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 놈이 왕이다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262 챕터
제171화
저녁 무렵.천도준은 겐팅 스카이에서 만나자는 고청하의 전화를 받았다.전화 끊은 천도준이 전화 몇 통을 연속 걸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약속 장소로 향했다.다만 고청하가 선택한 약속 장소는 그의 심장을 철렁하게 했다.겐팅 스카이는 그들이 진정으로 관계를 확정한 곳이었다.그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고청하의 마음을 그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천도준이 겐팅 스카이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일곱 시가 다 되었었다.주차장에는 고청하의 포르쉐 911이 조용히 멈춰 서 있었다. 그녀는 이미 도착해 있는 것이 분명했다.천도준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은은하고도 느린 음악이 들려왔다.어두운 불빛이 레스토랑 전체를 아름답게 장식했다."혹시 천 대표님이세요?"문 앞에 있던 레스토랑 직원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천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쪽으로 오세요. 고청하 씨가 오늘 저녁 우리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렸어요."레스토랑 직원을 따라 겐팅 스카이 안으로 들어선 천도준은 창가에 앉아 있는 고청하를 한눈에 알아보았다.불빛 아래,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고청하가 턱을 괸 채 창밖의 도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뒷모습이 매우 쓸쓸해 보였다."고청하 씨, 천 대표님이 도착했어요."레스토랑 직원이 작은 목소리로 말해 주었다.천도준은 고청하의 가녀린 몸이 흠칫 떨리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고청하가 고개를 돌리더니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왔어? 앉아."천도준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고청하는 비록 그에게 웃어주고 있었지만, 그는 저 웃음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그가 자리에 앉자, 고청하가 레스토랑 직원의 손에서 메뉴판을 건네받아 테이블 위에 내려놓더니 천도준 앞으로 밀어주었다."뭐 먹을래? 내가 살게.""청하야...."천도준이 입을 열어 그녀를 불렀다.고청하가 예쁜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그럼, 내가 주문할게."말을 마친 그녀가 메뉴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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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나는 네가 오해하는 걸 원하지 않아."천도준은 씁쓸하게 웃었다.고청하가 고개를 젓더니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며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오해하지 않았어. 내가 무슨 오해를 하겠어?""임설아가...."천도준은 이 일을 끌고 싶지 않았다.이런 일을 끌면 끌수록 오해만 더욱 쌓일 뿐이었다."괜찮아. 난 정말 괜찮아."고청하는 손을 들어 올려 눈가를 닦고는 웃으면서 음식을 가리켰다."밥이나 먹어. 내가 요리를 많이 시켰으니, 다 먹어봐야 해."그녀의 모습이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천도준의 심장을 매섭게 찔렀다.천도준은 그녀가 너무 안쓰러웠다.시간을 확인한 그는 대가 되었다고 생각했다.천도준이 울프에게 전화를 걸었다."사람을 데리고 들어와."전화를 끊은 그는 고청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청하야, 나는 네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어. 내가 다 설명할게."순간, 고청하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그냥 설명하지 말아 줄래? 우리, 이 식사를 끝으로 각자 갈 길 가자. 내가 떠나 주면 되잖아?"낮에 임설아가 그녀를 만났을 때, 이미 모든 일을 아주 분명하고도 노골적으로 말해 주었었다.‘그런 일을 해명할 필요가 있을까?’‘또 무슨 설명할 것이 있다고?’고청하가 생각하기에 천도준의 해명은 마치 변명 같아 그녀를 더욱 괴롭게 할 뿐이었다.바로 이때.겐팅 스카이 문 앞에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천도준은 울프와 임설아를 보자마자 한시름을 놓았다.천도준을 보게 된 임설아는 갑자기 표정이 변하더니 곧바로 천도준에게 달려들었다.임설아는 아무런 방비도 없었던 천도준의 품에 달려들어 천도준을 꽉 껴안았다."이제야 저를 만나 줄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내 당신을 만나게 되었네요!"콰쾅!이 장면을 보게 된 고청하의 머릿속에 굉음이 울렸다.예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에 울적한 표정을 지으며 붉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녀가 씁쓸하게 웃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천도준을 바라보았다."