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부자 맞아의 모든 챕터: 챕터 941 - 챕터 950
999 챕터
제941화
회의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적지 않은 의심의 눈빛이 육경원을 향했다.육경원은 가까스로 평정심을 유지하며 입을 열고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육시준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저도 처음에는 이 매니저가 넷째 동생의 부하라는 걸 믿지 않았기에 임강준에게 조사해 보라고 했어요.”그러자 임강준은 동영상을 끄고 다른 사진을 보여줬다. 통화기록이었다.임강준은 스크린 앞에 서서 업무를 회보하는 것처럼 그 사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이 사진은 포에스 매장과 넷째 도련님 사무실의 통화기록이에요. 통화 내용은 제가 전부 들었어요.”임강준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안경을 위로 밀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넷째 도련님께서 이 차들을 주문한 것이 확실해요. 자세한 내용은 육씨 집안 내부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공개하지 않겠어요.”내부 화합이란 말은 그야말로 적절한 표현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 말뜻을 알아차리고 육경원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통화기록 사진이 나오기 전 까지만 해도 육경원은 뭐라고 변명하려고 했다.하지만 지금 임강준이 통화기록이라는 말을 듣자 그는 완전히 잠잠해졌다...그는 입술을 깨물며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형님께서 이미 저에게 죄가 있다고 했으니 제가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겠죠?”그는 일단 한발 물러서서 기회를 찾으려 했지만 뜻밖으로 육시준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죄를 인정하면 됐어.”육경원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인정했다고?’육시준은 시선을 돌리고 사람들에게 말했다.“이익을 탐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쁜 마음을 품고 육씨 집안의 명성을 훼손하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어요. 오늘 여러분을 부른 것도 우리 육씨 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면 똑같은 벌을 받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어요. 오늘부터 육경원은 운청으로 돌아가서 지사 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거예요. 이사회의 허락 없이 돌아오지 못하며 본사의 어떤 의사 결정에도 관여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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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방금 육경원은 윤시준이 장 이사에게 묻는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장 이사님은 어르신이 직접 배양했고 그도 어르신을 많이 존경했으며 육경원을 지지해 주고 있었다.가장 중요한 건 이사회에서도 위신이 높았다.그가 자신을 위해 좋은 말을 몇 마디 더 해준다면 자신을 지지할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하지만 육경원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지기도 전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는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테이블을 세게 치며 일어섰다.“장세은 씨, 그게 무슨 말이세요!”“...”장 이사는 원래 그에게 지사 책임자 자리를 안배하려고 방법을 생각하던 중이었다. 나중에 지사에서 성과를 좀 내면 핑계를 찾아 다시 본사로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하지만 육경원의 말을 듣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무슨 태도에요? 내가 틀린 말을 했나요?”이사들과 윗사람에게 불만과 질책을 토로했던 육경원은 갑자기 자신이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렇게 되면 더더욱 육시준에게 꼬리를 잡힐 것이다.그는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속의 분노와 불만을 억지로 눌렀다.그는 고개를 돌려 육시준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육 대표님께서 이사회를 소집해 모두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독단적이었어요. 저에게 직접 죄가 있다고 확정했고 제가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어요.”“오해하고 있구나. 난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한 게 아니었다. 여러분을 부른 건 증명해 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야.”육경원은 화가 나서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이런...”“해명하고 싶다 하니 들어줄게. 네 목적이 뭔지 말해봐. 왜 그랬어?”“...”