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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파렴치한 짓

두 사람의 오고 가는 대화를 들은 후 심지안을 쳐다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했다. 마치 재산을 더 많이 나눠 가지기 위해 막무가내로 아버지와 싸우는 그런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심지안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입술을 앙다물었다.

“변호사한테 늦게 오라고 하세요.”

“안 돼. 변호사가 얼마나 바쁜 분인데 널 기다릴 시간이 어디 있어.”

그녀가 내릴 생각이 없어 보이자 심전웅은 그냥 가려 했다.

“시간이 없으면 내가 대신 먼저 관리하다가 나중에 네가 시집갈 때 줄게.”

“아니요! 같이 가요.”

그녀는 황급히 말을 바꾸고 심전웅과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

일도 물론 중요했지만 어머니가 남긴 물건이야말로 그녀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심전웅이 그녀를 협박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이번에 가져오지 못하면 앞으로는 더 어려워진다.

이따가 보광 그룹 인사팀에 상황을 설명하고 입사를 하루 미루거나 오늘 오후에 출근하겠다고 얘기해야겠다. 만약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녀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갑자기 약속을 어긴 건 그녀이기에 남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심전웅이 길옆에 세워져 있는 차에 올라타고는 심지안이 손에 꽉 쥐고 있는 휴대 전화를 힐끔거렸다.

“변호사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집에 가서 얘기하자.”

차 양 쪽에서 지키고 있는 경호원을 본 심지안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에게 물었다.

“경호원은 왜 데리고 나왔어요?”

“아무것도 아니야. 잠깐 어디 다녀오느라고 그랬어. 얼른 타, 시간 지체하지 말고.”

심지안은 더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심전웅이 아무리 그녀를 미워한다고 해도 백주대낮에 그녀를 해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네.”

심지안도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그녀가 제대로 앉기도 전에 차가 출발해버렸다. 심지안은 몸을 비틀거리며 겨우 제대로 앉았다. 심전웅에게 어머니가 남긴 혼수에 관하여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그녀는 재빨리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차 세워요! 내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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