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871 - Chapter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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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1화
서지현은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거기 서 있었다.가연 왕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탁자를 돌아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그러더니 그중 한 벌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판금 공예 중 하나죠. 주변에 사용한 이 금실의 원자재는 우리 남양의 이웃 나라에서 오고요. 매년 생산되는 양이 적어 매우 귀하지만 부드럽고 연해서 탄탄하지 않으니 자수를 놓을 때도 배로 조심해야 끊어지지 않게 완전하게 수를 놓을 수 있죠.”이 금실은 서지현도 들은 적 있지만 이렇게 본 건 처음이었다.“이런 공예는 바느질에 대한 요구도 매우 높아요.”가연 왕후는 그런 서지현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말했다.“이 옷 한 벌 만드는 데만 해도 5에서 6개월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경험 있는 장인들이 같이 협력해야만 이 한 벌을 만들어낼 수 있죠.”서지현은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이 없었다.“서지현 씨, 나는 당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에요.”가연 왕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사람이 가끔 뭔가를 해내지 못할 땐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견식이 문제거든요.”“이 옷과도 같죠. 본적도 없고 이런 공예를 접한 적도 없으니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자수를 놓지 못하는 거예요.”“서지현 씨와 나석진 씨, 둘 사이도 마찬가지예요.”“서지현 씨도 남양에 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있죠? 통역사 찾을 필요 없이?”씁쓸함이 목구멍을 가득 메웠다. 서지현은 두 손을 꽉 움켜쥐었고 손톱은 그렇게 그녀의 살을 파고들었다.하지만 서지현은 아픈 줄 몰랐다.가연 왕후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서지현은 이렇게 좋은 옷을 접하게 되었지만 어떻게 고치고 관리하는지 모른다. 나석진처럼 좋은 남자를 만났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신분 차이가 점점 드러나면서 갈등이 심해지고 생각이 엇갈리게 될 것이다.신선함이 지나고 서로 사랑이 식어도 과연 서로를 배려해 줄 수 있을까?서지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에게 나석진을 포기하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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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서지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의 예쁜 호박색 눈동자가 신념으로 가득 찼다.“서지현 씨, 고민 끝났나요?”가연 왕후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봉투에 있는 달러면 꽤 오래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남양 여권은 많은 사람들이 꿈에 그리는 물건이었다.이 두 가지를 모두 줬으니 동의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서지현은 콧방귀를 끼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이를 경멸했다.“제가 당신들처럼 아저씨를 거래의 도구로 생각할 줄 아셨나요?”가연 왕후가 깜짝 놀라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요?”서지현은 봉투를 집어 들더니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제가 왕후 마마의 조건만 들어준다면 이 돈과 남양인의 신분을 얻을 수 있겠죠. 이 두 물건은 제가 원하던 거 맞아요. 하지만 필요한 게 있으면 제가 직접 따내지 아저씨와 맞바꿀 생각은 없어요!”“이게 지금...”“왕후 마마,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서지현은 허리를 숙여 인사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가연 왕후의 눈을 똑바로 바라 봤다.“하지만 이렇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절대 물러나지 않습니다.”“서연 언니가 그러더군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꼭 용기 내어 도전하라고 했어요. 셋째 도련님과 그렇게 이루어진 거라면서요.”서지현은 목소리가 떨렸지만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때 언니는 자기가 재희 제약 딸임을 모르고 있었고 비천한 신분으로 어찌 셋째 도련님을 넘볼 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에 노력을 가했죠.”“언니가 그랬어요. 나란히 설 수 있는 사랑이야말로 제일 아름답다고요. 그 사람이 좋은 건 맞지만 나도 꿀리는 데가 없어야 어울리는 거죠.”