육경원은 달갑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자기 꼬리가 상대방에게 잡혔으니 더 이상 화를 낼 수도 없었다.지금 와서 최선의 대책은 최대한 자기 혐의를 벗어버리고 대화의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었다...“그 통화기록들은 비록 제 사무실에서 건 전화였지만 제 입으로 직접 말했다는 증거는 없잖아요. 다른 사람이 시켰을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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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그가 이 말을 하자, 다른 사람들은 육경원을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그리고 장 회장의 말도 어르신의 마음에 와닿았다.그들은 육시준과 함께 오랫동안 일해와서 그의 처신을 잘 알고 있다.육시준은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별하는 사람이다.그리고 그는 결정을 내릴 때 아주 단호하다.지금 이 모습은 책임을 묻기로 결심한 것이다.육 회장과 육경원 중 누구 편에 서야 할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이 자식은 미친 건가?회장님을 방패로 쓰다니?"저..."육시준은 휴대폰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눈빛이 누그러졌다. "좋아요, 다들 더 이상 질문이 없으면 오늘 회의는 이만 마치죠."육시준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육경원은 사람들이 회의실에서 하나둘씩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육경원은 살면서 처음으로 답답하고 홀로 남겨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회사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야 했고 직원들도 그를 공손하게 대했다. 물론 선배님들의 칭찬도 자자했다.그러나 이 모든 것은 육시준의 말 몇 마디에 쉽게 바뀌었다...마지막에 나가던 연세가 있으신 이사가 육경원 곁을 지나가며 위로의 뜻으로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LK그룹은 어느 누가 없어도 되지만 육시준만은 없으면 안 된다. 이번에는 네가 너무 과했다."요즘 육시준은 그룹 일을 별로 상관하지 않고 권력을 포기할 의사가 보였다. 육경원은 그저 착실하게 자기가 할 일을 했으면 됐을 것이다.하지만 굳이 육시준에게 잔꾀를 부리다가 이 꼴이 난 것이다. 육경원은 별안간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험상궂어졌고 목소리는 분노에 차서 높아졌다. "무슨 근거로요? 제가 요 몇 년간 노력한 것이 아직도 부족한가요?"그 이사는 육경원의 반응에 놀랐다.그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육경원의 표정을 보며 약간 후회했다.그에게 조언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곤란한 질문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주위를 살폈다. 모두 밖으로 나가 회의실이 텅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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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강유리는 바로 보지 못했는지 답장이 오지 않았다.육시준이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 올라 시동을 걸 때 옆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강유리의 전화다."여보세요?""선물에 대해서는 좀 과감한 생각이 하나 있는데.""얼마나 과감한지 한번 들어보지.""과감이라기보다는 조금 비쌀 수 있어..."강유리는 한참 동안 돌려 말하다 결국 진짜 소원을 말했다.릴리가 결혼식에서 당첨됐지만 아직 받지 못한 집이 한 채 있다.그 집은 월계만의 집이다. 은하타운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강유리는 릴리와 가까이 살고 싶지만 한집에 함께 사는 것은 릴리가 불편해할까 봐 월계만의 집을 은하타운의 집으로 바꾸고 싶은 것이다.은하타운의 별장은 JL빌라보다도 수준이 높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강유리는 아예 당당하게 그에게 물었다.육시준은 시동을 걸면서 웃으며 물었다."받고 싶은 선물이 이거라고?""안 돼?""되지, 하지만 릴리에게 머물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이건 선물이라고 할 수 없어."육시준은 말을 하다가 잠시 멈칫했다."게다가 지금 바꿔주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은데.""왜?""내가 알기로는 어제 신하균이 월계만에서 집을 하나 샀어.""???"강유리는 폭죽처럼 불이 붙더니 속사포로 말했다. "그 사람이 왜? 겉만 번지르르한 위선자! 겉으로는 시크한 척 사람을 거절하고 뒤에서는 사람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기나 하면서! 그 사람이 당신 친구만 아니었어도 내가 그날 한 대 때렸을 거야..."릴리가 그 남자의 집에서 밤을 보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강유리는 원래 신기한 마음이 더 컸다.그리고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릴리가 신하균을 좋아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그리고 신하균이 릴리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신하균은 릴리를 몇 번이나 냉정하게 거절했다.