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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노부인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이제 겨우 한 번 만나봤을 뿐인데,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구나. 그리고 어차피 폐하께서 정하신 혼사, 무를 수는 없잖니. 앞으로 두 사람은 밖에서 나랏일을 하고, 너는 내실 관리하면서 함께 영광을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잖니.”

“나쁘지 않죠.”

송석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만 명색이 장군님이신데, 첩으로 들어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옵니다.”

노부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그게 무슨 말이니? 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인인데, 어떻게 첩으로 들어오게 할 수가 있겠어. 게다가 그녀는 조정(朝廷)의 대신, 나랏일 하는 관리(官員)다. 그런 분을 어떻게 첩으로 앉힐 수가 있겠니? 당연히 평처로, 본부인과 다를 바가 없는 대우를 받아야지.”

송석석이 대답했다.

“당연히 본부인과 다를 바가 없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요? 조정에 그런 규칙도 있었습니까?”

노부인이 다소 냉담해진 표정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

“석석아, 너 마음이 넓은 아이였잖아. 장군부에 시집왔으면, 장군부의 며느리 답게 굴어야지. 병부(兵部: 군사 업무를 담당하는 나라 부서) 심사에서도 이방 장군이 북망보다 더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 발표됐어. 너는 그들 부부와 한 마음이 되어 앞으로도 쭉 내실 관리를 해주면 돼. 그럼 언젠가 너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게 될 거야.”

송석석이 냉담하게 말했다.

“그들 부부와 한 마음이 되라고요? 전 사양하겠습니다.”

노부인이 불쾌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양하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부터 내실 담당은 너였잖니?”

송석석이 말했다.

“아니죠. 내실 담당은 원래 큰형수님의 소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큰형수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제가 잠시 돌봤지만, 이젠 괜찮아졌으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맞죠. 내일 장부 맞춰서 인수인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큰형수라 불린 여인, 민씨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나 아직 다 회복 못 했어. 지난 일 년 동안 네가 잘해왔으니, 앞으로 내실 관리는 네가 계속 맡아줬으면 좋겠어. 우리 모두 네 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송석석의 입가에 조소가 맺혔다.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당연히 높게 평가할 수밖에. 노부인의 비싼 약값부터, 집안의 작고 큰 지출까지, 그녀의 돈이 안 들어간 곳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어간 것이 바로 노부인의 약값이었다. 1년 동안 천 냥에 가까운 돈이 치료비로 들어갔다.

거기에 부족해 후작부가 가지고 있는 사업체에서 계절마다 나오는 비단까지, 돈으로 환산하면 금액이 어마어마했다. 그래도 앞으로 전북망과 함께 살아야 했기 때문에, 불만 없이 모든 것을 제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송석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는 한 번 한 결정, 번복하지 않습니다. 내일 장부 정리해 내어드리고 집안일에 손을 떼겠습니다.”

“잠깐!”

노부인이 다급히 송석석을 불러 세우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석석아, 너 이러면 안 된다. 요즘 첩을 들이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니? 이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밖에 사람들이 너를 속 좁고 질투 많은 여자라고 손가락질할 거야.”

지난 1년 동안 송석석이 워낙 순종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당연히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모습에, 그들은 자신들이 착각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송석석이 온순한 모습을 집어던지고 당당히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수근거리든, 전 별로 신경 안 써요.”

노부인은 안 그래도 몸이 안 좋은데 화가 치밀어 오르니 자꾸만 기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송석석은 평소처럼 그녀를 달래주거나 등을 쓰다듬어 주지 않았다.

“언니, 생각이 있어요, 없어요? 어머니가 지금 화나셨잖아요.”

셋째 전소환이 다가오더니, 젖살이 덜 빠진 얼굴로 화가 난 듯 송석석을 노려보았다.

“뭐가 그리 억울해요? 후작부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나요? 부모는 물론 형제들도 모두 죽고 혼자 남았는데, 이제 와서 명문가의 자존심을 부리고 싶나요? 지금은 작은 오라버니한테 버림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닌가요?”

송석석이 그녀를 담담한 얼굴로 바라봤다. 전소환은 연두색 비단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 또한 송석석이 선물해준 것이었다. 그녀는 송석석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입고 계신 옷부터 벗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전소환이 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제가 언제 달라고 했어요? 먼저 갖다 줬으면서, 생색은. 가져갈 테면 가져가세요.”

“그래요. 그럼 머리에 꽂힌 그 장신구도 돌려주세요.”

송석석이 방을 쭉 둘러보면서 말했다. 모두 불만 어린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오직 둘째 노부인만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 할 말 없으시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송석석은 이 말을 끝으로 성큼성큼 방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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