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1221 - 챕터 1230
1265 챕터
제1221화
구애린은 시선을 피하며 부인했다.“아니야.”“맞는 것 같은데요.”진원우는 역시 그녀를 잘 안다.평상시에 털털하고 밝은 성격 같아 보여도 가끔 저 자신을 궁지로 밀어붙이며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애린 씨네 오빠랑 새언니 모두 좋은 분들이에요. 다들 그런 거로 켕겨 하는 분들이 아니니 애린 씨도 너무 마음에 두지 말아요.”진원우가 위로했다.“우리 모두 한 가족이에요. 자꾸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알았으니까 운전이나 잘해. 방심하지 말고.”구애린이 대답했다. 옆에 있던 찬이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맑은 눈망울로 살짝 의아하다는 듯 둘에게 물었다.“고모, 삼촌, 두 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왜 난 못 알아듣겠죠.”구애린이 아이를 품에 안으며 답했다.“고모한테 이렇게 착한 조카가 있어서 기쁘다는 뜻이야.”찬이는 그녀 품에 기댔다.“나도 고모가 있어서 너무 기뻐요. 이젠 엄마, 아빠한테 효도하는 것처럼 고모한테도 똑같이 효도할 거예요. 고모가 날 제일 이뻐하잖아요.”어머...녀석의 달콤한 말에 구애린의 마음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아이의 두 볼을 감싸고 이마에 연신 뽀뽀했다.“적당히 해요.”진원우의 말에 찬이가 반박했다.“고모가 날 사랑한다는데 불만 있어요?”“...”진원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되물었다.“너희 고모 날 사랑하는 게 아니었어?”“누가 그래요. 고모는 날 사랑한다고요!”찬이가 발끈했다.“그래?”진원우는 웃으며 되물었고 아이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당연하죠. 못 믿겠으면 고모한테 물어봐요, 누굴 사랑하는지.”진원우는 백미러로 구애린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애린 씨 누굴 사랑해요?”구애린은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그거야 당연히 우리 보배둥이 찬이지.”“나 사랑하지도 않는데 내가 왜 놀이공원까지 운전해야 하지? 나 안 해.”진원우가 유턴하려고 하자 구애린이 재빨리 말했다.“원우 씨도 사랑해, 사랑한다고.”진원우는 그제야 만족스러웠다.“삼촌 너무 소심해요.”“고
더 보기
제1222화
구애린이 입을 삐죽거렸다.“너나 얌전히 말 잘 들어. 무슨 윤이를 돌본다고 그래. 너만 시끄럽게 안 굴어도 소원이 없겠어.”“고모, 난 윤이의 형이에요. 윤이랑 샛별이 모두 내가 보살펴야 한다고요.”구애린이 샘 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고모 배 속의 아기는 안 보살필 거야?”찬이는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고모 배 속의 아기도 당연히 보살펴야죠. 내가 맏형이잖아요.”“자, 다들 그만하고 얼른 들어가자.”송연아와 찬이는 윤이의 손을 잡고 나란히 들어갔고 진원우는 입장권을 사러 갔다.윤이가 아직 너무 어려 딱히 놀 수 있는 게 없었다. 송연아는 윤이를 데리고 연못가에서 물고기를 잡기로 했다.“세헌 씨가 찬이 데리고 다녀요.”강세헌은 그녀에게 어디론가 가리켰다. 방향대로 시선을 옮기니 찬이가 어느덧 진원우와 구애린과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찬이는 두 사람한테 맡기지 뭐.”강세헌이 윤이를 쳐다봤다.“우린 여기 남아있자.”송연아는 머리를 끄덕였다....임지훈도 호텔에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 비록 프랑스에서 일하지만 전에 늘 국내에 있어 핫플레이스를 다 꿰차고 있다. 그는 곧장 술 마시러 클럽으로 향했다.