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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다른 여자를 받아들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처음에는 가볍게 무시한 채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익속한 목소리는 뇌리에서 재생되는 흐느낌 섞인 여자의 목소리와 정확하게 들어맞아 민도준은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가 멈춰 선 사이 화면 속 주인공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높게 얹은 머리와 목을 반쯤 가린 하얀 드레스, 청초하고 단아한 모습이었지만 그만 볼 수 있는 야릇함도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권하윤을 본 한민혁은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전에 매우 이성적으로 보였는데 왜 또 아는척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민도준도 그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입술을 씩 올리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또 나한테 뭐 부탁할 일이라도 있나?”

분명 아무 뜻 없는 한 마디였지만 남자의 눈빛에 권하윤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아무 말도 못 들은 척 입꼬리를 올리며 인사했다.

“오늘 제 언니도 함께 와서 인사드리려고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그녀의 눈짓에 권희연이 우아한 걸음을 내디디며 민도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힐끗 눈을 들어 민도준을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모습에 민도준은 재밌다는 듯 눈썹을 치켜세우며 눈웃음을 쳤다.

“아, 우리 제수씨 언니분이시구나. 그런데 무슨 일이죠?”

방금 전과는 대조되는 말투에 권희연이 싱긋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이런 태도면 아까와 같은 대접은 받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용기가 생긴 모양이었다.

“민 사장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는데 혹시 따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조심스럽게 민도준의 눈치를 살피고 있을 그때.

“그래요. 올라가서 얘기하죠.”

민도준의 긍정적인 답변이 들려왔다. 하지만 뭔가 재밌다는 듯 호를 그린 눈은 오롯이 권하윤을 향해 있었다.

그 대답에 권하윤은 오히려 놀랐다. 그런데 곧바로 스스로를 한심하게 비웃었다.

‘이게 뭐가 의외라고. 날 받아들이면 권희연도 당연히 받아들이겠지.’

그리고 민도준의 반응에 놀란 사람은 또 있었다. 두 사람이 휴게실 쪽으로 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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