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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강우석의 이모

“월급이라면, 그냥 내가 준 카드 쓰면 돼요.”

심지안은 탁자 위에 놓인 프랑스어 문서를 보고 약간 멍해졌지만 가지런하고 흰 이빨을 살짝 드러내며 유난히 달콤하게 싱긋 웃었다.

“연신 씨, 고마워요.”

‘이젠 연신 씨 카드 쓸 때마다 눈치 볼 필요 없게 됐네! 어쩌면 연신 씨가 주는 돈을 쓰면서 내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려고 일거리를 구해줬을 수도 있어. 자세히 보면... 연신 씨는 섬세하고 다정한 면이 있단 말이야.’

성연신은 눈썹을 들썩이며 따뜻한 미소를 보였다.

“고마운 거 보답하려면 괴상한 요리 좀 만들지 말아줘요.”

“요리 학원이라도 등록해야겠어요!”

‘연신 씨 돈으로요!’

심지안은 성연신이 갖고 온 문서에 금융과 관련된 전문 용어가 적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이 문서를 다 번역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두 페이지 정도 번역하고 나서 심지안은 책상에 엎드려 잠깐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갑자기 보송보송한 털 뭉치 같은 것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삐쭉 나온 잔머리가 바람에 날린 줄 알고 머리를 귀 뒤로 넘기려던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심지안은 눈을 뜨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자 작고 부드러운 아이의 얼굴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심지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잔뜩 경계하며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너 누구야?”

“저는 성연신의 사촌 동생이에요.”

오정연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심지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바로 당신이 사촌 오빠랑 결혼한 여자인가요?”

‘사촌 오빠? 강우석의 이모란 말이잖아!’

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너 몇 살이야?”

“저는 다섯 살이에요.”

“아이고, 좀 더 크면 숙녀가 되겠는걸.”

“그럼요!”

오정연은 머리를 끄덕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더니 또박또박 당돌하게 말을 이었다.

“몇 년만 더 기다려서 어른이 되면 사촌 오빠한테 시집갈 거예요. 그러니까 그쪽을 언니라고 불러줄 수 없어요!”

“성연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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