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팔찌, 제가 가지겠습니다!”염무현이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뒤에서 그를 따르던 공혜리가 깜짝 놀랐다.“무현 님, 왜 그러세요. 이런 물건은 함부로 사는 거 아닙니다! 2개월 전에 양할아버지가 작은 양할머니가 빨리 병에서 나을 수 있길 기원해 저 팔찌를 샀거든요.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오른쪽 팔에 금이 갔지, 뭐예요. 팔찌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양할머니의 병세는 눈에 띄게 악화했어요. 팔찌와 가까워질수록 더요. 그래서 양할아버지는 아예 팔찌를 대문 밖으로 내보냈는데 신기하게도 양할머니의 상태는 바로 완화되었어요. 그 뒤로 양할아버지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팔찌를 다시 가져갔죠.”염무현이 웃었다.“그건 할아버님이 팔찌와 인연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보물은 진정한 주인에게만 유익하거든요. 인연이 없으면 오히려 해를 입게 되고요. 보물의 자기 보호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죠.”강자를 따르는 마음은 보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진귀한 보물은 당연히 평범한 사람을 주인으로 삼고 싶지 않을 것이다.도사는 고개를 들어 염무현을 바라봤다.“정말 이 팔찌를 원하는 겁니까?”“그럼요!”염무현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도사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좋아요, 200원만 내놓으시면 돼요.”염무현은 동전을 꺼내 파란 천에 놓고는 팔찌를 들었다.‘역시 좋은 옥으로 만들어졌네!’손에 들자마자 염무현은 이 팔찌가 부드럽고 번들거리는 재질 좋은 옥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깨달았다.순하고 맑은 기운이 손바닥 피부를 뚫고 뼈로 스며들어 염무현은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마치 온몸의 세포가 순식간에 깨어난 듯 피로가 싹 가시고 힘이 넘쳤다.이 팔찌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법기였다.염무현은 사부님을 따라 잡다한 지식을 많이 배웠다. 의술과 무술뿐만 아니라 관상술, 포성술, 법기 및 둔갑술까지 다양한 분야에 정통했다.여의주는 유교, 불교, 도교에서 신령스러움을 표현하는 보물 구슬인데 염무현이 가지고 있는 이 팔찌는 구름무늬
“자기 게 맞는다면 어떻게든 돌아오게 되어 있죠. 자기 게 아니라면 아무리 애를 써도 가질 수 없는 거고요.”젊은 도사가 느긋하게 말했다. 마치 이런 결과가 일어난 것도 모두 예상했듯이 말이다.그동안 팔찌를 가진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 보면 도사의 말이 절대 틀린 말은 아니다.염무현은 이 팔찌가 법기라는 의심이 들어 무력을 그 안에 주입하기 시작했다.“펑!”팔찌 주변으로 삽시에 빛이 밝게 비쳤다.구경하던 사람들은 따스한 햇볕을 쬐고 있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지금은 겨울인데 말이다!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난방이 있는 따뜻한 방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염무현은 전에 사부님에게서 유교, 불교, 도교의 고수들이 법기를 만들고 다루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 얘기가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그리고 이 팔찌는 도가의 법기로서 세 가지 힘이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염무현이 무력을 다시 거두자 빛은 점점 사라졌고 한기가 다시 몰려와 많은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 팔찌는 도종의 보물로서 도종의 고수가 금광 주술, 제흉 주술, 호신 주술의 힘이 뒷받침해 주인을 보호하고 안전을 유지하는 효과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착용자의 실력까지 높일 수 있죠.”염무현이 막힘없이 얘기를 이어갔다.“하지만 보통 사람이나 하급 고대 무술 능력자들은 사용할 수 없죠. 억지로 강행하면 오히려 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젊은 도사는 예의를 갖추며 인사하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역시 인연이 따로 있는 게 맞는군요. 보물을 위해 주인을 찾아줘 영원히 쓸모없진 않을 것이니 저도 제 할 도리는 다한 것 같습니다.”사람들은 그제야 도사가 말한 ‘인연’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그들은 염무현이 부러웠지만 팔찌를 탐할 욕심은 전혀 없었다. 인연이 없는 사람은 결코 해를 입을 것이니 말이다.방금 그 거지가 바로 팔찌를 탐한
