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이 이렇게 말하며 임주하 및 네 명을 끌어올렸다. 곧이어 다섯 명은 서로 부축하며 재빨리 자리를 떴다.30분 후, 이설이 보낸 전투기가 간이 비행장에 착륙하여 다섯 명을 태우고 떠났다.같은 시각, 서경에서.이선우네가 막 르네르로 들어섰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을 막았다. 그들은 이전에 최은영 및 다섯 사람을 물리친 사람들이었다.그들을 본 이선우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이 한 무리의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강한 실력을 지닌 자들이었다.심지어 그중 한 명의 경지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도저히 그 사람의 경지가 어느 경계에 있는지 감지조차 할 수 없었다.“결국에 당신들을 찾았네요. 보아하니 선우 씨와 선우 씨 여인 모두 상황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은데요.”“어떨 것 같아요? 혼자서 우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면 우리가 그쪽 하나를 밟을 것 같아요?”한 젊은 남성의 말이었다. 그는 검 수련자였는데 그가 바로 이선우가 경지를 예측할 수 없던 사람이었다.“형부, 죽여버립시다! 절대 봐주지 마요.”최설의 부상은 많이 회복된 상태였으나 며칠 밤낮으로 길을 재촉하며 걷는 바람에 정신 상태는 좋지 않았다.사실 이선우를 제외하고는 모두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목적을 말씀하시죠. 저와 제 여인의 목숨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수라검, 수라탑, 그리고 불사의 칠색 봉황알을 원하십니까?”이선우가 수라검을 들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비록 수라검이 갈라졌고 영지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해도 그것은 여전히 이선우에게 있어 가장 적합한 무기였다.이선우의 앞에 선 검 수련자가 피식 웃었다.“전 다 원하는데요. 그것들을 제외하고도 당신 여인 최은영에게 있는 비밀까지도 알고 싶답니다.”“앉아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지 않은가요? 우리 사이에 굳이 죽고 죽이는 지경까지 이를 필요는 없잖아요?”검 수련자의 말을 들은 이선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는 짙은 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이선우는 그들이 순순히
이선우는 말하며 진기를 수라검에 주입했다. 비록 수라검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이선우의 마음속에는 조그마한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런 이상한 기운은 그로 하여금 수라검이 예전 그 어느 때보다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대체 어디가 달라진 것인지, 그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도 아니었다. 이선우는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그만한 채 수라검을 손에 들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와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검이 휘둘리는 소리도 없었고 검기도 발산되지 않았다. 이선우가 휘두른 이 검은 그저 보통의 검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그와 천화는 모두 충격에 빠졌다. 단조롭고 평범해 보이기만 한 이 검에 이토록 무서운 기운이 담겨 있을 줄이야. 착!50km 내의 공기가 순식간에 찢어졌다. 천화의 눈이 커다래졌고 그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검을 뽑아 휘둘렸다. 웅 하는 웅장한 소리와 함께 천화의 손에 들린 장검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하더니 무서운 칼 소리를 냈다. 같은 시각, 하늘에서는 검의 기운이 솟구쳐 올랐다. 그 기운은 순식간에 천화의 결계를 찢고 그대로 몸에 떨어지며 그를 날려 보냈다. 그 장면을 목격한 천화의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아연실색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선우와 최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땅으로 떨어진 천화는 장검을 땅에 꽂았지만 몸이 빠른 속도로 뒤로 물러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두 발을 땅속으로 디뎠고 그제야 뒤로 물러나는 몸을 컨트롤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지면에는 두 개의 깊은 도랑이 생겨났다. 몸이 막 멈춘 천화가 피를 토해냈다. 그 순간 천화의 마음속은 충격과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그는 오장육부가 전부 갈기갈기 부서지고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고 고통이 극에 달했다. “이럴 수가.”“이 검이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 있어요? 무서울 지경인데요?”“수라검은 이미 끊어진 거 아니었어요? 검의 영지는 영면에 빠졌었잖
