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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너무 높이 평가하다

바닥에 꿇어앉은 여자애를 보고 있자니 권하윤은 옛 기억이 떠올랐다. 자기가 바닥에 꿇어앉 아 애원하던 그때 그 기억이.

하지만 자기의 옷자락을 움켜잡고 애원하는 여자애의 목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끄집어냈다.

“저 언니 방에 잠깐만 숨어 있게 해줘요. 절대 언니한테 피해 주지 않을게요. 저 정말 너무 무서워서 그래요.”

잔뜩 여윈 얼굴로 애원하는 그녀의 모습은 보면 볼수록 불쌍했고 동정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권하윤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는 순간 여자애는 자기가 성공했다는 걸 직감했다.

“언니, 도와줘요.”

“여기 있고 싶지 않다면서 왜 펜트하우스까지 올라왔어?”

눈을 내리깔며 담담하게 묻는 권하윤의 말에 여자애의 눈에 싸늘한 빛이 언뜻 지나가더니 고개를 돌려 로건이 떠난 방향을 힐끗 쳐다봤다.

솔직히 그녀는 권하윤을 속여 방으로 들어가 로건을 따돌릴 생각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로건이 돌아와서 권하윤이 죽은 걸 보면 그녀는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테니까.

생각을 정리한 여자애는 다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권하윤을 바라봤다.

“밖에는 사람들이 지키고 있어서 도망치지 못했어요. 언니도 저와 같은 여자애잖아요. 그러니 한 번만 도와줘요. 저 정말 어렵게 저들의 눈을 피해 여기까지 온 거예요. 저 몸 파는 일 하고 싶지 않아요.”

권하윤은 그 말에 눈살을 구겼다.

원혜정에게 한번 당하고 나니 아무 조건 없이 낯선사람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말이 모두 진짜라면? 만약 나의 불신이 여자애의 유일한 탈출 기회를 망친다면…….’

게다가 같은 여자애로서 한 번만 도와달라던 여자애의 말에 권하윤은 이미 마음이 동했다. 때문에 애원하며 도움을 청하는 여자애를 그녀는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 들어와.”

권하윤의 말에 여자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연신 감사 인사를 해댔다.

“언니 정말 고마워요. 제가 여기에서 도망치면 앞으로 언니를 제 생명의 은인으로 대할게요.”

그리고 권하윤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기 바쁘게 방 안에 놓인 금고에 눈을 고정했다.

참 공교롭게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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