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어요.”염무현이 씩 웃었다.“그 사람이 혹시 따님의 병을 본인만 고칠 수 있다고 했나요?”“네, 그렇게 말했어요.”중년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연홍도의 얼굴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100년 역사를 이어온 가문 수장으로서 연홍도는 당연히 ‘노정’이란 말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디테일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누군가가 따님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몸속에서 냉기를 키운 것이 분명해요.”염무현이 설명을 이어갔다.“자그마치 10년이니 그 냉기는 이미 상당한 양으로 쌓였을 거예요. 이렇게 좋은 걸 그냥 버리면 아깝잖아요.”연홍도는 분노가 끓어올랐다.“그 냉기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요?”“잘 운용하면 마스터 이하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2단계 이상 업그레이드할 수 있죠.”염무현이 설명했다.연홍도는 겨우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어떻게요?”“결혼이요. 상대가 요구한 것이기도 하죠.”염무현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 그럼 희주는 어떤 결과를 맞이하나요?”“당장 생명에 지장은 없겠지만 기가 상하여 수명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죠.”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상대방의 생사를 불문하고 오로지 자신의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인체를 노정으로 삼다니.세상에 이렇게 악랄한 수법을 쓰는 사람이 있을 줄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염무현 님, 그자가 찾아왔습니다.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연홍도는 전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이미 염무현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했다.“멀리서 온 손님인데 당연히 안으로 모셔야죠.”염무현은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그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좋아요, 그러면 들어오라고 하죠.”연홍도가 고개를 끄덕였다.집사가 그를 안으로 모시려고 하자 밖에서 극도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씨 가문은 정말 형편이 없군. 손님을 맞이할 방법도 모르니. 내가
얼굴이 퉁퉁 부은 경비원들은 부러진 팔이나 다리를 끌어안고 미안한 얼굴로 연홍도를 보며 말했다.“쓸모없는 것들.”연홍도가 손을 내저었다.허문정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졸개들이 감히 내 앞길을 막아? 내가 오늘 기분이 좋았으니까 망정이지, 아니면 너희들 다 죽을 목숨이었어.”개를 때리려면 주인의 얼굴을 봐야 하는데 허문정은 연홍도 앞에서 이런 말을 서슴없이 했으니 그야말로 오만하다고 할 수 있었다.허문정은 연홍도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는지 봉투 하나를 집어던지며 명령조로 말했다.“10년이 다 되었기에 사부님 말씀 따라 혼약을 이행하러 왔어.”“혹시, 그분의 제자이신가요?”연홍도는 가까스로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허문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때 사부님이 산에서 내려가다가 이곳을 지나갈 때 당신 딸을 구했지. 그래서 당신과 혼약을 맺었고. 지금 그 혼약을 이행하러 왔으니 가만히 서 있지만 말고 얼른 가서 준비해. 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데. 바로 첫날밤을 치를 거야, 알겠어?”연홍도는 분노가 끓어올랐다.“희주는 지금 의식불명 상태이고, 죽는지 사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요구를 제기하다니,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허문정은 씩 웃더니 사악한 눈빛을 보였다.“당연히 알지. 당신 딸의 병은 나만 고칠 수 있어. 내가 왜 이 먼 길까지 왔다고 생각해? 어떻게 병을 고치는지는 신경 쓸 것 없어. 물을 자격도 없고. 내일 아침이면 당신 딸은 멀쩡해질 거야.”연홍도는 분노에 두 손으로 주먹을 쥐었는데 너무 힘을 주어 마디가 하얘질 정도였다.수년간 쌓은 경험이 아니었다면 그는 진작 눈앞의 이 오만무도한 자식을 현장에서 산산조각 내도록 명령했을 것이다.“말 몇 마디로 당신을 어떻게 믿죠? 증거를 내놓으셔야죠.”그는 마지막까지 화를 참으며 말했다.허문정은 으쓱해하더니 임형준 등 장내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돌팔이 의사를 많이 모셔도 무슨 쓸모 있어? 당신 딸이 아픈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병이 있는