천화는 수라검의 진화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이선우를 죽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동문들이, 너무도 쉽게 죽음을 맞이했다. 천화는 지금 이 상황이 그에게 얼마나 불리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데려온 것은 대부분 자운종의 사람들이었다. 대다수가 그의 후배인 그 사람들은 이곳에서 죽음 맞이했고 그 역시 상처투성이였다. 그는 어떻게 자운종으로 돌아가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것인지 갈피가 잡히질 않았다. 사실 그가 이번에 데려온 그 사람들은 그저 이선우와 최은영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일부분의 사람일 뿐이었다. 또 다른 세력들은 각 세력끼리 협상을 거쳐 이선우와 최은영을 죽이는 쪽이 수라검을 비롯한 수라탑과 칠색 불사 봉황의 알을 가져가고 그들이 있는 세계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도록 약속했다. 그러니 이번에 천화는 그의 문파를 대표하여 이곳에 온 것과 마찬가지였다. 오기 전 그는 자신만만하게 호언장담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천화는 갑자기 그의 세계의 모든 세력들이 이선우와 수라검의 실력을 얕본 것 같다고 여겨졌다. 그들은 수라검에 대해 그저 대충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수라검이 스스로 진화할 수 있다니. 범계 수준의 무기는 그들의 세계에서는 흔하지 않은 것이었다. 범계 수라검을 가지고 있는 이선우를 죽인다는 것이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천화는 굳이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천화의 머릿속에는 전에 없던 절망과 불안이 밀려왔다. 그는 이번 일로 그들의 세계에 큰 화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선우!생각에 잠긴 천화는 지금은 아직 돌아갈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도무지 돌아갈 낯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문파로 돌아가 드릴 말이 없었다. 그 역시 이렇게 순순히 돌아갈 수는 없었다. 곧 천화는 결정을 내렸다. 이곳에 남아 먼저 치료를 한 뒤 다시 기회를 엿보기로 말이다. ...한 편, 이선우는 그 자리에서 멈추지
갑자기 나타난 양장 입은 노인에 여자 검 수련자를 비롯한 열한 명의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이며 얼굴이 굳어졌다. 방금 그가 내보낸 무서운 위압감은 그의 실력이 자신들보다도 훨씬 위라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양장 입은 노인은 눈앞에 있는 일당을 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너희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계속 얘기하면서, 왜 여전히 그 모양인 거냐?”“너희는 르네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구나. 이왕 왔으니 여기에 남거라.”양장 입은 노인은 말하며 한 걸음 내딛더니 바로 공격했다. 열 번의 공격만에 여자 검 수련자와 열한 명의 사람은 전부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졌다. 이 순간 그들의 공포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양장 입은 노인이 나타난 그 순간부터 그들은 그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야 그마저도 양장 입은 노인을 과소평가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노인이 도달한 경지는 이미 그들의 인지 범위를 벗어났다. 그건 그들이 꿈속에서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양장 입은 노인의 실력은 그들이 절망할 정도로 강력했다. 비록 그들은 그쪽 세계에서 탑급 강자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모두 각 지역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연합해도 양장 입은 노인과는 15번의 공격 만에 패배하고 말았다. 정말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너무 소름 돋게 무서운 일이었다. “당신 대체 누구예요? 대체 어느 품계의 경지에 도달한 거예요?”“왜 이토록 강할 수 있는 거죠?”“르네르에 당신 같은 절세 고수가 대체 얼마나 더 있는 거예요?”11명의 부상자가 양장 입은 노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노인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런 건 물어서 뭐 하게? 알게 된다고 해도 자네들에게 무슨 쓸모가 있는 정보인가?”“르네르는 당신들 같은 침입자를 환영하지 않네. 하지만 이미 왔으니 나갈 생각은 하지 마.”노인은 말을 마치고 빈 공간에 주먹을 쥐자 하늘을 찌르는 기세가 순간 1