“저... 저도 아저씨와 나란히 설 수 있게 노력 중이에요. 내가 아저씨랑 나란히 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 꼭 알 수 있게 노력할 거라고요.”“그러니 마마, 저는 이 조건 받지 않을 겁니다.”서지현은 봉투를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말을 이어갔다.“저는 그 어떤 걸 준다 해도 아저씨와 맞바꾸지 않을 거예요.”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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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이때 정전 시위가 송혁준을 발견하고 급히 그에게 인사했다.“전하!”가연이 흠칫하며 감았던 눈을 스르르 떴다. 송혁준이 이미 그녀의 앞에 서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인사하고 있었다,“숙모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지금이 아침은 아닌 것 같은데. 듣자 하니 젊은이들은 아침 겸 점심을 즐겨 먹는다며? 뭐더라... 브런치? 하하, 마침 디저트가 있으니, 브런치를 대접해 줄게. 이리 와서 먹어.”“아닙니다, 괜찮습니다.”송혁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서지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혁준아, 뭐 해?”“아닙니다...”“찾는 사람이라도 있어?”“서지현 씨를 부르셨다고 들었는데, 저도 마침 지현 씨에게 부탁할 게 있어서요. 지현 씨 용건은 해결됐나요?”송혁준은 조금 망설이다가 이실직고했다. 가연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천천히 대답했다.“응, 다 끝났어. 이미 돌아가라고 했는데.”“돌아갔다고요?”송혁준은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 머리를 굴렸다. 방금 정전 밖에서 영상을 찍을 때만 해도 서지현은 당당했다. 영상을 나석진에게 보내고 이곳으로 돌아올 때까지 아무리 많이 쳐봤자 20분이 채 안 될 터였다. 그런데 그사이에 서지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가연 왕후가 10여 분 사이에 한 사람을 증발시켰다고?송혁준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어릴 적 엄마를 잃었기에 가연이 그와 누나를 키워주었다. 그에게 삼촌, 숙모는 친부모보다 더욱 큰 존재였다.그도 가연이 가끔은 자만에 빠지고 이기적으로 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 나라의 왕후였기에 그 정도 성질은 있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녀의 마음씨는 착하다고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서서 다른 사람을 해할 줄은 몰랐는데!송혁준의 주먹 쥔 손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숙모, 죄송합니다만, 방금 분명히 서지현 씨가 여기 있는 걸 보았는데요. 지현 씨가 나가는 모습도 못 봤고요!”“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지현 씨를 가두기라도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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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설마 서지현이 정말 떠난 걸까?“혁준아, 이참에 하는 말인데, 난 네 누나와 석진이가 잘됐으면 좋겠어. 그래서 서지현 씨가 제 발로 남양을 떠났으면 해. 하지만 지현 씨가 싫다고 하면 나도 어쩔 수 없어. 나도 사리 분별은 잘하니까 걱정하지 마. 서지현 하나 때문에 나 씨 가문에게 밉보이는 건 너무 손해잖아?”송혁준이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연왕후는 손을 저어 그를 내보낸 뒤 홀로 곰곰이 생각하다 인상을 확 찌푸렸다.‘서지현은 어디로 간 거지? 정전을 나선 뒤 누굴 만나기라도 한 거야?’이때 그녀의 머릿속에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여봐라! 송지아 여친왕을 불러오거라!”...서지현은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있었다. 춥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흰 벽, 흰 방, 흰 카펫, 심지어 창문틀까지 모두 흰색이었다. 겨울왕국에 온 것만 같았다.남양의 여름은 무더웠지만 지금 그녀는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침대 위의 여인이 천천히 일어나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얼마 뒤 여인도 서지현을 따라 몸을 웅크렸다.서지현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공포감이 마음속에 꽉 들어찼다. 여인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여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강서연과 최연준의 결혼식에 갑자기 나타난 그 여자, 포크로 그녀의 손목을 깊이 찔렀던 그 여자였다!서지현은 급히 뒤로 물러났다. 등이 벽에 부딪히며 한기가 온몸을 감쌌다.“어...”송임월이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꺼냈다.