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Chapter 241 - Chapter 250
308 Chapters
제241화 남매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난 최하연만 있으면 돼.”그 말에 하연은 화가 치밀었다.“그건 안 될 것 같은데.”하연의 거절에 서준의 표정을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렇다고 사람들 앞에서 하연에게 강요할 수는 없었기에 결국은 유진을 따라 자리를 피했다.두 사람이 떠나자 강영숙이 얼른 다가와 하연을 걱정했다.“하연아, 괜찮니?”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연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몸은 괜찮으세요?”“나는 괜찮다. 늘 있는 일이라.”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설매가 7살 정도 되는 남자애의 귀를 잡아당기며 아래로 내려왔다. 그 아이의 옷 역시 얼룩덜룩한 물감이 묻었고, 손에 붓 두개를 든 채 눈물범벅이 되어 울고 있었다.“네가 한 짓 똑똑히 봐!”남자애는 꾸중을 듣자 지붕이 떠나갈 것처럼 엉엉 울었다.그걸 본 강영숙이 언짢은 표정으로 호통쳤다.“그만 해라. 창피한줄도 모르고.”이건 분명 하연을 겨냥했던 일인데, 왜 서준이 엉망이 되었는지 한설매는 의문이었다.심지어 서준이 이 일을 알게 되면 제 아들을 혼낼지도 모르기에 먼저 나서서 사과했다.“엄마, 죄송해요. 애가 철이 없어서 서준을 저렇게 만들 줄 누가 알았겠어요. 너그러이 용서해 줘요. 내가 이미 심하게 혼쭐냈으니.”어두운 표정의 강영숙은 한설매를 무시하며 하연을 제 쪽으로 끌어왔다.“가자, 하연아.”그 시각, 하연의 눈은 어두워졌다.심지어 마음속 한구석이 왠지 자꾸만 불안했다.한편, 방에 도착한 유진이 하인들을 쫓아내는 바람에 서준과 단둘이 남게 되었다.등을 돌리고 있는 탓에 유진이 아직 떠나지 않았다는 걸 모르는 서준은 곧바로 외투를 벗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하연이 그에게 달려들었다.“서준아, 내가 도와줄게.”유진의 눈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심지어 동작도 어찌나 빠른지 서준이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그의 외투를 벗겼다.이에 서준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치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봤다.“누나도 그만 나가 봐. 나 혼자 할 수 있으니까.”서준이 거절 의사를 밝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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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한번 배신하면 그 고통은 영원해
유진은 도망치듯 저에게서 멀어지는 서준을 보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그제야 정신이 든 유진은 눈을 내리깔며 주먹을 그러쥐었다.거절당했다는 분노를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낸 유진은 방금 전 계단 입구에서 하연을 감싸주던 서준의 모습을 떠올렸다.‘이미 이혼한 거 아니었어? 왜 아직도 애매하게 구는 건데?’유진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매서운 빛이 언뜻 지나갔다....샤워를 하고 옷을 새로 갈아입은 서준은 거실에 도착하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며 하연을 찾았지만, 하연의 그림자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그때 서준을 발견한 강영숙이 낮은 한숨을 쉬며 귀띔했다.“하연은 이미 떠났어.”그 말에 살짝 놀란 서준은 원망하는 투로 되물었다.“왜 붙잡지 않았어요?”“너 이 할미한테 솔직히 말해 봐. 대체 뭐하고 싶어?”강영숙의 말투는 매우 퉁명스러웠다.“여자도 아직 해결하지 않았으면서. 내 기억이 맞는다면, 네가 바람피워 그 계집 임신까지 시켰잖아.”지난 일을 언급하자 서준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강영숙은 평소에 서준을 아끼지만 이 일에서만큼은 서준을 지지할 수 없었다.“한번 배신하면 그 고통은 영원해. 하연이 너를 용서하면 남은 평생 후회하며 잘해줘야 할 거지만, 만약 하연이 이 일을 놓지 못한다면 절대 강요하지 마라. 두 사람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뜻일 테니.”서준은 강영숙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심지어 연회장에 남아 있을 기분이 사라져 곧장 제 방으로 돌아갔다.잠시 뒤, 서준의 방 베란다는 연기가 자욱했고, 바닥에는 온통 담배꽁초가 널렸다.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서준은 끝내 핸드폰을 꺼내 해외로 전화했다.“내가 조사하라던 건 어떻게 됐어?”상대방이 뭐라 말했는지 서준은 곧장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꺼버렸다.“알았어. 내가 바로 갈게.”이윽고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그날 바로 해외로 떠났다....한씨 고택을 나온 하연은 곧바로 회사로 돌아가는 대신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숍으로 향했다.한동안 오지 않았는데, 이곳의 장사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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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자극제
