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지 않았던 연경훈은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무진에게 연락했다.연경훈과 아는 형 동생 사이로 친하게 지내던 무진이 술 약속을 받아들였다.평소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연경훈이다 보니 무진을 귀찮게 할 일이 거의 없었다.그래서 무진은 연경훈이 오늘 진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자신을 찾나 보다 짐작했다.무진은 오늘 저녁에 일이 있어 늦게 귀가한다는 메시지를 성연에게 보낸 후에 연경훈이 주소를 보낸 바를 찾아갔다.무진이 룸에 들어갔을 때, 연경훈은 혼자서 이미 두 병을 마시고 이 발그스레한 상태였다.연경훈의 옆에 앉으며 무진이 물었다.“무슨 일이야?”“무진 형, 고 선생님, 기억해요?” 연경훈이 고개를 들며 되물었다. 습기를 머금고 촉촉한 두 눈이 꽤나 불쌍해 보였다.연경훈이 고 선생을 언급하자 순간 손을 움찔한 무진이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전 정말 고 선생님이 좋아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어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진 형, 형은 고 선생님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시겠어요? 좀 도와줘요.”연경훈의 목소리가 비애로 가득 차 있었다.슬픔에 푹 젖은 음성을 듣는 순간, 무진은 연경훈이 진짜 사랑에 빠졌음을 알 수 있었다.친한 동생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그런데 하필 그녀는...고개를 숙이고 있던 연경훈은 자신이 입을 여는 순간 굳어진 무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사실 연경훈의 입에서 나오는 고 선생이 바로 성연이라는 사실을 무진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전부터 계속 의심스러웠는데 나중에 몇 가지 증거들로 해서 고 선생이 성연이 맞다는 걸 알아냈다.그런데 지금 친동생 같은 연경훈이 성연을 좋아한다고 한다.자신의 약혼녀를.눈빛이 깊어진 무진이 입을 열었다.“세상에 미인은 많아. 어쩌면 지금 고 선생에게 느끼는 감정은 한 순간의 신선함 때문일 수도 있어. 익숙해지면 차츰 아무렇지 않아질 거야.”“아니야, 지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나 정말
이튿날, 성연이 집에 있는데 연경훈이 또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화면에 뜬 연경훈의 번호를 보고 받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연경훈을 친구로 받아들인 성연.결국 잠시 고민한 끝에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에요?”핸드폰 건너편에서 연경훈의 음성이 들렸다. 어째 좀 조급함이 느껴지는 말투다.“고 선생님, 몸에 갑자기 종기가 생겼어요. 와서 좀 치료해 주면 좋겠어요.”연경훈의 음성을 들으니 거짓말 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그런데 멀쩡하던 연경훈의 몸에 갑자기 종기가 왜 생겼을까?어떤 병들은 예사롭게 생각하고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된다.연경훈이 사부님 친우의 손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연경훈은 자신에게 고백한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즉 사람 자체는 괜찮았다.성연이 증세에 대해 캐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 지금 또 다른 증세는 없어요?”연경훈이 대답했다.“복부 쪽을 누르면 좀 아파요.”잠시 생각하던 성연은 결국 가서 진찰해 보기로 결정했다.이미 자신 앞에 놓인 일이다.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건 연수호 어르신고 연씨 가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그래서 성연은 가겠다고 약속했다.“알았어요. 시간이 날 때 가서 볼게요.”연경훈은 성연의 약속을 받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연경훈이 전화해서 성연을 찾은 것은 무진의 의견이었다.무진이 왜 이런 요구를 했는지는 의아스러웠다.그러나 늘 믿고 의지하던 친형 같은 무진의 말에 연경훈은 두말없이 바로 따랐다.이 전화가 걸려왔을 때.사실 성연의 옆에 무진이 함께 있었다.욕실에 들어가 전화를 받고 나온 성연이 어딘가 다급한 기색을 보였다.사실 무진은 성연이 무슨 일로 그러는지 알고 있다.그런데도 일부러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성연은 자신이 너무 드러나게 행동해서 무진이 알아차린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대신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그냥 몸이 좀 불편해서 올라가서 좀 쉬어야겠어요.”그렇게 둘러댄 뒤에 성연은 침실