진원우와 구애린, 강세헌과 송연아까지 그들과 함께 있으면 괜히 더 외로워진다. 특히 실랑이를 벌일 때 남들은 다 자기편이 있는데 유독 임지훈만 쓸쓸하게 혼자다.겉으론 괜찮다고 하지만 사실 그도 무척 짝을 찾고 싶다.최소한 매번 말다툼할 때 제 편이 있을 거니까.임지훈은 홀로 술 마시며 마음을 달래러 왔다.미인이 다가와 말을 걸어도 딱히 거절하지 않지만 이런 곳의 여자는 다 별로라는 걸 잘 안다.여기서 돈 많은 남자를 만나거나 혹은 쌓인 스트레스를 풀거나, 절대 이런 곳에서 결혼할 상대를 찾는 사람은 없다!임지훈도 맞춰주며 놀아줄 뿐이다.기분이 우울한 탓인지 그는 점점 더 많이 마셨고 옆에 있던 미녀가 물었다.“너무 많이 마셨네요. 우리 장소 바꿀까요? 차 밖에 있죠?”임지훈이 대답했다.“나 차 없어.”그는 국내에 정
더 보기
제1223화
임지훈은 고개 숙여 냄새를 맡아봤는데 확실히 코를 찔렀다. 그는 머쓱한 듯 히죽 웃었다.“미안, 옷에 술을 쏟았어.”강세헌은 썩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임지훈과 오랜 시간 함께 일한지라 이런 사소한 부분쯤은 바로 알아챌 수 있다.다만 그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니 강세헌도 조심스러울 따름이었다.“그럴 것까진.”말인즉슨 여자친구가 없는 걸 너무 전전긍긍하지 말라는 뜻이다.임지훈은 바로 알아듣고 민망해하며 머리를 긁적거렸다.이때 진원우가 말했다.“내가 함께해줄까?”“아니야, 괜찮아.”임지훈이 바로 거절했다.구애린이 임신 중인데 이런 시기에 진원우를 뺏어갈 순 없다.임지훈도 이 정도의 눈치는 있다.찬이가 다가오며 그의 손을 잡았다.“삼촌, 찬이가 함께해줄게요.”임지훈은 고개 숙여 아이를 바라보더니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찬이 참 착하네.”아이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어쩔 수 없죠. 저도 솔로잖아요.”“...”구애린이 말했다.“네가 왜 솔로야. 넌 샛별이가 있잖아.”임지훈은 아예 말문이 막혔다....구애린은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무고한 눈길로 진원우를 쳐다보며 나지막이 물었다.“내가 무슨 말실수 했어?”진원우가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요. 다 맞는 말만 했어요.”그는 구애린의 팔을 부축했다.“우리 이만 방에 돌아가서 쉬어요.”“잠깐만. 아직 여기 사람들 다 있잖아.”진원우는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다들 여자는 임신하면 적어도 3년 동안 반응이 느려지고 머리가 나빠진다더니 애린 씨는 이제 고작 첫해네요. 남은 2년은 말을 줄여야겠어요.”구애린은 바로 알아챘다.“내가 말실수했다는 거네?”임지훈은 이런 사소한 일로 화낼 리가 없다.“아니요, 그런 거 없어요. 전부 맞는 말이에요.”구애린이 그를 바라봤다.“난 생각하는 대로 말을 내뱉어서 가끔 말실수해도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네, 알았어요.”임지훈은 그리 속 좁은 사람이 아니다.“그럼 이만 방으로 돌아가죠.”송연아는 찬이를 목욕시켜야 한
더 보기
제1224화
임지훈이 말했다.“네 와이프 착하네.”진원우는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당연하지.”“넌 겸손해지는 것부터 배워야겠다.”“어쩔 수 없어. 나도 겸손해지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되잖아. 찬이 봐봐, 날 고모부라고 불러. 너랑 재경이는 다 삼촌인데 나만 달라.”“...”임지훈은 말문이 막혔다.‘이 자식 지금 자랑하는 거야?’그는 물을 다시 가져갔다.“재경이 찾아서 둘이 함께 널 확 패버리는 수가 있다.”진원우가 웃으며 반박했다.“재경 씨는 오늘 시간 없어.”신혼 첫날밤인데 그들과 놀아줄 리가 있을까?임지훈은 원래 아무 일도 없는데 진원우가 괜히 찾아와서 속만 더 뒤집어놓았다.“얼른 네 방 가서 와이프나 챙겨. 