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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그들은 경멸과 비아냥이 깃든 눈빛으로 염무현과 공혜리를 보며 손가락질을 했다.

공혜리는 마음이 언짢아 눈살을 찌푸렸지만 염무현은 그들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으며 구석에 자리 찾아 앉았다.

방금 이곳으로 오는 길에 중년이 말했었다. 사람들이 모두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같이 연희주의 병을 볼 거라고, 그리고 연희주의 병을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은 바로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어중간히 눈치만 보는 사람은 바로 탈락이다.

연희주를 빨리 살리고 싶은 연홍도의 마음은 굴뚝같지만 개나 소나 기회를 주는 건 아니다.

만약 함부로 병을 치료하게 했다가 연희주의 병세가 점점 더 심각해지면 어쩐단 말인가?

그런 경우의 수를 막기 위해 연씨 가문에서는 아예 그런 상황을 근절해야 했다.

“찍.”

방문이 열리더니 황토색 도포를 입은 늙은이가 우수에 찬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두 눈이 핏발 선 걸 보니 며칠 동안 잠을 설친 듯했다.

그가 바로 연씨 가문의 가주인 연홍도이다.

“여러분, 먼 길 오셨는데 제가 직접 맞이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희주가 많이 아프니 부디 양해를 바랍니다.”

연홍도는 그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또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가장 앞장선 사람은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었다. 그가 바로 한의학 명의 임형준이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임형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방 안의 온도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한겨울에 에어컨을 틀어놓은 것이다. 체온 유지가 환자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데 보일러는커녕 찬 바람을 쐬게 하다니, 이 무슨 경우란 말인가?

하지만 그는 곧바로 이상함을 감지했다.

커다란 거실에 침대가 하나 놓였는데 얼굴이 자줏빛을 띤 소녀가 그 위에 누워 있었다. 두 눈을 꼭 감은 그녀는 숨을 불규칙적으로 몰아쉬었다.

“혹시 따님께서 고열이 지속되고 있나요?”

임형준이 물었다.

연홍도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희주가 한 달 전부터 미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점점 고열로 번졌는데 수많은 명의가 와서 봐도 낫질 않더군요. 그리고 바로 사흘 전에 열이 42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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