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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엄마.”

임진숙의 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진료실에서 한 여자아이가 불쑥 나왔다. 아이의 목소리에 의기양양하던 진숙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윤아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눈에 봐도 그의 딸 조보아임을 알 수 있었다. 보아는 손에 검사표를 들고 있었고 얼굴은 유난히 창백했다. 언뜻 보기에도 건강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방금까지도 콧대를 세우며 윤아를 조롱하던 진숙은 재빨리 몸을 돌려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다. 뭐에 쫓기기라도 하는듯한 그녀의 행동에서 윤아는 뭔갈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나 남의 사적인 일에 별 관심이 없는 윤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 후, 딸은 어디에 두고 왔는지 홀로 다시 돌아온 임진숙. 그녀는 윤아의 앞으로 다가와 잔뜩 구겨진 표정으로 말했다.

“윤아 아가씨, 넌 똑똑한 사람이니 알겠지. 쓸데없는 말들은 입에 올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윤아는 그가 다시 돌아올걸 예상하고 있었다. 윤아는 입꼬리를 가볍게 올린 채 여유롭게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아줌마, 제가 똑똑한 사람일지 아닐지는 제 기분에 따라 바뀌는 거라서요. 누가 제 심기를 건드린다면 저도 제 정신상태가 어떻게 될지 몰라요. 정신이 홱 돌아버려서 무슨 말을 뱉을지는 저도 모르는 일이죠.”

이 병원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뭘 하려는 건지 둘 다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윤아의 말에 임진숙은 표정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임윤아. 너 감히 날 협박해?”

“제가 어떻게 감히 협박하겠어요. 그저 거래를 하는 거죠.”

분노로 치를 떠는 임진숙.

“네 일이 우리 보아보다 훨씬 커.”

“그런가요?”

윤아는 코웃음을 쳤다.

“확실해요? 제 기억이 맞았다면 당신 딸은 아직 대학교도 가지 않았죠?”

윤아의 말 한마디에 임진숙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윤아의 저 여유만만한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임진숙은 안 그래도 모든 걸 다 가진 이선아가 못마땅하던 차에 큰 건수 하나 잡아 진씨 가문을 풍비박산 낼 생각이었으나 하필이면 그때 딸이 나오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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