천도준,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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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천도준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고청하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임설아가 동시에 울프의 곁에 있는 청소 아줌마를 바라보았다.청소 아줌마는 임설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처자, 그날 밤, 이 사장님은 단지 처자를 호텔까지 바래다주고는 내게 5만 원을 주며 나더러 처자를 돌봐주라고 했어.”고청하는 얼떨떨한 마음에 한동안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러나 임설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말도 안 돼!’‘절대 그럴 리 없어!’‘그날 밤 나는 이미 그런 상태였는데, 이 사람이 단지 나를 호텔까지 데려다주기만 했다고?’임설아는 가난한 출신이었지만, 다행히 예쁜 외모를 지녔다. 그녀도 이 예쁜 외모를 어떻게 이용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 덕에 그녀는 사회에 나온 뒤로 별로 고생하지 않았다."쪽지는요? 그럼, 쪽지는 어떻게 된 일이에요?"임설아는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면서 마치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두 손으로 천도준의 팔을 꼭 붙잡았다."만약 당신이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면 왜 그런 쪽지를 남겼어요?”천도준은 임설아를 뿌리치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왜 그랬을 것 같아?”임설아는 제자리에 굳어버린 채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굴렸다.그날 밤 이후로 천도준에게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린 그녀는 갑자기 가녀린 몸을 바르르 떨며 천도준을 노려보았다."당신, 저를 이용한 거예요? 저를 이용해 오씨 가문에 복수한 거예요?"이 말이 튀어나오자, 고청하도 눈썹을 찌푸리고 천도준을 바라보았다.천도준은 평온한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임설아를 바라보았다."그런 셈이지. 네가 스스로 내게 달라붙으려 했으니, 내가 이용해도 되잖아?"그의 차가운 목소리에 임설아는 완전히 멍해졌다.재벌가로 시집가려던 그녀의 꿈이 순식간에 완전히 깨졌다.한 가닥 이성의 끈을 겨우 붙잡은 임설아가 얼굴을 어둡게 굳힌 채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왜? 왜 저를 이용했어요? 제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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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그래서 그렇게 모질게 임설아를 이용했어?"고청하는 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했다."그래!"천도준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나는 어둠 속을 헤치고 기어 나온 사람이야. 나는 참고 때를 기다릴 수도 있고, 젊어서 겁이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라. 나는 단지... 승자가 왕이라는 것만 알 뿐이야!""천도준...."고청하가 눈동자를 바르르 떨었다.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마치 뒤엉킨 실타래처럼 매우 어지러웠다.머릿속은 뒤죽박죽 더욱 복잡했다.그녀는 천도준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몰랐다. 오늘의 일은 그녀의 가치관에 너무도 큰 충격을 주었다.비록 평소에 아버지가 그녀에게 가르쳐준 말 중의 일부가 천도준의 말과 똑같다고 해도, 그런 삶을 경험하지 못한 그녀는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그의 견해를 당장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청하가 머리카락을 쥐어뜯더니 말했다."나 먼저 집에 갈게. 한동안 네 말을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해. 그와 동시에 우리 사이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천도준은 그저 웃기만 할 뿐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그가 한 말은 확실히 너무 과격했다.그러나 그는 고청하에게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이해시켜야 했다.그는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솔직하지 못한 것 때문에 이런 일로 고청하의 마음속에 응어리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숨을 깊이 들이쉰 천도준이 레스토랑 직원을 불러 계산을 마쳤다.겐팅 스카이 건물을 나선 천도준이 현란하고도 몽환적인 "겐팅 스카이"라는 가게 이름을 돌아보며 살짝 웃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끝없는 씁쓸함이 어려 있었다.천도준이 천문동 별장단지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때마침 울프의 전화가 걸려 왔다.그의 뜻에 따라 임설아를 데리고 겐팅 스카이를 나온 울프는 곧바로 임설아를 데리고 이 도시를 벗어났으며, 임설아에게 평생 이곳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엄하게 명령했다.