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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또 이런 말.

윤아는 예전에 소영이 아주 다정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 여겼다. 타인을 대할 때에도 시원시원했고 격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귀국한 요 며칠 동안, 소영은 이런 말을 두 번이나 했다.

저번엔 수현 씨에 대해 말했고, 이번엔 집안 도우미였다.

겉면으로 보기엔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 같지만 실은 내 것이라 정정하고 있었다. 이럴 자격이 없음에도 말이다.

전에 수현 씨와 사귀는 사이였으면 그나마 합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니었잖아? 그래서 소영이 어떤 자격으로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강소영은 전에 그녀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윤아는 입술을 앙다문채 가슴에 얹혀있는 불편함을 가리앉히고 옅게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불쾌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는 윤아를 보니 소영은 솜뭉치에 주먹질한 듯 시원하지 않았고, 오히려 좌절감마저 들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고 여긴 소영은 윤아에게 웃으며 물었다.

“우리 정원에 가서 얘기 좀 할까요?”

이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전에 윤아가 자기 친구들을 무시하던 태도가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살짝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얼른 목소리를 낮게 깐 채 입을 열었다.

“여긴 보는 눈이 너무 많아요.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곳이 아니에요.”

윤아는 머리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하고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만약 가능하다면 윤아는 정말 소영과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갚기 어려운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신세가 아닐지 싶다.

정원,

윤아는 소영을 데리고 한적하고 고요한 곳으로 갔다.

소영은 주위를 둘러보며 드디어 시름을 놓았다. 여기에서 말하면 문제없을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여긴 엿듣는 사람 없겠죠?”

이 말을 듣자, 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머리를 흔들었다.

“이곳엔 도우미들이 잘 안 와요. 정원사들은 보통 오전에 와서 물을 주거나 다듬고요.”

지금은 벌써 점심시간에 가까웠다.

“다행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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