“참, 네가 오니까 갑자기 생각났는데.”예나가 갑자기 하연의 생각을 끊으며 말을 이었다.“전에 어떤 고객님이 너를 콕 집어서 드레스 디자인해달라고 하더라고.”“무슨 디자인인데?”예나는 얼른 카운터에 보관하고 있던 고객 리스트를 하연에게 건넸다.“가격을 6억이나 제시했어. 시간도 빠듯한 게 아니고. 반년 내로 네가 시간 날 때 언제든 만들어만 주면 된다던데.”하연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리스트를 건네받았다.리스트에는 고객의 상세한 정보 대신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혀 있었다.“뭐야? 신비주의 컨셉이래? 드레스에 대한 요구는 없고?”“말 안 하던데? 네가 시간 날 때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대. 받을 거야?”하연은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예쁜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받아야지. 안 받을 이유가 없잖아. 우리 가게에 들어온 큰 주문인데. 이건 나한테 맡겨, 회사 일만 처리하면 내가 직접 연락할게.”“그래, 나야 당연히 네 의견에 찬성이지.”...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온 월요일.아침 일찍 회사에 도착한 하연은 공교롭게도 1층 로비에서 운석과 마주쳤다. 운석은 슈트 차림에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하연을 본 순간 이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하이, 여신님!”싱글벙글 웃으며 하연에게 인사하는 운석의 모습은 다정한 미남이 따로 없었다. 게다가 매너를 지키려는 듯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하연 씨도 회의에 참석하러 왔어요?”“네.”그 말에 운석의 미소는 더 짙어졌다.관계에 따르면 DS 그룹은 매주 월요일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는데, 하연은 지금껏 거의 참석한 적이 없다. 때문에 하연이 참석하는 게 의외라고 느껴졌다.“오늘 회의에서 주로 D시 프로젝트에 관해 다루잖아요. 아마 최종 예산안을 확정하고 내일 바로 입찰 진행할 거예요.”하연은 운석의 업무 능력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게, 운석은 일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니까.하지만 이번 입찰이 중요한 건이다 끝내 보니 참지 못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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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유진의 계획
나운석의 프로젝트는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회의가 끝난 뒤 하연은 먼저 회의실에 나왔고, 태훈이 그녀와 약 반 발짝 떨어진 거리를 우유지하며 업무를 보고했다.그러다 두 사람이 이제 막 사무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하연 씨!”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더니 유진이 웃는 얼굴로 하연에게 걸어왔다.유진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하연은 놀랍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게, 서준과 이혼하고 난 뒤 한씨 집안 식구들과는 깨끗하게 관계를 정리하여 친척들과는 한 번도 왕래한 적이 없다.‘여기는 갑자기 왜 왔지?’하연은 의문이 앞섰지만 예의를 지키며 인사했다.“유진 언니,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그 말에 유진이 손에 들고 있던 보온병을 건넸다.“할머니가 나한테 삼계탕 심부름시키더라고. 하연 씨 가져다주라고.”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류를 덮어 이내 태훈에게 건넸다.“방금 말한 대로 진행해.”“네, 사장님.”태훈이 떠나자 하연은 그제야 시선을 유진에게 옮겼다.“들어와서 앉아요.”유진은 하연의 초대에 응하고는 이내 그녀 뒤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솔직히 유진은 180도로 변한 하연의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예전에는 항상 저자세로 순종적인 모습만 보였었는데, DS 그룹 대표가 된 지금은 오히려 유진을 누르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다.하연에게 압도당한다는 느낌은 전에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데 말이다.“하연 씨, 참 많이 변했네요.”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유진은 감탄했다.“아니에요, 일할 때만 이래요.”하연은 겸손하게 대답했다.“앉아요.”소파에 앉은 유진은 이내 손에 들고 있던 보온병을 하연에게 건넸다.“먹어 봐요. 할머니가 특별히 부탁한 거니까.”이에 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리감 느껴지는 말투로 대답했다.“할머님께 고맙다고 전해줘요. 이렇게까지 마음 쓰실 줄 몰랐는데.”그러자 유진은 싱긋 웃었다.“고맙긴요. 할머니한테 하연 씨는 친손녀나 다름없는데요. 서준과 이혼했어도, 그건 변함없어요.”하연은 그 말에 표정을 가다듬으며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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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도둑질
