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의 비단 상자를 가지고 말을 탄 진복이 출발했다. 금군은 그가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아가씨가 집을 나서지 않으면 상관하지 않았다. 황제가 출입을 금한 것은 그녀일 뿐, 다른 사람들과는 상관없었고, 거대한 국공부에서가 물건을 사들이는 일은 지극히 평범한 일이었다.회왕부(淮王府)에 도착한 진복은 진국공부 아가씨가 군주에게 혼수 선물을 보내 왔다고 말했다.문지기가 들어가 알리자 잠시 후 회왕비의 집사가 나와 인사를 했다.“안녕하세요. 왕비님께서 말씀하시길, 국공부 아가씨가 이혼 후 돌아와서 지금 돈이 필요할 때이고 군주는 혼수 선물이 필요하지 않으니, 그 마음만 받겠다고 하셨습니다. 집사님은 돌아가세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오실 필요 없습니다.”멍하니 집사의 무심한 얼굴을 보던 진복은 마침내 깨달았다.회왕비는 아가씨가 이혼한 몸이어서, 그녀가 선물하는 것이 불길하다고 생각해 받지 않는 것이다.진복은 화가 났지만, 큰 가문에서 길러진 교양으로 예의를 지켰다. “그렇다면 저희 아가씨의 축복을 전해 주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안녕히 가세요.” 집사는 냉담하게 말했다.진복은 몹시 화가 났다. 사실 아가씨가 손님을 받았던 지난 한 달 동안, 밖에서 무슨 소문이 도는지 그는 모두 알고 있었다.사람들은 모두 전북망의 첩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가씨가 질투심은 물론 시어머니께도 공경하지 않아 장군부에서는 쫓아낼 수도 있었지만, 황제가 후부의 충성을 감안하여 이혼 조서를 내렸다고 말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회왕비와 부인은 친자매였다. 부인이 살아 계셨을 때 두 자매는 자주 왕래하며 돈독한 사이였다. 회왕비가 군주를 낳을 때 난산으로 어려웠던 것도 부인이 단신의를 불러와 두 생명을 구해냈다.아가씨가 전씨 가문에서 모욕을 당했을 때도 이모는 나서서 도와주지도 않았고 이제 선물을 보내는 것도 천대하고 있다.아가씨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울분이 터졌지만, 진복은 아가씨가 부탁한 중요한 일을 잊지 않았다. 그는
장군부는 민씨를 밖에 두었다.장군부에 대해 양 마마는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진복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진복은 마부에게 말을 넘겨주고 왼쪽 다리 근육을 풀었다. 오늘 돌아다닌 곳이 많아, 다친 다리가 조금 부어올랐다.“회왕비는 아가씨가 군주에게 보낸 선물을 받지 않았습니다.” 진복은 다른 사람들이 듣지 않도록 조심스레 속삭였다.양 마마는 잠시 멈칫했다.“왕비와 우리 부인은 자매였고, 평소 돈독한 사이였는데... 알겠습니다.”비록 황제가 진국공부의 지위를 주었지만, 이혼 이후로 외부에서는 험담이 끊이질 않았다.게다가 부인도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이모와 조카의 정도 끊어진 셈이다.명문대가의 시선 속 아가씨는 아버지와 형제의 보호를 받았기에 황제의 특별한 관심을 받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아무도 아가씨를 존중하지 않았다.진복이 말했다. “그 선물은 별채의 옆방에 두었습니다. 오늘 밤에 떠나는 아가씨는 발견하지 못할 것이니 알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맞습니다, 속상할 테니까 알리지 않겠습니다.” 양 마마가 고개를 끄덕였다.민씨가 왔다 간 일도 양 마마는 알리지 않았다. 오늘 밤에 멀리 떠날 예정이라 장군부의 잡다한 일로 그녀에게 영향 주고 싶지 않았다.진복은 단신의 약을 영롱각에 있는 송석석에게 건넸다. 다양한 약들과 고급 한약들이 들어 있었고 그중에는 단설환(丹雪丸)도 한 병 있었다. 이것은 심장병에 좋은 약으로 매우 비쌌다.“이건 비싼 약이다. 돈은 지불했느냐?” 송석석이 물었다.“그분이 받지 않으시며 그냥 가져가라고 했습니다.”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내가 돌아와서 갚도록 하겠다.”그녀는 또 다른 보따리를 열었다. 그 속에는 몇 가지 과자와 식량이 들어 있었다. 진복이 말했다. “눈이 많이 내릴 것 같습니다. 큰 눈으로 여관에 묵지 못할 때를 대비한 것입니다.”송석석은 조용히 말했다. “고맙다.”진복은 고개를 돌렸다.“아가씨, 짐은 다 챙기
