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무도 왜 성소원이 잠깐 나갔다 왔을 뿐인데 양쪽 얼굴이 퉁퉁 부었고 입가에는 핏자국이 있는지 모른다.그녀의 초라한 모습은 방진영이 맞은 그날의 모습과 그야말로 똑같다.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 두 가지 일을 연관시켰고 자연스럽게 강서연을 떠올렸다. 그러나 평소 강서연은 인맥도 좋고 성격도 부드럽고 일도 열심히 하는 터라 정말 강서연이 성소원을 때렸다고 한들 사람들은 성소원이 그녀를 몰아붙여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확실한 증거도 없으니 다들 쉬쉬거리기만 했고 이 일은 이렇게 흘러 지나갔다.비록 CCTV에 찍히지는 않았지만 이 모습을 유찬혁이 제대로 목격했다.근처 법률 사무소에서 일 처리하고 있던 유찬혁은 강서연이 사람을 때리는 이 보기 드문 모습을 목격했고 그는 바로 구현수에게 이 사실을 전해줬다.배경원에게 동기화가 된 것인지 그의 어투는 묘하게 배 도련님과 비슷했다.“형, 형 와이프 정말 만만치 않던데요. 뺨 날릴 때도 머뭇거림이 없이 깔끔했어요. 그러면서 만약 다시 자기 남편을 모욕하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거라고 경고까지 하더라고요.”구현수는 미간을 찌푸렸고 차가운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어쩐지 그날 그녀는 집에 돌아와서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고 계속 그에게 싸움을 하면 몇 년을 선고받을지 물어본다 했더니... 그를 옹호하기 위하여 그녀는 온몸의 가시를 뾰족하게 세웠다.구현수는 마음이 따뜻해졌고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부드러워졌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다가갔고 강서연은 한창 물고기 한 마리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도마 위에서 거의 숨이 간들간들한 상태의 물고기가 있었고 강서연은 칼을 높이 들었다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물고기의 머리를 가격했다. 물고기는 완전히 기절하여 입을 천천히 뻐금 뻐금거리고 있었는데 강서연은 그 틈을 타서 빠르게 비늘을 긁어내고 물고기의 배를 갈랐다.구현수는 웃음이 터졌다. 그는 처음으로 여자가 물고기를 죽이는 이런 피 비린 내 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것도 강서연 같은
구현수는 숨이 막혔고 갑자기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그는 한 손으로 꼭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고 두 눈은 샘물처럼 맑았고 조금 벌려있는 연분홍색 입술은 소리 없는 유혹처럼 느껴졌다.구현수는 몸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강서연은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피했고 그녀의 작은 얼굴은 붉어졌고 호흡도 가빠졌다. 그녀는 그의 뜨거운 가슴, 힘찬 심장 소리, 뿜어져 나오는 남자다운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몸이 나른해졌고 그가 그녀에게 키스를 하기 전에 가볍게 그를 밀었다.“그러지 마요.”그녀는 부끄러워하며 웃었다.“저 밥 해야 돼요.”구현수는 동작을 멈췄고 그윽한 눈동자에는 약간의 실망감이 스쳤다.“저녁에....”강서연은 낮고 가냘픈 목소리로 힘겹게 이 세 글자를 내뱉었고 순간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저녁에 소파에서 자지 말고 방으로 와서 자요. 불편하잖아요.”구현수는 넋이 나갔다.이것은 아마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노골적인 말일 것이다...그는 웃음을 참으며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붉게 물든 귓불을 살짝 만지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그래.”저녁을 먹은 뒤 구현수는 바로 욕실로 향했다.평소 샤워는 10분밖에 안 걸리는데, 이번에는 거의 1시간째 욕실에 있었다.강서연은 과일을 깎고 TV도 잠깐 봤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고 간간이 콸콸 흐르는 물소리만 들려왔다.강서연은 볼이 뜨거워졌고 방에 들어가 잠옷으로 갈아입고는 어쩔 바를 몰라 하며 침대 가장자리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그녀의 작은 두 손은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몰라 하며 긴장이 역력했다.이따 그는 그녀에게 어떻게 할까? 그는 키도 크고 덩치도 좋고 근육도 있으니 힘도 보통 사람보다 세겠지?강서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몰래 웃다가도 이런 생각들을 하는 자신이 너무 민망하고부끄러웠다.바로 그때 욕실의 물 흐르는 소리가 뚝 그쳤고 강서연은 순간 멈칫하였고 잠옷 한쪽을 꼭 움켜잡았다.구현수
