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서안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고,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서안은 반 시체처럼 쓰러져 있는 전정해의 목덜미 대동맥을 향해 칼을 꽂으려고 했다.“서안 오빠! 조심해!”서안이 고개를 돌렸고 얼굴이 미세하게 굳었다.주위를 둘러싼 모든 경호원이 모두 날카로운 칼을 들고 달려들고 있었다.서안은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드디어 시작이네.”전정해처럼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혼자 맨몸으로 싸움을 벌였을 리가 없었다. 서안은 빠르게 몸을 돌려 피했고 전정해도 경호원들의 무리로 몸을 숨겼다.서안은 피를 뱉으며 고개를 들었다.다툼속에서 서안도 부상을 입었지만 전정해의 부상에 비하면 별거 아니었다.서안은 손을 들어 입가의 피를 닦으며 냉소했다.“전정해. 당신은 예나 지금이나 비겁하군.”전정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묵묵히 지켜보다가 지독한 목소리로 옆의 부하에게 말했다.“죽여버려!”그리고 전정해는 바로 옆으로 몸을 피해 도망갔다.서안의 앞으로 날카로운 무기를 든 경호원들이 거리를 좁혀왔고, 중간에 포위된 서안을 보며 강연의 얼굴은 창백해졌다.세윤도 굳은 얼굴로 다음 행동을 취하려 준비하는데 갑자기 서안이 입을 열었다.서안의 시선은 그 많은 경호원을 지나 올곧게 전정해를 향했다.“내가, 그때처럼 그렇게 당할 것 같아요?”전정해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고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세윤과 강연도 전정해를 따라 고개를 돌렸고, 검은색 경호복을 입은 무리가 달려오는 게 눈에 보였다.제일 앞장선 사람이 바로 김성재였다.이욕에 눈이 먼 전정해는 제 뒤통수를 미처 살피지 못했다.서안은 자신을 미끼로 전정해와 부하들을 잡았고, 김성재가 사람을 불러와 남은 세력 모두를 일망타진했다.본인 스스로 전정해를 잡겠다던 서안의 말이 진심인 게 느껴졌다.포위된 전정해와 부하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전정해는 다시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굳은 얼굴로 서안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이를 갈 뿐이었다.“늑대 새
하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강연의 마음속에는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절대 떠나면 안 돼!’‘내가 떠나면 여기는 난장판이 될 거야.’전서안은 전정해를 잡기 위해 목숨을 걸 게 뻔했고 이는 전정해 역시 만만찮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강연은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서안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 강연은 서안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아니, 안 가요.”강연의 말이 들리기라도 한 것처럼 서안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돌아가.”서안의 말에 강연은 고개를 저으며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서안 오빠,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서안은 아무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쯧, 아름다운 장면에 감동하겠어.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꽃이 피는 사랑이라니.”전정해의 가소로워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일그러진 표정으로 전정해가 말했다.“역겨워. 가식적이고 허위적이야.”서안이 고개를 돌렸고 전정해를 바라보는 눈에는 온기가 없었다.“스스로가 역겨운 사람이니 뭘 보든 역겹게 느껴지는 것이겠죠.”그 말은 전정해를 제대로 자극한 듯 전정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다시 한번 지껄여봐! 어미 아비를 죽인 자식이 뭐 어쩌고 어째?”“저 계집애라도 살리고 싶은 모양인데, 꿈 깨!”“호텔 전체에 폭탄을 숨겨놨으니, 어디로 도망을 가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거야.”그 말에 모든 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뭐? 폭탄?”세윤이 눈썹을 팍 찡그리더니 외쳤다.“감히?”이곳에는 그들을 제외하고 연회장에 있는 다른 유명 인사들도 많았다.능력이 비범한 자본가와 연예계의 유명한 배우들, 그리고 숨겨진 유명 인사들도 수두룩했다.전정해는 무슨 생각인지 감히 이곳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했다.“강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 사실 저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요.”음침한 표정의 전정해가 입을 열었다.“원래 계획은 도련님과 아가씨를 만나 뵙고, 조카에게 인사만 할 계획이었는데. 제 조카가 준비해 둔 서프라이즈 선물에도 무사히 이곳에 와서