성연이 차를 몰고 나가자 무진이 바로 뒤를 쫓기 시작했다.성연은 진즉 외국에서 운전면허증을 땄었지만 국내와 교통 관련 법규가 다르다 보니 성년이 되어서야 운전을 했다.최근 성연은 자신이 직접 운전해서 다니는 것이 비교적 편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엠파이어 하우스에는 운전기사가 한 명밖에 없었다. 그래서 외출할 때마다 기사를 불러야 했다.또 기사를 기다리는 시간도 꽤 길게 느껴졌다.그래서 성연은 운전을 배우는 척하면서 직접 운전을 했다.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마침 국내 운전면허를 땄다.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무진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성적이 좋은 성연이 운전에 있어서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성연을 쫓아간 무진은 성연이 교외에 있는 한 건물의 지하에 차를 세우는 것을 보았다.곧이어 옷을 갈아입은 성연이 나와 연씨 저택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세웠다.이곳은 아주 외진 곳이어서 찾아오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성연이 숨어서 신분을 위장하기에 아주 적당했다.성연은 그 전처럼 순조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성연이 방금 탄 택시를 무진이 자신을 미행하고 있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택시가 막 출발하려던 순간 무진이 차 문을 세우고 올라탔다.성연은 이미 용모를 바꾸고 변장한 상태였다.완전히 고 선생의 모습이다.성연은 속으로 엄청 놀랐지만 침착함을 가장하며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계신가요? 차는 왜 세우셨어요?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빨리 가야 하니까, 대표님도 차를 타셔야 한다면 따로 택시를 부르도록 하세요.”성연은 어차피 무진이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그다지 가깝지 않다고 생각했다.무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아직도 계속 변장해야 해?”성연이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강 대표님이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강 대표님, 설마 저를 미행하신 건 아니겠지요?”이곳은 자신이 오랫동안 찾았던 곳이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는다면 자신의 정체를 온전히
“내가 손을 쓰지 않았으면 우리 집 꼬맹이가 이렇게 대단한 지 어떻게 알았을까?” 무진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성연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일을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다.자신에게 들킨 마지막 순간까지도 성연은 숨기려 발버둥쳤다.“내가 얼굴을 바꾼 건 맞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사부님과의 관계 때문에 연수호 어르신을 돕는 거예요.”성연은 자신의 본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번거로운 일이 생길 테니까.얼굴을 바꾸었기에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내지 못했다.그래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명의의 제자라는 신분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자신이 북성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고치기 힘든 병을 가진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올 게 분명하다.그렇게 되면 성연이 자유롭게 움직일 공간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성연의 말을 다 들은 무진은 화가 났다가 이어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너는 내가 질투로 눈이 멀게 만들었어.”연경훈이 자신을 불러 나갔을 때마다 연경훈이 성연을 포기하게끔 구슬렸다.연경훈이 눈치챘는지는 모르겠다.질투로 눈이 돌아갈 지경인데, 하필 성연이 신분을 속이고 있는 바람에 그 역시 속으로 삼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속으로 얼마나 괴로웠는지 말도 못할 정도였다.그런데 연경훈의 이번 고백은 정말 무진을 엄청나게 자극했다.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무진은 결국 성연의 정체를 밝혔다.자신의 정체를 아예 속 시원히 다 드러낸 성연이 나른한 음성으로 물었다.“연경훈 씨 쪽은요? 설마 무진 씨가 연경훈 씨에게 말했어요?”무진의 오늘의 행동을 봤을 때, 무진이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숨기고 말을 안 했을 뿐이야.’지금 또 연경훈이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질투했다는데 결국 연경훈 밖에 없다.무진이 고개를 저은 후 성연의 뺨을 꼬집었다.“너는 정말이지 말썽 피우는 데 재주가 있어.”“이건 제 본의가 아니었어요.”단지 연수호 어르신을 치료를 한 후에 사부님께 인