“하연 씨가 서준과 재결합하지 않아도 나한테는 영원한 동생이나 마찬가지예요.”유진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사무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하연은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내려놓고 티슈로 입을 닦고 나서야 대답했다.“들어와요.”그 말이 떨어지자 운석은 서류뭉치를 안은 채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다른 손님이 있는 걸 발견하자 사뭇 진지한 태도로 변했다.“최 사장님, 말씀하신 서류예요. 확인 부탁드립니다.”보기 드문 운석의 진지한 태도에 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테이블 위에 올려 둬요.”“그래요.”하지만 그때, 운석을 본 유진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나운석, 네가 왜 여기 있어?”그 말에 운석 역시 고개를 들어 유진을 바라봤다. 서준의 오랜 친구로서 운석은 당연히 유진을 알고 있다.그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유진에 관한 비밀도 알고 있다.하지만 유진을 본 운석은 그저 겉웃음만 지어 보였다.“나 DS 그룹에서 일해.”그 말에 유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NW그룹 후계자가 남의 밑에서, 그것도 DS 그룹에서 일을 하다니.유진은 더 묻고 싶었지만 운석은 그럴 기회도 주지 않은 채 하연을 보며 말했다.“최 사장님,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래요.”운석이 떠나자 유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심지어 은연중에 운석의 태도가 예전처럼 살갑지 않다는 것도 어느 정도 느꼈다.“유진 언니, 왜 그래요?”유진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묻자 유진은 다급히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다 마셨어요? 저 잠깐 설거지하러 갔다 올게요.”“아니에요. 제가 할게요.”하연은 그릇과 보온병을 들고 사무실을 나가자 커다란 사무실 안에 일순 유진만 남게 되었다.그 틈에 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연의 책상 앞으로 다가가 운석이 방금 가져온 서류를 확인했다.그리고 그걸 확인하는 순간 눈에 흥분의 빛이 언뜻 지나갔다.유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핸드폰을 꺼내 서류를 한 장 한 장 펼치며 사진을 찍어 대더니 하연이 돌아오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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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그럴 가치가 있기나 해요?
“너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일이 아주 재미있어지지.”“...”전화를 끊은 유진은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반짝였다.하연의 회사에 와서 이런 수확을 얻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최하연, 내일 입찰 처참하게 실패하게 해줄게.’...유진이 떠난 뒤, 운석은 타이밍 맞게 하연의 사무실에 들어왔다.이윽고 평소의 건들거니는 모습을 모두 감추고 사뭇 진지한 태도로 물었다.“한유진은 여기 왜 왔어요?”하연은 눈을 들어 운석을 힐끗 보더니 농담하듯 말했다.“유진 언니한테 관심 있나 봐요?”“관심? 한유진한테 그럴 가치가 있기나 해요?”운석은 어이없다는 듯 대답하더니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눈빛으로 하연을 바라봤다.“하연 씨, 한유진 진짜 무서운 사람이에요. 조심해요.”이윽고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힐끗거렸다.“이번 D시 프로젝트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래서 모두 따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거고. 한유진이 뭔가 수작을 부릴까 봐 걱정이에요.”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하연마저 운석의 말에 일순 엄숙해졌다.‘하긴 오늘 타이밍이 너무 기막히긴 했어.’잠깐 사색에 잠겨 있던 하연은 운석과 눈을 마주치더니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구석진 곳에 있는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뭘 했는지는 확인해 보면 되죠.”“...”다음 날 아침.하연의 집 앞에 주차된 빨간색 페라리 안에서, 운석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조용히 하연을 기다렸다.그로부터 약 반 시간 뒤, 흰 양복 차림의 하연이 나타나자 운석은 눈을 반짝이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차에서 내린 운석은 몸을 차에 반쯤 기댄 채로 하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하연 씨, 좋은 아침이에요.”운석을 본 순간 하연의 눈에는 의아한 기색이 드리웠다.“여긴 어떻게 왔어요?”“당연히 하연 씨 기사님이 되어주려고 직접 왔죠. 여신님, 차에 오르시죠.”운석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차 문을 열어주더니 안으로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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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허윤경의 자신감
