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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빈혈 때문인가 봐.”

“그럼 내가 먹을 것 좀 사다 줄게.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현아가 떠나간 후 윤아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피곤한 듯 두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는 두 가지 목소리가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뭘 생각 하는 거야? 이미 결정 한 거 아니었어? 병원까지 왔으면서 뭘 망설여?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평생 널 괴롭힐 거야. 벌써 잊은 건 아니지? 그 사람은 이미 이혼 얘기를 꺼냈어.”

“이혼이 뭐? 윤아도 이제 성인이야. 아이 하나 먹여 살릴 능력도 없어 보여?”

“아이 키우는데 경제적 능력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아? 정신은? 심리는?”

“아이에게 아빠가 없는 게 걱정이라면 새로 찾을 수 있잖아. 넌 아직 이렇게 젊은데 새 남편 하나 못 찾겠어?”

빈혈에 내적 갈등까지 더해져 윤아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그때, 윤아에게 들려오는 하나의 목소리.

“윤아야?”

“윤아 너니?”

윤아는 처음엔 잘 못 들은 줄 알았지만, 그 목소리는 점점 가깝게, 또 선명하게 들려왔다. 윤아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40대쯤으로 보이는 한 아줌마가 윤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윤아는 그분을 한참 동안 보고서야 누군지 알아봤다. 임진숙 아줌마. 진씨 가문의 큰 사모님과 자주 함께 계시는 분이다. 윤아는 낯빛이 새파랗게 질린 채 얼른 아픈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세상에, 정말 너구나.”

임진숙은 아는 사람을 만나 기쁜 마음에 윤아에게 한달음에 다가갔다.

“아까 멀리서 널 봤을 땐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 정말 너일 줄이야. 근데 너 여기엔 무슨 일로 왔니?”

윤아는 억지로 웃어보려 했으나 입꼬리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봐 일부러 작은 병원으로 온건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윤아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게다가 하필이면 할머님과 자주 함께 계시는 진숙 아줌마라니. 인제 와서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윤아는 애써 진정하고 머리를 굴렸다.

“안녕하세요, 저 친구가 검사하러 오는데 함께 와준 거예요.”

현아는 음식을 사러 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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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seodanbi98
너무 재밌어요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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