천도준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그는 이렇게 하는 것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성인이면 자기가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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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약속 장소는 정태건설 주변의 한 식당으로 정해졌다.식당에 도착한 천도준은 이수용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굳어버렸다.이수용은 더욱 늙은 상태였는데 얼굴에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이수용의 곁에 앉은 존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무엇인가 미리 전해 들은 표정이었다."도련님."이수용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예전과 같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앉으세요."천도준은 이수용을 부축해 자리에 앉히고는 곧바로 물었다."어르신,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이수용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가문의 일로 회장님이 저를 급히 불렀어요."천도준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회장님이 의성그룹 힘으로 도련님을 도운 일 때문에요."이수용이 지친 말투로 말했다.눈썹을 치켜세운 천도준은 문득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분은 어쨌든 가주인데, 이런 일도 결정할 수 없습니까?"이수용은 고개를 저으며 천도준을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만약 평소라면 회장님이 당연히 결정할 수 있지만, 집안에 아직 어르신이 한 분 계세요. 회장님이 의성그룹 힘으로 도련님을 도운 일을 여사님께서 알게 되셨어요."천도준의 눈빛이 굳어졌다."우리... 할머니가요?""아니요."이수용이 그의 말을 부인하더니 천천히 말했다."천씨 가문은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사람이 많아요. 세상의 권력과 재력을 장악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가문인 만큼, 가주의 선택 방식도 평범한 가문처럼 아들이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대대로 전해지는 방식이 아니에요.”천도준은 그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한 가문의 번영과 창성은 일맥의 노력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었다."천씨 가문이 가주를 고르는 방식도 유능한 자가 가주가 되는 거예요. 많은 젊은 세대 중에서 후보를 정하고, 그 뒤 서로 경쟁해 가장 우수한 자가 차기 가주가 돼요.”이수용은 아주 느린 속도로 말했다. 그는 천도준에게 이번에 자리를 비우게 된 이유를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천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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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그가 기억하기로, 어머니는 그가 기억이 있을 때부터 거의 쉬지 않고 적어도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면서 밤낮으로 일했었다.이수용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도련님... 도련님의 아버님이 그 당시 집을 떠날 때, 그분이 일군 사업 중 대부분을 천씨 가문에서 거둬갔어요. 그러나 여전히 도련님과 어머니에게 돈을 조금 남겨주었었는데...."이수용의 의미심장한 말투에 천도준의 표정이 저절로 굳어버렸다.그가 문득 눈동자를 번쩍이며 물었다."설마 우리 어머니예요?"천도준의 표정이 바뀐 것을 본 이수용이 진실을 숨기려는 듯 그저 웃기만 했다.잠시 사색에 잠긴 천도준은 생각할수록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설마 그럴 리가?’‘분명 무슨 속 사정이 있을 거야!’그는 곧바로 머릿속의 어지러운 생각들을 밀어냈다.‘지금 가장 급한 것은 천씨 가문의 그 여사님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를 알아내는 거야!’천도준이 물었다."천씨 가문의 그 여사님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습니까?"“여사님이 도련님이 태어난 것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기울였어요.”이수용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그래서 의성그룹이 도련님을 도와 예매 전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을 알게 되셨을 때, 크게 화를 내며 가주의 결정에 간섭했고, 저를 가문으로 불렀어요. 제가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회장님이 여사님의 기분을 풀어주고 나서 저를 조용히 떠나게 했기 때문이에요."천도준은 가슴속에 울분이 치밀어 올라 설핏 웃으면서 말했다."결국 결론은 제가 명분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군요. 어릴 때부터 천씨 가문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지 못했으니, 여사님이 생각하기에 저는 아마 사생아겠죠.”이 말을 들은 이수용의 표정이 굳어버렸다.눈동자를 바르르 떨던 그는 결국 천도준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천씨 가문에는 천씨 가문만의 규칙이 있었다.