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군형이 침묵을 지켰다. 그 아이가 정말 소유라면, 모든 게 낯설어졌다 하더라도 어릴 적의 기억이 남아있기에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었다.하지만 최군성이 말한 육소유는 만사에 경계심을 곤두세운 채였다. 뭔가를 들키는 걸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여보세요? 형? 듣고 있어?”“응, 듣고 있어.”최군형이 낮은 소리로 답했다. 그는 가게 문을 닫고는 문가에 서서 통화를 이어갔다.“군성아, 이 일은 네가 맡아야 할 것 같다.”최군형이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전화기 저편에서 최군성의 비명이 울렸다. 최군형은 웃음을 참으며 애써 진지하게 말했다.“생각해 봐, 네가 이렇게 오래 노력했는데, 좀만 더 하면 될 거 같지 않아? 내가 간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잖아, 얼마나 힘들어!”“꼭 그렇다고는 못하지. 나보다 형이 소유 마음에 더 들 수도 있잖아. 누가 형더러 육씨 가문 사위...”“무슨 소리야!”최군형이 낮게 말했다. 최군성은 순간 조용해졌다가 풉 하고 웃었다.“형, 왜 이렇게 돌아오기 싫어하는 거야? 강주에서 결혼이라도 하고 싶은 거야?”“너...”최군성이 말을 이었다.“정말 이렇게 동생을 희생해도 되는 거야? 그래도 되는 거야?”최군형이 익숙하게 동생의 물음을 맞받아쳤다.“우리 둘 다 그렇게 될 수는 없잖아, 한 명이 희생하고 한 명은 머리를...”“왜 희생하는 건 나고 머리 쓰는 건 형이야?”“난 어릴 적부터 너보다 총명했으니까!”“형...”“하지만 넌 나보다 잘생겼잖아! 그것도 아주 많이.”최군형이 웃으며 말했다. 최군성이 곰곰이 생각했다. 뭐 그런 것 같기도 하고.어릴 적 부모님이 형제를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은 최군성을 더 귀여워했다. 차가운 표정의 최군형은 크게 환영받는 편은 아니었다.최군성이 찜찜한 듯 대답했다.“음... 그래. 그럼 나 계속해?”“응, 당연하지!”“형, 우리 친형제인 건 알지?”최군성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 최군형이 작게 웃더니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육소유 얼굴은
한참 뒤 최군형이 머리를 끄덕였다.“응, 네 말이 맞아...”그는 강씨 집안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를 떠올렸다. 강우재와 소정애, 강소준은 얼핏 보아도 한 가족이었다. 강소준의 얼굴에는 강우재와 소정애의 얼굴이 동시에 들어있었다.하지만 강소아는 아니었다. 딸은 아버지를 닮는다고 했는데, 강우재와 강소아를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여보세요, 형? 뭐 하는 거야?”최군형이 한참이나 대답이 없자 최군성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에 최군형이 태연하게 대답했다.“어, 아무것도 아니야. 곧 집에 도착하니까 끊어. 일찌감치 자고.”“어차피 잠 다 깼는데 좀만 더 얘기하자! 별장 살아서 다른 사람도 없는데, 영상 통화라도 할래?”최군성이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군형이 강하게 대답했다.“됐어! 나 별장 안 살아. 그리고... 식구들 다 잠들었는데, 깨우기 싫어.”그 말에 최군성은 잠이 번뜩 깼다.“뭐? 식구들?”“어, 식구들... 그게 뭐 어때서!”최군형이 이미 집 문 앞에 도착했다. 그는 최군성의 고함을 뒤로하고 전화를 끊고는 아예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렸다.최군형은 작게 웃으며 조심스럽게 집에 들어서서 2층으로 올라가 강소아를 봤다. 날이 더웠기에 강소아의 방문은 열려있었다. 최군형은 문밖에서 문틈 사이로 그녀를 훔쳐봤다. 깊이 잠든 강소아의 모습이 보이고, 머리맡에 놓인 강소아 이름이 써진 최군형 그림이 보이고,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이 보였다.최군형의 가슴이 움찔했다. 그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났다.낯선 도시에 이렇게 많은 정을 주게 될 줄 몰랐다. 그를 이곳에 남아있게 한 것이 한순간의 설렘이 될 줄도 몰랐다.......강우재는 그만 허리를 다치고 말았다. 소정애는 그를 타박하면서도 강우재의 시중을 들어야 했다. 집에는 학생 둘까지 있었기에 가게는 최군형에게 완전히 맡긴 채였다.최군형은 홀로 몇 사람의 일을 감당해냈다. 화물 운반, 진열, 장부 정리와 수금까지.게다가 가게 문을 열기 전에는 먼저 강소아를 학교까지 데