난 제발 좀 신경 꺼주겠니. 조금만 더 함께 있으면 제 명에 못 살겠어.”진원우는 뻔히 알면서 되물었다.“왜 못 사는데?”“너 때문에 화나서.”진원우는 허리띠를 풀었다.“나 씻을 건데 계속 여기서 지켜볼 거야?”진원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괜찮아, 계속 벗어. 다 같은 남자이고 거기도 똑같게 생겼겠는데 네가 보라고 해도 안 봐. 난 뭐 없냐.”“...”임지훈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너 진짜 뻔뻔스럽구나.”그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진원우가 대체 언제 이렇게 파렴치해졌지?“너 웃기려고 그런 거야.”진원우가 말했다.“...”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 누가 농담을 이런 식으로 하냐고?!게다가 다 큰 성인인데 유치하게 이런 식으로 놀려대다니.“그럼 네 마음대로 해.”임지훈은 욕실에 들어가 샤워했다.진원우는 전혀 떠날 기미 없이 소파에 지그시 기대 목을 움직였다.우웅...이때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꺼내 보니 심재경한테 걸려온 전화였다.진원우는 처음에 잘못 들은 줄 알고 발신자 번호를 다시 확인한 후에야 그에게 물었다.“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첫날밤 보내야지!”신혼 첫날밤에 대체 무슨 시간이 나서 그에게 전화한 걸까?심재경이 말했다.“첫날밤이 내 친구 행복보다 중요
더 보기
제1225화
임지훈은 진원우가 통화하는 걸 알아채고 축축이 젖은 머리를 닦으며 물었다.“왜? 너 돌아오래?”그는 구애린인 줄 알았다.진원우는 전화를 끊고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대답했다.“아니, 애린 씨는 이미 잠들었을 거야. 오늘 종일 밖에만 돌아다녀서 지금쯤 곯아떨어졌어. 날 신경 쓸 겨를도 없을걸.”임지훈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내 방에 찾아오더라니. 마누라가 안 놀아줬구나. 그러게 내가 뭐랬어. 너희들같이 우정보다 사랑이 먼저인 녀석들이 무슨 시간이 나서 솔로인 날 관심하겠냐고.”“...”진원우은 분명 좋은 마음으로 찾아온 건데 왜 안 오기만 못 한 꼴이 된 걸까?“쯧쯧, 넌 이래서 솔로야.”진원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자, 나랑 나가서 놀아.”임지훈은 침대에 누우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안 가.”“왜 안 가?”진원우가 물었다.“가기 싫어.”임지훈은 손을 내저었다.“얼른 네 방으로 돌아가, 나 쉬는 거 방해하지 말고.”“...”다 그를 위해주는 건데 왜 수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까?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냐고?“날 위해서라도 가주라, 응?”진원우가 끈질기게 설득했지만 진원우는 단호하게 머리를 내저었다.“돌아가서 와이프나 챙겨. 넌 유부남이고 난 미혼이야. 우리가 함께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진원우가 쓴웃음을 지었다.“왜 못 놀아? 내가 결혼했다고 바에 가서 술도 못 먹냐? 그게 네가 미혼인 거랑 뭔 상관인데?”임지훈은 벌떡 일어나 앉아서 그를 빤히 쳐다봤다.“난 바에 가면 미녀를 안고 놀 수 있어. 넌 있냐?”“...”진원우는 어이가 없었다.“너 이 자식.”그는 하마터면 험한 말을 내뱉을 뻔했다.“차이가 있는 거 당연한 거잖아. 우린 함께 못 놀아. 얼른 네 방으로 돌아가. 여기서 귀찮게 굴지 말고.”“...”진원우는 침대 머리맡으로 걸어가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고집 그만 부리고 얼른 일어나. 너 안 가면 우리 절교야.”임지훈이 다리를 침대에 내려놓았다.“왜? 이젠 날 협박해?