이 훈련은 반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그녀는 두 다리를 공중에 펼치고, 민첩하고 가벼운 몸을 빠르게 몇 번 회전시킨 후, 내력을 동원하여 창을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돌덩이가 즉시 가루가 되었다.진복이 감탄하며 다가가서 보니, 모든 낙엽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예외는 없었다.진복은 기뻐하며 말했다. “아가씨의 실력은 장군들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거의 국공부의 주군과 맞먹는 수준입니다.”손에 창을 든 송석석은 만족스러워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 그녀는 얼굴에 홍조가 띠어 피어나는 붉은 매화 같았다. 한 달간의 고된 훈련 끝에 드디어 하산했을 때의 수준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출발할 때는 이 매화 창을 가지고 가야겠다.”지원군은 분명히 올 것이다. 다만 늦을 수도 있었기에 만종문의 사람들과 옛 친구들을 소집해 먼저 전장에 가서 북명왕과 함께 시간을 벌려는 것이었다.북명왕은 지금 남강에서 사국과 싸우고 있다. 사국의 움직임은 그도 알 것이다. 첩자가 사국 깊숙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정보를 얻었다 해도 신속하게 전술을 조정하기 어려울 것이고 병력도 제한적이다.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가지에 소복이 쌓였다.오후를 지나 신시 하늘은 온통 하얗게 변했다.아름다운 설경이었지만, 송석석은 감상할 마음이 없었다. 그저 남강 전장으로 최대한 빨리 도착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조랑말(棗紅馬)이 하루에 천 리를 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하루에 오백 리는 가능할 수도 있었다.밤낮으로 달릴 수도 없었고 반드시 휴식 시간도 줘야 했다.보수적으로 잡아도 남강에 도착하는 데 다섯 날이 걸렸다. 말의 속도가 빠르면 나흘이면 도착할 수도 있다.그녀가 매화 창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자 설주가 뜨거운 차를 올려 주었다. 송석석은 몇 모금 마신 후 말했다. “보주에게 내 비둘기 우리를 가져오라고 하고 종이와 붓을 준비하여라.”만종문에 있는 8년 동안 천방지축 뛰어다니기만 했다.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눌려 반격도 못하고 나서야 열심
이 첫눈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멈췄다.송석석은 여전히 순백의 옷을 입고, 흰 꽃을 꽂은 채로 있었다. 그녀의 옷은 거의 흰색이었고, 부모상을 치르기 위해 세 해 동안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장군부에서처럼 행동하며, 느긋하게 안으로 들어와 먼저 둘째 노부인께 절했다. “둘째 노부인께 인사드립니다.”그리고 민씨에게 평례(平禮)를 하며 고개를 약간 숙였다.자리에서 일어선 둘째 노부인은 그녀의 손을 잡고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얼굴에 혈색이 도는 것을 보니 한결 나아 보였고 장군부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진 것 같았다.그제야 마음을 놓인 그녀는 장군부에서의 날들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간 잘 지내고 있었느냐?”“저는 잘 지냈습니다.”송석석은 그녀를 부축하며 살짝 미소 지었다. “잘 계셨는지요?”“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다.”자리에 앉은 둘째 노부인은 전북망과 이방에 결혼한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그녀를 보고 마음이 놓였다.“석아.”민씨가 인사했다. “사실은……”“뭘 그렇게 서두르느냐!”둘째 노부인이 그녀를 힐끔 보며 말했다. “네 시어미가 당장 죽지는 않으니, 나와 석석이 이야기를 좀 나눠야 겠다.”노부인의 병이 다시 도졌음을 송석석도 알아차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둘째 노부인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둘째 노부인은 손을 앞으로 모았다. 파란색의 여의문양(如意紋樣) 외투는 작년 가을에 송석석이 그녀를 위해 만들어준 것이었고, 옆에 놓인 흰 여우 목도리도 마찬가지였다.“밖에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쓰지 말거라. 사람들은 잘 잊어버리니까, 해가 지나면 기억도 못 할 것이다. 그러니 그런 헛소문 때문에 마음을 상하지 말아라.”송석석이 말했다.“밖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그녀의 말에 둘째 노부인은 더욱 안심하며 더 이상 같은 주제를 다루지 않았다. 밖에 왜 금군이 있는지 묻지도 않았고, 그저 그녀의 일상과 취미에 대해 물었다.두 사람은 차 한 잔을 마실