임주하와 그녀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선우의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다.그녀들은 바라보는 이선우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어떤 일인지 뻔했다.최은영의 모습을 보지 못했을 때 이미 그는 알아차렸다!그 순간 그는 임주하를 꽉 안았으나 한순간 어떻게 위로를 건넬 줄 몰랐다.그녀들을 탓할 수 있을가?아니다!그가 너무 늦게 왔던 것이다!“죄송합니다, 제가 언니를 잘 돌보지 못했어요.”“그 사람들이 실력이 너무 강해서 언니도 이기지 못했어요.”“죄송합니다. 빨리 언니를 잡으러 가세요, 꼭 언니를 데리고 와주세요.”임주하와 그녀들은 이선우를 밀어냈다. 이선우는 그녀들의 얼굴에 입 맞추며 떠났다.그가 떠나자 임주하는 모든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준비하였다. 그들은 더 이상 이선우와 최은영을 도울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자신들을 잘 돌보는 것뿐이었다.그들이 안전은 이선우와 최은영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다.그때 최설은 이상하리만큼 담담했다. 그녀도 이선우와 같은 마음으로 최은영을 걱정했으나 자신과 임주하가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모든 건 이선우와 자신의 언니를 믿을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언니에 대한 걱정과 생각을 마음속에 감추고 담담한 척했다.그녀는 예전의 상처는 다 치유해서 임주하와 다른 사람들의 치유를 도왔다.바쁘게 돌아다니는 그녀를 보며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마음이 따듯해진 그들에게 있어 최설은 이미 친동생과 다름이 없었다.그녀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다. 최설은 확실히 많은 성장을 했다. 특히 지혜로워졌다....르네르 변경의 하얗게 눈이 쌓인 숲속에서 네 남녀는 최은영을 둘러업고 뛰었다.그들은 모두 검 수련자로 검술이 극에 달했고 평범한 검제가 아니었다!그들 덕분에 모든 이들의 경지는 일반 검제보다 강했다.특히 마지막에 서 있는 여자 검 수련자는 실력과 전술이 가장 강했다.예전에 그녀가 최은설을 기습 공격하여 생명에 위협을 준 적이 있었다.네 사람은 모두 자
천화가 뒤돌아 떠나고 십초가 지나자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이선우였다!“내 아내는 어디 있어?”말하며 이선우는 검을 내뺐다. 여전히 평범한 검이었다.그러나 이 검은 전에 천화를 상대하던 검보다 더욱 두려웠다. 이선우가 검을 뽑아 들 때 이청하는 주위의 공기가 변하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이선우가 갑자기 이런 행동할줄 몰랐고 이런 평범한 검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줄은 몰랐다!그녀는 이선우가 검을 뽑아들자 따라 뽑아 들었다.검 소리가 하늘을 울리는 순간 공포스러움이 주위의 공기를 얼렸다.검소리가 이선우에 의해 잦아들었지만 이청하는 얼굴빛이 변했다. 이선우의 검의 살기는 그녀의 검의 살기를 눌렀다.이청하가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렸으나 이선우의 반격을 막지 못했다.챙!그녀의 손의 장검이 끊어진 순간 검의 살기가 그녀의 몸을 뒤덮여 날아갔다.몸이 땅바닥에 내팽겨치자 이선우는 수라검을 들고 달려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그 장면을 바라보며 이청하는 소름이 돋았다.그녀의 검으로 이선우를 죽이지 못하고 상처만 남기다니, 그것도 작은 상처만.“어떻게 된 거야!”이선우는 이청하에게 고민을 시간을 주지 않고 수라검을 눈앞까지 뻗었다.이청하는 손을 뻗으며 손의 장검으로 수라검을 내쳤다.챙!검과 검이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이선우는 이청하를 직시하지 못하고 기세가 그를 뒤덮었다.그가 다시 날아갈려고 할 때 수라검이 그녀의 장검을 산산이 조각냈다.쨍!수라검이 이청하의 가슴으로 찔려 들어갔다.푹!이청하는 날아가며 입에서 새빨간 피가 쏟아졌다.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이선우는 다시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퍽!이선우의 주먹이 이청하에게 날아왔다.“내 아내는 어디 있어?”퍽!이선우는 이미 사람의 행세가 아니었다. 온몸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그에게서 나는 살기로 이청하는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그녀는 이렇듯 강렬한 살기는 처음이었다. 이선우에 의해 완전히 압도당했다.“말해! 내 아내는 어디 있어!”푹!이선우는 이청하를 찌른 수라검을 빼 들며 다시 휘두
