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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송석석이 떠난 후, 오 대반이 급히 들어오며 말했다.

“폐하, 태후마마께서 만남을 요청하셨습니다.”

숙청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석석의 일 때문에 걱정되셨나 보구나. 알겠다. 가자.”

수강궁(壽康宮: 태후의 궁전) 정원에는 모란꽃이 가득 피어 있었으며, 궁전 외벽은 화려한 장미로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화사한 궁의 분위기와 달리, 태후는 원형 등받이 의자에 앉아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태후마마, 절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숙청제가 방으로 들어가며 가볍게 절을 올렸다. 그러자 태후가 주변인들을 물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상, 어쩌자고 혼사 교지를 허락하셨습니까? 그 결정으로 인해 돌아가신 송 후(侯: 후작 작위)만 우습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도 안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태후의 목소리가 점점 심각해졌다.

“또한 상국(帝國)의 법률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조정 관리들은 혼례 후 5년 이내엔 첩을 들이지 못한다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사실상 5년도 짧습니다. 개인적으로는 40세가 넘어도 자식이 없을 때만 첩을 들이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폐하께서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되는 전북망 장군에게 평처를 들이게 하셨다니, 앞으로 또 같은 사례가 나올까 두렵습니다.”

“게다가 전북망 장군은 혼인 당일 첫날밤도 치르지 않고 출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이방 장군과 혼례를 올리려 하다니, 석석이의 처지가 얼마나 우스워질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태후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눈가가 촉촉해졌다.

“진북후부에 남은 핏줄이라고는 석석이 밖에 없는데,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합니까?”

태후와 송석석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친구였다. 그래서 더 송석석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태후의 눈물을 본 숙청제는 죄송스러운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태후마마,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당시 저도 이 교지가 적절치 않다는 걸 느꼈지만, 적군을 물리친 공로가 컸기에 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전북망은 작정하고 왔는지 모든 것을 사양하고 오직 혼인만을 바랐습니다. 장군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준 것입니다.”

태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자의 체면을 살려주려, 석석이를 희생했단 말입니까? 그럼 전북후부의 희생은요? 아비와 형제들이 전장에서 죽은 걸로는 부족합니까? 지난 1년 동안 석석이가 얼마나 힘들게 지냈는지, 폐하께서 가장 잘 아시지 않습니까?”

숙청제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태후마마, 전북망은 변했습니다. 설령 이방을 아내로 맞이하지 못하더라도, 결코 석석이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석석이도 느꼈는지, 좀 전에 저에게 와서 이혼 교지를 요청했습니다. 전 석석이를 지지해주기로 했습니다.”

태후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뭐라고 했습니까? 그 아이가 이혼 요청을 했단 말입니까? 이혼하면 갈 데가 없을 텐데….”

“석석이가 다 생각해 놓은 바가 있더라고요. 본가로 돌아가 대를 잇기 위해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했습니다.”

태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요? 가족들이 모두 도륙당한 그 집에서 어떻게 지내려고….”

태후가 매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 궁까지 왔으면서 폐하만 아뢰고 갔단 말입니까? 절 찾아왔더라면, 좀 더 나은 대책을 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전북망 장군이 군공도 세웠는데, 명예로운 삶을 내던지고 왜 가시밭길을 가려는지….”

“석석이는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았습니다. 평생 두 사람과 얽혀 힘들게 사느니, 혼자가 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에 둔 남자가 매일 다른 여자와 사랑 나누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면, 얼마나 불행하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태후는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태후는 선대 황제를 사랑했지만, 그의 마음엔 항상 다른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여자의 인생이란, 참으로 고달프군요. 전엔 여자의 몸으로 장군 자리까지 오른 이방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권력을 얻자마자 귀감이 되기는커녕 이런 뒤통수를 치다니,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숙청제의 얼굴도 좋지 않았다. 그 또한 전북망과 이방에게 큰 실망을 느꼈지만, 이제 막 자라나는 인재를 짓밟고 싶지 않았기에, 꾸짖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다시 궁으로 불러들여 주의를 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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