최군형이 웃음을 참았다.‘방금 말을 녹음해서 아빠한테 들려줄걸!’최연준 말고 또 누가 그렇게 살까?소정애가 웃으며 최군형을 바라보았다.“군형아! 점심으로 뭐 먹고 싶어? 만들어줄게!”“아뇨, 괜찮아요. 아줌마는 집에서 아저씨 간호하고 계세요, 전 가게에 가볼게요.”최군형이 급히 몸을 일으켜 빠르게 집 문을 나섰다. 소정애가 그의 뒤에서 외쳤다.“소아 오후에 공강이라 가게로 가라고 했어. 둘이 같이 일해!”최군형은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남아서 밥 먹으라는 소리겠거니 하고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었다. 최군형이 작게 웃으며 발길을 다그쳤다.......오후의 가게는 별 손님 없이 한산했다. 그도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즐겼다. 계산대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아이고, 군형이 혼자 있어?”최군형이 깜짝 놀라 들어온 사람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중년 여성은 조금 살이 오른 몸매에 과하게 화려한 치장을 하고 있었다. 명품 백도 그녀의 손에 들리니 짝퉁 같아 보였다. 그녀는 눈이 휘어지라 웃으며 최군형을 빤히 쳐다보았다.최군형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바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소정애의 파마도 이 사람의 머리 스타일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었다.여자는 최군형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군형아, 멍하니 뭐 해? 나 잊어버린 거야? 나잖아, 미자 아줌마!”최군형은 열심히 머릿속으로 “미자 아줌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생긴 사람을 봤던 것 같기도 한데, 이름이... 우미자?그 집은 이곳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소정애와 우미자는 종종 함께 춤을 추러 다녔으나 둘 다 서로를 썩 좋아하진 않았다. 그러니까 껍데기뿐인 관계라는 것이다. 둘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경쟁상대로 의식하고 있었다.우미자에게도 딸이 있었는데, 마침 강소아의 또래였다. 하지만 그 딸은 강소아처럼 학교에 다니는 게 아니라, 평범한 기술을 배워서 평범한 월급을 받으며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그래서 우미자는 종종 소
우미자는 최군형이 흥미를 보이자 더욱 기뻐하며 말을 늘어놓았다.“너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사실 우리 모두 의심하고 있어. 소아는 훔쳐 온 아이가 아닌가 하고.”“네? 아줌마, 근거 없는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요! 장모님, 장인어른이 어떤 분인지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얘,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난 차마 네가 속는 꼴 못 보겠어, 그 부부, 겉보기엔 착한 사람들 같아도 실제로 어떨지는 몰라! 지내봐야 알 거 아니겠어? 아예 근거 없는 말도 아니야. 20년 전, 그 부부한테 아이가 생기지 않아 오성의 큰 병원에 갔었어. 그런데 돌아올 때 그 아이를 안고 있었다니까! 하, 오성에 가기 전부터 이미 임신한 상태였다고 어찌나 잡아떼던지.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다가 오성에 가서 낳은 거라고 했어. 속일 게 따로 있지... 그 아이는 적어도 한 살은 돼 보였어, 이미 걸을 줄도 알았다고. 군형아, 몇 개월 만에 걸음마를 떼는 아이를 본 적 있어?”최군형이 인상을 썼다. 저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 짙은 안개 속에서 헤매는 것 같았다. 앞이 출구라는 걸 알면서도 안개에 가려져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군형아, 내 말이 맞는 것 같지 않아?”최군형은 말이 없었다. 우미자는 그의 침묵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이고는 더욱 흥분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군형아, 이 가족을 경계해야 해! 강우재와 소정애 같은 사람이 어떻게 소아 같은 자식을 낳겠어? 그게 가능한 일이야? 그러니까, 소아는 절대 그들 친자식이 아니야. 하, 그러면 당연히 대우도 다르겠지. 지금이야 잘해준다고 하지만, 그 집엔 아들 하나가 더 있잖아! 이 가게도, 그들의 재산도 모두 아들 몫이 될 거야. 강소아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우리 집은 달라. 우리 집엔 외동딸 하나밖에 없거든. 나중에 우리 재산은 모두 내 딸이 가져갈 거야.”우미자는 확신했다. 우씨 집안의 이발소들은 최군형에게 엄청난 유혹이 될 거라고.하지만 최군형은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쏘아볼 뿐이었다.우미