“네놈이야?”허문정의 눈빛이 삽시에 싸늘해졌다.분노가 끓어오른 그는 염무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공교롭게도 또 만났네.”염무현이 덤덤하게 웃었다.허문정은 그를 노려보며 어금니를 깨물었다.분명 방금 거리에서 염무현에게 팔찌를 뺏긴 장면을 떠올린 듯했다.그 팔찌를 얻기 위해 허문정은 혼약을 이행하기 위해 연씨 가문에 오는 것도 미루고 호텔에서 꼬박 3일 동안 수련했던 것이었다. 심지어 음식마저 모두 배달 음식으로 때웠다.겨우 팔찌를 제압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어 곧바로 고성 거리로 돌아갔더니 몇 분 늦었다는 이유로 염무현에게 뺏기고 만 것이다.게다가 그는 도사의 한 방을 맞아 지금까지도 가슴팍에서 고통이 전해졌다.그 한 방을 맞고 허문정은 겉옷에 구멍이 열몇 개 생겼을 뿐만 아니라 이미지도 완전히 추락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호텔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는데 이곳에서 또 염무현을 만나게 될 줄이야.그는 바로 원수를 만난 듯이 눈이 더욱 붉어졌다.“왜 여기에 있어?”허문정이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염무현이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당연히 연희주 씨 병 고치러 왔지.”허문정은 눈썹을 치켜들더니 침대에 누운 연희주를 바라봤다.정말 미인이 따로 없네!연희주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지만 아름다운 외모는 전혀 감춰지지 않았다.곱고 흰 피부는 고열 때문에 빨간색까지 찌었다. 완벽한 이목구비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다.이게 바로 병약미인 것인가?오히려 연희주는 사람들의 애틋한 마음을 자극할 수 있는 특별한 분위기를 풍겼다.‘이 자식도 연희주 병을 고치러 왔다고?’허문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벌써 연희주를 자기 여자로 간주하면서 그녀를 독점할 생각이었다.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손을 대는 건 일체 용납할 수 없었다.나이가 든 다른 의사라고 해도 꺼려지는데, 하물며 그와 나이도 비슷한 젊은 남자인 염무현이야.“네가 무슨 자격으로?”허문정은 콧방귀를 끼고는 연홍도를 향해 비아냥거렸다.“이 자식, 아무것도 모르는 사기꾼인데
다시 말해서 그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른다.사부님의 유일무이한 필살기를 무효시킬 수 있는 사람은 본인밖에 없으니까.자신감은 곧 건방짐으로 이어졌고, 곧이어 허문정의 오만방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랑 똑같이 얘기했다고? 단지 운이 좋았을 뿐, 우연에 불과해.”그리고 염무현을 바라보는 순간 머릿속에 무언가 번쩍 떠올랐고, 두 눈에 음흉한 빛이 감돌았다.“자식,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감히 연씨 가문 아가씨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쳐? 이참에 나랑 내기하지 않을래?”이내 상대방이 대답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만약 치료에 실패한다면 빌어먹을 도사한테서 받은 팔찌를 내놔! 또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사기꾼이라고 인정하고 다시는 의료업에 종사하지 않겠다고 맹세해.”공혜리와 임형준은 깜짝 놀랐다.이보다 악질적인 내기는 없을 것이다.“물론 명예가 실추당하고 싶지 않으면 다른 선택지를 줄게.”허문정은 능청스럽게 너그러운 척 연기하더니 대뜸 공혜리를 가리키며 과분한 요구를 제안했다.“저 여자랑 팔찌를 같이 내놔.”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어찌 놓치겠는가?그는 오늘 꿩 먹고 알 먹을 예정이다.감히 누구랑 팔찌를 빼앗으려 한단 말인가? 게다가 연씨 가문까지 찾아와 남의 일에 불쑥 끼어들어? 그와 맞서 싸우는 결과가 곧 빈털터리 신세라는 걸 똑똑히 보여주지!명예가 바닥나거나 자기 여자를 내어주거나, 둘 중에서 선택해야만 하는 입장이었다.분노가 치밀어 오른 공혜리는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고, 가슴이 위아래로 들썩거렸다.그 와중에 허문정은 뻔뻔스럽게 혀를 살짝 핥았다. 어쩌면 화가 나도 예쁜지, 이렇게 완벽한 여자는 두 눈 씻고 찾아봐도 만나기 어려웠다.이를 본 연홍도는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고, 뼈마디가 금세 하얗게 질렸다.쓰레기 같은 놈! 딸아이를 평생 시집 보내지 않을지언정 절대로 이런 파렴치한 자식한테 빼앗길 수는 없었다.염무현은 공혜리에게 안심하라는 듯 다정한 눈빛을 보내고 느긋하게 돌아서 싸늘한