더 보기
제1226화
진원우는 그가 이렇게 생각할 줄은 미처 몰랐다.다만 심재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저토록 은밀한 곳에서 여자와 함께 은근 야릇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오늘이 심재경의 결혼식 날인데 이런 곳에 나타난 것 자체가 그릇된 일이다!진원우는 일부러 놀란 척 연기했다.“그러게. 첫날밤에 바에 온 거야? 옆에 여자까지 있고. 저거 분명 바람이야.”임지훈이 말했다.“이슬 씨한테 전화해야겠어.”진원우가 얼른 그를 말렸다.“이슬 씨 알면 이혼하자고 난리일 텐데! 재경이도 어렵게 이슬 씨랑 결혼했어. 우리가 친구를 배신하면 안 되지.”“저러고도 친구야? 이 결혼이 힘든 걸 알면 더 소중히 여겼어야지. 이렇게 쉽게 바람피우는 게 어디 있어?”임지훈이 씩씩거렸다. 진원우가 말리지 않았다면 그는 당장 뛰쳐나가 심재경을 때리고 싶었다.진원우는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무슨 일이 있어도 남의 결혼은 무너뜨리지 말랬어. 재경이한테 그러면 안 돼.”그는 임지훈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한번 가볼까? 여기서 그만 추측하고. 단순히 업무 얘기하는 거일 수도 있잖아.”임지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재경 씨는 바람피울 사람이 아니야. 정말 바람피운다 해도 신혼 첫날밤엔 그럴 리 없어.”진원우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찬성했다.임지훈이 머리를 번쩍 들고 그에게 말했다.“얼른 가보자.”진원우는 그의 뒤에서 몰래 웃었다.‘그래, 어디 한번 가봐. 너만 모르는 속임수야 바보.’다만 겉으론 전혀 티 내지 않고 심재경의 앞으로 다가갔다. 임지훈이 그를 내려다보며 먼저 말했다.“뭐 하세요 재경 씨? 이렇게 한가해요? 오늘이 무슨 날인데 여기서 술이나 마시고 있어요?”그는 말하면서 옆에 있는 여자를 쳐다봤다.“이 사람 유부남인 건 알고 있어요?”심재경과 여자는 모두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리를 꼬고 앉아서 길고 늘씬한 다리가 훤히 보였다. 위에는 타이트한 검은색 상의를 입고 목에는 실버 목걸이를 끼고 있었다. 그녀는
더 보기
제1227화
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지금 그거 무슨 눈빛이에요?”그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심재경은 얼른 진원우를 소개했다.“여긴 또 다른 절친 진원우야.”방유정은 진원우를 보더니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안녕하세요.”진원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반가워요.”“다들 앉아.”심재경이 말했다.진원우는 눈치가 빨라 심재경의 옆에 앉았다. 남은 자리가 없어 임지훈은 마지못해 방유정과 가까운 곳에 앉았다.방유정은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내 옆에 앉지 마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나 꼭 여기 앉아야겠는데요.”그는 오기가 생겼다.“싫다고 하면 기어코 옆에 앉을 거예요. 뭐 어쩔 건데요?”원래 아까 술 세례를 당해서 기분이 언짢은데 지금 또 이렇게 사나운 여자를 마주하니 임지훈도 더는 참고 싶지 않았다.그는 속으로 투덜거렸다.‘지금 여자들은 대체 왜들 이런 거야?’술 한잔 따르며 마음을 추스르던 찰나 방유정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심재경과 진원우도 그를 바라봤다.임지훈은 그러려니 하고 계속 술을 마셨다.이에 진원우가 툭툭 치며 말했다.“왜 혼자 마셔? 다 함께 마셔야지. 우리도 따라줘.”임지훈이 말했다.