그저 단순히 친구의 여동생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그 사람도 다른 마음을 숨기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그날 육시준에게 이 일을 말하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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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네 편 내 편까지 따진다고? 대화가 통제 불능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 육시준은 강유리의 말을 끊었다. "지금 어디야? 데리러 갈게.""됐어. 릴리랑 집 보러 갈 거야. 당신은 할 일 하세요.""???"까맣게 꺼진 휴대폰 화면을 힐끗 보고 육시준의 얼굴에는 허탈한 표정이 스쳤다.'예전에는 왜 강유리 성격이 이렇게 불같은지 몰랐지?'그러게 누가 하도 오냐오냐했는지 모른다. 몇 초 생각한 후, 육시준은 블루투스로 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육 사장님.""그래, 유리는 지금 어디 있지?"문기준은 방금 강유리 자매를 따라 은하타운으로 돌아갔다.이 말을 듣고 소파에 앉아 있던 강유리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성큼성큼 위층 침실로 가버렸다."집에 계십니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육시준이 대답했다. "별일 아니다. 이따가 유리가 외출하면 따라 나가거라."문기준은 막연했다. 원래도 자기 할 일이 아니었나?그래도 그는 공손히 대답했다."네.""..."강유리는 빠른 걸음으로 침실로 달려가 갓 갈아입은 실내복을 벗고 빨간 드레스를 차려입었다.화려한 드레스가 거실에 나타나자 릴리는 깜짝 놀랐다.릴리는 베란다의 리클라이너에 누워서 다리를 꼬고 옆에 놓인 걸상에 발을 올린 채 한가롭게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돌리자 마침 아무도 다가오지 말라는 듯 도도하고 예쁜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왜, 왜 그래요? 제가 좋은 소식에만 눈이 멀어 무슨 나쁜 소식을 빼먹었나요?""응, 네가 모르는 나쁜 소식이 있긴 해."강유리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릴리가 놀라서 일어나 앉았다. "무슨 일인데요?"강유리는 옷도 갈아입고 화장까지 완벽하게 했지만 여전히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강유리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릴리앞에 걸어가 앉았다. "육시준이 널 팔았어!""???"릴리는 입을 벌리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잠시 후 진정한 릴리가 물었다. "얼마에 팔았는데요? 반반으로 나눠서 받았어요, 아니면 언니가 좀 더 많이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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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6화
릴리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제가 나쁜 여자라서 저를 밀어냈는 걸요."릴리가 신하균을 좋아한 지는 꽤 되었다. 그에게 공들였던 만큼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정직하고 냉정하며 동시에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다.신하균은 릴리의 가벼운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릴리의 감정은 단지 일시적인 호기심일 뿐이라고 느꼈다."그건 남들이 너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고."강유리가 눈썹을 찡그렸다."그러니까요. 그 사람에게도 저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저의 전부를 다 보여주지는 않아요. 걱정하는 일 없을 거에요."일방적인 감정은 저울과 같이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진짜로 사귄다 해도 좋은 결과가 있을 리 없다.그래서 릴리는 다시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미워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잃지 않을 것이다.물론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먼저 다가온다면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신하균이 어떤 목적으로 월계만에서 집을 샀든 릴리는 희망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하지도 않을 것이다...강유리는 릴리의 표정을 보고 릴리가 진지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릴리라면 선을 지킬 것이다. 그래서 강유리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매우 불쾌했을 뿐이다.릴리가 한참을 애교를 부리며 강유리에게 이 감정에 빠져들지 않겠다고 설득했다.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유부녀가 되면 원래 다 이렇게 걱정이 느나? 내 냉정한 언니도 변할 만큼?''그래도 마음속은 왠지 따뜻하네!'"아니, 너는 몰라! 이제는 네가 감정에 빠지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야!"이 문제는 이미 강유리도 이해했다."그럼 뭐가 문제인데요?"릴리는 이해가 안 됐다.강유리가 정색하고 말했다. "육시준이 자기 친구 편을 들었다는 거야. 내 여동생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그..."좀 더 일찍 말하지. 릴리는 이렇게 오랫동안 설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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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7화