다음날, 집에서 무료함을 느끼던 성연은 고택에 가서 할머니 안금여를 방문했다.성연이 거실로 들어가니 뜻밖에도 방미정이 와 있었다.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과 같이 있는 모습이 무척 다정해 보였다.자신이 가져온 선물로 안금여와 강운경의 환심을 산 방미정은 성연이 거실에 들어오자 성연에게 도발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송성연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강씨 집안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난 처음부터 유리한 조건이야. 도대체 누구를 선택할지 바보라도 모두 알겠지?’제일 먼저 성연을 발견한 안금여가 자신의 옆 자리를 두드리며 말했다.“성연이 왔구나. 여기 앉아.”강운경도 고개를 돌려 성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성연을 대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한 가족을 대하는 듯했다.그런데 방미정을 대할 때는 그저 잘 아는 아래 사람을 대하는 듯, 손님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춘 모습이었다.성연 역시 사양하지 않고 안금여 옆에 바로 앉았다.안금여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방미정이 성연을 보더니 잠시 눈을 흘겼다.‘아무런 능력도 없이 온종일 이렇게 사람들의 환심 사는 일만 할 줄 아는 주제에.’예전에는 자신이 없어서 송성연에게 기회가 돌아갔을 뿐이다.이제 더는 송성연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방미정은 일부러 안금여 앞에서 말했다.“할머니, 저와 무진 씨의 혼약을 기억하고 계실 지 모르겠네요. 저희 두 사람 살짝 어긋났을 뿐인데, 너무 아쉬워요. 만약 저와 무진 씨의 혼약이 계속 이어졌다면, 아마 지금 할머니는 손자를 안고 계실 텐데 말이죠.”노인들은 자손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방미정은 바로 이 점을 공략하며 안금여의 마음 속에 파고들 작정이었다.성연은 무진의 진정한 약혼녀는 자신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방미정이 지금 자신이 보는 앞에서 어른들에게 저런 말을 하고 있는데, 그냥 두어서야 되겠는가?방미정은 쳐다도 보고 싶지 않아 아예 못 들은 척했다.방미정 같은 사람은 상대하면 할수록 더 신이 나는 사람이다.안금여와 강운경 역시 방미정이 대담하
생각지도 않게 성연이 건물을 나오자 방미진이 쫓아 나왔다.방미정이 업신여기는 듯한 눈길로 성연을 조롱하며 말했다.“송성연 씨, 스스로 생각해 봐요. 당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강씨 집안은 또 어떤 가문인지, 당신이 무진 씨 같은 훌륭한 남자와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무진 씨는 귀찮은 일을 피하고 싶어서 당신과 약혼한 거예요. 결혼하지 않으면 당신과 무진 씨는 결국 아무 것도 아니에요.” 방미정의 말은 성연을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이었다.설사 성연에 대한 외부의 평판이 아무리 우수하다 하더라도, 방미정은 성연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돈도 권세도 없는 송성연은 무진의 곁에 설 자격이 전혀 없었다.돈과 권세가 진리였다.돈이 있는데 아무것도 살 수 없다?자신이 보기에 강무진이 송성연을 자신의 방패막이로 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어쨌든 강무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 많았다.모두들 머리를 쥐어짜내 강씨 집안에 들어가려고 한다.그러나 다들 강씨 집안의 돈을 위해서일 뿐이다.오직 자신의 집안 정도만이 강씨 집ㄴ안과 맞먹을 정도다. 강무진에게 누가 되지 않을뿐더러 강무진의 조력자가 될 수도 있을 정도였다.요즘 강씨 집안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 때문에 강무진이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이 대목에서 자신이 강무진에게 줄 수 있는 장점들을 생각하면 강무진이 누구를 선택해야 할 지는 그야말로 자명하다.성연은 방미정의 말을 들으면서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방미정 씨, 저를 좀 존중해 주세요.”방미정의 행동은 바로 남을 궁지에 몰려는 비겁한 짓이 아닌가?도대체 체면은 생각도 안 하는 지 성연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방미정은 뒷걸음치며 오히려 성연에게 다가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마지막에 무진 씨의 아내는 결국 내가 될 거예요. 알아서 물러나라고 충고하고 싶군요. 내 앞에서 수작 부리지 말아요. 안 그러면 내가 본 때를 보여 줄 테니 조심해.”처음부터 끝까지 방미정은 성연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그녀의 눈에 성연은 얼굴만 좀 예쁘장할 뿐
