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 놈이 왕이다의 모든 챕터: 챕터 161 - 챕터 170
262 챕터
제161화
어둠이 깔리자 도시에는 화려한 불빛이 켜졌다. 천도준이 리빙턴 호텔에 도착했을 때쯤, 주차장은 이미 비싼 외제차로 붐볐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천도준은 해진각으로 갔다. 해진각 문 앞에는 정장 차림의 건장한 젊은이가 선글라스를 낀 채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천도준을 발견하고는 냉큼 해진각의 문을 열었다. 가야금 소리가 천도준의 귓가에 들려왔다. 천도준은 머쓱하게 코를 문지르며 미소 지었다. “이 노래는 ‘사방잠복’?” 널찍한 해진각 내부에는 산 조형물과 그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 인테리어도 있었다. 물안개까지 피어오르는 황홀한 풍경이 펼쳐졌고 공기 중에는 옅은 솔잎향이 풍겼다. 고즈넉하고 분위기 있는 공간이었다. 널찍한 원형 테이블 앞에는 정장 차림의 민머리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선글라스를 낀 그는 덤덤하게 중앙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의 뒤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젊은이 둘이 서 있었다. 천도준은 민머리 중년 남자를 보며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주 대표님, 밤에 웬 선글라스예요? 안 어두워요?” “천 대표님이 걱정할 건 아닐 텐데요.” 주준용이 선글라스를 벗자 독기 가득한 두 눈이 드러났다. 그는 천도준을 노려보다가 손짓하며 말했다. “앉으시죠, 주 대표님.” 주준용이 가리킨 자리는 입구와 가까운 자리였다. 테이블에 앉는 순서로 따지면 그 자리는 가장 볼품없는 자리였다. 천도준은 덤덤히 웃었다. 계략이 있는 식사 자리인 데다가 재생하고 있는 음악의 제목마저도 ‘사방 잠복’이라니, 천도준은 주준용이 이처럼 디테일한 사람인 줄 몰랐다. 자리에 앉은 뒤, 주준용은 이어질 절차를 안내하듯 손짓하며 말했다. “식사하시죠.” “좋습니다.” 천도준은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집으려 했다. 그 순간, 주준용은 테이블을 회전시켰다. 천도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주준용을 바라보았다. “아, 음식을 집어 가는 줄 모르고 테이블을 돌렸네요.” 주준용은 또다시 안내하듯 손짓하며 말했다. “식사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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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주준용이 오늘날까지 온 것은 악랄한 계략 덕분이었다. 지난 시간 동안 주건희와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우면서, 주준용은 갖은 방법과 수단을 썼다. 최소한 건설 업계에서 유일하게 자기와 힘을 겨룰 수 있다고 주준용이 마음 속으로 인정한 사람은 주건희 뿐이었다. 하지만 뜬금없는 천도준의 출현은 주준용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주준용의 공사장에서 소란까지 피웠으니 말이다. 이런 일은 주건희라면 벌일 수 없을 일이었다. 천도준은 갑자기 오른손을 들더니 주준용을 제지했다. “주 대표님, 대표님의 사촌 동생 다리를 부러트린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표님의 사촌 동생분과 부하가 흘린 피 때문에 맞춤 정장을 버려야 할 판인데 정장값은 일단 물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천도준의 덤덤한 말투는 오로지 맞춤 정장 때문에 하는 말처럼 들리기까지 했다. 주준용은 잠깐 멈칫했다. ‘이 새끼,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잖아!’ 잠시 주춤하던 주준용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짝짝짝......” 그는 박수를 세 번 쳤다. 그러자 주준용의 뒤에 서 있던 두 젊은이와 문밖을 지키고 서 있던 두 젊은이가 다가와 천도준을 둘러쌌다. 그와 동시에 복도에서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정장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건장한 젊은이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몰려왔다. 열 명도 더 되는 것 같았다. 분위기는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주준용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천도준을 빤히 쳐다보았다. “네 다리부터 부러트린 다음 정장 값을 물어줄게. 두 벌 값으로 쳐줄게!” “좋죠.” 천도준은 냉랭한 웃음을 짓더니 눈빛을 반짝였다. 천도준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의 접시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그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두 사람에게 접시를 날렸다. 그리고 그는 의자를 집어 들고 마구 휘두르며 사람들을 물러서게 했다. “망할, 주환을 쓰러 눕힌 이유가 있었네. 보통 실력이 아니야!” 