어둠이 내렸다.은하타운의 환경은 굉장히 아름답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녹화 지대가 숲을 이루고 있다.특히 밤에는 불빛에 비친 독특한 디자인의 별장이 수면에 거꾸로 비쳐 고요하면서도 화려한 분위기를 낸다.붉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별장으로 들어서면서 이 고요한 그림에 약간의 생동감을 더해줬다.차가 마당에 서고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강유리는 2층을 힐끗 쳐다보았다.서재의 불이 꺼졌다니, 예전 이맘때와는 완전히 다르다."제부가 아직 안 돌아온 건 아니겠죠?"릴리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의아해하며 물었다.강유리가 돌아오는 내내 억눌렀던 감정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의아했다. "오늘 야근한다는 말은 없었는데. 게다가 지금은 신혼 기간이고."아무리 바빠도 갑자기 야근이나 출장을 갈 정도는 아니겠지?집으로 들어간 강유리는 2층에 불빛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장 걸어 올라갔다.릴리는 껌딱지처럼 강유리 뒤를 따랐다.벌어진 안방 문틈사이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마당에서 본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강유리가 걱정 때문에 잠시 눌렀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뭐야. 먼저 집에 도착했으면서 메시지 한 통이 없었던 거야?''역시 친구가 더 중요하지? 내가 신하균을 몇 마디 불평했다고 지금 나랑 시위하는 거야?'강유리는 기세등등하게 걸어가 안방 문을 확 열어젖혔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화면이 그녀를 멍하게 만들었다.육시준은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왔는지 수건 하나만 대충 감고 있었고 머리는 축축했다. 젖은 머릿결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윤곽이 뚜렷한 가슴근육을 따라 흘러내렸다.안방에는 조명이 하나밖에 없는데 오렌지빛이 은은하게 비쳐 육시준이 더 섹시하고 야릇해 보였다.육시준은 손에 휴대폰을 들고 마침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강유리는 동공이 살짝 흔들리고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재빨리 몸을 돌렸다.릴리는 천천히 따라가다가 강유리의 행동을 보고 갑자기 멈춰 섰다. 릴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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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육시준은 강유리를 빤히 쳐다보더니 긴 다리를 내디디며 강유리에게 다가왔다.이를 지켜보던 강유리는 괜히 찔려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문에 등을 기댔다."당신, 당신 뭐 하려고? 말로 해, 말로!""휴대폰이나 좀 보고 내가 당신한테 관심이 없다고 하지 그래?"육시준이 강유리를 내려다보며 섹시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따뜻한 호흡이 얼굴에 닿자 강유리는 귀가 간지러워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 그건 저녁에 보낸 거잖아. 오후 내내 메시지 한 통 없었으면서!"강유리는 육시준이 오후에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녀는 오후 내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당신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는데 내가 화났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육시준이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했다.강유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화났다고? 왜?"육시준이 대답했다. "왜인지 몰라? 예전에는 내가 화나면 당신이 달래줬으면서 이제는 바로 전화를 끊잖아.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이유도 모르고. 당신 변했어.""???"이게 다 무슨 말이야?'내 대사를 다 써버리면 난 뭐라고 말하라고.'"아니, 여보. 우리 각자 실력으로 싸우자고. 내 대사는 쓰지 말지.""..."육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유리를 내려다보았다.긴 속눈썹이 그윽한 눈동자를 가려 한 순간 그의 심정을 알아차릴 수 없게 했다.그러나 그 뜨거운 시선은 무시할 수 없었다.두 사람은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깝다. 코끝에는 바디워시의 향긋한 향과 습기가 느껴져 강유리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강유리는 어설프게 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당신... 읍."따뜻한 입술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익숙한 숨결이 코로 스며들었다. 육시준은 강유리의 입술 곳곳을 키스했다. 