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2641 - Chapter 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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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41화
태상황이 명원제를 보는 눈빛에는 말로 하지 못한 감정들이 녹아 있었다. “내 것이 없는 게 아니라 네 것이 이 강산과 하나가 되는 것이네. 자신에게 큰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어떤 일도 마음대로 해서는 안되는 거야.” 명원제가 답했다. “알겠습니다!”태상황이 다시 말을 이었다. “황제가 성질을 부리면 반드시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번 일의 후환이 끝이 없을 테니 받아들이거라!”명원제가 어리둥절해 했다. “아바마마, 아직 저를 용서해 주시지 않으신 것입니까?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태상황이 천천히 일어나 명원제에게 말했다. “네가 반성한 건 단지 과인이 지적해 준 것일 뿐이지만 결국 멀지 않아서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될 것이야.”태상황은 밖을 보더니 무거운 듯도 하고 좀 가벼워진 듯 했다. “곧!”태상황은 다시 건곤전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명원제 혼자만 남았다.그의 마음 속에서는 실망이 일었다. 아바마마께서 자신을 용서하지 않았기에 명원제는 감히 건곤전에 들어갈 수 없었다.그쪽에 산적한 근심이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명원제의 마음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십황자를 생각하니 팔목의 상처가 아파왔다. 자기 몸이 다쳐봐야 아픔을 느낀다.명원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편전을 나섰다. “채명전으로 돌아가자!”십황자가 잡힌 뒤 채명전 사랑에 갇혔는데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치는데, 목이 쉬도록 울었으나 어명이 없으므로 아무도 감히 십황자를 내보내 주지 못했다.십황자는 머리로 문을 쿵쿵 들이받으며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 죽겠다는 소리를 해 듣는 궁인들마저도 놀라 벌벌 떨며 가슴을 졸였다.명원제가 냉랭하게 마당에 서서 문에 부딪히는 소리와 난리치는 것을 듣더니 갑자기 분노에 차서 일갈했다. “조용히 못해!”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용안이 분노로 일그러지니 궁인들은 전부 무릎을 꿇고 엎드리며 애원했다. “폐하, 고정하소서!” 큰 소리로 외쳤다.“아바마마!” 그러자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십황자가 두손으로 문을 두드리며 처량하게 울부짖었다. “아바마마 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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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42화
목여태감은 싸늘한 얼굴로 십황자가 발버둥을 치게 내버려두고 그저 꽉 잡은 뒤 밧줄을 가져다 나무에 묶었다. 등을 명원제 쪽으로 하고 두 손을 교차해 나무줄기에 묶어 다시 몸을 고정시키자 더는 몸부림을 칠 수 없었다.십황자는 목이 다 쉬도록 울부 짖더니 다시 명원제에게 용서를 구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명원제는 이미 마음이 식은지 오래였다. 전에 다른 친왕들이 맞을 때 어디 십황자처럼 이렇게까지 발버둥을 쳤었나? 소란을 떨 능력이 있으면 결과를 받아들일 능력도 있어야 하기에 명원제는 마음을 굳게 먹고 목여태감에게 곤장을 3대 때리도록 명했다.목여태감이 명을 받들어 형장을 들어올려 바로 십황자의 엉덩이를 내리쳤다.그러자 십황자는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순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명원제는 십황자의 처참한 비명소리를 듣자 분노와 아픔으로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곤장 3대는 많지 않지만 저렇게 어린 아이에게는 어마어마한 형벌이었다.