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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보주가 지참금 목록을 가져오며 말했다.

“근 1년 동안, 아가씨께서 이 집안 살림에 보탠다고 사용한 화폐만 해도 6천 냥이 넘어요. 그래도 다행히 상점과 주택, 장원은 그대로예요. 또한 부인께서 남겨주신 예금 증서와 집문서, 땅문서도 그대로 상자에 담겨 있어요.”

“알겠어.”

송석석은 목록을 보며 전에 어머니가 준 지참금을 떠올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혹시라도 딸이 시집에서 고생할까 봐 참 많은 지참금을 챙겨줬었다. 정말 그리움이 사무쳤다.

옆에 있던 보주도 그녀의 기분에 공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곳을 나간다면 저희는 어디로 갑니까? 진북후부, 아니면 매산입니까?”

송석석은 아직도 그 처참했던 진북후부의 현장이 생생했다. 참을 수 없는 슬픔이 가슴속에서 밀려 나왔다.

“어디로 가든 여기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아가씨, 이대로 떠나면 진짜 후회 안 하시겠어요?”

송석석이 담담히 답했다.

“후회할 게 뭐 있어. 내가 떠나지 않으면 평생 이들 사이에 괴롭게 살아야 할 텐데. 보주, 우리 집엔 이제 나밖에 없어. 내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우리 가족들도 저승에서 마음 편히 쉬지.”

“아가씨!”

보주가 기어이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녀는 송석석과 마찬가지로 진북후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송석석의 가족들이 몰살당할 때, 보주의 가족들도 함께 희생되었다.

장군부를 떠나게 되더라도, 진북후부로 돌아가는 건 편치 않았다. 그곳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아픔이었다.

“아가씨, 정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송석석이 한층 깊어진 눈동자로 답했다.

“있기는 하지. 폐하께 아뢰어 그동안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이룬 공로를 명목으로 교지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해 봐야지. 통하지 않는다면, 금란전(金鑾殿: 황제의 궁) 벽에 확 머리 박고 죽어버리겠다고 협박도 해보고.”

보주가 놀라 송석석의 다리를 부여잡았다.

“아가씨, 그건 절대로 아니될 말입니다!”

송석석이 냉철히 눈을 빛내며 나지막이 웃었다.

“농담이야. 설마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까? 교지를 철회해주지 않는다면, 이혼을 허락해달라고 요구할 거야.”

전북망이 이방이 이토록 당당할 수 있는 건, 황제의 교지 덕분이었다. 만약 교지가 철회된다면, 혼인의 정당성이 없어진다. 송석석은 떠나더라도 쫓기듯이 떠나는 것이 아닌, 당당히 떠나고 싶었다. 어차피 부모가 남긴 재산이 있었기에, 그녀는 평생 일하지 않아도 돈 걱정은 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그러니 마음이 편한 대로 움직이고 싶었다.

이때, 밖에서 누군가가 송석석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부인, 노부인께서 부르십니다!”

보주가 조용히 옆에서 속삭였다.

“노부인의 시녀, 취아의 목소리옵니다. 노부인께서 아가씨를 설득하려고 부르시는 것 같습니다.”

방엔 전북망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큰형 전북경과 그의 부인 민씨, 셋째 여동생 전소환 그리고 다른 서출(庶出)의 자식들도 함께 있었다. 그런데 유독 작은집의 노부인 육씨만, 이 상황이 달갑지 않은 듯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어머님, 작은어머님, 큰아주버님, 큰형수님!”

송석석은 여전처럼 차례대로 인사를 건넸다.

“석석아, 이리 오너라.”

노부인이 그녀를 침대 앞으로 부르더니, 친근하게 손을 잡아왔다.

“이제 북망이가 돌아왔으니, 너에게도 의지할 곳이 생겼구나. 지난 1년 동안 정말 고생이 많았다. 친정도 그렇게 되고, 너의 가문엔 이제 너 혼자뿐이구나. 그래도 다 지나갔다.”

노부인이 노련한 말솜씨를 뽐내며 서두를 떼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석석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의 말속에 담긴 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너는 이제 혼자이니, 앞으로 모든 일은 전적으로 자신들에게 달렸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송석석이 잡힌 손을 슬며시 빼내며 담담히 말했다.

“어머님, 오늘 이방 장군과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노부인은 그녀의 직설적인 화법에 놀란 듯 잠시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내 다시 표정을 가다듬으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만났다. 성격이 꽤 거칠고 급하더구나. 외모도 너와 비교할 바가 못되고.”

송석석이 노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어머님은 이방 장군이 이 집에 들어오는 거, 탐탁지 않다는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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