이리저리 휘저으며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공략했다.강유리는 육시준의 품에 몸을 기대고 그의 입술을 느꼈다.한참 뒤에 강유리는 몸에 힘이 빠진 것을 느끼고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그를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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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강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젖혀 육시준의 거친 숨결에서 벗어났다.강유리는 순간 그가 왜 화가 났는지 알아차렸다.손에 닿아있는 피부가 데일 것처럼 뜨겁다. 강유리는 살며시 손을 거두고 세면대에 기대었다. "내가 언제 당신이 늙었다고 했어. 혼자 오해하지 마.""신하균은 나이가 많아서 릴리가 아깝고, 송이혁도 나이가 많아서 조보희랑 어울리지 않는다며."육시준은 축 처져서 서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다 알았어.""그거랑은 다르지!"강유리가 눈을 부릅뜨고 반박했다. "전 세계 어느 남자도 내 자매들한테는 다 부족해. 이건 그냥 규칙이야! 하지만 내 남편은 전 세계에서 최고의 남자야.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육시준은 눈썹을 찡긋했다. 강유리의 말이 완전히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려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다시 들어갔다. 육시준이 냉담하고 섭섭한 말투로 말했다."정말? 안 믿어.""..."강유리는 머리가 아파왔다.서울의 여름은 원래도 덥다.게다가 욕실 안은 막 샤워를 마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바람에 옷이 몸에 축축하게 달라붙었다.공기 중의 수증기인지 몸에서 난 땀인지 구별이 안 갔다.하지만 늘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던 육시준이 풀이 죽고 서운해하는 모습에 강유리는 마음이 약해졌다. 강유리가 달래는 말투로 말했다."내가 언제 당신 속인 적 있어? 당신도 알다시피 젊은 배우들보다 당신이 부족할 게 뭐야! 그리고 내 남편은 성숙한 매력까지 가져서 더 치명적이지!""그건 다 내 생각...""나도 그렇게 생각해! 당신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최고야! 나 자주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이렇게 좋은 남편을 만날 수 있었나 생각한다니까! 내 남편 너무 좋고 너무 멋있는걸! 봐봐, 화내는 것 마저도 이렇게 매력적이잖아!"잠시 멈춘 후 강유리가 덧붙였다. "물론, 당신이 대단하지 않고 못생겨지더라도 나는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절대 열등감 가지지 마!"육시준의 벌려진 입이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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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화
이튿날 아침.고성 그룹 소속의 여러 병원들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하지만 11시가 되었는데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기자들은 그가 안 오는 건 아닌지 추측했다. '고우신이 정말 약속을 어긴 건가?''강유리의 말을 고정남이 믿지 않아서 유전자 확인 재검사에 동의하지 않은 건가?'"괜히 시간만 버렸네요. 안 올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아요.""에휴, 고우신은 안 와도 고정남은 올 줄 알았는데. 강유리가 고정남은 제시간에 올 거라고 했으니까요!""그러게 말이에요. 하긴 고정남이 강유리를 딸이라고 인정했으면 강유리 스스로 폭로하지도 않았겠죠.""그 말에도 일리가 있네요.""..."기자들은 설레고 벅찬 감정에서 지금의 실망한 감정에 이르렀다.바로 그때 누가 소리 질렀다. "고 회장님의 차다. 고 회장님이 정말 오셨어!"기자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모두 고성 그룹의 뉴스를 취재하기 위해서 온 기자들이라 고성 그룹의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예를 들어, 이 수수한 검은색 카이엔은 고정남의 전용 차량이다.굉장히 대표적이다.기자들은 모두 눈을 번쩍이며 자신이 떠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카메라를 메고 앞다투어 돌진했다. "고 회장님! 릴리 캐번디시가 친딸이라고 믿습니까?""고 회장님! 릴리 씨의 말에 따르면 릴리 씨는 일찍이 친자 확인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때는 믿지 않으셨으면서 왜 이제 와서 인정하시는 겁니까?""고 회장님! 만약 릴리 양이 정말 친딸이라면 지금의 둘째 아가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고 회장님, 릴리 씨로 인해 LK그룹과의 혼인이 깨졌기 때문에 친딸이라고 인정하지 않으시는 겁니까?""..."마지막 문제는 너무 날카롭고 직설적이었다. 고정남은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 기자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선글라스를 벗었다. "저는 제 딸을 매우 사랑합니다. 저는 그 누구보다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그럼 아가씨가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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