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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4화 주제 파악 못 하는 여자

말투는 오히려 예전과 똑같았다.

마지막 희망이 철저하게 짓밟힌 장하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얼굴이 화끈거렸다.

고통스러움과 수치심이 동시에 몰려온 상황에 하필이면 서수연까지 옆에서 부채질했다.

“우리 오빠 한 말 들었죠? 그러니까 빨리 꺼져요. 안 그러면 사람 불러서 쫓아낼 거예요.”

장하리이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밖으로 나가자 서수연은 조롱 섞인 목소리로 뒤에서 혼잣말했다.

“난 주제 파악 못 하는 여자들이 그렇게 한심하더라. 남자 침대에 기어오르면 인생이 바뀐다고 착각한 모양이지? 자기가 얼마나 추잡스러운지도 모르고.”

말을 마친 그녀는 심지어 장하리의 모든 일을 친한 친구에게 터놓았다.

서수연과 친구들이 속한 그 무리는 꽤 유명했다. 비록 성혜인에게 당한 적이 있어 여전히 그녀를 두려워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장하리인 만큼 무서울 게 없으니 기세가 하늘을 치솟았다.

또한 그녀는 성혜인으로 인해 겪은 모든 손실을 장하리에게서 돌려받고 싶었다.

서수연은 가볍게 비웃고선 서주혁의 분부대로 온시환을 데려왔다.

병실에 들어선 온시환은 주위를 둘러봤지만 장하리가 보이지 않아 조금 이상했다.

서주혁은 수술 전에 그녀를 껴안은 채 입을 맞추며 난리를 피웠고, 장하리도 걱정된 모습으로 애간장을 태웠다. 하지만 그가 깨어났는데 장하리가 떠났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하리 씨는요?”

온시환은 성혜인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되레 장하리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성혜인을 잔꾀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반승제의 아내였지만 바람을 피우며 그를 농락해 완전히 바보로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장하리는 다르다. 언뜻 보기에도 매우 정직해 보였고, 심지어 반승제가 사람을 시켜 조사한 적이 있었으니 믿음직했다.

“갑자기 그 여자 얘기는 왜 하는 거야?”

서주혁은 짜증이 나는 듯 혐오감을 드러내더니 연신 헛구역질했다.

그는 이불을 들추고 주저 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향했다.

병실 입구에 서 있던 온시환은 그의 안색을 보고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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