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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송지음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부릅뜨고는 할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할아버님, 이게 무슨 말씀이세요?”

할아버지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했다.

“조건은 비서님이 직접 제시하시죠. 합당한 조건이라면 제가 다 들어 드릴 테니까. 준혁이가 아직 젊고 혈기왕성해서 놀기 좋아하는 건 아주 정상이죠. 하지만 지금 선을 좀 넘은 것 같네요. 우리 집에선 절대 동의 못해요!”

그의 말에 머리가 띵해진 송지음은 도통 무슨 말인지를 이해하지 못해하는 눈치였고 한참을 멀뚱하게 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전... 전 진짜 진심으로 준혁오빠를 좋아해요.”

“진심?”

할아버지는 콧방귀를 끼며 송지음이 건넨 차를 쓰레기통에 부어버리며 대답했다.

“당신의 진심이 우리 준혁이에게 무슨 이득을 줄 수 있나요?”

송지음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할아버지의 말에 말문이 막혀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만 있던 할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언짢아하며 말을 꺼냈다.

“송비서, 내가 당신이 어떤 수법으로 유리와 준혁이를 헤어지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당부하죠. 당신은 내 눈에 준혁이 아내로써의 자격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만약 송비서가 정말로 똑똑한 사람이라면 지금 바로 나에게 조건을 제시하세요. 그리고 준혁이에게서 당장 떨어지고.”

할아버지의 말에 큰 타격을 입은 송지음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그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말을 마친 할아버지가 간호도우미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키고 지팡이를 짚은 채 사무실에서 떠나버렸고 송지음은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쓰레기통에 처참히 버려진 자신이 탄 차를 보며 마음이 쓰라리게 아파왔다.

[일억?]

[신유리에게는 일억 짜리 선물도 막 사주면서 왜 나한텐 일억으로 준혁오빠한테서 떨어지라고 하는 거야?]

송지음은 자신도 모르게 할아버지가 신유리를 바라볼 때의 눈빛과 표정들이 떠올랐다.

신유리는 화인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요 며칠 각종 업무들로 눈 코 뜰 새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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