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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박동하는 희열을 감추지 못했다.

품에는 화장을 떡칠한 젊은 여자가 기대고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홀딱 벗은 상태였다. 남자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은 조금 전의 격정적인 순간을 증명하는 듯싶었다.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여자의 몸을 지분거리는 순간 새침한 투정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 말라고.”

그녀는 바로 양소민이며, 염무현이 대학 다닐 때 만났던 첫 여자친구였다. 즉, 박동하의 물량 공세에 홀라당 넘어간 그 여자.

사실상 박동하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일찌감치 흥미를 잃어 양소민을 차버렸다.

남의 여자친구를 빼앗는 데 실패하고 체면이 구겨진 건 둘째치고, 양소민이 너무 현실적인 여자라는 점이 더군다나 문제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욕심이 끝이 없었고, 만족을 몰라 재벌 2세인 박동하마저 벅찰 지경이었다.

그동안 양소민은 부잣집에 시집가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남자들 사이를 오가며 살아왔다.

물론 남자는 단지 자기 손바닥 안에 놀아나는 존재라는 착각에 취해 있을 때 사실 상대방도 그녀를 일회용 취급한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결국 지금까지 양소민은 결혼을 못 했다.

마침 박동하의 전화가 걸려 오자 파트너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양소민이 흔쾌히 찾아왔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다시 눈이 맞았다.

약혼은 개뿔, 사실 동창회를 개최하는 핑계에 불과했다.

박동하가 금수저인 건 사실이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

놀 때는 쿨하게 만나도 결혼만큼은 집안 형편을 고려해야 하기에 양소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물론 양소민도 뻔했고, 단지 즐길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을 뿐이다.

장기적으로 불가능하면 잠깐이라도 괜찮았으니까.

그녀는 자기 능력으로 박동하를 살살 구워삶아 당분간은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꿍꿍이를 품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손발이 척척 맞았다.

“자기야, 나중에 일이 성사되면 어떻게 보상해줄 거야?”

양소민이 가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칼을 몇 번이나 댔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은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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