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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신유리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근무 시간이고 주위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든 관계로 인하여 주위 사람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서준혁은 신유리를 쳐다보더니, 싸늘한 눈동자로 주위를 훑어보다 다시 시선을 신유리에게로 돌렸다.

그는 눈꼬리를 내리더니, 경멸 섞인 말투로 말했다.

“본인의 일도 다 정리 못 해놓고, 다른 사람의 일로 동분서주하다니, 신유리 씨는 멍청한 건가요? 아니면 일의 경중을 구분 못 하는 건가요?”

신유리는 눈을 감고 잠시 사색을 마친 후 답했다.

“이게 제 일입니다.”

서준혁이 냉소적으로 비웃었다.

“쓸데없는 일 말인가요?”

신유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오늘 서준혁의 기분이 별로라 신유리가 뭐라 하던 오답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서준혁의 뒤에 서있던 이석민을 보았다. 이석민은 티 나지 않게 신유리에게 눈치를 주었다.

신유리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오늘 이 화제에 대하여 말씀을 나누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네요. 저는...”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등 뒤로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하정숙이 굳은 얼굴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는데, 등 뒤에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송지음도 함께였다.

신유리는 송지음에게 잠깐 시선을 두었다. 그녀가 기억하건대, 송지음은 항상 혈색이 어두웠고, 창백해 보였다.

신유리의 생각은 하정숙의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인해 중단되었다.

“이제 집으로 오라는 것도 내가 직접 와서 모셔가야 하는 거니?”

서준혁이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서준혁의 검은 눈동자는 먹물을 머금은 것 같았다. 눈동자에는 일말의 온정도 없이 냉담한 시선으로 하정숙을 쳐다보며 답했다.

“회사 일이 바빠서요.”

사실 서준혁의 외모는 대부분 하정숙에게서 물려받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날카로운 눈매, 짙은 눈동자, 얇은 입술, 우뚝 솟은 콧날, 날렵한 턱선이 닮았다.

이러한 외모는 날카로운 인상을 주기 마련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신중하고 냉담한 분위기마저 있어, 날카로운 분위기를 얼마간 상쇄시켜 주었다.

하정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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