곤장을 맞고 십황자는 부들부들 떨며 우는데 거의 혼절할 지경이었다.목여태감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황자 전하, 지금 교훈을 마음에 새기셔서 다시는 황제 폐하를 실망시키지 마세요. 황실에서 태어나면 조금만 멋대로 굴어도 주변 사람의 무고한 목숨을 잃게 할 수 있습니다. 전하께서 호비 마마께 부딪힌 일로 궁중의 하인들이 줄줄이 곤장을 맞았습니다. 하인들은 서른 대 씩 맞았는데 전하께서는 겨우 3대만 맞으시고 아프하십니까?”십황자는 계속 울어대서 목이 다 쉬었고 얼굴은 새파래져서 눈물 콧물이 입으로 들어가는데 여전히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아바마마,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명원제는 그 모습을 차마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다. 마음으로는 십황자를 용서해주고 싶었지만그러면 이렇게 때린 의미가 전혀 없어질 것 같아 마음을 다시 굳게 먹고 자리를 떠났다. 호비는 십황자가 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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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43화
원경릉 또한 채명전으로 왔다. 태상황마저도 묵인한 일로 호비에게 편견이 없는데다가 호비가 회임하고 있는 아이는 분명 황실의 적통이기 때문이었다.명원제가 호비의 곁에서 지키고 있다가 원경릉을 보고는 마치 무거운 짐이라도 벗은 듯 안도했다.“아바마마를 뵙습니다!” 원경릉이 먼저 예를 취했다.“예는 됐으니 와서 상황 좀 보게나!” 명원제가 부드럽게 일어나 원경릉에게 자리를 양보했다.원경릉이 다가가 침대 곁에 서서 호비를 보니 눈시울에 다시 눈물이 맺히더니 참지 못하고 울었다.원경릉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마마께서는 어떠십니까?”호비는 콧소리가 심하고 목소리가 떨리는데,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다. 오랫동안 태동이 없어...”태동은 엄마와 아이가 가장 크게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감지하는 장치다. 이것이 들리지 않으면 태아가 살아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그러자 원경릉이 말햇다. “소인이 아이 심장 소리를 들어볼겠습니다!”원경릉도 채명전을 오면서 사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할머니가 호비의 태아는 안 될 것 같다고 이미 말했기에 이번에 오면서도 그다지 기대를 품지 않았던 것이였다.청진기를 호비의 배 이쪽 저쪽에 옮겨보며 몇 번을 반복해 들어보는데 어디에서도 태동과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역시 할머니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분명 태아는 뱃속에서 사산된 것이다.약 상자에 있던 옥시토신이 호비에게 쓰일 것이었나 보다 싶었다.말도 할 필요 없이 명원제와 호비는 원경릉의 얼굴을 보고 이미 할머니와 같은 결과임을 알아챘다. 명원제는 가슴이 아파왔고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듯 했다. 노부인이 말할 때 명원제는 그래도 희망을 품고 쑥을 태우며 보태약을 먹었으니 살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호비는 오히려 울지 않고 두 손을 떨며 배 위에 올려놓더니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내쉬었다. 원경릉도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본인도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는 한 명의 엄마로서 호비가 이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기대와 깊은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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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44화