서지현은 당황해 어쩔 바를 몰라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송임월은 한참 동안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담요 하나를 들고 휘청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아, 오지 마요!”서지현은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머리를 감싼 채 눈을 꼭 감았다.송임월은 그 말을 듣지 못한 듯 담요를 서지현에게 둘러주었다. 서지현은 머리가 하얘져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얼마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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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송임월이 저 멀리 달려갔다. 서지현은 구석에 가만히 앉아 몸에 둘린 담요를 만지작댔다.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맨체스터 시티에 있을 적 그녀는 종종 이웃집의 집시들과 얘기하곤 했다. 그들은 점성술과 같은 초자연적인 것들을 좋아했는데, 사람들 사이의 인연은 초자연적이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똑같이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누군가는 이유 없이 정이 가는 반면 누군가는 이유 없이 싫어지는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마치 가연왕후와 송임월처럼 말이다.가연은 비록 고귀한 신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서지현은 그녀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 반면 송임월은 서지현을 다치게 했다. 하지만 서지현은 그녀가 밉기는커녕 그녀를 위해 변호하고 있었다.‘임월 전하는 그저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그랬을 뿐이야. 절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서지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도망칠지 하는 생각뿐이었다.사실 가연왕후는 이미 그녀더러 황궁을 떠나라 했다. 서지현이 금방 정전을 나섰는데 바로 앞에서 송지아가 사람들을 이끌고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가 송지아에게 예를 차리고 몸을 일으키는 그 순간, 손수건 하나가 그녀의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서지현은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이곳 서궁에 와 있었다.서지현은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핸드폰은 아마 정전에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서궁이었다.그녀는 밖을 쳐다보았다. 궁전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은 사실 감옥과 비슷했다. 문가의 경비는 개미 한 마리도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삼엄했다.하지만 궁 안에는 별사람이 없었다. 시녀들은 모두 송임월이 미쳐 날뛸까 봐 무서워 문밖에서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서지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송임월도 돌아오지 않았기에 지금 궁 안엔 서지현 한 사람밖에 없었다. 묘한 긴장감이 그녀를 감쌌다.이때 발소리가 들리더니 시녀 한 명이 방금 달인 약을 들고 들어왔다.“당신은...”시녀가 이상하다는 듯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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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최연준이 묘한 웃음을 지었다.“거기 남겨서 아버님 조수로 삼고 싶으신가 봐.”강서연은 어리둥절했지만 얼마 안 지나 그 말을 이해했다. 전에 윤정재가 말했다. 누군가는 참지 못하고 송임월을 해치려 할 것이라고, 하지만 자신도 언제까지나 그곳에서 지켜볼 수는 없다고.이제 서지현도 있으니 지켜보는 눈이 하나 더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서지현은 총명하고 반응이 빠른 데다 임기응변에도 능해 윤정재의 훌륭한 도우미가 될 수 있었다. 누군가 송임월을 해치려 해도 누구보다 빨리 이를 저지할 수 있을 터였다.“우리 아빠 대단하긴 하네! 그런데 지현이도 그러겠다고 했대요?”“맨체스터 시티에 있을 때, 지현이가 나석진 씨 호텔에서 묵었잖아? 아버님, 어머님 바로 옆 호실에서 말이야. 그때 좋게 본 모양이야. 게다가 너도 지현이에게 잘해줬고. 그게 고마웠는지 바로 승낙했대.”“하지만 임월 전하 상태가... 지현이가 다치는 건 아닐지 걱정돼요.”“송임월이 지현이에게 엄청나게 잘해준대. 자기 옷까지 꺼내서 입게 해주나 봐.”“그래요?”강서연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최연준이 핸드폰을 꺼내 윤정재가 보낸 사진을 찾았다. 서지현이 송임월의 옷을 입은 사진이었다.송임월의 옷은 서지현의 몸에 딱 맞았다. 게다가 그녀의 연갈색 머리카락까지 더해져 언뜻 보면 젊은 시절의 송임월 같았다.강서연이 인상을 썼다. 뭔가 이상했다.“왜 그래, 여보?”“우리 아빠가 이상해요. 아빠가 누구한테 사진 찍어주는 거 봤어요? 그런데 지현이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니... 뭔가 알아낸 거 아니에요?”최연준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 느낌은 방향을 알 수 없이 그저 마음속에 떠다니기만 했다.