주준용도 천도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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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무, 물어줄테니까...... 그만 해, 이 새끼야! 그만하라고......” 주준용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땀을 비 오듯 흘렸고 고통스러워하며 부르짖었다. 주준용은 겁이 났다. 천도준의 악랄함과 결단력은 주준용마저도 겁에 질리게 했다. 주준용은 확신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천도준에게 맞선다면 그는 더 심한 일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야말로 미친 놈이었다. “진작에 변상해 준다고 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잖아요.” 천도준은 냉소를 지으며 웃었다. “푹!” 주준용의 허벅지에서 칼이 뽑혔다. 주준용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럽게 호통쳤다. “너, 칼을 뽑긴 왜 뽑아!” “아, 그럼 다시 꽂을게요.” “푹!” 주준용은 온몸이 경직된 채, 허벅지에 다시 꽂힌 칼을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바라보았다. 주준용의 부하들은 그저 넋이 나간 채 이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사람이 맞나?’ 천도준은 덤덤히 양손의 피를 주준용의 정장에 닦았다. 이어서 그는 서서히 입을 열었다. “주 대표님, 오늘 제가 온 것은 정장 변상 말고도 알려드릴 일이 하나 있어서 온 겁니다. 박유리 씨는 저희 쪽 사람이니 대표님 사촌 동생한테 전하세요. 박유리 씨를 건드리지 말라고 말입니다!” 차갑게 얼어붙은 목소리였지만 강인한 힘이 있었다. 주준용은 반사적으로 눈을 반짝이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강렬한 통증 때문에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인데 웃음까지 지으니 더 기괴하고 공포스러웠다. 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천도준은 한순간 표정이 굳었다. 검은색 물체가 주준용의 허리춤에서 나타났다. “너 싸움 잘하잖아. 할 수 있으면 계속해 봐.” 주준용은 천천히 일어나더니 총으로 천도준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능력껏 해봐. 할 수 있으면 날 찔러 봐. 나한테 기어올라? 너 세상 물정 좀 모르나 본데, 이 세상에서 나한테 감히 막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퍽!” 주준용은 천도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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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퍽!” 해진각의 대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렸다.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천도준은 고개를 돌렸다. 찾아온 사람은 울프였다. “천도준 씨!” 진해각의 상황을 두 눈으로 본 울프는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는 울프는 무작정 나서기에 앞서 주준용을 향해 호통쳤다. “주준용, 주건희 씨가 당신한테 말을 전해달래. 못 오를 나무를 바라보면 언젠간 죽는다고 말이야!” “쿠쿵!” 주준용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경악했다. 천도준이 조금 전에 했던 말 때문에 주준용은 이미 멘탈이 흔들렸다. 그 와중에 울프가 나타나 건넨 말은 주준용의 분노에 불탔던 마음을 차갑게 식게 만들었다. ‘망할, 정말 일이 잘못된 건가?’ “딸깍!” 주준용이 불안에 떨고 있을 때쯤, 천도준은 자기를 향해 겨눠진 총의 방아쇠를 당기며 냉랭하게 웃었다. “난 인젠 갈 테니 총 쏘고 싶다면 언제든 기꺼이 받아주지!” 말을 마친 천도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주준용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는 땀범벅이 된 채로 손에 쥔 총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고민하는 듯 싶더니 후회 가득한 표정으로 총을 내려놓았다. 천도준의 덤덤한 태도 때문에 주준용은 총을 더는 쏠 수 없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오늘날의 걱정 없는 삶을 누리기까지 걸어온 길을 한순간에 어리석은 선택으로 망칠 수는 없었다. 리빙턴 호텔 밖. 울프는 말없이 천도준의 뒤를 따랐다. 조금 전 해진각에서 마주한 모습은 울프도 놀라고 겁낼 정도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천도준의 반응은 신기할 정도로 덤덤했다. 울프는 천도준이 이럴 줄 몰랐다. “차 있어?” 천도준이 물었다. “네, 도준 씨. 이쪽으로 와요.” 울프는 다급히 천도준을 안내했다. 차에 앉은 뒤, 울프는 차를 출발시켰다. 차가 한참 달렸을 무렵, 고요한 차 안에서는 거칠게 숨을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천도준은 좌석에 쓰러지듯 몸을 기대며 힘겹게 정장 외투를 벗었다. 셔츠는 이미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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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하루 사이에 수많은 일들이 생겼다. 