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19화

"아이고, 군형아!"

소정애가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이 기름이 공짜인 줄 알아? ”

그러나 이때 최군형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빨리 움직여!"

소정애는 그의 등을 한 대 치며 말했다.

"빨리, 냄비에 기름을 이 빈 그릇에 부어...”

최군형은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처럼 한 손에는 솥을 들고 다른 손에는 그릇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었다.

"됐어, 빨리 나가!"

소정애가 그릇을 뺏어오며 말했다.

"더는 너한테 시키면 이 부엌이 오늘 오후를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군형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소정애가 미는 대로 밖으로 밀려 나갔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녀가 방금 한 말이 계속 떠올랐다...

"아주머니."

그가 불쑥 한마디 던졌다.

"그 말 진심이세요?”

소정애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무슨 말?”

"가짜 결혼 증명서를 진짜로 바꾸고 싶다고 한 거 말이에요...”

"저리 가, 저리 가!"

소정애는 얼굴에 아직 분노가 남아 있었지만,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먼저 내 땅콩기름을 물어주고 나서 다른 얘기를 해!”

그리고 주방 문을 잡아당기더니 최준형을 문밖으로 내쳤다.

최군형은 멍하니 현관으로 걸어갔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그의 눈에 들어왔고, 그는 맑은 하늘을 보며 여름 공기의 향기를 맡았다.

그는 그제야 바보같이 계속 웃었다.

그는 조금 후회했다, 그때 진짜 결혼을 했었어야 했다고 말이다. 그러면 지금 처리할 일이 하나 더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처음에 그와 강소아는 거의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낯선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말이 되지 않았다. 1년 정도의 시간을 거쳐 그는 점점 더 이 집에 잘 융합될 수 있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결혼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최군형은 잠시 생각했다.

'1년 정도라...

장모님이 주신 시간은 정말 일리가 있네!'

그는 보기 드물게 휘파람을 불며 아이처럼 방실방실 웃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