명원제는 자신과 인연이 없는 아들을 흘끔 보더니 악몽에 빠진 사람처럼 머리속이 새하얘지더니 입술을 움찔거렸으나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원경릉은 너무 괴로워 뒤로 돌아 몰래 눈물을 훔치는데 깊은 무력감이 밀려왔다.채명전 하인들이 낮게 흐느끼는 소리에 명원제가 불쾌해 하며 눈을 흘기자, 궁인들은 입을 틀어막고 함부로 티를 내지 못했다.호비는 마음이 너무도 괴로워서 명원제의 이런 행동을 보며 마음이 상당히 답답해져서 울음을 그치고 말했다. “폐하, 신첩 곁에 있으실 필요 없으십니다. 신첩 홀로 좀 고요하게 있고 싶습니다.”호비는 요 며칠동안 자신을 신첩이라 지칭하고 명원제를 극존칭 했는데 후궁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법도에 틀린 것은 아니지만 호비가 전에 명원제 앞에서 이런 적이 별로 없어서 명원제는 상당히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어쩌면 채명전의 분위기가 너무 답답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원경릉이 여기 있기 때문일수도 있어서 명원제도 호비에게 감히 뭐라고 말하기 힘들었다. 몇 마디 위로의 말을 남기고 원경릉에게 호비 곁에 있어주라고 한 뒤 떠났다. 명원제가 나가자 호비가 비로소 한숨을 토해냈다.원경릉이 곁에 앉아 위로해주었다. “마마 너무 괴로워 마세요. 몸이 제일 중요합니다.”호비가 쓴웃음을 짓자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괴롭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나도 방법이 없었어. 이 아이와 내가 인연이 없었으니.”“마마께서는 아직 미령하시고 앞으로 자신의 아이를 더 가지실 겁니다.” 원경릉이 마음에도 없는 위로를 했다. 원경릉은 이 말이 막 아이를 잃은 엄마에게 조금도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호비가 손을 뻗어 눈물을 닦고 화려한 침대 휘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최근 줄곧 회의감이 들어, 내가 잘못한 게 아닐까 하고.”“에?” 원경릉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호비가 원경릉에게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늘 숨이 막히는 것 같애.”원경릉이 호비의 손을 꼭 잡았다. “곧 좋아질 겁니다!”호비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좋던 아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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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45화
원경릉이 문을 열자 집사가 장문전 복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길래 얼굴이 하얘져서 물었다. “마마께서는?”집사가 목 멘 소리로 답했다. “장문전 안에서 쉬고 계세요. 태자비 마마,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원경릉은 연일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피곤이 쌓여서 호비가 말한 것처럼 숨쉬기가 약간 곤란했기에 숨을 헐떡였다. 장문전에 발을 들이자 썩어서 곰팡이가 핀 듯한 냄새가 진동했다. 장문전은 가구가 많지 않지만 있는 가구마다 이미 곰팡이가 잔뜩 슬어서 노비들이 한참을 닦아내도 여전히 얼룩덜룩할 정도였다.원경릉이 참담한 기분으로 침전에 들어가니 이곳 또한 곰팡이 냄새가 잔뜩 났다. 황귀비는 막 펼쳐 놓은 침상 앞에 앉아 직접 옷서랍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 작은 옷들은 뱃속의 아이를 위해 만든 것으로 침전으로 옮겼으니 잘 정리해둘 필요가 있었다.황귀비는 원경릉이 온 것을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 “왔어?” 마치 불쾌한 일따위 없었다는 말투였다.“나가요, 마마는 여기 계시면 안돼요!” 원경릉이 기침을 했다. 곰팡이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공기가 음습하기에 기침이 계속 나왔다. “괜찮아!” 황귀비가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짓자, 눈가의 주름이 올라갔지만 그다지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종의 고요하고 우아한 느낌을 줬다. “조금만 정리하면 돼. 너야 말로 오면 안돼!”원경릉이 거의 울기 직전으로 물었다. “저 때문에 이런 일을 겪으시는데 제가 어떻게 두 눈 멀쩡히 뜨고 이런 꼴을 지켜볼 수 있겠어요?”