유난히 피곤했던 천도준은 울프의 차에서 금세 잠들었다. 차가 천문동 별장단지를 도착하자 울프는 천도준을 깨웠다. 집에 돌아오자 이난희는 잔소리를 쏟아내면서 천도준의 손에서 정장 외투를 건네받았다. “하루 종일 이렇게 힘들어서 어떡하니? 너 자신도 좀 챙겨.” “일이 바빠서 그런 거죠.” 천도준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는 배를 문지르며 말을 이어갔다. “엄마, 박유리 씨가 차린 음식 남은 거 있어요? 아직 밥 못 먹었어요.” “없어. 엄마가 토마토 계란면 해줄게.” 이난희가 웃으며 말했다. 천도준은 이난희를 거절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천도준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이난희가 해준 토마토 계란면이었다. 이난희의 상태가 안 좋아진 뒤로 토마토 계란면을 자주 먹을 수 없었다. 지금 이난희의 상태로는 토마토 계란면 정도는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천도준은 소매를 걷으며 이난희와 함께 주방으로 들어섰다. “왜 따라와? 나가서 좀 쉬고 있어. 엄마가 할게.” 이난희는 힘들게 일한 천도준이 안쓰러운 듯 말했다. 천도준은 미소 지으며 답했다. “아니야, 엄마. 같이 해요. 나도 오랫동안 요리 안 했어요.” 이난희는 미소 지으며 옆에 있는 마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마늘 몇 개 좀 까줘.” “좋아요.” 천도준이 웃으며 답했다. “참, 유리한테 무슨 일 있어? 오늘 저녁밥을 준비해 주고 내가 다 먹으니까 황급히 보온 도시락을 챙기고 가버렸어. 그리고 존은? 두 사람이 다 없이 나 홀로 이 큰 집에 있으니 얘기 나눌 사람도 없구나.” 이난희는 음식 준비를 하면서 천도준에게 물었다. 천도준은 이난희가 걱정할까 봐 웃으며 설명했다. “개인적인 일이 있나 봐요.” 이난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천도준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도준아, 존이랑 유리, 혹시 연애하는 거 아니겠지?” 천도준은 흠칫했다. ‘엄마는 왜 그렇게 엮을까? 아니면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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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더는 들어줄 수 없었던 오덕화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다 울었어? 난 설득했는데 안 들은 건 너야. 꼭 일을 크게 만드네.” “짝!” 장수지는 오덕화의 뺨을 때렸다. “쓸모없는 놈! 난 오늘 수모를 당하고 속상한 일을 겪었어. 그런데 날 위해 나설 생각은 못 해봤어?” 장수지의 원망에 오덕화는 그저 한숨만 내쉬며 말하지 않았다. 오덕화가 말을 아낄수록 장수지는 더 악에 받쳤다. 마침 그때, 오남준이 돌아왔다. 울고 있는 장수지를 발견한 오남준은 표정이 굳었다. “엄마, 무슨 일이야?” 오남준을 마주한 장수지는 더 심하게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고, 남준아. 너 왔구나. 나랑 네 아빠가 괴롭힘을 당했어......” 오남준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는 화를 버럭버럭 내며 물었다. “누가? 누가 그랬어? 내가 찾아갈 거야!” 오남준의 반응에 장수지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기분이었다. 장수지는 큰 목소리로 울부짖으면서 말했다. “오늘 너희 아빠랑 천문동 별장단지에 갔거든......” “천도준이야? 망할 놈. 엄마, 나 지금 당장 그놈한테 갈 거야!” 잔뜩 화난 오남준은 집을 나서려 했다. “멈춰!” 오덕화가 오남준을 불러세우며 말했다. “천도준이 아니야. 나랑 네 엄마는 별장에 들어가지도 못했어. 경호원한테 쫓겨났어.” 오남준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거기로 가는데 왜 날 안 불렀어? 내가 있었다면 쫓기는 일은 없었을 거야.” 천도준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니 오남준은 이미 타오른 분노를 쏟아낼 곳이 없었다. 오남준은 쏘파에 털썩 앉아버렸다. “그 경호원 놈들이 그렇게 사람을 하대할 줄은 나도 몰랐어.” 장수지는 여전히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내 팔자야. 딸이나 남편이나 다 도움이 안 되지. 인젠 아들이 결혼해야하는데 예물값으로 내놓을 돈도 없네......” 얼굴이 시뻘게진 오덕화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남준은 예물값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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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이튿날 아침.천도준은 기초체력훈련을 마치고 회사로 갔다.울프는 일찍이 정태건설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천도준은 마영석더러 울프의 일자리를 안배해 주라고 했다. 울프의 신분은 그가 해결해 줘야 했다.울프도 자기가 어떤 일자리에 안배되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의 진짜 목적은 천도준을 따르는 것이니, 자기가 할 일이 부동산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도 알았다.