‘천씨 가문의 규칙 중, 만약 도련님이 회장님의 친자식이 아닌데 회장님이 고의로 간섭한다면 도련님은 차기 가주 후보자로 선택될 수 없지.’"이제 됐어요.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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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고청하의 변한 말투에 천도준이 매우 기뻐했다.‘어쩌면... 오늘 밤 우리 사이가 조금 나아질지도 몰라!’천도준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오후 내내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바랐던 천도준이 일찍 퇴근해 겐팅 스카이에 도착했다.이곳은 고청하와 그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청하가 겐팅 스카이 문 앞에 나타났다.천도준이 두 눈을 반짝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청하야."고청하가 빙그레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천도준 쪽으로 다가갔다."저녁 일곱 시에 만나기로 하지 않았어?""먼저 와서 기다리고 싶었어."천도준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도 일찍 왔네?""나도 먼저 와서 너를 기다리고 싶었어."고청하는 더 이상 지난번에 몇 번 만났을 때처럼 쌀쌀맞은 태도가 아니라,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띤 채 말했다.그 모습에 천도준이 크게 안심했다.두 사람은 음식을 주문한 뒤,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천도준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고청하가 갓 귀국했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 지난번 몇 차례의 만남을 자동으로 무시하게 되었다.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두 사람은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청하가 기분이 좋아 보여 천도준은 매우 기뻤다.그러나 고청하의 한마디에 천도준이 순식간에 냉정해졌다."천도준, 나 며칠 사이에 출국해야 해."고청하가 말을 이었다."우리 부모님을 만나 뵈러 가야 해."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천도준이 일부러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왜 갑자기 출국하려 하는데?"고청하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씁쓸하게 웃었다."네가 너무 일을 크게 벌인 탓이잖아?”천도준은 얼떨떨해졌다.그러다 곧바로 그녀의 말뜻을 깨닫고 물었다."용정 화원에서 한 고백 때문에?""응."고청하가 짜증스럽게 머리를 만져댔다."전부 네 탓만은 아니야. 내가 장학명을 해고한 이유도 있어. 장학명은 우리 아빠가 회사를 지키라고 영일자재에 집어넣은 자야. 그런데 내가 영일자재에 도착하자마자 그런 일이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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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천도준이 웃으면서 다가갔다."도준아, 또 왜 이렇게 늦게 돌아와? 밥은 먹었어?"이난희는 입으로는 불만을 토로했지만, 눈동자에는 안쓰러운 기색을 비쳤다.천도준도 어머니의 눈이 조금 붉어진 것을 보게 되었다. 조금 전에 운 것이 분명했다."먹었어요. 밖에서 청하랑 먹었어요."천도준은 그 이유를 캐묻지 않았다.이수용이 나타난 뒤로 아까 전 만남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인 셈이었다.그 당시의 일을 이야기하다가 어머니가 눈시울을 붉히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청하는?"이난희가 천도준의 뒤쪽을 바라보며 실망한 척했다."그렇게 좋은 여자를 이 밤중에 왜 집으로 데려오지 않았어?”천도준은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곧바로 그녀의 말을 깨닫고 눈을 흘겼다."엄마, 엄마가 이렇게 점잖지 못한 것을 저는 예전에 왜 몰랐을까요?”이 한마디에 네 사람 다 하하 웃었다.천도준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함께 앉아서 한바탕 잡담을 나누던 천도준이 먼저 방으로 돌아갔다.침대에 누운 그는 잠이 오지 않아 천장을 바라보며 점심에 이수용이 했던 말들을 곱씹어 보았다.그는 그전까지 천씨 가문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다.생면부지의 아버지는 비록 천씨 가문의 가주이지만, 천씨 가문에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정도로 권세가 대단하지 않았다.게다가 그의 출생이 여사님이 아버지의 결정을 반대하는 문제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는 오히려 그것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정태건설이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의 모든 매물을 예매하기만, 그는 이번 기회를 빌려 회사를 크게 키울 자신이 있었다.천씨 가문이 남몰래 도와주지 않아도 그는 조금도 겁나지 않았다.‘사생아와 엘리트 사이에는 절대로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없어!’천도준이 신경 쓰는 것은 그 당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였다.