미스터리 거물의 가르침에 그의 실력은 빠르게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정교한 의술까지 습득하게 되었다.그는 젊은 나이에 벌써 신의로 불리기도 했다.하지만 미스터리 거물은 그의 실력으로 아직 팔찌의 주인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억지로 팔찌의 주인이 되려고 하면 득을 보기는커녕 해를 입을 수 있으니 그가 시킨 대로 사흘 동안 수련하면 팔찌를 뒷받침해 주는 힘을 제압해 팔찌의 주인으로 될 수 있다고 했다.그 얘기를 들은 허문정은 흥분은 주체할 수 없었다.그는 연씨 가문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조용한 곳을 찾아 재빨리 수련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그의 요구에 도달한 뒤 곧바로 이 거리로 돌아왔다.하지만 팔찌가 다른 놈의 손에 들려 있으니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너희들같이 평범한 놈들은 이 팔찌가 값비싼 비스 구슬로 만들어진 양지 백옥이라는 것만 알지, 이 팔찌를 뒷받침해 주는 세 가지 힘이 있다는 건 모르지? 계속 이 팔찌를 가지고 있으면 이 거리를 나서기도 전에 봉변을 당할 걸 장담하지.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당장 내려놔! 재수 없게 보물을 함부로 손에 들어? 겁도 없네.”허문정은 이 말을 할 때 어찌나 거들먹거렸는지. 그는 분명 사람들이 깜짝 놀랄 거로 생각했다.그는 우연히 반지를 손에 넣은 이후로 거침없는 힘을 얻은 느낌이 들었다.뛰어난 재능과 능력을 보여주며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해 자기가 특출나다는 상황을 즐기기까지 했다.젊은 도사는 분명 이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니 그의 말을 듣고 나면 분명히 그에게 경의를 표하며 팔찌를 두 손으로 건넬 줄 알았다.“오직 나만이 이 팔찌를 다룰 수 있어. 금광 주술, 제흉 주술, 호신 주술을 완전히 제 것으로 삼아 최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허문정은 말하면서도 입꼬리를 씩 올렸다.‘평범하기 그지없는 자식들, 깜짝 놀랐지? 세상에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보여주지. 얼른 나를 리스펙하라고!’그는 잘난 척하며 마치 정상에 선 듯 사람들을
“인연이 있으면 천 리 길 떨어져 있어도 만남이 있고, 인연이 없으면 옆에 있어도 만나지 못한다고요. 이 또한 운명이니 받아들여야죠.”도사는 마음이 언짢았지만 침착함과 예의를 지키며 말을 이어갔다.“팔찌와는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허문정은 눈을 크게 뜨고는 씩씩거리며 말했다.“당신 같은 것도 도사라고. 헛소리만 하네. 저 사람보다 몇 분 늦었을 뿐인데 왜 인연이 없다는 거야? 난 혼원문의 제자라고. 당장 나 허문정에게 팔찌를 내놓지 못할까?”“못 들었어? 안 내놓으면 당신도 가만 안 둬.”혼원문은 중원에서 유명한 고대 문파이다. 번개의 채찍과 혼원검법 등 무술은 혼원문에서 가장 이름난 무술이었다.“저 사람이 바로 혼원문 문주의 관문 제자이자 소년 신의로 불리는 허문정이야?”“무술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 어릴 때부터 혼원문 문주의 각광을 받았다며? 스무 살도 안 돼 대성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게 되고.”“저렇게 건방을 떤 이유가 있었네. 실력이 받쳐주니까.”사람들은 수군거리며 허문정에 대해 의논했다.그 말을 들은 허문정은 한층 더 오만해졌다.도사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혼원문이면 뭐 어때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어요. 방금 저분이 당신과 똑같이 팔찌에 대해 해석했거든요.”“그럴 리가 없어!”허문정은 다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저 사람 따위가? 누굴 겁주는 거야?”“왜 사람 만만하게 봐? 무현 님은 벌써 팔찌를 다룰 수 있다고. 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똑똑히 봤어. 그러니까 무현 님이야말로 팔찌와 인연이 있는 분이라고!”공혜리는 더는 참을 수 없어 큰소리로 반박했다.허문정이 표독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이제야 알겠네. 두 사람 지금 짜고 치는 거지? 그렇게 팔찌가 아까우면 내놓지나 말든가! 200원이면 팔찌를 가져갈 수 있다고 큰소리쳤었잖아. 그럼 그 팔찌는 반드시 내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하겠어. 당장 내놔. 아니면 이 거리를 떠날 생각들 하지 마.”이 보물을 얻기 위해 허문정은 호텔 방에 틀어
