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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7화 천천히 다가가다

도준은 나석훈이 한 말들을 들은 후 손에 든 담배꽁초를 버리며 물었다.

“그래서 이런 걱정으로 우리 관계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건가요?”

도준이가 단번에 시윤의 생각을 알아차리자 나석훈은 깜짝 놀라며 안경을 다잡았다.

“이미 예상하셨나 본데, 맞습니다. 시윤 씨는 아이의 엄마이니 아마 포기하실 겁니다.”

이건 나석훈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도준은 시윤이가 도윤을 얼마나 아끼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시윤에게 있어서 도윤은 늘 가장 중요한 존재다. 만약 도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면 시윤은 자신이 원하는 걸 포기할지도 모른다.

도준은 마음이 좀 초조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할걸.’

...

그날 밤, 두 사람은 모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시윤은 칠흑처럼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며 자신의 감정을 정리했다. 단지 두 사람의 신분만 본다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시윤의 집에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평생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고는 집안 문제뿐만 아니라 도준에 대한 시윤의 사랑도 포함된다.

시윤은 예전의 일들이 여전히 마음에 걸리지만 또 도준을 너무 원망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도준을 진심으로 사랑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윤은 도준을 아예 사랑하거나 미워할 수 없게 되었다. 도준이가 너무 신경 쓰이지만 용서할 수 없었던 건 마찬가지다.

다시 도준과 만나보고 싶었지만 또다시 통제할 수 없는 생활에 발을 들여놓은 걸까 봐 두려웠다.

만약 아이가 없었다면 맘 놓고 사랑을 쟁취했을 지도 모르지만 도윤이가 있기에 그녀는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만 할 수 없었다.

달빛은 방안에 스며들더니 조용히 사라져갔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시윤은 안색이 매우 안 좋았다. 양현숙마저 이를 알아차리고 물었다.

“시윤아, 어디 아픈 거야? 병원 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

“괜찮아요, 어제 잠을 좀 살쳤을 뿐이에요. 오늘 리허설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밖에 나가니 아무도 없었다. 도준이 나타나지 않자 시윤은 겨우 숨돌릴 수 있었다. 단지 기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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