“마시려면 혼자 따르든가.”진원우는 두 눈이 뒤집힐 뻔했다.수습해보려고 한 건데 이렇게 무안을 주다니.아무리 도와주려 해도 지금은 전혀 부질없는 노릇이다.오늘 임지훈은 분노 덩어리가 된 듯싶다.심재경이 눈빛으로 진원우에게 물었다.“왜 저래? 너무 예민하게 굴잖아.”진원우는 머리를 내저었다. 분명 서운한 일을 당해서 닥치는 대로 화풀이하는 듯싶다.심재경은 임지훈과 방유정을 번갈아 보며 맞선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그는 진원우에게 술 한 잔 따랐다.“우리도 마시자.”임지훈이 한마디 끼어들었다.“나는?”“혼자 마신다며? 술친구 찾고 싶으면 옆에서 찾아. 우릴 보지 말고.”진원우가 명확하게 말했다. 그와 함께 안 마신다고...임지훈은 말문이 막혔다.“그러든가 말든가. 혼자 마시지
더 보기
제1228화
방유정이 고개 돌려 그를 바라보더니 코웃음을 쳤다.“왜요? 나 꼬시게요?”“...”임지훈은 입이 쩍 벌어졌다.“뻔뻔스러운 사람을 많이 봐왔지만 또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그는 비아냥대며 말했다.“이 세상에 여자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쪽을 꼬실 일은 절대 없어요.”“그러게요. 여자가 있다면 뭣 하러 선보러 나왔겠어요. 딱 보니까 솔로로 찌든 사람 같네요.”방유정이 노는 걸 좋아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멍청이는 아니다. 심재경은 언제든 단기문을 만날 수 있는데 굳이 그녀를 통해 물건을 전달할 필요가 있을까?이걸 빌미 삼아 선 자리를 주선하는 거겠지!그녀는 빤히 알면서 까밝히지 않았을 뿐이다.심재경은 눈썹을 들썩거렸다.‘그냥 잘 노는 애인 줄 알았는데 꽤 섬세하네.’임지훈은 화나서 자리에 벌떡 일어섰다.평상시에 심재경과 진원우가 그를 솔로라고 놀려대도 다들 친한 사이라 농담인 걸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금방 알게 된 사람이 이토록 놀려대니 기분이 잡치고 울화가 치밀었다.“지금 누굴 능멸해요? 내가 왜 선을 봐? 선을 본다면 내 맞선 상대는 어디 있어요?”그는 말하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재빨리 되새겨보았다. 홀로 호텔에 남아있는데 진원우가 한사코 술 마시러 가자고 했고 또 우연히 심재경을 만났는데 그의 옆에 여자가 한 명 더 있었다.그렇다면 이 여자가 바로 그의 맞선 상대일까?...임지훈은 저 자신이 우스웠다.“설마 그쪽이 내 맞선 상대인 건 아니죠?”방유정은 그의 표정을 보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도 더는 놀려대지 않고 심재경을 쳐다보며 두 눈을 깜빡거렸다.“내 말 맞죠?”임지훈은 심재경에게 시선을 돌렸다.심재경은 질의에 찬 임지훈의 눈빛을 보더니 난감하면서도 공손하게 미소 지었다.“저기, 그게 그러니까...”“맞아.”진원우가 대신 대답했다.“여자 소개해주고 싶으면 바로 말하면 되잖아!”“바로 말하면 네가 나올까?”진원우가 되물었고 심재경도 덩달아 머리를 끄덕였다.“그러게요
더 보기
제1229화
오늘은 그의 결혼식 날이었으니 당연히 집에 돌아가야 한다.이 타이밍에 그를 남기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다.진원우가 임지훈의 어깨를 툭툭 쳤다.“살면서 처음 주선을 해보는데 제대로 망쳤어.”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애린 씨 홀로 호텔에 남아있어서 나도 이만 돌아가야겠어. 걱정돼서 안 되겠다. 여기 호텔이랑 가까우니 너 혼자 돌아와.”임지훈은 머리를 끄덕였다.“술을 다 시켜놓고 안 마시면 낭비잖아. 난 다 마시고 갈게.”“너무 많이 마시진 말고.”진원우가 분부했다.임지훈은 머리를 끄덕이며 그에게 대답했다.“알았어, 얼른 돌아가. 와이프 임신 중이잖아.”진원우는 자리에서 나와 방유정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제 친구 덕담을 해줬다.