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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설마 재수 없게 당한 건 아니겠지?

“무슨 일이에요?”

권하윤의 목소리는 조금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민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옷을 입었다.

“여기서 기다려.”

그 말에 권하윤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짧은 시간 내에 일어나는 건 그녀에게도 무리였다.

하지만 그녀의 손끝이 옷에 닿았을 때 민도준이 한 마디 보충했다.

“옷은 입을 필요 없어.”

“…….”

민도준이 떠나간 뒤 공기는 유난히 조용했다.

하지만 권하윤은 민도준의 명령을 무시한 채 바닥에 널린 옷을 주섬주섬 주어 입었다.

민도준은 뭐 하러 가는지 말하지 않았지만 권하윤은 언뜻 “도망쳤다”, “사라졌다”라는 단어를 들었다.

하지만 남의 일에 파고드는 성격이 아닌지라 그녀는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무시해버렸다.

게다가 아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평정심을 되찾자 권하윤은 그제야 목이 말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곧바로 방 안을 빙 둘러봤다. 하지만 방 안을 아무리 찾아봐도 도수 높은 양주와 잠겨 있는 금고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물을 직접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권하윤은 방문을 나섰다.

그녀가 있는 층은 아래층보다 많이 조용했다. 게다가 문과 벽이 온통 검은색으로 되어있는 데다 문고리가 없어 제대로 보지 않으면 문이 있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였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본 순간 권하윤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길게 뻗은 복도에 똑같은 방이 여러 개 놓여 이곳을 떠나는 순간 다시 찾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 할 때, 인영 하나가 갑자기 어딘 가에서 튀어나왔다.

“권하윤 씨, 혹시 무슨 시키실 일 있습니까?”

깜짝 놀란 권하윤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찾아봤지만 눈앞의 사람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남자는 짧은 스포츠머리에 옷이 터질듯한 근육질 몸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반쯤 걷어올린 옷소매 아래로 커다란 문신이 보였다.

그 모습에 순간 눈앞이 어질해난 권하윤은 최대한 예의 있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혹시 물 있어요?”

“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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