초조해하는 민씨의 모습에 송석석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으니 말씀하세요.”그녀는 오늘 밤 진성을 떠날 예정이었기에,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내일이나 모레 그녀는 다시 올 것이다. 매일 부문 앞에서 송석석을 만나지 못해 소란을 피우는 일은 피하고자 했다.송석석은 민씨가 노부인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들을 낳지 못한 것 외에도 친정이 힘이 없었고, 지참금도 많지 않았으며, 귀족 집안의 여성들처럼 기개와 풍모도 없었다.민씨는 그녀를 괴롭힌 적도, 윗사람의 체면을 내세운 적도 없었기에, 그녀의 고충을 들어주기로 했다.민씨의 눈물은 끊어진 구슬처럼 계속 흘러내렸다. 그녀는 울먹이며 혼인식의 혼란했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들은 도망간 손님과 불쾌하게 돌아간 병사들이 모두 그녀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었다. 남편인 전북경도 마찬가지였다.첫날밤에 식탁을 뒤엎은 이방을 떠났던 전북망은 이 일을 알게 된 노부인의 설득에 다시 돌아갔다.“이 정도면 말도 하지 않겠다.”화가 난 민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오늘 아침에 손수건을 가지러 신혼 방에 들렀는데 피가 묻지 않은 것이다. 어머님은 그들이 싸워서 밤을 보내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방은 진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미 잠자리를 가졌다고 고백하며 그들과 함께 돌아온 장병들도 모두 알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어머님이 바로 기절하신 것이다.”옆에서 듣고 있던 양 마마는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이런 일들까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아가씨는 아직 그런 일을 경험하지 못했으니, 듣기 좋지 않습니다.”고고한 우리 아가씨께 어떻게 이런 무례한 말을 한단 말인가? 장군부가 지금은 몰락했지만, 노부인은 체면을 매우 중시하였다. 지참금을 탐낸 그녀는 여러 가지 핑계를 댔고 이혼한 후에도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아가씨를 나무랐다.밖에서 돌고 있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그녀가 퍼뜨린 것이고, 헛소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살을 붙여 엉뚱한 루머가 되었다.양 마
민씨의 절망적인 눈빛을 바라보던 송석석은 당시 장군부에서 민씨를 내쫓으려 했던 일을 떠올렸다.그녀는 그것 때문에 잔뜩 겁먹은 것이다.그만 울음을 터뜨린 그녀는 급히 손수건으로 입을 가렸다.그리고 한참 후에야 말을 이었다.“제가 속이려는 게 아니고 어머님은 장군부가 지금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시며 이제 진성의 명문가에 들 수 있다고 여기는 눈치입니다. 제가 가문을 관리할 때, 어머님은 제가 큰며느리의 기품이 없다고 불평하면서 저를 들인 것을 후회한다고도 했습니다.”“저는 아가씨와 다릅니다. 거기서 쫓겨나면 친정에도 돌아갈 수 없고, 오히려 저를 꾸짖고 그로 인해 동생들과 조카들의 혼사에도 악영향을 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쫓기더라도 장군부에서 죽어야 합니다. 절에도 갈 수 없는 몸이지요.”민씨의 친정에 대해 송석석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그녀의 아버지는 추밀원의 7품 편수로, 비록 높은 직책은 아니었지만, 학문을 중시하는 가문으로서 예의와 명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만약 딸이 내쫓겼다는 것을 알면 민씨의 아버지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노부인은 이제 장군부가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결혼식이 엉망이었지만, 그저 한순간일 뿐, 전북망과 이방의 앞길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다. 장군부는 점점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갈 것이며, 장남 전북경도 그 혜택을 받을 것이다. 하여 장군부에는 내외를 안정시킬 수 있는 종부가 필요했다.민씨는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집안에 들어왔을 때 노부인이 그녀에게 가문을 맡겼을 것이다.둘째 노부인은 민씨의 말을 듣고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도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런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살아온 것은 그녀의 일생 최대의 오점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문에도 훌륭한 인재가 없었고, 장군부는 단 하나였으며, 여러 해 동안 분가하지 않아 모든 수입이 공적으로 모였다. 작은 집이라도 살 여유도 없어 장군부를 떠날 수 없는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아무도 보호할 수 없었다. 송석석도, 민씨도...잠시 생각하던
