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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오성.

육 씨 집안 문 앞에서 한참 동안 기다린 최군성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그의 눈에 작고 가녀린 인영이 보였다.

그는 정신을 번뜩 차리고 급히 차에서 내려 여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자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조금 놀란 듯했다.

최군성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놀란 모습이 퍽 귀여웠다. 작고 하얀 얼굴에 초롱초롱한 눈망울, 깔끔하게 떨어지는 똑 단발이 그녀의 미모를 더욱 부각했다. 한눈에 두드러지는 미모는 아니었지만 보면 볼수록 예뻤다. 다만 입술이 조금 창백할 뿐이었다. 먹지 못해 영양실조가 온 사람 같았다.

최군성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냅다 손을 흔들고는 허리에 손을 척 얹고 느끼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유 안녕!”

육소유는 어리둥절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 손은 최군성을 경계하는 듯 가슴 앞에 모아져 있었다.

최군성이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왜, 나 모르겠어? 나잖아, 군성 오빠! 지난번에 우리 형이랑 너희 집에 왔었는데, 형만 기억하고 난 모르겠어?”

육소유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요 며칠 계속 너희 집에 왔었는데! 나 기억하지? 근데 내가 올 때마다 왜 계속 방에 들어가 있어?”

육소유는 최군성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조금은 경계를 푸는 듯했지만, 몸 앞의 손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최군성이 말꼬리를 늘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무 한 쪽에만 마음 쓰지 마! 너 어릴 때도 내가 너랑 더 많이 놀았어!”

육소유가 두어 걸음 물러섰다. 커다란 눈에 아직도 경각심이 가득 차 있었다.

최군성이 인상을 썼다. 형이 맡겨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하리라 다짐했었다. 최군형이 육소유와 가짜 연애를 하기 싫다면, 최군성이 그 자리를 대체하면 된다. 이 사람의 머리카락 하나만 확보하면 될 것이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낑낑댔는데도 육소유가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풀 수는 없었다. 그녀는 심지어 정신병자를 보는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최군성은 영문을 몰랐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남양을 휘어잡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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