쾅!무형의 검기가 대지를 가르고 하늘로 치솟아 눈 깜짝할 사이에 이선우를 포위 공격한 그 십여 명을 참살했다.그 시각, 이선우의 두 눈은 이상하게 새빨갛게 변해 있었고 지금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살육의 의지만이 가득했다.“그럴 리가. 네가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어? 정보에 따르면 네 손에 있는 수라검은 이미 갈라졌다고 들었는데? 그런데 어떻게 아직도 그토록 무서운 힘을 가질 수 있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얻은 정보가 틀렸다는 말이야?”바닥에 널린 부러진 팔다리 사이로 누군가가 힘겹게 일어섰다. 그리고 그 모습의 주인에게는 이미 한쪽 다리와 한쪽 팔만이 남아있었다.그뿐만 아니라 그의 가슴에는 깊은 상처가 있었고 피는 폭포수처럼 흘러넘치고 있었으며 생명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죽음은 단지 시간의 문제였고 그는 놀란 나머지 이선우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말로 이룰 수 없는 공포는 이미 그의 모든 세포 속으로 깊이 침투했다.“내 여자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어. 난 반드시 당신들을 기억할 테니까.”“너희가 속한 종파와 세력은 오늘 너희가 한 일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이윽고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이선우가 검을 휘두르자 엄청난 검기가 수라검에서 격렬하게 뿜어져 나와 눈앞의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이선우의 시선이 사방을 훑어보며 모두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는 허공을 향해 떠나갔다.몇 시간 뒤 그는 르네르의 경계를 넘어 결계 입구까지 도착했다.같은 시각, 입구는 완전히 폐쇄되었고 강력한 진법이 그를 밀어내고 있었다.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봉인을 깰 수 없는 이곳에서 최은영의 미세한 숨결이 느껴졌다.하지만 그 기운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고 2분도 안 되어 그는 그 기운에 대해 완전히 감지할 수 없었다.이것은 곧 최은영이 낯선 세계로 끌려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은영 씨, 꼭 제가 도착할 때까지 잘 살아있어야 해요. 곧 갈게요.”이선우는 곧 안정을 되찾았고 마음속 살육의 의지도 점차 사라지며 그의
이선우는 1주일 동안 부모님의 곁을 지켜드릴 예정이었다. 비록 이선우 역시 그들 곁에 남고 싶었지만 최은영에 대한 걱정스러운 마음에 결국 1주일 후에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이별을 앞두고 어머니 전민자와 조민아의 어머니 문혜란은 벌써 눈물바다가 됐다.할아버지는 그래도 그들에 비해 담담한 편이지만 지금 그의 마음도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그리고 이선우와 이한은 아직 최은영에 대한 일을 그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전민자와 문혜란은 최은영이 잡혀간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할아버지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물론 이선우와 이한이 그에게 당부하지 않아도 그 역시 문혜란과 전민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모든 사람 중에서도 현재 가장 슬프고 모순되는 사람은 최설일 것이다.할아버지가 최설이 집을 떠났을 때보다 훨씬 늙어 있었고 최설은 할아버지의 곁에 남아 그를 돌보고 싶었지만 언니가 마음에 걸렸던 그녀 역시 결국 떠날 수밖에 없었다.이로 인해 최설은 할아버지에게 너무 미안했고 그녀 역시 많이 슬퍼하고 괴로워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도 이 모든 것을 눈에 담고 있었다.최설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범벅이 되었다. 이번에 떠나면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그 누구도 입을 떼지 않았고 이선우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울음을 터뜨린 어머니를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났다.결국, 할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됐다, 됐어. 다들 울지 마. 시간이 거의 다 됐으니 선우 너도 빨리 가.”“너희들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집안 걱정은 하지 마라. 너희 부모님은 못난 내 자식들보다 더 효성스러우니까.”“나는 너희 어머니가 잘 돌봐줄 거야. 게다가 난 지금 무척 건강해서 돌봐줄 사람이 필요 없어.”“이렇게 많은 사람을 거느리게 됐으니 네가 책임지고 잘 보살펴야 해. 집안일은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어.”“책임지고 네 여자한테 잘해.”할아버지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품에 안겨 흐느끼고 있는 최설을 밀치고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