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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무슨 자격으로

하영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현욱 씨는 확실히 큰비에 흠뻑 젖어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아.’

현욱은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하영 씨, 핸드폰 좀 빌려줄래요?”

하영은 거절했다.

“현욱 씨가 똑똑히 생각하기 전까지, 인나를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네요. 그리고 인나의 현재 상황을 도대체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 봐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인나와 함께 질병의 고통을 견딜 수 있어요? 인나가 현욱 씨를 떠난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현욱 씨에게 전염될까 봐. 하지만 현욱 씨, 정말 너무 실망스럽네요.”

현욱은 흐느낄 정도로 울며 애원했다.

“그래도 인나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 어떻게 됐는지부터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제발요.”

하영은 다시 거절했다.

“안 돼요. 현욱 씨, 여기서 애원하는 것보다, 돌아가서 잘 생각해 보는 게 좋겠어요. 인나는 결코 우연히 이런 병에 걸린 게 아니에요. 내가 보기에 이것은 음모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두 사람 함께 있을 때, 인나가 누구와 접촉했는지, 잘 생각해 봐요!”

말이 끝나자, 하영은 몸을 돌려 별장으로 들어갔고, 현욱 혼자 정원에 서서 비를 맞으며 통곡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지금 현욱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이성만이 그로 하여금 모든 것을 똑똑히 생각하게 할 수 있었으니까.

위층으로 돌아왔을 때, 유준은 이미 서재에서 나왔다.

2층에는 짙은 담배 냄새가 가득했다. 하영은 숨을 참으며 침실로 가서 유준을 찾았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나자, 하영은 소파에 앉아 유준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30분 후, 유준은 목욕 수건을 두른 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전혀 없었다.

하영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찬물로 씻었어요?”

유준은 입술을 오므렸다.

“응.”

하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얼른 목욕가운을 들고 유준에게 다가갔다.

유준에게 옷을 걸치는 순간, 하영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지금 얼마나 추운데. 찬물로 씻으면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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