“네 이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감히 약속을 어긴다면 피를 보게 될 줄 알아. 아주 참혹한 죽임이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허문정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협박하자 염무현이 되받아쳤다.“똑같은 말 너한테도 해줄게.”오만함으로 가득한 허문정의 얼굴은 안하무인이 따로 없었다.“네가 말한 상황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야. 스스로 정체를 밝히고 혼원문의 제자라는 신분까지 공개했는데 어찌 번복하거나 식언할 수 있겠어? 아무리 뻔뻔스럽다고 해도 사부님과 혼원문의 체면을 염두에 두기 마련이지! 혼원문에 소속된 사람은 한 번 뱉은 말은 끝까지 지키거든.”100% 승산을 확신하는 상황에서 이왕이면 자기랑 문파의 체면을 살려주면 더 좋지 않겠는가?“전 무현 님을 믿어요.”공혜리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염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연희주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연홍도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고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물론 그는 딸을 치료해주는 사람이 염무현이길 간절히 바랐다. 그래야만 이 쓰레기 같은 허문정을 보란 듯이 버리고 당시 약속했던 결혼도 취소할 테니까.사실 연희주를 치료하는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했다.즉 유인하는 방식으로 체내에 잠복해 있는 현무의 냉기를 밖으로 빼내든지, 아니면 스스로 기운을 흡수하게 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그러나 두 가지 방법 다 일정한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현무의 냉기는 무려 10년 동안이나 연희주의 몸속에 있었기에 대부분 부위에서 이미 하나가 되어 어느 정도 적응되었다.만약 전부 유인해 낸다면 신체 기능과 수명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게 뻔했다.물론 체내에 모조리 흡수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하지만 현무의 냉기가 너무 압도적인 탓에 연희주의 컨디션으로 실행 불가능한 상황이었다.아니면 병에 걸리지도 않았을 테니까.허문정은 과연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굳이 추측할 필요도 없이 첫 번째로 픽하리라 확신했다.왜냐하면 그에게 연희주의 생사 따위는 관심사 밖이기 때문이다.현무의 냉기는 물론 미
심지어 임형준 본인도 빠른 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뜻인즉슨 침을 놓는 속도가 너무 빨라 환자가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단번에 정확한 혈자리를 찾기 위해서 임형준은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을 수련한 끝에 오늘날의 성과를 얻게 되었다.이는 또한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했다.하지만 눈앞의 염무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여태껏 맺은 그까짓 결실은 진정한 고수 앞에서 전혀 부질없게 느껴져 내세울 수준조차 안 되었다.“세상에, 속도가 말이 안 되는데요?”“침을 놓는 족족 적절한 깊이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렇게나 마구 찔렀다고 생각했을 거예요.”“만약 정확한 위치가 아니라면 뼈와 인대에 막혀서 아예 침을 놓지 못하죠. 설령 힘으로 찔러 넣는다고 해도 금세 피가 철철 흐를 테니까.”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때, 임형준의 눈이 번쩍 뜨이더니 경악하며 말했다.“혹시... 이게 바로 침술의 최고봉 중 하나인 전설 속 [천혜유도침]인가요? 고대 의학 문헌에 따르면 이 침술은 인체의 흐트러진 기운을 다스릴 수 있어 일반인뿐만 아니라 고대 무술 능력자에게도 적용된다고 했어요. 다만 이미 오래전에 유실된 침술인데...”허문정이 즉시 반박했다.“유도는 개뿔, 어디로 유인한다고 그래? 물꼬를 트는 건 둘째치고 설령 힘들게 성공했다고 한들 현무의 냉기가 워낙 어마어마한 파워를 지닌 탓에 스스로 배출하는 건 말이 안 되거든. 완벽하게 해제하기 위해서는 이를 받아주는 외부 매개체가 있어야만 해. 현재 그의 능력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또한, 이는 허문정이 연희주를 가져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즉, 남녀가 교합하는 방식으로 소중한 현무의 냉기를 얻는 것이며 다른 방법은 없었다.그래서 염무현이 손을 쓰자마자 허문정은 무조건 실패할 거로 확신했다.현무의 냉기가 스스로 빠져나가지 않은 한 연희주의 체내에 남아 계속해서 기승을 부릴 것이며 시간이 흘러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면서 점차