하연은 싱긋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반갑습니다, 하 대표님.”“최 사장님 같은 젊은 인재가 회사를 이끈 덕에 요즘 DS가 한 단계 더 성장했다던데요.”“과찬입니다.”“최 사장님도 D시 프로젝트 입찰 건 때문에 오신 겁니까? 그럼 어디 한번 제대로 겨뤄봅시다.”“그래요, 각자 실력으로 경쟁합시다.”그때, 하영윤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사실 저희 그룹은 어제 이 프로젝트를 포기할까 했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꿨거든요.”그 말에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하던 운석이 입을 열었다.“아주 자신만만하신가 봅니다?”하경윤은 너털웃음을 지었다.“그런 말은 아직 이르죠.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 아직 모르는 일인데.”“그럼 기대하겠습니다.”운석은 분명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 심지어 하경윤에게 적개심을 느끼고 있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그럼 이따 봅시다.”그때, 하경윤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연을 바라보더니 인사를 남기고 거들먹거리며 떠나갔다.“제 추측이 맞다면 하 대표가 오늘 우리의 가장 큰 라이벌이죠?”덤덤하게 본질을 꿰뚫은 하연을 보며 운석은 감탄했다.“역시 여신님.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또 빈말 하네요. 좀 진지해져 봐요.”“사실인데.”1초 전만 해도 장난기를 띠고 있던 운석은 하경윤을 경멸하는 눈초리로 바라봤다.“이미 성공한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저 태도 좀 봐요. 오늘 저 자식이 원하는 대로 되면 꼬리가 아마 하늘을 찌를 거예요.”“그건 모르는 일이죠. 높은 곳에 있을수록 더 비참하게 떨어지는 법이니까.”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주최자가 배정한 자리에 앉았다.하지만 구석진 곳에서 유진이 저들을 보고 있다는 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때, 하경윤이 유진에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어때? 입찰서 바쳤어?”유진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 말아요. 그런 간단한 일은 진작했으니까.”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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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데이터 오류
이곳에서 하연과 마주칠 줄 몰랐던 유진은 깜짝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한 짓 때문에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지 처음에는 눈을 피하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며 인사를 건넸다.“이런 데서 다 만나네요. 혹시 하연 씨도 입찰하러 온 거예요?”하연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회사에서 진행하는 새 프로젝트 때문에 와본 거예요. 그런데 유진 언니는 언제부터 HS 그룹에서 일한 거예요?”하연이 이런 것까지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유진은 흠칫 놀라 속으로 중얼거렸다.‘설마 내가 데이터 훔친 거 아는 건 아니겠지?’유진은 긴장한 나머지 옷자락을 꽉 그러쥐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한참 됐어요. 하연 씨가 몰랐을 뿐이지.”“아.”하연은 무심결에 대답하며 거울 속에 비친 자기를 바라봤다.“D시 프로젝트 참 괜찮아요. 원유와 광업 모두 포함했으니 따내기만 하면 앞으로 5년 동안 회사 이익은 보장될 거거든요.”그 말을 듣자 유진은 이내 속으로 뿌듯해했다.“그래요? 뭐 마진이 크니까 입찰 성공하면 5년 동안 실적 걱정은 없겠네요.””네. 그래서 이 프로젝트 따네려고 직원들한테 그렇게 신경 쓰라고 신신당부했거든요.”하연은 한참 동안 말하다가 일부러 뜸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사실 오늘도 따라올 생각은 없었는데, 직원이 실수하는 바람에 데이터를 수정했거든요. 그래서 지켜보려고 따라왔어요.”그 말에 유진의 기분은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심지어 믿기지 않았는지 한참 동안 멍해 있었다.“데이터에 실수가 있었다고요?”하연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네, 어제 오후에 발견해서 수정했거든요. 그 덕분에 큰 손실을 면했지, 원래 데이터로 입찰했다면 입찰에 성공해도 손해 보거든요.”그 말을 들은 순간 유진은 다리에 힘이 빠져 휘청거렸다.“그럼 데이터를 고쳤어요?”“네, 계산이 잘못됐으니까 수정했죠.”하연은 솔직하게 대답했다.하지만 그 확답을 들은 유진은 낯빛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다급히 화장실을 빠져나갔다.당황한 유진의 뒷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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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처참한 대가