최군형이 멈칫했다. 등 뒤가 서늘해졌다.여자가 서서히 다가왔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그렇지 않았다.“아이참, 군형 씨, 우리 가게에 있기엔 참 아까워요!”“그게... 무슨 말이에요?”최군형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강소아가 최군형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누구는 외동딸이라 재산을 모두 물려받을 건데! 하, 정말 좋겠어요, 그렇죠?”“이...”키가 제 가슴께밖에 안 되는 강소아 앞에서 최군형은 조금도 움직일 염을 하지 않은 채 초등학생처럼 얌전히 꾸중을 들었다. 하지만 질투하는 강소아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질투하는 강소아가 좋았다.최군형이 씩 웃었다. 그 모습이 강소아를 더욱 자극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손에 든 도시락을 꽉 쥐었다. 어찌나 힘껏 쥐었는지 손가락 끝이 하얘졌다.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갔더니 최군형이 혼자 가게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혼자 밥도 잘 챙겨 먹지 못할 최군형이 걱정돼 밥을 싸 들고 가게로 달려왔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강우재도 이 정도의 대우는 해 주지 않았다.그런데 가게 문 앞에서 뭘 봤나?우미자가 제 딸과 최군형을 이어주려고 수작 부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만 것이다.어떻게 이럴 수가!강소아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이 일이 최군형 때문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 이웃 아줌마들이 최군형을 자기 집으로 들이고 싶어 호시탐탐 그를 노리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하지만...그녀는 기분이 나빴다. 짜증이 났다. 어쩔 수 없이 질투하게 됐다.다른 사람은 왜 그녀의 남편을 노리는 걸까?그 아줌마들은 아직 강소아와 최군형이 가짜 결혼인 줄 몰랐기에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만약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녀의 집에 쳐들어와 최군형을 빼앗으려 할 것이다.최군형의 잘생긴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짜증이 났다. 잘생기긴 왜 이렇게 잘생겼어? 괜히 이목만 끌잖아!최군형은 잔뜩 토라진 강소아의 얼굴을 서서히 가까이하고는 그녀 손에 든 도시락통을 보고 살짝 웃었다.“밥 갖다주러 온 거에요?”강소아가 눈을
그날 밤 최군형은 평소처럼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갔다. 강소아는 아직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지만 그녀의 관심은 온통 다른 데 쏠려 있었다.최군형은 평소처럼 집에 들어와 신발을 바꿔 신고는 텅텅 빈 도시락통을 주방으로 가져가 여유롭게 씻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는 사람 같았다. 심지어 도시락도 싹싹 비운 채였다.강소아는 입술을 깨물고 자리에 앉아 최군형이 자신을 달래러 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뒤 주방의 물소리가 끊기더니 최군형이 손을 닦으며 걸어 나와 그녀의 옆에 앉았다.강소아는 기분이 조금 풀렸다. 금방 웃음을 지으려는데, 최군형이 불쑥 말했다.“아직도 화났어요?”‘아예 멍청한 건 아니네.’강소아가 볼 부은 소리로 “네”하고 대답하고는 얼굴을 홱 돌렸다. 최군형이 목을 가다듬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얼굴이 순간 따뜻해 보였다. 제법 진지한 모습이었다.“그... 얘기 좀 할까요?”강소아가 멍해졌다. 웃음기를 누르기 어려웠다. 머릿속은 온통 드라마에서 본 장면들뿐이었다. 여자 주인공이 화가 나 있으면 남자 주인공은 자존심 다 버리고 여자 주인공을 달랬다. 달래는 방식들은 조금씩 달랐지만 뭐 그런 건 상관없었다. 최군형은 어떻게 달랠까?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썩 낭만적인 모습은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꿀 발린 소리 몇 마디만 한다면 그걸로 만족이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니, 행동으로 그녀의 화를 풀어줄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강소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귀 끝이 타는 듯 뜨거웠다. 그녀는 애써 자기 생각들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말했다.“네, 좋아요. 말해봐요. 듣고 있을 거니까.”“왜 화가 났는지 알고 있어요. 미자 아줌마가 저와 말하는 걸 들었죠?”“네...”“제 판단이 맞다면, 아줌마 외동딸은 모든 재산을 상속받을 거지만 우리 집의 모든 재산은 소준 씨가 갖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겠죠. 아줌마가 저를 설득해 이 집을 떠나게 할 거로 생각했을 거고요. 맞죠?”강소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최군형은 진지한