“전정해.”전서안이 차가운 얼굴로 전정해를 노려보며 말했다.“당신에게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밀게요. 전씨 가문의 방식대로.”서안의 말에 현장의 경호원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뭐라고? 전씨 가문의 방식대로 도전장을 내민다는 거야?”전정해는 웃음을 터뜨렸다.“너 이 녀석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김성재의 얼굴도 빠르게 굳어갔다.“도련님! 진정하세요!”서안은 그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정해를 노려보았다. 그 눈길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은 받아들일 자신이 있나요?”그 말에 전정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둠 속에서 전정해는 조금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강연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세윤을 바라보았다.‘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서안 오빠가 큰 도박이라도 하는 건가?’세윤은 얼굴을 굳히고 서안과 전정해가 대치 중인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강연에게 해석했다.“전씨 가문에는 룰이 하나 있어. 내부에서 분쟁이 생기고 절대 피할 수 없을 정도의 분쟁으로 되었을 때는 도전장을 내밀어 생사를 건 싸움을 하는 거야. 이긴 사람이 상대의 신분, 권력, 명예 그 모든 걸 가지게 돼.”“전정해는 이미 전씨 가문에서 쫓겨났고 이름도 호적에서 파인 상황이야. 전씨 가문은 물론, 친척 일가들도 모두 전정해를 치욕으로 생각하고 피하기 바빠하지.”“그런데 전서안이 전씨 가문의 방식대로 도전장을 내민다는 건 전정해의 전씨 가문 신분을 되돌려준다는 것과 다름이 없어. 그리고 생사를 건 싸움을 하는 거야.”“이건 전서안이 전정해를 상대로 도박을 건 것과 같아. 대가는 바로 본인 스스로지.”세윤은 아주 자세하게 말했다.전정해는 이미 전서안의 잡혔지만, 전정하는 이 현장 사람들의 이 현장 사람들의 목숨을 쥐고 있었다.서안이 전정해를 놓아준다고 해도 떠나자마자 이곳을 터뜨릴 수도 있지 않은가.아무리 모든 사람을 대피시킨다고 해도 완벽하게 인명피해를 없게 하는 건 불가
전서안은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이었다.전정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말했다.“빨리 가서 해결해. 우리 조카랑 좋은 시간 보내는 걸 방해하지 말고.”경호원더러 직접 가서 폭탄을 해체하라는 명확한 의미였다.옆에선 경호원은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별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방금까지 붐비던 공간은 어느새 텅텅 비어졌다.바닥에 쓰러져있던 원정희와 도하경도 어느새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현장에는 서안과 전정해를 제외하고 세윤과 강연만이 남겨졌다.서안은 드디어 강연을 바라보았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자기야, 자기가 직접 경호원들을 감시해 줬으면 좋겠어.”강연은 고개를 저었고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졌다.그 말이 무슨 뜻인지 강연은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강연은 서안을 두고 떠날 수 없었다.전정해가 가진 모든 걸 버리고 서안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이 싸움의 승산이 과연 어떨지 자신이 없었다.만약 서안에게 정말 사고가 생긴다면 강연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나는 어떡하라고.’“착하지. 금방 찾으러 갈게.”서안이 다정한 얼굴로 강연을 살피며 말했다. 서안의 시선은 마치 마지막으로 강연을 자신의 머릿속에 꼭꼭 담아두는 것 같기도 했다.이어 시선을 돌려 서안은 세윤을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평소 건들거리던 세윤도 어느새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두 남자는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서로를 바라만 보았다.세윤은 서안을 향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고, 강연을 안아 들고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세윤 오빠... 오빠... 나 가면 안 돼요.”강연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세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서안이 집중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는 거야. 그 애를 믿어봐.”그 말에 강연은 모든 저항을 뚝 멈출 수 있었다.세윤의 옷을 꼭 잡은 강연은 세윤의 어깨 너머로 서안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떠나는 순간, 강연은 전정해가 옷소매의 반짝이는 은색 물체를 들고 서안을 향해 덤비는 걸 보았
