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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너무 몰입하지 말아요

성연신은 그녀에게 밥해주는 아주머니가 없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위층에서 카드 한 장을 가져와 심지안에게 건넸다.

“이건 내 카드인데 앞으로 필요한 생활비랑 쇼핑하고 싶을 때 이 카드로 긁어요.”

심지안은 채소를 사는데 돈이 얼마 들지 않는다고 얘기하려다가 자신이 백수라는 생각에 거절하지 않고 카드를 받았다.

“알았어요.”

“장 보고 싶으면 오카마트로 가요. 거기 물건이 신선해요.”

“그런데 수입 마트는 너무 비싸요. 작은 배추 한 포기도 몇만 원씩 하더라고요.”

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

“시장에서 사면 엄청 싸요. 게다가 농장에서 당일에 딴 거라 싱싱해요.”

“난 지금 분부하는 거예요, 상의하려는 게 아니라.”

배가 부른 성연신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지안 씨 임무는 나를 도와서 집안 어른들을 해결하는 것이지, 현모양처 노릇을 하라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배역에 너무 몰입하지 말아요.”

심지안은 그를 째려보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수입 마트는 뭐 달라? 외국 물건이라면 다 좋은 줄 아나. 그거 먹으면 뭐 불로장생이라도 할 수 있어?’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난 그냥 연신 씨 돈을 아끼려고 그러는 거죠.”

“난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까 아낄 필요 없어요.”

성연신은 덤덤한 얼굴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시간 나면 옷도 몇 벌 사요. 주말에 나랑 같이 할아버지 뵈러 가요.”

심지안은 앞치마 밑의 치마를 보여주며 말했다.

“지금 입고 있는 거 입으면 안 돼요? 그때 200만 원이나 주고 샀단 말이에요.”

“중요한 자리에 갈 때 작년 디자인을 입으면 안 돼요.”

심지안이 애써 웃는 척 말했다.

“알았어요...”

어차피 그의 체면을 세워주는 일이고 돈도 그의 돈을 쓰기에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설거지를 마친 심지안이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컴퓨터 화면에 딩동 하고 메일 알림이 떴다. 확인해보니 보광 중신에서 보낸 면접 합격 메일이었다. 드디어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안은 너무도 흥분되어 늦은 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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