둘째 노부인과 민씨가 떠난 후에도 송석석은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이미 해가 지고 있었고, 어두워지면 출발해야 했으므로 오늘은 자지 않기로 했다.민씨가 말한 전북망의 결혼식 이야기를 떠올리니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알고 보니, 이게 전북망이 좋아하는 진정성이었구나.하지만 이는 결국 그를 행복하게 하지 못했고, 장군부의 체면을 완전히 잃게 만들었다. 모든 손님이 떠난 결혼식...전례가 없는 일이었다.‘이방…’이 두 글자를 낮게 읊조리자 억누르려던 증오와 분노가 다시 솟구쳤다.만약 그녀가 공을 탐내지 않고 항복한 자들을 학살하지 않았다면, 후부의 모든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전에는, 그녀가 남편을 빼앗고 무시하고 모욕해도, 서경과 상국의 평화를 위해 전쟁에 나섰다는 점에서 여전히 존경했었다.하지만 이제 송석석은 이방이 미워 죽겠다.이방이 항복한 자들을 학살한 일에 대해 외할아버지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황제는 모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모든 보고서에 이 일이 언급되지 않았고 병부가 이와 관련된 보고서를 은폐하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었다.이 문제는 더 조사해야 했지만, 남강으로 가는 일은 시급했다.깊은 밤, 야행복을 입고 긴 창을 든 그녀는 보주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뒤로하고 길을 떠났다.금군은 정문을 지키고 있었고, 이 시간에는 대부분 졸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송석석은 후문으로 나가 어둠 속에서 경공을 발휘하여 빠르게 떠났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성 외곽의 별장에 나타났다. 정원으로 뛰어 들어가니, 적갈색 말이 정원 외곽에 묶여 있었다. 진복이 준비한 것이었고, 말에게 먹이도 준비해 두었다. 그녀는 먹이를 한 줌 집어 말에게 주었다.말을 쓰다듬으며 송석석은 조용히 말했다. “섬광, 이제 남강으로 출발해야 해. 아주 먼 길을 가야 하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아. 힘들겠지만 잘 부탁할게.”섬광은 코로 그녀의 이마를 톡톡 건드리더니 계속 먹이를 먹었다. 그녀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편당의
밤에는 여관에 투숙해서 섬광이와 그녀 모두 푹 잘 수 있었다. 외출할 때부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기에,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세수하고, 얼굴에 검은 천을 두른 후 다시 출발했다.여정은 험난하고, 날도 추웠다. 얼굴에 검은 천을 두르고 있어도 바람에 거칠어 피부가 많이 거칠어졌다.밤에 여관에 투숙했을 때, 거울 속 원래 뽀얀 자신의 피부가 붉게 변하고 갈라질 것 같은 징조를 보이자, 차씨 기름을 꺼내어 얼굴에 발랐다.이는 예쁘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정말로 갈라지면 아프기 때문이다.출발한 지 다섯째 날 아침, 그녀는 남강에 도착했다.그녀가 느낀 불안한 점은 관도에서 양곡을 운반하는 행렬을 전혀 볼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는 북명왕이 승리를 확신하여 더 이상 양곡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했다.하지만 곧 큰 전쟁이 있을 것이다.남강에 도착해 알아본 결과, 이제 일리와 시몬만 남아 있었다.북명왕은 병법에 능해 이미 잃어버린 남강의 국토 90%를 회복했으며, 이 두 도시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양곡 운반 행렬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현재 북명왕의 군사는 모두 일리에 주둔해 있으며, 일리를 회복한 후 사국인을 시몬으로 몰아넣고, 계속 공격하여 몰아내면 남강의 전 지역이 상국의 영토가 될 것이다.그녀는 말을 타고 일리로 직행했다. 말은 이미 너무 지친 상태였지만 마지막으로 속도를 내도록 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는 오늘 안에 북명왕을 만나야 했다.어둠이 깔린 뒤, 그녀는 전방의 전투 지역에 도착했다. 북명왕은 일리 성 밖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었고, 아직 일리 성을 함락시키지는 못했다.남강에 다다르자, 주위는 온통 비참한 광경이었다. 전쟁의 참혹함이 가득했다.송석석은 이 땅을 사랑했지만,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부친과 오라버니들은 이 땅에서 희생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그녀는 진영으로 향하며, 도화창을 높이 들고 외쳤다. “송회안의 여식 송석석이, 북명군 주사령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