그가 열여섯 살 때 이미 세계 3대 경영대학원 중에서도 탑인 와튼대학교의 파격적인 합격 통지서를 받았고 최씨 가문의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후계자였다.만약 그 후에 그가 다른 사람의 계략에 당해 비행기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 이미 최씨 가문의 대권을 장악하고 있었을 것이다.강서연의 궁금해하는 눈빛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침묵으로 대응했다.강서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고 뇌리에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설마 열여섯 살 때 첫사랑을 만난 것은 아니겠지? 다들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고 하던데. 그런데 방금 열여섯 살 때 얘기를 하면서 엄청 흥분했는데 결국 제대로 얘기도 하지 않고. 이건 분명히 알려주고 싶지 않다는 건데...’그러면 첫사랑 외에 더 좋은 해석은 없다.강서연은 눈가에 쓸쓸함이 스쳐 지나갔고 그가 말하고 싶지 않아 하니 그녀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그러나 이 일로 그녀의 마음속에 작은 응어리가 하나 맺혔다.그녀는 묵묵히 침실로 돌아가 새 침대 시트로 바꾸고 또 이불 한 채를 꺼내 거실 소파에 폈다.구현수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순간 이상함을 감지하고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왜... 왜 또 이불을 소파에 펴?”강서연은 고개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문제라도 있어요?”“당연히 있지.”그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최대한 마음이 평온해 보이도록 노력했다.“오늘 저녁에 같이 침실에서 자기로 했잖아. 나랑... 원했잖아...”“제 동생이 지금 학교 폭력을 당해서 저 꼴이 되었는데 지금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강서연은 그를 노려보았다.그리고 아까 ‘첫사랑’ 때문에 화가 났던 타라 그녀의 태도는 더욱 좋지 않았다.“오늘 찬이는 분명히 집으로 가지 않을 텐데 누나로서 쟤를 챙겨주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겠어요?”구현수는 속사정을 모르지만 그녀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다는 것만 느꼈다... 좀 많이 빠르게 말이다.“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서 자? 그러면 이 이불은 찬이를 위해서 펴놓은 거야?”“저를 위해서
그날 밤 강서연도 거의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윤찬이 걱정되는 동시에 그 ‘첫사랑’ 때문에 시달렸고, 게다가 처음으로 소파에서 자다 보니 뒤척이며 아무리 자세를 잡아봐도 잠이 오지 않았다.동틀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얼마 자지 못하고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눈을 떠 보니 구현수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외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윤찬도 책가방을 챙겨 구현수 뒤를 따랐다.“어디 가?”강서연은 놀라서 물었다.구현수의 옷차림은 괴이했다. 검은 옷에 모자까지 눌러썼고 손에 든 몽둥이는 그가 평소에 집에서 운동할 때 쓰는 것이다.그녀의 마음속에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싸우러 가는 거예요?”구현수는 그녀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서연은 조급해 났다. 보아하니 정말 싸우러 가는 모양이다. 그들이 결혼한 후 그의 모든 싸움의 이유에는 그녀가 있었고, 그녀도 매번 그가 또 사고를 쳐서 감옥생활을 할까 봐 걱정이 되고 마음을 졸인다...이번에는 절대 무력을 쓰지 못하게 할 것이다.“이번 일은 신경 쓰지 마.”구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학폭 가해자들은 당해봐야 알아.”“꼭 무력으로만 해결해야 되는거예요?”“무슨 다른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차가웠고 확고했다.“만약 대화가 소용 있다면 이 세상은 훨씬 평화롭겠지. 걱정하지 마, 적절한 정도를 알아. 그리고 이번에 학폭 가해자들 앞에서 찬이의 위신을 세워줘야 다시는 찬이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찬이도 내 동생이야,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당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강서연은 마음이 따뜻해졌고 가볍게 그의 손을 잡고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우선 흥분하지 말고, 저한테 해결할 방법이 있어요.”“뭐?”그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방법?”강서연은 웃으며 휴대폰을 들고 그의 앞에서 흔들거렸다.“이런 일은 폭력으로 해결하면 안 돼요. 그렇게 하면 상황들은 반복만 될 테니 말이죠. 제
