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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이런 마음가짐은 그녀가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윤아는 손을 들어 조심스레 아랫배를 만졌다. 그녀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젠 그녀의 세상엔 또 한 명의 가족이 생기는 거였다.

‘아가, 아빠 몫까지 엄마가 다 해줄게.’

-

어느덧 밖이 어둑어둑해졌다.

물건을 정리하면서 오늘 밤 수현이 돌아올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별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차의 전조등이 대문을 비추는 것을 보자, 윤아는 난간에 걸친 손을 움츠렸다.

진수현의 차였다.

마침 잘 됐다. 윤아는 오늘 저녁에 그와 모든 얘기를 끝낼 예정이었다.

결정을 내리고 그녀는 다시 방으로 돌아가 짐 정리를 했다.

평소에 쇼핑을 즐기지 않아서인지 물건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정리가 빠르게 진행되리라 여겼지만 정작 정리하다 보니 참 힘들었다.

여기에서 보낸 이년이란 시간 동안, 그녀의 생활과 습관은 이미 이 방 곳곳에 스며들었다. 옷장, 침대, 화장대, 세면대, 소파 심지어 티 테이블에 놓인 여러 가지 물건 그리고 선반 위의 장식품들... 이 모든 것들에 그녀의 자취가 남겨졌다.

결국 윤아는 옷 몇 벌과 일용품만 간단히 챙겼다.

찰칵-

밖에서 문고리를 비틀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윤아는 멈칫 동작을 멈추었다. 곧이어 차분하고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윤아는 끝까지 머리를 돌리지 않았다.

수현은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아마 그녀가 평생을 다 해도 갚지 못할 정도였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수현에게 불쾌한 기색을 나타낼 수 없었다. 하지만 수현과 소영의 여러 번의 암시는 그녀를 난감하게 했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가 갑자기 우뚝 멈췄다.

윤아는 길게 숨을 들이쉬며 감정을 억눌렀다.

세상엔 반드시 직면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도망가서는 안 될 그런 것들.

수현은 미간을 좁힌 채 눈앞의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두 개 옅은 색의 캐리어가 가지런히 침대 옆에 놓여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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