방미정은 집으로 돌아와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젖은 치마를 버리고 샤워를 하고 나왔지만 그래도 온몸에서 냄새가 나는 듯하다.자신의 몸에서 계속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미칠 지경이었다.지금 구역질 나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방미정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러나 이 일이 틀림없이 성연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당시 다른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은 정말 북성에 계속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송성연이 그렇게 날뛰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두면 이후로 송성연은 틀림없이 더 마음대로 날뛸 거라는 느낌이다.방미정은 송성연에게 매운 맛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절친 허신미에게 연락했다.허신미는 아주 대놓고 노는 좀 거친 여자였다. 불량스러운 짓은 모두 꿰고 있었다.또 야간 업소에 투자해서 주변에 막돼먹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방미정은 요 며칠 간 자신의 상황을 모두 허신미에게 말했다.허신미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끊임없이 하소연했다.마침 시끄러운 술집에 있던 허신미는 절친 방미정의 전화를 확인하고는 바로 조용한 곳을 찾아 전화를 받았다.방미정이 하는 말을 모두 들은 후, 허신미의 눈이 가늘어졌다.“이런 일이 있었어?”의리를 아는 허신미는 자기 밑의 사람을 지키는 사람이다.지금 자기 절친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앉을 수가 없었다.허신미 또한 방미정의 성깔을 잘 알고 있다. 극도의 한계에 이르지 않았으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을 터.진짜 자신이 처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는 한은 말이다.“물론이지, 신미야. 너는 진짜 몰라. 바로 조그만 계집애가 무진 씨 총애만 믿고 일부러 나에게 망신을 줬어. 만약 다른 사람이 봤다면 나는 더 이상 못 살아.” 방미정은 전화에 대고 울부짖었다.이제 자신을 도울 수 있는 것은 허신미 뿐이다.이런 상황을 가족들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자신이 아직 무진 씨를 손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미정은 집에서 온 몸에다 향수를 뿌리고 또 뿌렸다.사실 씻은 후 냄새는 이미 사라졌지만, 순전히 방미정의 기분 때문이다.향수가 모든 냄새를 다 덮었다고 느껴졌을 때에 비로소 방미정은 허신미를 만나러 갔다.클럽에 도착하자마자 사람이 나와 방미정을 펜트하우스로 안내했다.그곳은 허신미가 평소에 살고 있는 곳이라 방음 효과가 좋아 조용했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허신미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허신미가 보기에 방미정이 약간 초췌해 보여 차마 그녀에게 뭐라 하지도 못하고 그저 감정을 담아 말했다.“내가 가서 알아봤어. 강무진과 송성연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어. 나도 지금 송성연이 특히 꼴 보기 싫어. 그 여우 같은 송성연이 네 자리를 빼앗았다는 거지? 걱정 말고 나에게 맡겨. 내가 확실하게 제대로 손봐 줄게.”자신의 절친 방미정의 남자를 빼앗다니, 그야말로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다.또 무슨 대단한 인물인가 했더니 겨우 어린 계집애일 뿐이다.이런 애는 마음먹고 손을 좀 쓰면 바로 무진을 떠날 것이다.방미정은 허신미가 직접 자신을 돕겠다고 제안하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져 물었다.“신미야, 너 어떻게 할 작정이야?”허신미는 입꼬리를 올리며 눈에 차가운 빛을 띄었다.“그녀를 우리 가게로 초청하면 나에게 방법이 있어.”‘송성연을 여기로 데려오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알 수거 없을 테지.’‘그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있은 후에도 강무진이 송성연을 원하겠어?’아무리 대단한 감정이라도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맥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씨앗을 심으면 언젠가는 통제 불능이 되어 폭발하고 말 터.허신미가 생각하는 수는 아주 많다. 하나가 실패하면 또 다른 수를 쓰면 된다. 결국에 송성연을 무너뜨리는 수가 있을 것이다.자신의 절친을 괴롭힌 사람이니 어떻게 해서든 되갚아 주어야 한다.그러나 허신미의 말을 들은 방미정이 즉시 고개를 저었다.“신미야, 만약 송성연을 청하는 건 좀 어려울 거야. 걔는 안 올 거야.”자신과 송성연 두 사람은 그야말로 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