강서연은 옆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아주 침착한 모습으로 얘기했고 구현수는 이제야 그녀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그녀는 학교 폭력의 유력한 증거를 찍었고 이 몇 명의 고등학생들은 이미 16세가 넘어 법적으로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이다. 이 증거를 경찰에 제출하고 소송을 제기하면 이 몇 명의 학생들은 평생 학폭 가해자라는 오점을 지니게 된다.강서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너희들이 괴롭힌 사람 윤찬 한 명뿐만 아니지?”그녀는 또박또박 말했다.“나 이미 신고했으니 경찰이 와서 모든 것을 밝혀낼 거야.”이 모든 건 강서연의 예상대로 흘러갔다.그 고등학생들은 경찰에 연행되었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심문을 진행 결과, 그들은 자신들의 학폭 사실을 자백하였고 죄명이 성립되어 곧 기분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강서연은 드디어 윤찬 대신 복수를 하였다.“형, 그 아내 분 정말 대단하네요.”유찬혁은 경찰서에 지인이 있어 이 일을 듣게 되었고 그는 그녀가 참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일 처리할 때 형보다 많이 침착하고 법률 지식도 잘 알고 있고요. 확실히 똑똑한 해결 방법이에요.”구현수는 미소를 지었다.결혼 후 지금까지, 강서연은 항상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가져다준다. 그러나...이 일은 그한테 공로가 없다고 하여도 적어도 고생은 하지 않았는가? 마지막에 그 고등학생들을 때려눕힌 사람도 그인데, 강서연의 성격대로라면 분명히 그한테 고생했다며 풍성한 음식을 만들어 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어떠한 표현도 없었고 오히려 요즘 그녀가 그에게 많이 차가웠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침실로 들어가서 자는 것에 대하여도 아무런 언급도 없다. 그는 몇 번이나 암시를 하였고 그토록 똑똑한 강서연은 분명히 그의 생각을 눈치챘을 텐데 그의 앞에서 모르는 척 연기를 하였고 각종 이유를 찾아서 이 일을 어물어물 넘겨버렸다.하여 그는 아직까지도 소파에서 자곤 한다...구현수는 한숨을 쉬었고 차가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생각에 잠긴 터라 손가락 사이에
강서연은 극심한 생리통으로 하루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하지만 집에 누워있어도 조용히 쉬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주방에서 이상한 한약 냄새가 풍겨왔다.강서연은 애써 일어나 주방에 가보니 구현수가 안에서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테이블 위에 그가 그녀를 위해 준비한 아침 식사가 놓여 있었다. 거의 타버린 구운 계란과 토스트, 그리고 오트밀이 거의 없는 시리얼 한 그릇.부엌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이 남자한테 참 어려웠을 것이다.강서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주방 문에 기댄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 줄 모르잖아요. 그냥 제가 할게요.”구현수는 멈칫하고 몸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깼어? 계속 아파? 아침 먹고 가서 누워있어. 내가 할게.”“뭐 하고 있어요?”“음... 뭐 좀 끓여주려고.”구현수는 허둥지둥하였다.“빨리 가서 쉬고 있어. 이거 다 되면 내가 가지고 갈게.”강서연은 입술을 오므렸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 뇌리에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혹시 예전에 그 첫사랑에게도 이렇게 잘해줬나?열여섯 살은 한창 혈기 왕성할 나이이니 분명 열정적이었을 것이다...이 생각에 강서연의 입가의 미소는 금세 사라졌고 온갖 잡생각이 들었고 게다가 오래 서 있으니 배가 아파 그녀의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하필 이때 구현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강서연은 그를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고 심지어 문까지 닫아버렸다.구현수는 종잡을 수 없었다. 생리가 오면 여자들은 모두 이렇게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나? 방금까지 그를 보고 웃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정말 쉽지 않다!배경원은 제인 호텔 일로 그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그는 가스를 끄고 강서연한테 얘기하려는 순간 문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문밖에는 임우정이 서 있었다. 