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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송석석은 방에 들어오자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숙청제는 전북후부를 떠올리며 혼자 남게 된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됐다. 고개를 들거라.”

하지만 송석석은 더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폐하,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이 무례인 것은 아오나, 달리 선택지가 없어 만남을 청하게 되었사옵니다.”

숙청제가 답했다.

“교지가 내려진 이상, 번복할 수는 없다.”

송석석이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한 번 내려진 교지, 번복하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대신 새 교지를 내려주실 것을 간청드리옵니다. 부디 저와 전 장군님의 이혼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황제가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이혼? 지금 이혼하길 원한단 말이냐?”

황제는 그녀가 혼사 취소가 아닌 이혼을 요구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송석석이 눈물을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폐하, 이번 혼인이 군공으로 하사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 아비와 오라버니들의 기일입니다. 신녀(臣女)도 저희 가문이 세운 군공을 빌어 이혼 교지를 청하옵니다. 부디 저에게도 은혜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숙청제가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석석아, 여인이 이혼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느냐?”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친근한 호칭이었다. 황제가 아직 태자였을 적, 매번 진북후부를 방문할 때마다 그녀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해오곤 했다. 그러나 매산에 올라가게 되면서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

“알고 있사옵니다!”

송석석이 단호하지만 씁쓸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답했다.

“군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비록 군자는 아니지만, 두 사람이 사랑하는데 방해물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석석아, 전북후부엔 이제 아무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생각해둔 바가 있느냐?”

송석석이 말했다.

“안 그래도 오늘 본가에 돌아가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비록 지금은 비어 있지만, 전북후부에 돌아간다면 아들을 입양해 대가 끊기지 않도록 할 생각이옵니다.”

숙청제는 그녀가 잠시 이성을 잃고 충동적으로 이혼을 요구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세히 얘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심사숙고 후에 내린 결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방 장군이 그 집에 들어간다고 해도, 정실 부인인 너의 지위는 변함이 없을 것인데 정말 이혼을 원하느냐?”

송석석이 눈물을 머금은 채 단호히 답했다.

“폐하, 그건 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평생 남의 뒤치다꺼리나 하며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후부엔 저 혼자만 남았습니다. 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도 당당한 삶을 살고 싶사옵니다.”

“짐은 네가 전북망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말 이대로 포기해도 후회 안 할 자신이 있느냐?”

그렇지는 않았다. 전북망이 그랬듯이, 이 혼인을 받아들인 것은 그가 지아비로서 적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송석석은 어머니의 바람대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송석석이 마치 절벽 위에 피어난 꽃처럼 위태롭게 웃으며 말했다.

“먼저 저를 버렸으니, 저도 그를 버리려고 합니다.”

황제는 혼란스러웠다. 기억 속에 있던 천진난만한 소녀가 이제 자라 한 남자의 부인이 된 것도 모자라, 이혼까지 하려 하고 있었다.

이 세상은 이혼한 여인을 좋게 보지 않았다. 더군다나 전북망은 공개적으로 혼사까지 하사받은 상태였다.

앞으로 그녀가 걸어갈 길은 가시밭길일 것이다. 친가는 물론 이혼까지 한 여자를 부인으로 맞이하려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황제는 지난날 전장에서 함께 했던 송회안을 떠올리며 안쓰럽게 그녀를 바라봤다.

숙청제가 말했다.

“그래, 허락할 테니 이만 돌아가거라. 며칠 뒤면 이혼 교지가 장군부에 도착할 것이다.”

송석석은 그제야 안심하며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숙청제가 그녀를 바라보며 과거의 어린 소녀를 떠올렸다. 그는 한 번 더 자비를 베풀어 주고 싶어졌다.

“석석아, 앞으로 누가 널 괴롭히거든 바로 내게 고하거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송석석이 다시 한번 절을 올리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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