다는 듯이 한마디 거들었다.“임찬혁, 이혼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네가 원하는 거 뭐든 들어줄게. 너무 무리한 요구만 아니면 뭐든 맞춰줄 자신 있어!”진짜 상류 사회에 발을 들이고 보니 그들은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백현호만 꽉 잡으면 영원히 이곳에서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도장은 언제든 찍어줄 수 있지만 효진 씨랑만 합의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임찬혁은 이들과 더 이상 말을 섞기 싫어 이 말 한마디만 남기고 뒤돌아섰다.“유효진, 임찬혁!”이때, 사람들 틈에서 우렁찬 고함소리가 들려왔다.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한껏 차려입은 송시후가 냉기를 풀풀 풍기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그는 재벌가 도련님들 중에서도 꽤 준수한 외모를 가진 것으로 유명했다.그의 등장에 수많은 여자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송시후는 기세등등하게 임찬혁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유신 뷰티는 자산 가치가 불과 2백억밖에 안 되는 걸로 아는데 대체 무슨 자격으로 여기 들어왔지? 오늘 이 자리에서 너희에게 선전포고를 할 걸 알고도 감히 발을 들였네?”송시후는 자신이 심판관이라도 된 듯이 좌중을 둘러보며 당당히 말했다.유효진을 좋아했기에 점점 집착에서 증오로 변해버렸다.유효진 얼굴 한번 보겠다고 온갖 더러운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매번 임찬혁에게 밀려서 실패했던 기억이 몰려왔다.지난번 유 회장의 칠순 잔치에서 임찬혁에게 얻어맞은 뒤로 그는 거대한 수모를 느꼈다.그래서 임찬혁을 알아보자마자 먼저 기선 제압을 하겠다고 들이박았다.사람들은 송시후의 기세에 눌려 점점 뒷걸음질쳤다.유효진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송시후를 노려보았다.이미 송시후를 대처할
그들은 그제야 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체감했다.누군가가 그들을 모함해도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아무도 그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백 대표….”이향은 백현호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여기서 그들을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백현호뿐이었다.기대에 찬 눈길을 보자 백현호는 허영심이 점점 부풀었다. 그래서 가슴을 쭉 펴고 앞으로 나섰다.“백운그룹 백현호입니다. 다들 오해했어요. 유효진 씨 일가는 제가 모시고 왔어요. 유효진 씨가 제 친한 지인이거든요.”백운그룹이 최근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백 년 전통을 가진 귀족 가문이라 아무도 쉽게 반박하지 못했다.그제야 비난하는 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유효진 일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이향은 마치 든든한 뒷배를 얻은 것처럼 활짝 웃었다.유진안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런 사람이어야 자신의 사위 자격이 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유설진은 저도 모르게 긴 한숨을 쉬었다.부모님이 임찬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그녀는 줄곧 형부라는 사람이 그렇게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유효진마저도 백현호에게 감격의 눈빛을 보냈다.“친구?”사람들이 이대로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하고 걸음을 돌리려는데 경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요즘 인터넷도 안 하고 살아? 내가 분명히 말했지. 유신 뷰티는 이미 강주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누가 감히 유효진과 친구를 사귀래?”송시후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거만한 눈으로 백현호를 바라봤다.송씨 가문은 4대 가문 중 하나로 그는 당연히 백현호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인파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사람들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았다.백현호와 송시후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 기대한다는 눈빛이었다.유효진 일가는 다시 긴장에 떨어야 했다.송시후도 그들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고 입장했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입장 자격을 걸고 넘어지는 것으로 보아 조용히 지나갈 것 같지 않았다.“송 대표, 서로 좋게좋게 지내면 좋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