황귀비가 침대를 두드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앉아서 얘기해, 흥분하지 말고.”원경릉이 앉아서 숨을 몰아쉬는데 곰팡이 냄새가 또 코를 찌르고 들어와 너무 괴로웠다. “정말 여기 있으면 안 될것 같아요. 너무 썩었어요. 이 집은 언제 무너질지도 알 수 없는 정도라고요!”“응, 알았어!” 황귀비가 미소를 지은 채 태자비의 손등을 두드렸다. “그럼 나도 이 전각이랑 생사를 함께 하는 셈 치지 뭐.”황귀비가 원경릉의 손등을 두드린 순간 그녀의 얼굴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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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46화
원경릉이 고개를 흔들었다. “호비 마마께서는 황귀비 마마를 원망하지 않았어요. 사실 제가 갔어도 아이를 구할 방도가 없다는 걸 호비 마마께서는 분명하게 아셨어요.”황귀비가 말했다. “호비는 마음이 물처럼 맑은 사람이라 폐하께서 자신을 중시하시는 것을 알고 압박감을 느꼈어. 원래 호비가 총애를 받으면 호비 궁에 있는 사람도 따라서 우쭐한 게 맞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하는 일마다 곤욕을 치렀지. 호비가 기분이 좋지 않거나 몸이 좀 불편하다고 하면 폐하께서 채명전 사람들을 닦달하시는 것을 보고 호비는 그 뒤로 감히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조심 했어. 그런 모습을 봐왔으니 나도 방어할 수 밖에 없었던 거야. 널 데려오지 못하도록. 호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결국 너한테만 그 책임이 떨어질 테니까.”원경릉이 쓴 웃음을 지었다. 총애를 받는다는 것이 후궁의 비빈에게는 꿈에도 바라는 일이지만 호비 같은 성격은 총애를 감당하지 못한다. 불나방 같은 사랑이 막상 불꽃이 사방을 휘감자 놀라고 만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잘못한 걸지도 모르겠다는 호비의 말이 바로 그런 뜻이다. “됐어, 그 사람들 얘기는 하지 말자. 그리고 내 걱정 하지 마. 태자 시켜서 날 설득하려 하지도 말고. 난 정말 이렇게 고요한 나날을 보내고 싶어. 돌아가.” 황귀비가 정색하며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원경릉이 이 상황을 보고 도저히 황귀비를 여기 살게 둘 수 없어 속으로 명원제를 찾아갈 것으로 결심을 굳혔다.황귀비는 원경릉의 생각을 꿰뚫어보고 한숨을 쉬며 설득했다. “내 일에 신경 쓰지 마. 네가 황제 폐하를 찾아가면 내가 따귀 맞은 게 헛수고가 되잖아? 며느리 신분으로 어쩌자고 시부모 일에 간섭하려고 해? 사서 고생 하지 말고 가서 기도나 드려 줘. 난 여기서 살기로 마음 굳혔으니 폐하께 말씀드리러 갈 필요 절대 없어.”“그럼 제가 기도하러 갔다고 치시면 되잖아요.”원경릉이 대답하자 황귀비가 웃었다. “바보, 우리 다 알잖아. 기도해도 소용없는 일도 있다는 걸. 정말 기도가 효과가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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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47화
주재상이 당황하며 바로 말했다. “그럴 것 까지는 없어.”“뭐가 그럴 것까지 없는데? 얼마나 황당했는데!” 소요공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주재상이 말했다. “십팔매, 폐하시잖아. 황제의 존엄을 다쳐선 안돼. 앞으로 군신들을 어떻게 호령하고 천하를 어떻게 통솔하려고?”소요공이 대꾸했다. “이 일은 조정에서 떠들 게 아니고 우리끼리 사적으로 해결할 거야. 알건 알아야지. 태상황 폐하께서 지금 화도 누르지 못하고 걸핏하면 피를 토해내는데 그분은 지금 아주 편안하셔. 너랑 나는 어쨌든 신하 입장이니 말하기 불편하고. 근래 내우외환에 시달렸지만 곁에는 우리 말고도 어진 신하와 인재들이 넘쳐나서 제 아무리 큰 위기도 걱정이 없어. 나날이 평안하다 보니 경계심이 없어지고 자연스레 자기 성격이 나오는 거지. 좀 깨닫게 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다섯째 고생문이 훤해. 당장이야 잘못했다고 하지만 앞으로 또 그럴 게 틀림없어. 역사가 아무런 교훈이 못되는 모양이야. 황제 폐하의 머리 위에 검을 하나 걸어 놔야 머리 위쪽을 올려다보고 싶을 때 그 검에 찔리게 되겠지.”주재상이 가만 있다가 한마디, “여섯째는 알고 있어?”태상황의 목소리가 주재상 머리 위쪽에서 들려왔다. “과인이 여기서 듣고 있었는데 몰랐어?”