“현수 씨, 지현이는 어릴 때부터 맨체스터 시티에서 살았어요. 송임월은 쭉 남양에 있었고요. 하지만 그 둘... 머리색이 같아요!”머리색뿐만 아니라 몸매, 심지어는 미간이 주는 미묘한 인상마저도 같았다.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했다. 서로의 놀란 눈빛 속에서 둘은 무언가를 직감했다.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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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최연준이 피식 웃었다. 김자옥은 어떤 일이 있어도 최연준에게는 말하지 않고 강서연에게만 전화를 걸곤 했다. 김자옥에게 며느리는 친딸 같은 존재였고, 아들은 주워 온 자식이나 마찬가지였다.최연준도 엄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김자옥의 좋은 소식은 보통 자신의 주가가 올랐다든지, 경쟁 상대의 주가가 내렸다든지, 사업을 확대했다든지, 눈엣가시가 없어졌다든지 하는 것들이었다.하지만 곧이어 김자옥이 한 말에 최연준은 머리가 하얘지는 것을 느꼈다.“나 남자친구 생겼어... 한 번 만나봐!”“네?”최연준이 화면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강서연의 반응이 빨랐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액정에 얼굴을 부딪칠 뻔했다.“뭐라고요? 남자친구? 진짜예요?”강서연이 최연준에게 눈치를 주었다. 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최연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최연준은 고지식한 사람이 아니었다. 부모님의 이혼이 그에게 상처가 되긴 했지만, 만남과 결혼은 억지로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인연이 아닌 두 사람을 억지로 묶어놓는 건 누구에게도 못 할 짓이었다.더군다나 김자옥과 최문혁의 결혼은 오직 가족의 이익을 위한 정략결혼이었다. 서로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갈라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최연준은 기분이 이상했다. 그는 아버지가 딸을 혼내듯 무거운 목소리로 질문하기 시작했다.“엄마,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신났어요? 어떤 사람인지 잘 관찰해요! 혹시 다른 걸 노리고 접근한 거면 어쩌려고요?”“이놈 자식! 내가 행복한 게 싫어?”“그런 게 아니잖아요! 억지 부리지 마요!”“너 다시 한번 말해봐!”“됐어요... 어머니, 이 사람 원래 이런 거 아시잖아요. 상대하지 마세요!”강서연이 최연준을 눌러 앉히고 웃는 얼굴로 김자옥에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김자옥이 화가 조금 풀린 듯 조금씩 진정했다.강서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님의 행복이 곧 저희의 행복이에요. 하지만... 연준 씨가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돼요. 대체 어떤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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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이 강인한 남자더러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반응을 보니 강서연의 말이 맞았다.한참의 침묵 후 최연준이 입을 열었다.“여보, 그게...”강서연이 애틋하게 최연준의 뺨을 어루만졌다.“부모님 이혼하신 후에도 내게는 잘해주셨지만, 그래도 항상 마음에 걸렸어. 은 대표님은 날 친아들처럼 대해주셨지만, 가끔 그분과 연희, 우리 아빠가 한 가족이고 난 홀로 남겨진 것 같았어. 곧 엄마도 가정이 생길 테고.”최연준이 자조 어린 웃음을 짓고는 걱정스럽게 물었다.“이런 내가 정떨어져?”강서연은 최연준의 품에 안겨있었다. 그녀의 체온과 향기는 최연준을 진정시키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특효약이었다.“바보, 다들 그래요. 당신이 왜 홀로 남겨져요? 내가 있잖아요! 내가 평생 옆에 있을게요.”“서연아...”“인생이라는 게 다 그래요. 부모님은 언젠가 떠날 테고, 자식들도 모두 자기 인생을 살 테니까요. 사람은 원래 외로운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있다면 난 외롭지 않아요! 당신은요? 당신도 나와 같아요?”강서연이 웃으며 손가락으로 최연준의 가슴을 톡톡 쳤다. 최연준은 입술을 꿈틀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깊은 키스로 마음을 표현할 뿐이었다.“흡!”갑작스러운 키스에 강서연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최연준의 팔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큰 손이 그녀의 몸을 더듬거리고 있었다.“안 돼... 오늘은 안 돼요...”“알아.”최연준이 옅게 웃었다. 그는 몽롱한 눈빛으로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는 씩 웃으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달빛이 흔들리는 침대를 비추고 있었다....며칠 뒤, 최연준과 강서연은 아들과 함께 맨체스터 시티에 도착했다. 최군형은 다행히도 비행 내내 보채지 않고 얌전히 앉아있었다. 그는 동그란 두 눈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제 아빠를 보고는 입을 삐죽대고 고개를 홱 돌렸다.