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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그게 아니면 그저 없던 일인 척하려는 건가.

“왜 말을 안 해?”

진수현은 생각에 잠긴 윤아를 보고 그녀의 턱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

‘왜?”

진수현은 가자미눈을 하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윤아는 눈앞의 익숙한 그의 얼굴을 보며 선홍빛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결국 입을 떼지 않는 그녀. 사실 윤아는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막상 물으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말을 했다가 그가 한심하게 쳐다보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네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모르는 척 해주는 거야. 심윤아, 왜 이렇게 눈치가 없지?”

‘이렇게 말하면 어떡하지?’

윤아의 뇌리에는 이미 최악의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윤아는 이대로 둘 다 없었던 일인 척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고개를 젓는 윤아.

그런 윤아를 바라보는 진수현의 검은 눈동자는 어쩐지 평소보다 더 어두워 보였다. 그녀는 매번 이런 식이다. 슬픈 듯 보이다가도 다가가면 선을 긋는다.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둘 사이 거리는 더 멀어져 있었다. 윤아는 매번 그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어느덧 둘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기류는 사라졌다. 진수현은 윤아의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몸을 뒤로했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잠깐.”

몸을 돌려 나가려던 윤아를 다시 불러세우는 진수현.

“왜?”

“올해 연차 아직 안 썼지?”

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일부터 쉬어.”

“내일?”

“응. 너 요즘 몸 안 좋잖아. 연차 쓰고 한동안 쉬면서 기분전환도 하고 그래.”

진수현은 요즘 윤아의 기분이 안 좋은 걸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열까지 났으니 미리 쉬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윤아의 귀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윤아가 매년 이때 연차를 쓰진 않는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앞당겨 쉬게 하려는 건...

‘일종의 경고인가? 이참에 아이를 처리하라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터라 윤아는 진수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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