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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단신의를 배웅한 뒤, 송석석은 곧바로 문희거로 돌아왔다. 그렇게 약 반시간 정도 지났을까, 전북망이 이방을 데리고 그녀를 찾아왔다.

송석석은 작은 서재에 앉아 이 달의 장부를 정리하고 있다가 두 사람이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전북망과 이방은 두 손을 맞잡은 채였다.

금색 향로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침향이 타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송석석은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그녀는 보주에게 나가라고 한 뒤,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앉으세요, 두 분.”

이방은 오늘 갑옷이 아닌 일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치마에 금색 나비 수가 놓아져 있었다. 이방은 아름다운 외모는 아니었으나, 기개가 넘쳤다.

“이보세요!”

그녀가 먼저 송석석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전장에서 수도 없는 적군들을 죽여온 경험으로 이방의 몸에선 일반 여자들은 감당하기조차 힘든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송석석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눈빛을 맞받아치며 말했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십시오, 장군님.”

그러자 이방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저를 보고 싶어 했다고 들었는데, 묻겠습니다. 저와 평화롭게 지낼 생각 있으십니까?”

그녀의 태도는 매우 강압적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십시오. 앞에서는 괜찮은 척하면서, 뒤에 가서 또 딴소리 하지 말고.”

송석석이 그녀를 바라보며 답했다.

“태후마마께서 이방 장군님은 여자들의 본이 되는 분이시라 하셨죠. 그럼 제가 되묻겠습니다. 저에게 장군님과 잘 지내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나요?”

이방이 엄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선택은 그대 몫이지,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송석석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그러나 그 모습조차 너무 아름다워 이방은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꼈다. 송석석이 다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야 당연히 장군님과 잘 지내고 싶죠.”

이혼 후엔 더 이상 그들과 얽히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고 싶었다. 그러니 잘 지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이제 조금만 버티면, 서로 볼 일 없는 사이가 될 테니까.

이방이 불쾌한 듯 말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 제가 당신의 진심을 판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어 보입니까? 그대가 폐하께 교지를 철회해달라고 청했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이제 와서 아닌 척 위선 떨지 마십시오! 이래서 곱게 자란 여인들이란!”

송석석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말 조심하세요!”

갑작스러운 송석석의 태도 변화여 이방은 잠시 멈칫했다. 청아한 얼굴에 예상치 못한 위엄이 뿜어져 나왔다.

“모든 사람이 장군처럼 전장에서 싸우는 능력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그러면 장군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다 간사한 사람입니까?”

그녀가 전북망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씀해보십시오, 장군! 먼저 저 하나만을 사랑하고 절대로 첩을 두지 않을 거라 약속한 사람, 당신 아닙니까? 그런데 신의를 저버리고 다른 여인을 들이려 했으니, 화를 내도 제가 내야 마땅합니다! 제가 나쁜 사람이 된 듯, 몰아붙이지 마세요! 이 장군에겐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이방이 비웃으며 전북망을 바라봤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전 다르게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장군님?”

전북망이 이방의 손을 잡으며 화난 듯 송석석을 향해 말했다.

“그날 내가 말하지 않았소! 그때는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이방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서 알게 되었소. 약속을 못 지킨 것은 내 잘못이 맞지만, 내 마음이 이런 것을 어쩌겠소? 우리는 그대를 해칠 마음이 없소. 그대는 여전히 내 본부인으로 남을 것이오. 앞으로 우리 둘이 군에 있는 동안, 당신은 집에서 우리 아이를 키워주면 되오. 그럼 모두들 당신을 우러러볼 것이오!”

송석석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저에게 두 사람의 아이까지 키우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전북망이 말했다.

“그대가 원한다면 아이를 낳게 해줄 수도 있소. 그러나 그 후로는….”

그는 이 말이 송석석에게 상처가 될 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

“임신한 후에는 다시는 그대와 잠자리를 가지지 않을 것이오.”

송석석이 이방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장군도 이에 동의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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