그는 두 손을 쓰더니 도사의 얼굴과 가슴팍을 향해 공격을 펼쳤다.천둥소리와 함께 강한 기운이 바람처럼 그에게로 향했다.허문정은 역시 혼원문의 제자답게 번개의 채찍을 제대로 휘둘렀다.도사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몸에서 은백색 빛이 띠었는데 허문정의 공격을 연이어 두 번 맞고 몸이 약간 흔들렸지만 전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도사가 영 실력 없는 건 아니네. 내가 얕봤어.”허문정은 의외의 결과에 놀랐다.그의 번개의 채찍은 이미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 사부님의 5연 채찍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마스터 상대로는 가뿐히 이길 수 있는 정도였다.하지만 도사는 그의 공격을 맞고도 멀쩡하다니.게다가 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이 많았다.허문정은 워낙 교만함이 몸에 배었고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니 당연히 이런 일을 참을 수 없었다.만약 이 도사를 이길 수 없다면 그동안 쌓은 명성이 모두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도사는 여전히 그를 타일렀다.“그만하시는 게...”“그만은 무슨 그만이야. 확 죽여버릴라.”허문정은 거만을 떨면서 다시 한번 공격을 펼치려고 했다.도사는 인내심을 잃은 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거만하고 고집도 세구나. 너 같은 놈은 맞아야 해!”“무량천존!”도사가 주먹을 휘둘렀다.보잘것없는 한 방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담겨 있었다.그의 주먹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비치더니 하나의 거대한 비현실적인 주먹을 만들어 냈다.“겁도 없지, 내 앞에서 함부로 주먹을 놀려?”그의 공격을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허문정이 거만하게 말했다.“혼원문의 묘수가 뭔지 내가 한 번 보여주지. 공격을...”“펑!”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도사의 주먹에 가슴팍을 제대로 맞았다.그는 마치 고속행진하는 화물차에 치인 듯 그대로 거꾸로 날아가 버렸다.“쿵!”허문정은 벽에 심하게 부딪혀 몸이 미끄러져 떨어졌다.그는 몸을 가누려고 애썼지만 결국 무릎을 반쯤 꿇고 말았다.그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어떻게 이럴
건방지네!허문정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미스터리 거물이 다시 한번 엄한 목소리로 말리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 염무현에게 달려들었을 것이다.‘내가 저 도사는 못 이겨도 보잘것없는 네놈에게 질까?’“딱 기다려. 정말 나랑 붙을 생각이면 절대 서해 뜨지 마.”허문정은 분노를 억누르면서 이렇게 독한 말을 내뱉고는 곧바로 돌아섰다.허문정이 멀리 떠나고서야 구경꾼들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젊은 도사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전에 경멸과 멸시가 담겨 있었는데 지금은 온통 존경의 감정밖에 없었다.“도사님 젊어 보이는데 혼원문 제자를 단숨에 꺾을 줄이야, 정말 놀랍네!”“분명 도가의 정통 고수인 것 같아.”“200원짜리 보물을 판다며 비웃던 사람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는지 몰라.”도사는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더니 염무현을 향해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인연이 있으면 우리도 다시 뵙겠죠.”“안녕히 가세요.”염무현도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렇게 도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공혜리가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왜 이름을 안 물어보세요?”염무현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인연이 닿으면 어떻게든 알게 되어있죠. 굳이 지금 물어볼 필요 없어요.”공혜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염무현과 도사, 두 사람의 말 모두 난해하게 느껴졌다.이 일이 마무리된 후 두 사람은 연씨 가문으로 갔다.초라하네.이게 바로 연씨 가문에 대한 염무현의 첫인상이었다.높은 건물이 아닌 평범한 느릅나무 문짝 두 개만 있었다.녹슨 문고리는 일 년 내내 바람에 치이고 햇볕에 쬐고, 또 빗물에 침식되어 얼룩덜룩해 보였다.그리고 똑같이 허름한 두 개의 돌사자까지, 아무리 봐도 연씨 가문은 대를 이은 명문 가문처럼 보이지 않았다.대문이 활짝 열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혹시... 아가씨 병 치료하러 오셨어요?”어떤 중년이 그들을 맞았다.요 며칠 동안, 각지의 의사들이 연씨 가문을 찾아왔는데 모두 거액의 보수를 위해 온 것이다.공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그들은 경멸과 비아냥이 깃든 눈빛으로 염무현과 공혜리를 보며 손가락질을 했다.공혜리는 마음이 언짢아 눈살을 찌푸렸지만 염무현은 그들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으며 구석에 자리 찾아 앉았다.방금 이곳으로 오는 길에 중년이 말했었다. 