“이 자식...”최연준이 최군형에게 눈을 부라리고는 작게 말했다.그는 기분이 썩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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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비록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최군형은 두 팔을 벌리고 할머니의 품에 안겼다.강인한 여전사이던 김자옥은 최군형의 귀여움에 완전히 정복돼 연신 그의 뺨에 뽀뽀하고는 조심스레 그를 차에 앉혔다. 이어 다른 쪽으로 차에 오르려는데, 누군가 갑자기 그녀를 끌어당겼다.“뭐야?”그녀는 의문이 가득 담긴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았다.최연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군형이를 며칠만 맡아줘요. 저랑 서연이랑 다른 곳에서 놀다 올게요!”“응?”“엄마, 한 번만 도와줘요! 저 장애물을 저 서연이 옆에서 떼어줘요!”그 말에 김자옥은 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최연준의 머리를 콩 때리며 말했다.“이 자식, 군형이는 네 친아들이야! 말 똑바로 못해?”“알아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아무리 그래도 너무했다! 난 못해.”“네?”“서연이가 군형이를 떼놓고 어딜 가겠어? 그건 그렇다 쳐도 네 엄마 요즘 바빠서 애 봐줄 시간 없어!”“...”“아들이랑 여행하는 게 얼마나 낭만적인데! 내가...”김자옥이 말을 멈췄다. 그녀는 아들을 데리고 여행한 적이 없었다. 최문혁과 결혼한 지 얼마 안 되고부터 그녀는 이 결혼을 깊이 후회했다. 아이를 낳고는 빨리 이혼해 버리고 멀리 떠나고만 싶었다.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심정이었다.“아, 그래요? 연애에 정신이 팔려 친손자도 못 봐준다 이거예요?”“최연준!”“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빠져있는 거예요?”김자옥은 심호흡하고는 웃으며 최연준의 어깨를 두드렸다.“곧 아저씨를 만나면 잘 좀 대해드려, 알겠지?”“네?”“맞다, 아저씨에게 넌 장애물이야. 무슨 뜻인지 알겠어?”김자옥이 차에 오르려다 말고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최연준에게 말했다.“이...”김자옥이 그런 최연준을 보며 인상을 썼다.‘왜 남양의 그 자식과 점점 닮아가는 거지? 사위가 장인어른을 닮아갈 수도 있나?’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감쌌다. 그래도 최군형을 보는 게 제일 좋았다.최연준도 차에 올랐다. 최군형이 아빠, 아빠 하며 그를 불러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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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강서연이 창문 밖의 풍경을 보며 물었다.“어머니, 여긴 집 가는 길이 아닌 것 같은데...”“밥부터 먹고 돌아가자!”“밥이요?”강서연은 그 말의 뜻을 곧바로 알아채고는 생긋 웃으며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어머님이 쏘시는 건가요, 아니면 미래의 아버님이 쏘시는 거예요?”“얘도 참! 이제 나와 농담도 하는 거야?”“어머니, 그분은 대체 어떤 사람이에요? 너무 궁금해요.”김자옥은 그녀를 흘깃 보고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아직은 비밀이야.”얼마 뒤 그들이 탄 차는 김중 호텔에 도착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상징물인 김중 호텔은 호화로운 외관부터 최상의 서비스까지 온갖 좋은 조건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오늘 김중 호텔은 이들 부부를 위해 다른 손님들을 모두 거부했다. 호텔 이사가 직접 차 문을 열어 이들을 맞이했다.“대표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꼭대기 층으로 가시죠.”김자옥이 만족스러운 듯 대답했다.“응. 변 선생님은 오셨어?”“네, 기다리고 계십니다.”강서연과 최연준이 눈빛을 교환했다. 곧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니, 두 사람은 궁금하기도, 긴장되기도 했다.강서연은 최연준의 손을 꼭 잡은 채 김자옥과 함께 꼭대기 층의 식당에 도착했다. 창가에 풍채가 좋은 중년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의 모든 행동에서 우아함과 귀티가 뿜어져 나왔다.남자는 일어나 그들에게 영국 신사처럼 인사했다.김자옥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소개할게. 여긴 우리 아들 최연준, 여긴 내 며느리 강서연, 그리고 여긴 내 손자 최군형이야! 그리고 이쪽이 바로 너희 아저씨...”김자옥이 남자를 한 번 보고는 또박또박 그의 이름을 말했다.“변덕수야!”강서연이 깜짝 놀라 입꼬리에 힘을 주었다. 최연준도 어쩔 바를 몰라 했다.방금 만날 때만 해도 남자에 대한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명문가 사람 같은 것이, 김자옥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이름은... 김자옥이 열정적으로 말했다.“다들 서있지만 말고 앉아! 밥 먹자! 덕수야, 너도 앉아!”강서연이 참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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