‘어르신의 말대로라면 아버지는 그 당시 스무 살의 나이에 이미 천씨 가문의 일인자로 자리매김했으니, 하늘의 총애를 받은 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그런데 어쩌다가 어머니와 함께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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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밤 8시.천도준은 외곽의 옥천 상장으로 향했다.주건희의 산업이자 이번 약속 장소인 옥천산장은 프라이빗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정말이지 이 지역의 주건희이 세력은 가히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그래도 만일을 위해 천도준은 울프와 함께 움직였다.주준용의 실력은 주건희의 라이벌로 지내며 몇 년이나 막상막하의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이번 만남에서 주준용이 판을 깨려고 한다면 주건희는 정말로 말릴 수 없을지도 몰랐다!택시가 옥천 산장 입구 앞에 멈췄내린 천도준과 울프는 산장 울프는 산장 안으로 향했다.“도준 씨와 주준용의 관계에 아직 개선될 여지가 있습니까?”울프는 이번 만남의 목적을 알고 있었다. 수행자로서 쓸데없는 질문은 자제해야 했기에 오는 내내 꾹 참고 있었지만 입구까지 도착하자 울프는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주준용은 목숨 아까워하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오늘의 만남이 천도준에게 불리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없어.”천도준은 딱 잘라 말했다.“지난번의 원한 때문이든 앞으로의 정태 건설의 발전에서든 나와 주준용은 완전히 대립 면에 서 있어. 다만 주건희가 초대를 했으니 체면은 살려줘야지.”눈빛을 빛낸 울프는 걱정스레 물었다.“위험해지면….”“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두머리부터 잡아야겠지!”천도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 이곳은 개인 산장입니다. 초대나 예약 없이는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가 천도준과 울프를 막았다.울프는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뭐라고요? 주 회장 안에 없습니까?”그 말을 듣자 경비의 눈빛이 바뀌더니 연신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두 분. 회장님 초대로 오신 분인 줄 몰랐습니다.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곧이어 경비는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차량 보내주세요.”이내, 차량 한 대가 산장 안에서 나왔다.천도준과 울프를 차에 태운 경비는 곧바로 차 앞에서 달리며 길을 안내했다.산장의 경비로서 그는 주 회장의 손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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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울프도 미간을 찌푸리더니 의아한 얼굴을 하며 그를 쳐다봤다.“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있지, 돈이!”천도준이 진지하게 말했다.“돈도 존나게도 많네!”울프는 어리둥절해졌다.손을 들어 병풍을 가리킨 천도준은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말했다.“재료가 강향단인 데다 최소 몇백 년은 된 것 같아. 재료만 해도 골동인데 저 위에 그려진 그림은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다면 화성인 오도자의 일 거야. 그건 값을 매길 수 없는 엄청난 보물이라고!”흥분을 참지 못한 천도준은 입맛만 다시며 말했다.“그런데, 여기에 병풍으로 두다니!”깜짝 놀란 울프는 두 눈이 다 휘둥그레졌다.“너무 사치 아닙니까?”천도준은 그 말에 부정하지 않은 채 심호흡을 하며 놀란 마음을 다스린 뒤 병풍 위의 을 주시했다.그는 골동품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면 주고받을 인정이 많아 절대로 대충 넘길 수는 없었다.병풍의 은 모조품이거나 가짜 따위가 아니라 진정한 화성의 진짜 필적이 남아있는 진짜였다!하지만 그는 이 옥천 산장이 화성의 그림을 뒷배경으로 둘 수 있을 정도로 호화로울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와 동시에, 룸 밖.서둘러 찾아온 주건희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때마침 방안에서 들려오는 천도준의 말을 들었다.순간 놀란 그는 접대하던 여자 둘에게 조용히 하라고 한 뒤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짝! 짝! 짝!별안간 박수 소리가 울려 천도준과 울프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그러자 주건희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계속해서 박수를 치며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대단하군요. 천도준 씨, 이 그림이 이라는 것을 알아보다니 안목이 정말 뛰어나시군요.”주건희는 거리낌 없이 칭찬을 했다.“이 그림을 여기에 걸어놓은 지도 벌써 몇 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손님들이 왔다 갔지만 오늘날의 국화의 대가인 조청룡 외에는 이 그림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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