강연은 호텔 밖의 차로 장소를 이동했다.차는 특수 재질로 개조한 것으로 방탄은 물론 방열도 가능했다.호텔의 폭탄은 모두 제거했으나, 전정해가 만발의 준비 끝에 이곳에 왔을 것이라 예상해 자리를 이동한 것이었다.세윤은 자기 동생이 이러한 모험을 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호텔 내부 사람들은 자신들이 방금까지 목숨이 위험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밖으로 나왔다.김성재는 입구에서 기다리고 싶었으나 안면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에 강씨 가문의 차 안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세윤이 물었다.“전정해가 대결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하나요?”“아니 잘 모르겠어요.”김성재가 금색 안경을 벗으며 불안한 마음에 미간을 꾹꾹 눌렀다.“도련님은 도박을 하신 거예요. 전정해의 마음속에 아직도 전씨 가문의 혈통이 남아있을 것이며 전 가주에게 가졌던 집념이 남아있을 것이라 믿어볼 수밖에요.”“그리고 전정해가 전씨 가문에 대한 집념은 아주 강해 보였어요.”전씨 가문의 신분을 되찾고 정정당당하게 서안과 겨뤄 권력을 되찾자는 목적이 없었다면 폭탄을 해체하라는 명령을 그렇게 빠르게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다.또한 전정해는 폭탄 사건을 전서안과 다른 사람에게로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었다.김성재의 말이 끝나고 차안은 침묵이 이어졌다.강연은 한참 고민하다가 갑자기 물었다.“서안 오빠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전씨 가문이 숨기고 있는 비밀에 대해 굳이 파고 싶지는 않았지만 전정해의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서안이 전정해를 향한 원한, 평소 습관처럼 불안해하던 모습도 잊히지 않았다.그래서 강연은 서안이 그때 겪었던 진상을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대체 무슨 사건이 있었기에 순진하고 착하게 자랄 수 있었던 소년이 괴팍하고 외롭게 커가고 냉철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전문의에게 계속 상담받고 약물로 제어할 수밖에 없는지, 강연은 알아야 했다.‘대체 왜 서안 오빠가 그렇게 되었는지 알아야 해.’강연의 물음에
남자의 생김새는 전서안과 거의 비슷해 보였다. 다만 서안은 내성적이고 무거운 분위기였으나, 이 남자는 카리스마로 상대를 압도했다.남자는 강연과 세윤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서안은요?”“도련님은... 도련님은 호텔 정자에서 전정해와 대결을 하고 계십니다. 도련님이 전정해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어요.”“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전서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금실에 3개월 동안 있으세요.”김성재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으나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공손하게 대답했다.“네.”전서훈이 호텔로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역시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강연을 향해 물었다.“저랑 같이 가실래요?”세윤의 얼굴이 조금 굳었고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연이 굳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갈래요.”전서훈은 이런 강연이 마음에 든다는 듯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내려오세요.”강연은 바로 전서훈의 손을 잡고 호텔 연회장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전서훈은 미리 사람을 시켜 장소를 비워뒀고 이제 연회장에도 사람은 없었다.강연은 전서훈을 따라 빠르게 정자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정자는 텅텅 비어있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부하가 말했다.“대표님, 여기 흔적이 있습니다.”전서훈이 빠르게 달려가 흔적을 따라 어느 베란다로 향했다.연회장은 꽤 높은 곳에 있었는데 20여 층에 위치한 연회장은 지면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두 사람은 베란다에서 잔상이 보일 정도로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손에 쥔 무기에는 누구의 피인지 가릴 수 없는 피가 묻어있었다.강연은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만 흘렸다.전서훈의 표정도 잔뜩 굳어졌다.전씨 가문의 대결에 있어 전서훈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서안은 몸놀림이 빨랐지만 전정해는 공격마다 급소를 노렸다.또한 어렸을 때부터 서안의 싸움은 전정해가 가르쳤으므로 전정해는 서안의 동작을 꿰뚫어 보았다.두 사람이 서로에 집중하고 있을 때 전서훈과 강연은 행여나 서안의 집중력을 흩트릴까 말