그녀는 강서연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외근을 나왔던 참에 그녀를 보러 왔던 것이다.“혹시... 구현수 씨세요?”문을 열자 그녀는 멈칫하였다.오늘 그녀는 처음으로 구현수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우정 언니, 왜 그래요?”강서연은 임우정이 주방에서 한참을 넋 놓고 움직이지 않자 그녀가 데었을까 걱정되어 황급히 일어나 다가가 보았다.그런데 임우정이 탕약과 약 찌꺼기를 보면서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이건...”강서연은 당황했다. 아침 일찍 맡았던 냄새의 근원지가 바로 이것이었다.임우정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의미심장하게 강서연을 바라봤다.“내가 얘기해도 놀라지 마.”“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이건 다 한약재들이야.”임우정은 임의로 몇 가지를 집으며 설명했다.“이건 오수유, 이건 옥죽, 이건 녹각교, 아교, 구판교... 남은 건 흔한 것들이야. 너도 다 알 거야. 구기자, 오디, 백합, 아스파라거스.”강서연은 영문을 알지 못하고 의아한 눈길로 보았다.“이것들이 뭐에 쓰이는 것들인데요? 현수 씨는 왜 이런 약을 달여 저한테 먹이는 거예요?”“이건 여자 기력에 좋은 것들이야!”임우정은 깔깔 웃었다.“네가 아직 안 먹어서 다행이지, 한 그릇 마시면 오늘 밤 호랑이나 늑대가 되어버렸을 거야. 구현수도 네 상대가 되지 않았을걸!”강서연은 흠칫했다. 그녀의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에요?”임우정은 강서연에게 어깨동무했다.“너 생리 때문에 구현수랑 잘 수 없을 텐데, 구현수는 네가 밤에 화끈하게 불타오르길 바라나 봐.”“우정 언니!”강서연은 임우정을 흘겨봤다. 더는 얘기하지 말라는 눈치였다.“알겠어, 알겠어. 장난치지 않을게.”임우정은 그녀를 부축해 침대에 눕혔다.구현수가 어떤 뜻이었는지는 몰라도 이 약은 마실 수 없었다.임우정은 흑설탕을 탄 물을 건네줬다.“아, 참. 너한테 진지하게 할 얘기가 있어.”강서연은 흠칫했다. 임우정이 미소를 거두어들이고 엄숙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조금 긴장됐다.“뭔데요?”“오전에 손지창 씨 사무실을 지나가다가 손지창 씨가 성소원과 얘기를 나누는 걸 봤는데... 네 얘기가 나온 것 같았어.”강서연의 안색이 달라졌다.손지창은 성소원의 삼
임우정의 안색이 달라졌다. 강서연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 또한 사뭇 달라졌다.임우정은 거기까지 생각지 못했다.입장 바꿔 생각한다면 그녀는 분명 자신의 사심을 더 중요시할 것이다.어찌 됐든 그녀는 성자가 아니기 때문이다.“지금 보니 나는 인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판단이 부족한 것 같아.”임우정은 웃으며 말했다.“서연아, 너 평소에는 말수가 적더니 입만 열면 일리 있는 말을 하네!”“제 판단도 꼭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어요.”강서연은 싱긋 웃었다.“그런데 구현수 씨가 그러더라고요. 사람을 경계하는 마음은 꼭 필요하다고. 그리고 저더러 매사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했어요.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그곳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다고. 그냥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고 말이에요.”“어머, 네 남편이 네 인생 멘토가 된 거야?”임우정은 우스갯소리를 한 것뿐인데 강서연은 정말로 남편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그건 당연하죠. 우리 현수 씨는 아는 게 엄청 많다고요!”강서연은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우정 어니, 그거 알아요? 제가 보니까 현수 씨가 자주 해외 사이트를 보더라고요. 여러 나라의 언어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시사와 경제에도 관심이 많더라고요!”“뭐라고?”임우정은 뜻밖이라고 생각했다.구현수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온몸에서 카리스마와 강한 아우라를 뿜어댔다. 그가 싸웠던 적도 있고 감방살이를 한 적도 있다는 걸 몰랐다면 임우정은 그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서연아, 넌 네 남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강서연은 당황했다.“그건 왜 물어요?”임우정은 입꼬리를 당겼다.“그냥 물어보는 거지! 네가 엄청나다는 듯 얘기하니까 조금 궁금해졌거든!”강서연은 단순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자신이 구현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휘황찬란한 역사와 가족이 없다는 점 외에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다음 날, 강서연은 출근하자마자 손지창의 사무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