“자식, 아직도 포기 안 할 거야?”허문정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어쩔 수 없고, 본인이 죽으려고 환장했으니 굳이 말릴 이유가 있겠어? 하하하, 네 여자는 내가 잘 보살필 테니까 맘 편히 가.”이를 본 연홍도는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했다.심지어 공혜리마저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염무현은 점점 더 날뛰는 현무의 냉기를 컨트롤하기 벅찬 듯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리고 일촉즉발의 순간 금색 빛이 온몸을 뒤덮더니 사방으로 퍼져나가 장벽을 여러 겹 생성했다.곧이어 하얀 빛과 보라색 빛이 은은하게 반짝거렸다.눈앞의 광경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대체 무슨 상황이지?이내 세 가지 빛이 점차 어우러져 부드러운 파장을 형성하더니 현무의 냉기가 금세 제압되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구 날뛰던 모습과 달리 순식간에 고분고분해졌다.“이럴 수가! 말도 안 돼.”허문정은 자신이 목격한 장면을 믿기 어려운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때, 머릿속에 별안간 떠오른 말이 있었다.‘금광 주술, 제흉 주술과 호신 주술의 삼위일체로 무적이 되리라!’‘혹시 팔찌를 말씀하시는 건가요?’허문정이 포인트를 캐치했다.‘맞아, 바로 그 팔찌야.’허문정은 화가 나서 이만 바득바득 갈았다. 사실 팔찌는 원래 그의 것이 되어야 했는데 고작 애송이한테 빼앗겼을뿐더러 팔찌의 신통함 덕분에 현무의 냉기마저 소화하여 흡수하게 했다.이대로 납득할 수는 없었고, 이 모든 건 자신의 소유인 지라 결코 남의 좋은 노릇을 해주고 싶지 않았다.허문정은 주먹을 꽉 쥐고 제지하기 위해 다가갔다.“지금 뭐 하는 거죠?”허문정을 경계하고 있던 연홍도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즉시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허문정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비켜! 본인이 뭐 대단한 사람인 줄 아나 본데, 연씨 가문에서 당신이 지시할 차례는 아니거든?”연홍도는 끝까지 세게 나가기로 마음먹은 듯 큰 소리로 명령했다.“다들 똑똑히 들어! 감히 연씨 가문에서 행패를 부리거나 내 딸의 치료를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
비록 연희주의 수용 가능한 최대치가 20%에 그친다고 하지만, 한계에 다다를수록 좋다는 보장이 없었다. 오히려 15%만 해도 완벽한 균형에 도달할 수 있지 모른다.현무의 냉기를 토대로 연희주는 훗날에 무술의 길에서 큰 성과를 이룰 것이다.어떻게 보면 손쉽게 얻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시 말해서 이번에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곧이어 연희주는 점차 컨디션을 회복했다.방금까지만 해도 안절부절못하던 증세는 서서히 사라지고 호흡이 규칙적으로 이어졌는데 마치 당장이라도 깨어날 듯싶었다.허문정은 이런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고작 애송이 주제에 사부님의 필살기를 공략하다니!“팔찌가 큰 작용을 한 거야. 아니면 저놈은 한바탕 애를 먹었을 테니까, 결과는 더더욱 보장할 수 없거든.”미스터리 거물이 해답을 제시했다.젠장! 원래 그가 소유해야 할 물건을 가지고 연희주를 치료해줬을뿐더러 모든 공로와 이익마저 챙기다니!이 모든 건 애초에 자신이 누려야 하는 영광인데 말이다.쓰레기 같은 자식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날름 빼앗아 가는 거지?허문정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고, 금세 살의로 가득했다.‘죽여버릴 거야!’이때, 연희주의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눈을 천천히 떴다.“깼어요!”눈썰미가 좋은 집사가 깜짝 놀라면서 외쳤다.“회장님! 아가씨께서 깨어나셨습니다.”연홍도는 즉시 고개를 돌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고,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한 딸아이를 보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설령 딸이 완치한다고 해도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 요양하는 시간이 필요할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빠를 줄이야!“희주야, 괜찮아?”연홍도가 다급히 물었다.연희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집사와 아버지를 제외하고 눈앞에 낯선 얼굴들 뿐이었다.이내 무의식중으로 대답했다.“네... 괜찮은데요? 왜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그녀는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진 걸 모르는 듯싶었다.연홍도는 감격에 겨운 나머지 서둘러 염무현을 행해 말했다.“무현 님, 우리 딸을 살려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