전서안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붉게 물든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살기만 남았다.서안은 마치 이성을 잃은 듯 눈에는 한점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 피에 굶주린 눈빛은 우리에 갇혀 수십 일 동안 먹이를 먹지 못한 짐승 같았으며 손에 쥔 먹이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 같았다.강연은 그 자리에 멈춰 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순진하고 수줍음이 많던 소년과 피범벅이 된 눈앞의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서안의 병이 심각하다고 전해만 들었지 진짜 발병한 모습은 오늘이 처음이었다.정말 정상인이 아닌 모습에 공포가 찾아왔다.“서안아!”전서훈의 얼굴도 잔뜩 굳어졌다. 서훈은 긴장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앞으로 다가갔다.“칼 내려놓고 이리로 와. 형이 상처 좀 볼게.”이제 전정해의 생사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서안이 더 많은 피를 보고 전정해의 목숨을 앗아가게 내버려둔다면, 서안의 병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고 이성을 다시 찾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서훈의 말에도 서안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한 손으로 칼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전정해의 목을 꽉 조여 맸다.“전서안!”서훈은 점점 더 조급해졌지만 감히 앞으로 다가가지는 못하고 간절한 눈빛으로 서안을 바라보았다.“진정해 서안아. 넌 저 사람을 죽이면 안 돼. 네 손에 더 이상 저 사람의 피를 묻혀서는 안 돼. 서안아, 그러면 안 돼.”가문의 다른 사람이었다면 서훈은 이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해도 서훈의 권력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었다.하지만 서안은 그들과 달랐다.서안이 정말 그런 일을 벌인다면 다시 악몽과 같은 시간으로 돌아갈 것이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서훈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강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강연은 서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자기야, 나 알아볼 수 있겠어?”서안이 강연을 바라보았으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강연이 계속해서
전서안의 얼굴은 겁에 질린 것 같기도, 고민에 잠긴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눈앞의 강연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그래서 서안은 천천히 행동에 옮겼다.강연의 얼굴에 기쁨의 미소가 걸렸다.서안이 강연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뒤에서 다급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서안아! 조심해!”서안이 몸을 돌렸고 상황을 판단하기도 전에, 바닥에 쓰러졌던 전정해가 발차기로 서안을 바닥에 눕혀버렸다.그리고 전정해는 강연을 향해 몸을 날렸다.“강연아!”뒤를 따라오던 세윤이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강연은 전정해를 발견하고 하얗게 질려 뒷걸음질했지만 소용이 없었다.전정해는 너무 빨랐고 뒤에서 몸을 날린 전서훈도 막아서지 못했다.전정해의 칼이 강연을 찌르려는 순간, 서안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몸을 날려 전정해의 허리를 끌어당겼다.이어 전정해는 옆으로 세게 내쳐졌다.두 사람의 힘겨루기가 얼마나 격렬한지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그러나 모든 사람이 간과한 점이 있었으니, 이곳은 사방이 뻥 뚫린 베란다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잡고 휘청이다가 나란히 베란다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서안 오빠!!”“서안아!!!”절망에 찬 소리가 베란다에 울려 퍼졌다.강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따라 뛰어내리려다가 허겁지겁 달려온 세윤에 의해 저지당했다.서훈은 추락한 지점 앞으로 털썩 무릎을 꿇고 어두컴컴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서안아, 아닐 거야. 서안아, 제발...”몸을 일으킨 서훈이 외쳤다.“당장 사람을 시켜 수색해!! 전정해가 이곳을 최종 장소로 선택한 만큼 퇴로를 남겨두지 않았을 리가 없어! 서안이는 무사할 거야. 그러니 빨리 수색해!”부하들이 바로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갔다.서훈은 어두운 아래층을 내려다보며 인상을 굳혔다.‘서안아, 너는 그렇게 고통스럽던 지옥을 스스로 이겨냈어. 그러니 이번에도 무사히 이겨낼 수 있을 거야.’그러나 옆의 강연은 이미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오빠... 나 좀 놔봐.’미친 듯이 몸부림치는 강연은 어느새 옷이 헝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