사람들이 모두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같이 연희주의 병을 볼 거라고, 그리고 연희주의 병을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은 바로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어중간히 눈치만 보는 사람은 바로 탈락이다.연희주를 빨리 살리고 싶은 연홍도의 마음은 굴뚝같지만 개나 소나 기회를 주는 건 아니다.만약 함부로 병을 치료하게 했다가 연희주의 병세가 점점 더 심각해지면 어쩐단 말인가?그런 경우의 수를 막기 위해 연씨 가문에서는 아예 그런 상황을 근절해야 했다.“찍.”방문이 열리더니 황토색 도포를 입은 늙은이가 우수에 찬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두 눈이 핏발 선 걸 보니 며칠 동안 잠을 설친 듯했다.그가 바로 연씨 가문의 가주인 연홍도이다.“여러분, 먼 길 오셨는데 제가 직접 맞이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희주가 많이 아프니 부디 양해를 바랍니다.”연홍도는 그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또 말했다.“안으로 들어오시죠.”가장 앞장선 사람은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었다. 그가 바로 한의학 명의 임형준이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임형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방 안의 온도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한겨울에 에어컨을 틀어놓은 것이다. 체온 유지가 환자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데 보일러는커녕 찬 바람을 쐬게 하다니, 이 무슨 경우란 말인가?하지만 그는 곧바로 이상함을 감지했다.커다란 거실에 침대가 하나 놓였는데 얼굴이 자줏빛을 띤 소녀가 그 위에 누워 있었다. 두 눈을 꼭 감은 그녀는 숨을 불규칙적으로 몰아쉬었다.“혹시 따님께서 고열이 지속되고 있나요?”임형준이 물었다.연홍도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했다.“희주가 한 달 전부터 미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점점 고열로 번졌는데 수많은 명의가 와서 봐도 낫질 않더군요. 그리고 바로 사흘 전에 열이 42도
“당연히 병을 치료하려고 하죠. 아니면 제가 왜 먼 길 찾아왔겠어요?”염무현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어차피 다들 치료하지도 못할 테니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나?사람 치료하고 칠요보연을 챙겨 떠나면 그만인데 말이다.“네 이놈!”임현준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네가 뭐라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다른 사람도 수군거리더니 염무현을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정말 겁도 없네.”“참 배짱도 커. 임 선배님도 고치지 못하는 병을 자기가 나서서 고치겠다고 하니.”“뻔뻔하지. 어떻게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할 수가 있지?”“얼굴에 철판을 깔았나? 나였으면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었을 텐데.”연홍도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연씨 가문은 비록 지금 상황이 급한 건 맞지만 이름 모를 의사에게 병을 치료받을 정도까진 아니거든. 젊은이, 내 딸의 신분이 얼마나 고귀한지 아는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당신이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지금이라도 물러서면 없던 일로 해주겠어.”염무현은 미간을 구겼다. 그는 아량이 넓어 멋모르고 말한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다.하지만 공혜리는 달랐다. 그녀는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였다.“참 보는 눈이 없으시네요. 이분이 바로 당신들이 말한 염무현 신의님이세요.”“뭐라고?”임형준은 두 눈을 크게 떴다.“지금 장난해? 그래도 당신은 꽤 능력 있어 보이는데 왜 저 사람 따라 사기 치는 거야? 윤 선생님께서 적극 추천한 신의님은 명망 높은 분이시겠지, 어떻게 저놈이겠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만만해 보여? 당신들 말을 믿게?”사람들은 모두 증오의 눈빛으로 그들 두 사람을 바라봤다.의사는 의사를 사칭하는 사기꾼을 가장 증오한다.그들은 의술로 사람을 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돈을 위해 사람 목숨까지 희생할 수 있는 무책임한 사람들이다. 돈을 뜯어내면 바로 줄행랑을 치는데, 그러면 환자나 가족들이 탓하는 건 의사뿐이다.이런 사기꾼들이 있기 때문에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