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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저는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런데 은철이도 전에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윤재하가 기뻐하며 말했다.

“기억이 나지 않아도 괜찮단다. 이 아비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어. 은철이랑 결혼하면 MH그룹도 너한테는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될 게다.”

“여자로서 하씨 가문의 아들을 가르치고 있을 테니 말이야. 아마 회사를 경영할 시간 따위는 없을 거야.”

“그래서...”

윤재하가 이서의 눈치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한가한 내가 회사를 보살피면 어떨까 싶구나.”

이서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아빠, 아빠는 윤씨 그룹을 관리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윤재하가 성지영과 눈을 마주쳤다.

“아, 윤씨 그룹은 작은 회사니까 잠깐은 부하 직원에게 맡겨도 될 것 같구나.”

“하지만, MH 그룹은 정말 큰 회사여서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면 해산되는 건 시간문제일 거다.”

윤재하가 말했다.

이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머릿속에서 많은 것이 충돌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빠,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이서가 간신히 그 고통을 억눌렀다.

“결혼식이 끝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요.”

이서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윤재하 부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래. 이 이야기는 결혼식이 끝난 후에 하자꾸나. 잘 준비하거라. 엄마 아빠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윤재하가 성지영을 끌고 신부 대기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기를 기다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미소를 지으며 이서를 향해 말했다.

“신부님, 화장을 시작하겠습니다.”

“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모습을 바라보던 이서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는 듯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향해 말했다.

“맞다, 오늘은 꼭 예쁘게 해주세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북성, 아니, H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로 만들어 드릴게요!”

이서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H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되고 싶지는 않아.’

‘그저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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