유진은 하경진의 기세에 눌려 숨소리조차 마음껏 내지 못했다.곧이어 두 사람이 회의장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입찰은 이미 시작되었다.“자, 이제 우리의 0781호 프로젝트 입찰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으로는 HT 그룹, DS 그룹, HS 그룹, LT 그룹입니다...”한참 동안 멘트를 하던 사회자는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넘기며 끝내 마지막 결과를 발표했다.“이번 프로젝트를 따낸 기업은 DS 그룹입니다. 축하합니다...”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 하연과 운석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순간 현장에는 우레외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입찰이 끝난 뒤, 하경윤은 다급히 거래처에 전화를 걸었다.“이 대표님, 이번 입찰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합작 건은 무효화할 수 있을까요?”“네? 위약금이 100억이라고요? 이 대표님, 다시 한번 상의해 볼 수 있을까요?”상대가 뭐라고 말했는지 전화를 끊은 하경윤은 아예 폭주했다.“빌어먹을! 개자식!”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유진은 겁에 질려 숨을 죽였지만 하경윤은 이내 고개를 돌려 그녀의 손목을 확 낚아챘다.“한유진!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좀 봐!”분노 가득한 목소리에 유진은 몸을 떨며 끊임없이 설명했다.“대표님, 이건 제 탓이 아니에요. 다 최하연 짓이에요! 그년이 저한테 엿 먹인 거라고요. 그러니까 탓하려겨든 최하연을 탓하세요. 아!”“지금 책임 전가하는 거야? 한유진, 너 때문에 회사에서 자그마치 100억을 손해 봤어. 적어도 80프로는 네 책임이니 그 돈 마련하지 않으면 내가 네 가죽을 벗길 줄 알아!”하경윤은 악에 받쳐 소리치더니 유진을 확 밀쳐버렸다. 그 때문에 중심을 잃고 한참 동안 비틀거리던 유진은 넋을 잃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100억? 나한테 그런 돈이 어디 있다고?’“대표님,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앞으로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예요. 대표님!”유진이 아무리 목 놓아 불러도 하경윤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유유히 떠나갔다.하경윤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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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체면을 봐서 용서해 줘요
하지만 유진이 덮치려는 찰나, 하연은 교묘하게 유진을 피해버렸다.“회사 기밀 빼돌리면 처벌받는 거 알죠? 내가 이 사진 경찰에 넘기면 어떨 것 같아요?”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하연을 바라봤다. 그러다 불신이 점점 당황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뭔가를 인식하고 사색이 된 채 애원하기 시작했다.“최하연, 제발. 제발 그러지 마.”만약 하연이 이 영상을 경찰에 넘기면 유진의 인생은 이대로 망한다.회사 기밀을 빼돌리는 건 절대로 경범죄로 치부할 수 없다. 심지어 그 금액에 따라 평생 콩밥을 먹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최하연, 하연 씨, 제발요. 그거 경찰서에 넘기지 마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유진은 하연이 저를 용서하기를 바라며 끊임없이 애원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운석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비아냥거렸다.“그러게 감당도 못 할 일을 왜 저질러? 이번이 처음 아닌 것 같던데.”유진은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어 황급히 하연의 팔을 잡고 저자세로 애원했다.“하연 씨 착한 사람이었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줘요. 앞으로 하연 씨 앞에서 영원히 사라져 줄게요. 그 영상 파기만 해주면 뭐든 다 할 게요. 네?”하지만 유진의 애원에도 하연은 마음이 약해지기는커녕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봤다.“한유진 씨,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여요?”유진은 마구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럴 리가요. 하연 씨, 내가 아니면 적도 한씨 가문 체면을 봐서라도, 한서준 체면을 봐서 용서해 줘요. 네?”하연은 너무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한씨 가문? 한서준? 내가 왜 그들 체면을 봐줘야 하는데요?”“하연 씨 서준이랑 재결합하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유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그 말에 하연은 피식 웃었다.“지금껏 들어본 소리 중에서 제일 웃겼어요.”이윽고 잠깐 뜸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한유진 씨,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요. 사흘 내로 자수해요. 자수하지 않으면 내가 이 영상을 경찰서에 보낼 거예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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