울프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마영석에게 경비원이 되겠다고 말했다.마영석은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러나 어쨌든 천도준이 직접 소개한 자이기에 그는 울프를 경비팀 팀장 자리에 안배했다.용정 화원의 예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덕에 그 뒤에 잇달아 다른 매물들을 예매에 내놓는 일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그것으로 천도준의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었다.앞으로 순차적으로 예매를 완성하기만 하면 회수된 그 자금이 정태건설을 일거에 이 도시 부동산업계의 상위권에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천도준이 한창 바쁠 때 메시지 한 통을 받게 되었다.바로 임설아가 보낸 메시지였다.내용은 아주 간단했다.[한번 만나 뵈고 싶어요!]천도준은 고개를 저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러나 십 분 뒤, 임설아가 또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이번의 내용은 협박하는 기색이 명백했다.[천도준 씨! 저는 그쪽이 고청하 씨랑 사귄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용정 화원의 예매식을 뉴스를 통해 다 보았어요. 만약 당신이 저를 만나주지 않는다면, 그날 밤 우리 사이의 일을 고청하 씨에게 알려줄지도 몰라요.]대놓고 하는 협박에 천도준은 그만 어이없었다.‘전 처남의 여자 친구는 아직 덜 혼난 것 같군!’‘다시 손봐줘야겠네!’그가 임설아의 메시지에 답장을 하기도 전에 마영석이 황급히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대표님, 아래에서 누군가가 소란을 피워요!""누가?"천도준이 눈살을 찌푸렸다.마영석이 조금 이상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며 말했다."그게, 대표님의 처남이요. 아, 아니지. 대표님의 전 처남이요."‘오남준이?’천도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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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울프 형!"경비원들이 곧바로 그의 곁으로 다가가 그를 부축해 주었다.울프가 비록 낙하산 팀장이라고 하지만, 울프가 천 대표가 직접 파견한 자라는 것을 경비원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불만을 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이 한방에 현장에 있던 경비원과 오남준 사이에 순식간에 긴장감이 돌았다.구경꾼들도 덩달아 수군대기 시작했다."저 사람, 너무 나대는 것 같아. 여기가 정말로 자기 집 안방인 줄 아나?""아이고, 저 사람이 하는 말 못 들었어? 자기가 정태건설 천 대표의 처남이라잖아? 하하하.... 참 어이가 없어서는. 천 대표가 이혼한 사실을 도시 주민 모두가 알고 있는데. 용정 화원 예매 발표회에서 새 여자 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한 일로 오씨 가문 사람들이 완전 망신을 당했으면서도 뻔뻔스럽게 또다시 찾아와서 망신을 당하려 하다니.""하긴, 그날 밤 뉴스를 나도 봤어. 오씨 가문 사람들은 정말 너무 뻔뻔하더군. 저 녀석도 스무 살 넘어 보이는데, 정말 너무 멍청한 것 같아!"사람들이 너도나도 한마디 하기 시작했다.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게 된 오남준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온몸에서 열이 났다.그는 더 이상 대문 앞에서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싶지 않아, 오만방자하게 울프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너, 자기가 좀 험악하게 생겼다고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내가 좋은 말로 할 때, 어디 눈치 있게 비켜. 그렇지 않으면 내가 오늘 너를 완전 줘 패버릴 테니!"울프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눈동자를 사납게 번쩍였다.바로 이때.마영석이 급급히 달려와 울프의 뒤쪽에 멈추더니,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네가 알아서 처리해!""알았어요!"울프의 입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어렸다.그런 뒤, 그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뭐 하려는 거야?"오남준이 곧바로 그를 경계하기 시작했다."너를 때리려고!"다른 군말은 필요 없이, 울프가 앞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오남준의 어깨를 잡고는 그를 바닥에 엎어 메쳤다."당장 이 자리를 뜨지 않으면, 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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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울프와 마영석이 천도준의 사무실로 돌아와 조금 전 사건을 처리한 방식을 대충 설명했다.그 말을 다 듣고 난 천도준이 담담하게 “응”하고 대답하고는 울프랑 마영석을 나가게 했다.