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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다음날, 전북망은 황제의 명령을 받고 입궁하게 되었다. 그는 요즘 한참 떠오르는 샛별로, 당연히 곧바로 황제를 만났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 밖에도 한참을 밖에서 기다려도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약 한시간 반쯤 지났을 때쯤인가, 오 대반이 황제의 어서방(御書房: 왕이 책을 읽거나 집무를 보는 방)에서 그에게 알렸다.

“전 장군님, 폐하께서 지금 바쁘셔서 내일 부를 테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랍니다.”

전북망은 어리둥절했다. 한시간 반이나 기다리는 동안, 어서방을 출입하는 그 어떠한 관리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다른 일로 의논을 나누느라 그와 만나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뜻했다.

전북망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오 공공(公公: 내시를 높여 부르는 말), 폐하께서 절 부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 대반이 웃으며 답했다.

“저도 모르옵니다.”

전북망은 당혹스러웠지만, 차마 황제의 방에 들어가 직접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조금만 귀띔해주라면 안 되겠습니까? 혹시 제가 뭔가 잘못한 것입니까?”

오 대반은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답했다.

“이제 막 전장에서 돌아오신 분이, 무슨 잘못이 있겠사옵니까.”

“그럼 왜 폐하께서….”

오 대반이 허리를 굽히며 전북망에게 인사를 건넸다.

“장군님, 이만 돌아가십시오.”

전북망은 더 캐묻고 싶었지만, 오 대반은 이미 등돌려 어서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궁금증을 앉고 황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축하연이 열렸을 때만 해도 그렇게 칭찬하던 황제가 하루아침에 이토록 차갑게 변하다니, 그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황궁을 빠져나가던 도중, 정문을 지키고 있는 금군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제 전 장군님 부인이 궁에 왔었다며? 그런데 오늘 곧바로 호출되다니, 혹시 혼사에 차질이 생긴걸까?”

“말도 안 돼. 폐하께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신 일이야, 어떻게 번복하실 수 있겠어?”

전북망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숙덕거리고 있는 금군에게 말을 걸고 말았다.

“제 부인이 어제 황궁에 왔었단 말입니까?”

그러자 얘기를 나누고 있던 금군 중 한 명이 망설이며 대답했다.

“예, 여기서 거의 한시간 넘게 기다리다가 겨우 폐하를 만나고 가셨습니다.”

전북망은 어제 하루 종일 이방의 본가에 있었기 때문에, 송석석의 행적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이제야 하루 아침에 변한 황제의 태도가 이해되었다. 분명 어제 황제한테 혼사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을 테지! 참으로 교활하도다!

어제 이방을 만나 상황을 전하니,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오히려 송석석을 칭찬했었다. 그런데 송석석이 뒤에서 이런 일을 벌일 줄이야, 전북망은 더욱 두 사람의 차이를 실감했다.

그는 다급히 말을 몰고 본가로 돌아왔다. 그런 다음, 곧바로 문지기에게 말책찍을 던지고 문희거로 향했다.

“송석석!”

보주는 그의 외침에 놀라 다급히 송석석을 보호하듯 가로막았다.

“왜… 왜 이러세요!”

“보주야.”

송석석이 부드럽게 보주를 말렸다.

“물러나 있거라.”

보주는 송석석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북망을 향한 경계 어린 시선은 거두지 않았다.

송석석은 갑작스러운 그의 방문에도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전북망은 잠시나마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자신을 탓했다. 뒤에서 이런 뒤통수를 때리다니!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송석석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다.

“폐하께 혼사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소?”

송석석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니라고?”

그는 비웃으며 경멸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해지지도 못할 거면서, 왜 그런 일을 벌이셨소? 그대는 참으로 위선적이오!”

송석석은 오늘따라 전북망이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다. 그녀가 알고 있던 전북망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동안은 계기가 없었을뿐, 처음부터 이런 남자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송석석은 마음이 점점 얼어붙었다.

한참이 지나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전북망은 당연히 그녀가 찔려서 말을 못하는 줄 알고 더 다그치기 시작했다.

“어서 말해보시오. 도대체 폐하께 무슨 말을 했소? 설마 폐하께서 교지를 철회하겠다고 하더이까?”

송석석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혼인식은 장군님이 바라셨던 대로 진행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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