“우리 지훈이 괜찮은 애예요. 놓치지 마세요.”임지훈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한마디만 더 하면 밤에 못 자게 네 방문 두드릴 줄 알아!”임지훈은 너무 창피했다. 딴사람들도 있는 장소였으니.“그래, 알았어. 그만할게.”진원우가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방유정은 임지훈을 보다가 불쑥 자리에 앉았다.임지훈은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왜 안 가요? 나랑 선볼 생각이에요?”방유정이 답했다.“나쁘진 않죠.”임지훈이 독하게 말을 내뱉었다.“유정 씨는 내 스타일 아닌데.”“마찬가지거든요. 지훈 씨 혼자 술 먹는 거 지켜보려고요.”방유정이 말하면서 제 잔에도 술을 따랐다.임지훈은 그녀가 찬 팔찌를 보더니 입을 삐죽거렸다.“애들도 참 막무가내지. 어떻게 유정 씨 같은 재벌 집 따님을 내게 소개해줄 생각을 해요? 조건도 안 보나 봐.”방유정이 물었다.“왜 그렇게 말해요?”“지금 그 팔찌, 모 명품 브랜드의 이번 시즌 최신 모델인데 한정판으로 판매되니 가격이 어마어마하죠? 난 유정 씨 같은 분을 감당할 능력이 못 돼요.”방유정은 손목에 찬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다이아몬드가 가득 박혀 있어 눈부시게 빛나니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나 같은 여자는 어떤 여자인데요?”방유정이 시선을 올렸다.
더 보기
제1230화
임지훈은 오는 사람을 막지 않는 솔로 원칙을 따랐다.“혼자야.”미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살랑살랑 흔들었다. 임지훈도 가까이 들이대는 여자를 밀치지 않고 씩 웃었다.“여자친구 있어요?”미녀가 물었다.“있으면 이런 곳에 와서 시간 때우겠어?”미녀는 더 활짝 웃었다.“난 오빠처럼 솔직한 사람이 좋다니까.”방유정은 소파에 앉아 한 손에 잔을 들고 다른 손을 넌지시 내려놓은 채 술 한 모금 마시며 임지훈을 바라봤다.그는 훤칠한 체격에 역삼각형 몸매라 인파들 속에서 한눈에 띄었다.무대 위에서 미녀가 그에게 끊임없이 들이대며 귓속말로 속삭였다.“맞은 편에 호텔 있는데 함께 갈래요?”이 여자는 돈을 바라는 게 아니라 오롯이 임지훈에게 반했다.그냥 하룻밤을 보내자는 뜻이었다.임지훈은 눈썹을 치키고 썩 놀란 눈치가 아니었다.“거절해도 돼?”미녀는 표정이 살짝 변했지만 금세 회복했다.“겁먹었어요?”임지훈이 대답하려 할 때 방유정이 어느샌가 옆으로 다가와 그 여자의 뒷덜미를 잡아당기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이 남자 임자 있어.”그 여자는 방유정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에 기 눌리긴 했지만 무작정 뒷덜미를 잡히자 체면이 구겨지는 기분이었다.“거짓말하면 안 돼요.”그녀는 또다시 임지훈에게 물었다.“오빠, 이 여자 오빠 여자친구 맞아요?”임지훈은 방유정을 힐긋 바라보며 답했다.“응.”미녀도 더는 집착하기 무안하여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허리를 씰룩거리면서 무대로 돌아갔다. 다음 타깃을 찾는 듯싶었다.그녀가 떠나간 후 임지훈이 곧바로 해명했다.“나도 방금 어떻게 거절할지 몰랐거든요.”“신나게 놀았잖아요? 뭣 하러 거절해요?”방유정이 거만한 자세로 쏘아붙였다.임지훈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대답했다.“그냥 한번 노는 거지 진짜 호텔에 가겠어요? 나 눈 높아요!”“그래요, 전혀 안 그래 보이네요.”방유정이 비꼬았다.“오는 사람 안 막는 거 아니에요? 난 그렇게 생각했는데.”임지
더 보기
이전
1
...
121122123124125
...
127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