주재상이 알았다며 고개를 들어 웃으며, “순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태상황이 담담하게 말했다. “과인은 소요공 말이 맞다고 생각하네.”“다들 그렇게 생각한다면 된 거죠.”소요공이 덧붙였다. “그래야 황귀비 편도 좀 들어주는 셈이고. 마침 여 장군도 휘형(안풍친왕)과 생사를 함께 하는 막역한 사인데 자기 딸이 그런 꼴을 당했는데 참아지겠어?”여 장군은 황귀비의 아버지로 일찍이 사방에 무훈을 떨친 장군이다. 황귀비가 명원제에게 후궁으로 시집갈 때 소요공이 나서서 다리를 놓았었다.소요공이 당시 여씨 집안의 큰 아가씨는 장군 집안의 가풍을 이어, 앞으로 태자가 등극하면 분명 태자를 도와 후궁을 안정시켜 그로 인한 근심이 없도록 할 거라고 했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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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48화
당장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주재상의 눈으로, 원경릉은 그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심이 들었다.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건 절대적으로 불길한 일이었다.하지만 건곤전에는 사람이 많아 당분간 묻기 곤란해 원경릉은 주재상이 이미 상당히 호전되었으니 다른 곳에 묵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건의했다. 건곤전에 사람이 많아 쉬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을 덧붙였다. 병자가 쉬는 일과 관련된 지라 태상황은 당연히 허락했고 주재상은 원래 머물던 곳에 묵게 되었는데 상황이 호전되어 한시름 놓아 소요공에게 농담까지 던졌다. “다른 사람이 있는 게 좀 걸리적 거려. 난 희야랑 단둘이서 있고 싶거든.”소요공이 입을 삐죽거리며 웃었다. “눈치 빤한 사람들끼리 염라대왕 한번 보고 왔으면 속 얘기 좀 해야지 말이야!”희상궁이 소요공을 흘겨보더니 몇 분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주재상이 죽을 먹으며 입가에 웃음을 띠었으나 눈빛은 여전히 어두운 회색 빛이 맴돌았다.그는 죽을 먹은 뒤 약을 마신 후 원래 있던 전각으로 옮겨졌다.원경릉이 들어가 주재상을 똑바로 눕히고 자리를 잡은 후 희상궁을 불러 주재상에게 뜨거운 물을 끓여주라고 했다. 그리고 드디어 빙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원경릉이 주재상에게 물었다. “제가 뻗은 손가락이 보이십니까, 재상?”원경릉은 주재상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주재상은 보지 못하고 그저 웃기만 했다. “태자비 마마, 안보입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저들에게 말하지 마세요. 일단 저들이 한숨 돌리고 며칠 쉬도록 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또 조급한 나머지 열이 치받쳐요. 나이가 많아서 그렇게 자꾸 타격을 입으면 안됩니다.”원경릉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희상궁은 알 거예요.”주재상이 말했다. “일단 감추죠. 한 시진이라도 기뻐할 수 있으면 그 한 시진은 감춥시다. 희상궁이 저를 가장 많이 챙기는데 제가 눈이 안 보이는 걸 알면 또 얼마나 슬퍼하겠어요.”원경릉이 말했다. “그래요, 재상 말씀대로 하죠. 하지만 재상도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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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49화