“뭐? 못 찾았다고?”구봉남이 깜짝 놀라 물었다. 구성 그룹의 CCTV 시스템은 업계 안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이었다. 그들이 각종 수단을 동원해 직원들을 감시하는 것은 그룹 내부의 비밀이었다.이런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많은 직원들은 감히 맞서려 하지 못했다.그런데 이런 수단이 최군형에게는 쓸모가 없어졌다니?구봉남이 진정하고는 계속해 물었다.“왜... 못 찾는 건데?”“먼저 최군형의 입사 날짜를 찾고, 그 날짜에 근거해 모든 CCTV를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구성 그룹에 온 적이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가 운전하는 트럭도 조사했는데, 추적기가 고장 난 상태였습니다. 최군형은 그 차 말고는 다른 차를 운전해 본 적도 없어요. 그래서...”구봉남은 더는 못 듣겠다는 듯 낮은 소리로 으르렁댔다.“쓸데없는 놈들!”부하는 제 잘못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푹 떨구고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 더듬거리며 말했다.“저... 사실은...”“사실은 뭐?”구봉남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최군형의 행적은 찾지 못했지만, 다른 사실을 알아냈습니다.”“말해.”“오성 최상 그룹의 큰아들 이름도 최군형입니다!”“그러니까, 이 최군형이 그 최군형이라고?”구봉남이 멈칫하더니 인상을 쓰고 말했다. 부하가 머쓱하게 웃었다.“그런 건 아니지만, 이름이 같으니 정말 아는 사이 아닐까 하고요!”구봉남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화가 욱하고 올라온 듯 책상 위의 서류를 집어 부하에게 집어던졌다.“최군형 세 글자를 맡아두기라도 했어? 온 세상에서 한 명만 쓸 수 있는 거야?”“아닙...”“오성에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그깟 동명이인 찾기가 어려워?”부하가 황급히 뛰쳐나갔다. 구봉남은 그제야 의자에 앉아 넥타이를 풀고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이것들 때문에 정말 미치겠다...전과자인 트럭 기사가, 심지어 결혼도 한 사람이, 어떻게 최상 그룹 도련님과 어깨를 나란히 한단 말인가?구봉남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렀다. 냉정히
형님의 계속된 경영 실수로 인해 구성 그룹은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그가 버티지 않았더라면 오늘날의 구성도 없을 터였다.하필이면 이때 음료수 문제가 터졌다. 겨우 이를 수습했더니 구자영이 또 사고를 쳤다...구봉남은 더 이상 남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그가 정말 도련님이라면...”혼잣말을 웅얼거리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이어 그는 핸드폰을 들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지난번 그 호텔에 방 좀 잡아줘. 그리고 무슨 수를 쓰든 강소아를 불러나와... 아, 됐다. 내가 직접 부를게.”구자영 일 때문에 강소아는 구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경계하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가는 편이 더 좋을 것이었다.구봉남은 전화를 끊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거울을 보고 머리를 정리하며 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오성.최군성은 병원에서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힘겹게 걷고 있었다. 그는 귀와 어깨 사이에 핸드폰을 끼운 채 전화기 저편의 최군형에게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나 진짜 짜증나... 엄마 아빠는 집에서 서로에게 푹 빠져서 난 안중에도 없어. 지난번에 엄마가 달걀부침 먹고 싶다고 하니까 바로 해준 거 있지. 대여섯 개는 만들어서 골라 먹으라고 했다니까! 내가 하나만 먹자고 해도 안 줬어! 주 씨 아줌마한테 해달라고 하라면서!”최군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주 씨 아줌마가 한 게 뭐 어때서? 우리 어릴 때부터 주 씨 아줌마가 밥 해주셨잖아.”“그거랑 그거랑 같아?”“그리고... 엄마 아빠가 애정 표현하시는 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그냥 그걸 보기가 싫어. 그래서 아이들이 갖고 노는 망치 풍선으로 한 대 때리려고 했지. 그런데 때리지도 못했어!”최군형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최군성은 망치 풍선으로 둘을 때리려다 아빠에게 반격당한 것이었다.최연준은 오랫동안 무술을 연마한 덕에 기척을 잘 읽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아직 예민했다.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니 등 뒤의 인기척을 읽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