방금 울프가 설명할 때 메시지 알람음이 잇달아 울렸다.울프랑 마영석이 자리를 뜨자, 천도준이 그제야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메시지를 확인한 그는 눈동자를 바르르 떨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가슴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임설아가 보낸 메시지들이 마치 붉게 달아오른 예리한 칼날처럼 그의 심장을 깊숙이 찔러왔다.머리끝까지 화가 난 그가 결국 분노를 터트렸다.천도준이 책상을 쾅 내리쳤다.귀청이 터질듯한 큰 소리에 사무실 밖의 직원들이 놀란 기색을 지었다.‘무슨 일이에요?’회사 직원들이 보기에 천도준은 언제나 침착하면서도 물처럼 부드러운 인상을 지닌 사람이었다부대표를 맡은 뒤부터 정태건설을 장악하게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가 이렇게 화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당시 정태건설을 인수하면서 이대광에게 속아 정태건설이 파산을 예견하게 되었을 때도 천도준이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었다.사무실 안.천도준은 조용히 의자에 앉은 채 두 주먹을 꽉 움켜쥐며 빠드득 소리를 냈다.이를 꽉 깨문 그는 거센 분노가 들끓어 오르는 눈동자를 번뜩였다.이 순간, 그는 마치 피 맛을 즐기는 사나운 짐승처럼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설아, 너는... 지금 내 역린을 건드린 거야!"용에게는 역린이 있는데, 그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게 되었다.고청하는 그가 가장 힘들 때, 아무 망설임 없이 귀국하여 그의 곁을 지켰었다.비록 이수용이 그를 도와주어 아주 순조롭게 모든 일을 해결했다지만, 고청하가 그의 곁을 지키며 매번 그에게 따스함과 격려를 해 주었기에 그가 편히 쉴 수 있었다.고청하는 그에게 있어 어머니만큼이나 중요한 존재였다.그런데 지금... 임설아가 그런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 하고 있었다.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고청하의 전화였다.발신자를 확인한 천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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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천도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곧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그때 가서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전화를 끊은 천도준이 곧바로 은행 쪽에 전화를 걸었다.‘임설아가 내 역린을 건드리려 하니, 내 무정함을 탓할 수는 없지!’같은 시각.영일자재 부근의 한 커피숍 안임설아는 휴대폰을 소파 위에 내던지고는 테이블 위에 엎드려 통곡했다.그녀의 울음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아무도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다.‘왜?’‘도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내가 뭘 잘못했다고?’임설아는 서러운 마음에 가냘픈 몸을 바르르 떨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나는 단지 내가 원하는 걸 가지려 했을 뿐인데 그게 잘못이야?’‘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흔한데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해?’‘나는 이미 내 몸을 내주었는데, 왜 나를 조금도 소중히 여기지 않지?’임설아는 서럽게 울면서 원망과 분노로 가득 담은 말들을 천천히 내뱉었다.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가여운 마음에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아이고... 멀쩡한 처자가 어쩌다 저렇게 상처받았대?”"이 세상에 있는 쓰레기 같은 남자들은 다 죽어야 해!""저 여자, 너무 불쌍해..."임설아는 커피숍 안의 동정 어린 목소리를 들으면서 더욱 슬프게 울었다.십 분 뒤.그녀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울음을 겨우 참은 임설아가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발신자를 확인했다.그녀가 일하는 은행의 사업부 관리 매니저가 전화한 것이었다.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눈가의 눈물을 닦아냈다.임설아가 울음을 꾹 참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매니저님.""임설아 씨, 당신 이미 은행에서 해고됐어."은행 매니저의 한마디에 임설아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매니저가 차갑게 말을 이었다."임설아 씨 개인 물품은 내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버리게 했으니, 가격에 따라 배상해 줄게. 조금 뒤 그쪽 계좌로 이체될 거야."뚝!전화가 끊겼다.임설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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