우문호가 저녁 무렵 입궐하자 원경릉이 그에게 주재상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얘기를 했다.우문호는 오늘 회의로 피곤한 이유가 관계 수리가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마음이 좋지 않은데 주재상의 소식까지 들으니 마음이 아픈듯 해 보였다. 원경릉을 품에 안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요즘엔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지?”원경릉도 가만히 우문호 품에 안겼다. 며칠간 다들 정말 지쳤다.처음엔 이번 전쟁이 끝나고 나면 안일하고 느긋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건 원, 전보다 더 조마조마한 나날이었다.우문호의 목소리가 원경릉의 귓가에 쟁쟁 울렸다. “여기 북당은 걱정할 거리 정말 투성이야. 내가 왜 이렇게 당신 고향에 돌아가고 싶냐 면 거기는 북당이 없고, 내가 걱정할 일이 없어. 그저 우리 가족만 있지. 난 매일 오늘은 어디 가서 놀까 하는 소소한 고민만 하고 싶어.”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에 그립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주진 쪽에서 아직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호수에 뛰어들 수만 있으면, 원경릉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주재상을 데리고 뛰어내렸을 것이다.“됐어, 이따금 한 두마디 터트려야 또 살아가지. 줄곧 부정적으로 매일을 어떻게 보내.” 우문호가 원경릉을 풀어주고 초췌한 얼굴을 보더니 마음이 아팠다. “입궐한지 며칠 지나니까 얼굴이 영 말이 아니네.”“주재상이 좋아지면 다시 잘 먹을 수 있을거야.” 원경릉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아 끌고 건곤전 밖으로 나갔다. 부부가 산책하는데 바람이 불어 머리가 맑아지며 어두운 구름이 걷히는 것 같다.“맞다,” 우문호가 갑자기 눈썹을 찡그리고 원경릉을 보며 말했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관도에 다수의 병사들이 말을 달려 경성으로 향한다 던데 그게 안풍친왕의 병사들 같다고. 섬전위, 흑영위 있잖아. 그리고 이리 나리가 그러는데 자기가 기르고 있는 회색 늑대도 안풍친왕이 전부 빌려갔는데 어디에 쓸 건지 모르고 있더군. 설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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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50화
원경릉은 황귀비 일을 우문호에게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우문호가 지금 성격이 많이 누그러졌다고 해도 가끔 욱할 때가 있기에 지금 시점에 황제를 들이받는 건 영 아니기 때문이었다.우문호는 들어가 태상황과 잠시 얘기를 나눈 뒤 바로 주재상 상태를 보고 건곤전을 나갔다. 사실 공무가 바빠 궁에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우문호는 건곤전을 나서며 오랫동안 황귀비 마마한테 문안을 드리지 못했음을 떠올렸다. 사고가 일어난 날 건곤전을 지키던 황귀비의 안색이 좋지 않았는데, 문안 하러 간 김에 몇 마디 당부의 말도 올려야지 생각했다.우문호가 막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구사가 큰 걸음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어디가? 난 이제 곧 교대인데 홍엽이랑 냉대인이랑 같이 한 잔 안할래? 요즘 너무 심심해서 재미난 일 뭐 없나 싶네.”“술 마실 시간 없어. 일이……” 우문호가 잠시 뜸을 들여 생각하더니, 제방 수축하는 일에 관해 마침 냉대인의 의견을 듣고 싶던 참이기에 언젠가 한번을 날을 잡아야 했으므로 말을 바꿔 대답했다. “그래, 일단 황귀비 마마께 먼저 문안 인사부터 드리고.”“황귀비 마마? 그럼 잘못 왔어. 황귀비 마마께서는 이미 장문전으로 침전을 옮기셨어!” 구사가 말했다.우문호가 놀라서 물었다. “왜?”구사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귀에 대고 말했다. “황제 폐하와 다투셨대. 호비 궁 사람한테 듣기로 황귀비 마마께서 태자비가 호비 마마를 진찰하지 못하게 하셨다더군. 황제 폐하께서 화가 나서 황귀비의 따귀를 때리고 황귀비 마마께서 상심한 나머지 후궁의 권한을 내려놓고 장문전으로 옮겨 가셨대.”“정말이야?”“이런걸로 거짓말을 하겠어? 호비 궁 사람 입으로 따귀를 심하게 때리셨다고.” 구사도 마음이 영 좋지 못한 것이 궁에서 일직을 서고 있으면 황귀비가 늘 구사를 챙겨 주셨다. “그리고 폐하께서 최근 채명전 사람들 전부에게 벌을 내리셨어. 호비 마마 시중을 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들 곤장을 맞고 십황자도 곤장을 맞았다더군. 십황자는 곤장을 맞고 많이 얌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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